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 파티에 동생들을 초대했더니, 짐채만한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왔서 놀랬더라는 지인의 말에 함께 웃었다.

좋아하는 건, 무거워도 무겁지 않은 법이다. 

2리터 생수 6개 묶음에 휘청하는 엄마가, 12kg 아가를 가뿐하게 안아 올리듯, 

나는 책 더미를 안아 들고 산에 오른다. 

무겁지 않다(고 세뇌한다). 하긴 맥주 6캔이었던들, 안 무겁다 했겠지? 

*



브루노 라투르 [실험실 생활: 과학적 사실의 구성]

레슬리 컨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등등.

이번에 초대한 책들은 하나같이 가볍지 않다. 

[바디 멀티플]이 가장 반가운 책이지만, 산을 내려오도록 어떤 책부터 읽을지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Born into my grandmother]

[우리는 셀크남]

[아기가 태어나면]

[How to prevent the next pandemic]

을 이미 나란히 읽고 있기 때문이다....

책 욕심도 독이 될 수 있다고 빨간 버섯이 혀를 멜롱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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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5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좋아하는건 무거워도 무겁지않자요 공감합니다 ㅎㅎ 앗 숲모기도 조심하세요 알라님 진짜 독하더라고요 ㅠㅠ

얄라알라 2022-07-26 16:58   좋아요 2 | URL
아. 맞아요. 숲 모기가 바지를 뚫고 들어온다고 최근 알라딘 서재 댓글에서 보았어요. 신발도 뚫고 들어오죠~

좋아하는 건 무거워도 무겁지 않고
좋아하는 책은 종일 봐도 피곤하지 않고...

그레이스 2022-07-25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빨간 버섯, 왠지 무섭네요! ㅎㅎ
제가 첫아이 안고 있는것 보시고 쌀 한자루 주고 가져가라하면 가져가겠냐고... 자식이니까 안고 가는거지! 하신 엄마 말씀이 생각 납니다.
책 더미와 맥주...ㅋㅋ

얄라알라 2022-07-26 16:59   좋아요 2 | URL
쌀 한자루 들라면 들겠냐...ㅋㅋ
이 말씀 아주 귀에 윙윙, 많이 들어본 기분인데요^^

복날 보양식보다는 맥주가 땡깁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한 오후 보내시고 계시길
 

맛집에서 대기표 받고 기다려 봤다. 하지만 대기시간이 30분을 넘긴다면, 차라리 메뉴를 바꾸겠지? 지난 주말, 먹어 보겠노라고 대기줄에 섰다. 2시간을 족히 넘겨 기다렸으니 인생기록 남김 셈. 욕망으로 굴비줄 꿰어져 대기하는 이들과 동질감까지 느꼈다. 허송 시간이 몹시 아까워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를 펼쳤다. 현장 대기줄에서 1/3은 읽었고, 나머지는 어제 오후를 꼬박 써서 읽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의 저자는 명지대학교 정회옥 교수(정치외교학과 /

hoiokj@mju.ac.kr)이다.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등 담당하는 전공교과목과 JTBC〈차이나는 클라스> “아시안 차별의 이면은?” 강의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 사회내 아시아인 차별의 현재와 역사성을 다양한 예를 들어 풀어 쓴 대중서이다. 




“Three Graces” (1882)



1부는 역사적으로 각종 재난 _ 전염병 창궐, 경제 위기,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왜 미국 내 아시아인이 쉽게 희생양이 되었는지를 사례를 곁들여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에 선페스트 돌던 1900년에나 120년 후인 2020년에나 전염병 유행 시 누가 '병의 발원지'에 살고 '더러운 존재'라는 오명을 쓰던가? 시차는 있지만, 우리는 '희생양 만들기'에서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오리엔탈리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드워드 사이드 뿐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기중심성까지 언급한다. 그 본연의 성향이 종교, 과학, 법 등을 등에 업고 공고해지면 "인종주의"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인종은 인종주의의 자식이지 그 아버지가 아니" (Coates 2016)는 점이다. 차별의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해 발명해낸 개념이 '인종'이라는 의미이다. 

