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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 2012년 1월
평점 :
배우기를 열망 한다는 것은 곧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고,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며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식, 사유, 소통 이 세가지는 모든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근거이다.p52
해가 지날수록 간절해지는 욕심이 있다면 '책'과 '배움'에 대한 욕구다. 인생의 가르침에 책만한 것이 없고 끊임없이 배우며 생각 할때야 비로소 내 존재에 대해 깊이 느낄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초등학교 부터 대학시절까지 기나긴 시간 동안 분명 학업에 매진(?)하던 시간들이 있었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일들을, 나이가 들수록 절절히 느끼는 것은 왜일까. 학창시절에는 부모님이라는 보호벽 아래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갈 일들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 사회 속에의 풍화되다 보니 내 존재 자체에 의구심이 생겨나는건 아마도 폴 부르제의 말을 빌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게 주어진 시간에 티비를 시청해도 되고, 책을 읽어도 된다. 어떤 삶을 살더라도 내겐 큰 제약은 없다. 그러나 나는 후자를 택한다. 나는 '나'로써 살고 싶으니까. 티비를 본다고 해서 내가 아닌건 아니지만 티비는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직 책장 한 구석에 박혀 묵묵히 내 손길을 기다리는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가, 가르침이 울림만이 온전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비춰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배움에 대한 욕구는 강렬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의 머리는 내 욕구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세상에 수 많은 왕도가 있지만,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 이 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학문으로 가는 길이 공부이며, 그 길은 어렵고 힘들다. 가로 30센티미터, 세로 30센티미터, 높이 450센티미터의 구덩이를 파는 것보다 라틴어 단어 50개 암기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p21
선생이 된 일을 인생의 최고의 결정으로 꼽는 저자 윌리엄 암스트롱은 50년의 교단 생활 동안 쌓인 내공을 담아 『단단한 공부』를 저술하게 되었는데, 출간된 후 60여 년간 공부법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학문으로 가는 길엔 지름길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부지런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때에만 도달할 수 있는 길이 '학문'임을 시종일관 이야기하는 그의 책은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때론 고개를 끄덕거리리며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첫 장에 실린' 듣는 법'이다. '강의란 원래 원고(책)를 읽는 일'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교과서로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또 우리가 태어나서 부모님의 목소리에 눈을 맞추고 옹알이하며 단어를 익히고 배운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학문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자 언어를 습득하고 사물을 인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런 듣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집중'하여 듣는가에 달렸다. 집중하지 못한 이야기는 유쾌하지 못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결국 실수와 실패p33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부분은 공부의 세가지 기본 기술인데 하나는 원하는 것을 찾고, 두번째는 찾은 것을 기억하고, 세번째는 조직화하여 지혜로 변환시키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어찌보면 너무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독서 후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독서치매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읽기 전에 분명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찾을 것인가를 생각했어야 한다. 이 말은 『논어』 위정편에서도 찾을 수 있다 '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연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 진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니, 책을 읽거나 학습하기 전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생각하고 찾아낸 것을 요약하며 정리해보고 요약을 토대로 나에 생각을 덧붙여 놓는다면 무엇보다 값진 재료가 될 것이다.
세 번째 흥미로운 부분은 독서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인류의 기억이며 위대한 유산p55이라 이야기하는 저자는 책을 읽을때 어떻게 읽을지를 구별하여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과 목적에 따라 훑어 읽을 것인가, 주의 깊게 읽을것인가, 집중해서 읽을 것인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글을 읽을때 단어마다 끊어 읽는것 보다 문장으로 읽거나 단락으로 읽으며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선을 자주 멈추거나 사전을 활용하지 않거나, 소리내어 읽는것은 잘못된 독서 습관으로 꼽고 있는데 보통 소리내어 읽는것은 단어로 읽게 되는 것이므로 소리내어 읽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유한다. 독서에 관련한 글귀들은 언제나 읽어봐도 좋다. 몇가지 추려 적어보았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떠나기 전에 그 사람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다 읽는 데 며칠이 걸릴지, 몇 주가 걸릴지 어쩌면 몇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책에 대해서는 왜 읽기 전에 조사해 보려하지 않을까?p150
독서는 사유이고 연구이며 도전이다 p87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과 모든 무생물을 통틀어 책보다 인간과 가까운 존재는 없다. 책은 우리의 사상과 야망, 분노, 환상, 진리를 추구하는 열정 실수를 통한 끝없는 배움으로 가득 차 있다.p149
독서란, 육체를 단련하듯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다 p85
네 번째 흥미로운 부분은 '훌륭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는 색상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야 하듯이, 공부를 할 때도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107는 어휘확장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은 검색창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단어를 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저자는 사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찾고자 하는 페이지 펼쳤을때 다양한 단어들을 함께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며 그렇게 익혀진 어휘는 언어의 이해력을 높여 독서나 학습 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리뷰를 작성하거나 서류를 작성해야 할때 늘상 사용하는 단어지만 가끔은 문장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검색을 통해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때가 많다. 그런면에서도 '어휘확장'을 위해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며 조금은 번거럽고 귀찮은 방식이지만 사전을 곁에두고 찾아보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개요 작성하기, 글쓰는 법(작문작성하기), 수학, 역사, 과학, 시험공부법 등을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실행하며 평가해보는 일일 것이다.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동성 있게 계획을 세워 나간다면 어떤 배움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볼 수 있다는 용기와 가장 기초적인것이 가장 단단한 텃밭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학생들 처럼 이 책을 활용해 볼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내 배움에 있어
참 좋은 책을 읽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