The New Far East (1899

3장에서 정회옥 교수는 인종주의의 여러 갈래를 소개한다. 독자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할 "내재적, 외재적, 제도적" 인종주의에 더해 "문화적," 나아가 "상징적 인종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종주의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확장해서 적용한다면 한국이야말로 상징적, 문화적 인종주의가 강력한 자기장을 뿜는 사회일 지 모른다. 최근 읽은 [깻잎 투쟁기]가 한국인 특유의 인종주의라 할 "colorism"이나 "GDP차별(박민영의 용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제도적 인종주의의 예: school-to-prison pipeline

4장부터 저자는 본격, 왜 하필 아시아인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구성되어왔나란 질문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답한다. 핵심은 미국 내 아시아인이 "더러워서 피했던 존재에서 두려운 존재"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동시에 아시아인 중 일부 국적 계보는 '모범적 소수 model minority' 프레임에 갇힌다. 이 프레임은 흑인과 대립을 유도함으로써, 여타의 사회적 문제들을 교묘하게 인종갈등 프레임으로 방향전환 하기에 교묘하고 악랄하다.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자들 혹은 아시아인들이 "Not your model minority"를 외치며 시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model, model" 추켜 올려도 눈가리고 아웅일 뿐, 현실에서는 '대나무 천장 bamboo ceiling'에 머리부딪힐 뿐이라는 자각과 함께. 




6장에서는 인종 뿐 아니라 젠더, 즉 아시아계 여성이 왜 하필 더 취약한지의 문제를 파고 든다. 미국내 묻지마  아시안 혐오 범죄의 희생양 중 2/3가 여성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 저자는 교차성 개념을 끌어와 이를 계층, 젠더, 인종 등 여러 층위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9년 로버트 캘리 교수의 한국인 부인이 세 아이를 돌보는 아시아계 보모 취급 당했던 에피소드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 




 단순히 문화적 스테레오타입때문만이 아니다. 미국내 아시아계 여성의 낮은 지위는....미국 아시아계 이민자의 역사에서는 여성은 주변부 중에서도 더 주변부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했는데, '총각 사회'를 예를 들 수 있다. 초창기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 이민자는 남:여 성비가 무려 15:1 수준으로 극심하게 차이 나자 여성 대상 인신매매를 하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있었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 사회내 교묘한 인종주의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다. 코로나 시대 1차 재난지원금에서 누가 배제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야기풀기의 좋은 시작점이다. 이 글을 쓰다 클릭한 헐리웃 가쉽 기사를 읽으니, 유명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쿠바 출신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를 보고 "쿠바에서 막 온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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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8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맛집 대기줄이 두시간이라ㄷㄷ
전 예전에 스벅 사은품 받겠다고 두시간 정도 기다린 적은 있는데 먹는걸 기다리는건 더 고통일거 같아요. 그래도 책이 있어서 덜 지겨우셨을거 같아요 ^^

얄라알라 2022-07-18 23:04   좋아요 3 | URL
스벅 사은품이 앱으로 신청하기 이전 땐, 줄을 서서 기다렸었나요? 앱도 동시 접속자가 만 단위인지라 시간 보내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스벅 2시간이라니...

그래서 받으셨죠?^^

네네, 저는 백색소음 있는데서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어서 책 잘 읽었어요

바람돌이 2022-07-18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계속 그래서 2시간이나 기다려서 먹은 음식은 뭐였을까? 맛은 있었을까가 계속 궁금합니다. ^^

얄라알라 2022-07-18 23:05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차마 밝힐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22-07-19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업샷
사진, 너무 멋집니다 !

얄라알라 2022-07-20 09:30   좋아요 1 | URL
알아봐주시는군요.
사진 찍던 오후,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수치가 한 자리 숫자 수치더라고요.
마침 산 근처의 하늘이라 더 맑아보이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수요일 시작하세요

mini74 2022-07-19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운명의 딸 이란 책에 중국인범죄조직과 윤락 등에 대해 나오는데 너무 끔찍했습니다 차별도 극심하고 ㅠㅠ 저도 궁금합니다 2시간을 투자하신 음식 ㅎㅎ

얄라알라 2022-07-20 09:32   좋아요 1 | URL
mini74님은 어떤 알라디너의 글을 읽으셔도 좌르르좌르르 좋은 댓글을 바로 써주실 수 있는, 백과사전형 독서력.

운명의 딸이라는 제목을 제가 mini74님 아니고서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책에서는 그 범죄 조직에 대해서 한 페이지 안되는 분량, 몇 줄 처리했지만 읽기만 해도 무섭더라고요.
운명의 딸은 실화인가 싶게 공포스러울 것 같아요..

스페인 소설에 중국범죄조직이 등장하는 군요. 호기심 점점 더 업


난티나무 2022-07-21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 확 와닿네요.^^;;;
 


세상 숱한 여성이 "엄마"이지만, "모성motherhood"은 "재생산reproduction", "엄마노릇mothering", "엄마 패널티 motherhood penalty" 만큼이나 다분히 학술적 어휘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20년 COVID-19가 "돌봄" 이슈 공론화의 기폭제가 되었고, 출판계에서도 "엄마" 봇물이 터졌다. "출산, 임신, 양육" 전통적 3종 세트를 주재료 삼아, 재생산의 의료화, 돌봄 책임의 개인화, 엄마 정체성, 모성의 뇌과학 등등 다양한 화두로 양념 친 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2020, 2021, 2022 이 키워드들로 내가 읽어온 책들을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은 제목이 암시하는 불협화음처럼, 엄마 정체성의 모호성과 혼란, 단절과 균열, 삐그덕거림, 이중성 등등을 다룬 에세이이다. 저자 멜리사 호겐붐Melissa Hogenboom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을 헌납하여 이 책을 썼다. 저자의 엄마 경험의 보편성과 기괴한 독특성이 어우러져 이 책은 여느 '엄마' 키워드의 책과 비슷하기도, 무척 다르기도 하다. 우선 기괴한 독특함. 

저자는 의료 선진국인 영국, 그것도 그 유명한 BBC에서 과학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한다. 원치는 않았지만 '역아'라는 이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수술 자체도 유쾌한 경험이 아니어서 행간에서는 그녀의 몸서리가 느껴진다. 제왕절개 수술 후 4일째 되던 날, 샤워하던 그녀는  몸에서 이상한 느낌이 나서 남편을 불렀다. 즉각 위기를 감지하고 샤워실로 달려간 남편은 후에 공포 영화 '캐리'를 연상했다고 고백했다. 제왕절개 시술 후유증(?)으로 저자의 몸 밖으로 6미터는 될 내장이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이 정도의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저자는 어떻게 극복했던 것인지, 과연 극복될 트라우마인지....(책을 쓰면서 좀 치유했으려나,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안쓰러워서 몹시 안타까웠다)


저자는 "엄마됨, 엄마노릇, 엄마" 이 "엄마 딱지"의 불편함의 근원을 사회적 시선에서 찾는다. 엄마, 일하는 혹은 일하려는 엄마를 세탁실에 쐐기 받으려는 시선. 1971년,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 보다 정확히는 임신한 선생님이 교편 잡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교장선생님에게 해고당한 조 캐럴의 케이스에 더해, 2019년 Google에서도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어려운 사례를 이어나간다. 현재 진행형이라는 주장이다. 제 아무리 'Lean In Movement"를 통해, 일과 가정 양립하라. 절대 일 놓지 말지어다 운동을 벌여도 현실적으로 '커리어 우먼'은 있되, '커리어 맨'은 없듯, 일하는 엄마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차별은 견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숙한 주장이 반복되는데 21세기 유럽 사회에서 진행형의 모습이라니 더 관심이 갔다. 같은 날 읽었던 소설 [Pachinko]에서 일본과 한국 사회 여성들이 경험한 차별과 소위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차별에 공통분모가 많다는 점. 더 들어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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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7-12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왕절개 수술 후유증으로 몸 밖으로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나요.
봉합을 하지 않았을까요. 잘 모르지만, 짧은 문장으로도 너무 무섭습니다.
알랴알라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얄라알라 2022-07-16 16: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얼마전 200회 축하 포스팅 보았어요.
꾸준히, 반복적으로, 뭔가 수행할 수 있는 분이 최고이십니다!

저도 저자가 묘사하는 상황, 읽으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저자는 얼마나 충격 받았을지요....저자의 남편 역시...

coolcat329 2022-07-12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세상에! 제왕절개 후 저런 일이 일어나다니 저자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을지 의문이네요.
이 책은 곧 엄마가 되실 분들이 읽으면 좋겠네요.

얄라알라 2022-07-16 16:55   좋아요 0 | URL
coolcat님, 저자가 두 아이 어린데 양육하는 짬짬 주말에 이런 글들을 써서 출간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엄마가 될 분들, 엄마라는 이유로 다시 커리어 세계 나가기 주저하거나 어려운 분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오후 보내시기를 coolcat님

그레이스 2022-07-13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왕절개 3번 한 저는 너무 끔찍하네요.
장이 안좋아진건 확실히 느껴요 ㅠ

얄라알라 2022-07-16 16:54   좋아요 1 | URL
이크...그레이스님 그러셨군요.

몸의 느낌을 아는 사람은, 저자의 트라우마적 경험 훨씬 더 이해되지요.

저는 의료 선진국(?)에서 저런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데서 놀랐습니다.

제왕절개술을 하면서 장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건지, 사실 전 잘 몰랐는데 ....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경험 나눠주셔서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7-13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현실적으로 ‘커리어 우먼‘은 있되, ‘커리어 맨‘은 없듯 -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얄라알라 2022-07-16 16:5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제가 정확하게 인용을 했어야 하는데, 제 불찰^^

본문에 비슷한 뉘앙스의 문장이 나왔었어요.
커리어 우먼만 있다고..

저 역시 많은 생각 못해보다가,
어라? 그러네? 했습니다^^:;;

맑은데 습하네요. 페크님 계신 지역 날씨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오후 보내시고 계시기를
 


친구가 '10문항 퀴즈'를 보내줬다.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문항으로 구성했는데 5문항 넘긴 친구가 없었다는 푸념과 함께. 어찌 부담스럽지 않으랴! 친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 그 결과, 10문항 중 5문항 통과! 문득, 이런 방식의 테스트 말고, 책취향으로 상대 파악하기 게임도 생각난다. 1) 책 바구니 서넛 준비해서 무작위로 담는다. 2) 그 중 한 바구니만, 내 취향저격 컬렉션으로 준비한다! 3) 친구에게 '내가 담았을 책 바구니'를 골라보라 한다. 4) 가까운 친구 중, 몇 명이나 내 바구니를 알아볼까?



[젊고 아픈 여자들] [여자에게도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다]

 [아기는 얼마나 필요한가]

 [깻잎투쟁기] [아시안이라는 이유] 

[개는 천재다]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지극히 내 입맛 따른 컬렉션이다. 목록에서 예외는 [푸틴의 러시아]인데, 나는 정치와 경제, 더군다나 러시아 현대사와는 일부러 친하려 노력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7월 책바구니에서 [푸틴의 러시아] 부터 꺼내 읽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강점 때문이었는데 대만족이다. "그래픽 저널리스트"라는 독특한 직함의 대릴 커닝엄(Darryl Cunningham)을 알게 되어서도 만족,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의 통치 스타일을 알게 되어서 만족. 동시에 '만족'이라는 단어가 불경스럽게 느껴진다. 




독재자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입에 재갈 물리고 물리적으로도 살해하고, 우크라이나를 짓밟으려는 푸틴에 대해 몇 조각 더 알았다 해서 그의 광기어린 진격을 막지는 못하니. 저자 대릴 커닝엄은 2022년 3월, [푸틴의 러시아] 서문에서 "러시아 내부와 서구 민주 세력들이 푸틴의 장악력을 약화해서 그 누구보다 악랄한 이 독재자의 최후가 시작되는 걸 지켜보기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벌써, 2022년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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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4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취향으로 맞추기 게임. 최측근이더라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요^^ㅎㅎ 정말 관심이 있어서 들여다보아야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정작 취향이 바뀌기도 하고요.
푸틴의 러시아 그래픽노블이라 읽기는 좋겠지만 말씀하신대로 씁쓸함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ㅜㅜ

얄라알라 2022-07-04 14:06   좋아요 1 | URL
ㅎㅎ 거리의 화가님,
저는 지극히 일반인인지라 ˝최측근˝이라는 표현이 아주 맘에 드네요. 셀러브리티가 아니어도 최측근은 있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취향이란게 소나무가 아닌지라 바뀔텐데, 저 역시 그 생각을 못했네요
저만해도 예전엔 800번대 책들을 주로 읽었으나 바뀌었으니요.

거리의 화가님 책바구니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역사 많이 읽으시는 것만 우선 알고 있어요 ~^^ 차차 더 알아가겠습니다

coolcat329 2022-07-04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친구를 두셨네요~^^
얄라님 책들은 제가 즐겨읽는 분야는 아니지만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좋은 책들 같습니다. 푸틴의 러시아 저도 보고 싶네요. 도서관에 신청해야겠어요.

얄라알라 2022-07-05 12:27   좋아요 0 | URL
^^ coolcat님, 저도 알라딘 서재 기웃기웃 혼자 몇 시간 씩 놀면서 보면
제 (책)취향이, 제 착각보다는, 좁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야 깊게 파시고 넓게 읽으시는 플친님들, coolcat님, 새파랑님 레삭매냐님처럼 문사철에 조예 깊으신 분들을 보면 배워요


푸틴의 러시아

읽으며
정치가의 존재 이유, 정치의 목적, 궁금했고
푸틴의 방식이 소름돋게 무서웠어요
책장 덮을 즘에는 ‘무섭다‘는 감정이 압도적이었네요.

coolcat님 지역 도서관에서 이 책 꼭 받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2-07-05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틴, KGB 간첩 출신
아닌가요 ㅋㅋㅋ

대단합니다. 하긴 뭐
어느 나라는 -
 

        


[잘해봤자 시체가 되겠지만]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한국어판 표지 디자인이며 제목과 부제가 워낙 도발적이어서 오해할 뻔했네요. 시체와 죽음을 키워드로 내세워 조회 수 노린 유튜브 스타일 에세이겠거니 속단했거든요. 하지만, [From Here to Eternity(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문화유산 탐방기)]의 참고문헌을 보는 순간, 제 취향인 걸 알아봤죠. 가볍게 한 입 베어 물 마카롱으로 생각했던 책이, 든든한 한 끼 요리가 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사학, 인류학, 종교학, 법의인류학, 귀한 향신료를 듬뿍 친 요리 말이죠. 



CC BY-SA 4.0 / Mara Zehler

참고문헌 목록은 저자 케이틀린 도티(Caitlin Doughty)의 전공과 연관됩니다. 그녀는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 그중에서도 죽음의 문화를 집중 공부한 현직 "장의사"입니다.  사업가인 동시에 연구자인 만큼, 그 관심과 활동 영역도 크게 두 축으로 보입니다.


1. [연구자로서 접근] 죽음, 시체에 대한 인식 그리고 죽음의례(장례식)의 문화적 다양성. 

2. [장례업 종사자로서의 접근] 상업(가속)화되는 미국 장례 문화의 변화 촉구 & 주도. 


저자의 관점을 압축해 보여주는 문장을 인용해 봅니다. 


서양의 죽음 의례가 세계 다른 곳의 그것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명백히 틀렸다. 게다가 망자에 대한 보살핌이 기업화, 상업화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망자를 둘러싼 근접성, 친밀함, 의례에 관한 한 나머지 세계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 (23) 





죽음 의례의 우열가늠 불가능, 즉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저자는 (당연히) 인류학자들의 연구물뿐 아니라 고문헌 및 자신의 경험까지 증거로 가져다 씁니다. 예를 들어, 유럽인 선교사들은 타대륙 토착민이 망자의 육신을 나눠먹음으로써 애도 표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역으로 토착민들은 유럽인이 '영성체'란 이름으로 예수의 피와 살을 먹는다면서 넌더리 냈다 하죠. 멀리 가지 않고, 21세기 미국 사회에서도 시신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고용했던 운전수 루치아노는 마야 원주민의 후손인데, 그의 할아버지는 시신에게 말도 걸고 럼주로 피부 마사지도 해준다네요. 일부 미국인에게 이 행위는 정신과 상담을 요하는 일탈로 보겠지만, 루치아노의 할아버지는 '공동체 죽음 지킴이'로서 소임을 다하시는 겁니다. 




케이틀린 도티의 활짝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부분은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좋은 시체"란? 꼭 사람의 육신을 말하지 않습니다. 육중한 몸집의 고래가 죽은 후에 바다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자세히 묘사하지요. 그 아이디어의 연장에서 '시체 퇴비화'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법의인류학자도 소개하고요. 개인적으로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의 짤막한 챕터 챕터, 멋진 독립된 연구물로 확장할 수 있겠구나 탐이 났습니다. 멕시코문화에서 '죽은자의 날' 축제가 어떤 맥락에서 말 그대로 "발굴,장려"되었는지라든지(힌트: 007영화와 관련됩니다!), 시신 처리 방식 중 화장을 '실존적 열망'과 연결 짓는 현상학적 접근이라든지, 시신퇴비화 프로젝트 참여자에 왜 유독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많은지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라든지, 일본 지하철 내 스크린 도어 설치 이유(높은 자살율)라든지...


다음번엔 [잘해봤자 시체가 되겠지만], 그리고 케이틀린 도티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방송까지 도전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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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6-2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인의 캐리, 카니발 너무 좋아하는데 이 노래들이 멕시코 죽음에 대한 관념이랑 연관됐다더라고요. 이 세계관으로 얼른 컴백했음 좋겠어요. ㅋㅋㅋ
저자가 참 매력적이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ㅎㅎㅎ

얄라알라 2022-07-04 01:15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 7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저는 [잘해봤자 시체가 되겠지만]은 6월에 읽었으나, 최근 가까운 분과 장의사업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케이틀린 도티 책이 계속 머릿속에 돌더라고요.

가벼운 책으로 보이는데(특히나 제목의 분위기 때문에) 저로서는, 메모를 상당히 하며 읽어야할 공부책이었답니다^^

행복한 월요일 시작하시어요 페르소나님

persona 2022-07-04 01:36   좋아요 0 | URL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얄라알라님도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