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숱한 여성이 "엄마"이지만, "모성motherhood"은 "재생산reproduction", "엄마노릇mothering", "엄마 패널티 motherhood penalty" 만큼이나 다분히 학술적 어휘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20년 COVID-19가 "돌봄" 이슈 공론화의 기폭제가 되었고, 출판계에서도 "엄마" 봇물이 터졌다. "출산, 임신, 양육" 전통적 3종 세트를 주재료 삼아, 재생산의 의료화, 돌봄 책임의 개인화, 엄마 정체성, 모성의 뇌과학 등등 다양한 화두로 양념 친 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2020, 2021, 2022 이 키워드들로 내가 읽어온 책들을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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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상한 이름]은 제목이 암시하는 불협화음처럼, 엄마 정체성의 모호성과 혼란, 단절과 균열, 삐그덕거림, 이중성 등등을 다룬 에세이이다. 저자 멜리사 호겐붐Melissa Hogenboom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을 헌납하여 이 책을 썼다. 저자의 엄마 경험의 보편성과 기괴한 독특성이 어우러져 이 책은 여느 '엄마' 키워드의 책과 비슷하기도, 무척 다르기도 하다. 우선 기괴한 독특함.
저자는 의료 선진국인 영국, 그것도 그 유명한 BBC에서 과학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한다. 원치는 않았지만 '역아'라는 이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수술 자체도 유쾌한 경험이 아니어서 행간에서는 그녀의 몸서리가 느껴진다. 제왕절개 수술 후 4일째 되던 날, 샤워하던 그녀는 몸에서 이상한 느낌이 나서 남편을 불렀다. 즉각 위기를 감지하고 샤워실로 달려간 남편은 후에 공포 영화 '캐리'를 연상했다고 고백했다. 제왕절개 시술 후유증(?)으로 저자의 몸 밖으로 6미터는 될 내장이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이 정도의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저자는 어떻게 극복했던 것인지, 과연 극복될 트라우마인지....(책을 쓰면서 좀 치유했으려나,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안쓰러워서 몹시 안타까웠다)
저자는 "엄마됨, 엄마노릇, 엄마" 이 "엄마 딱지"의 불편함의 근원을 사회적 시선에서 찾는다. 엄마, 일하는 혹은 일하려는 엄마를 세탁실에 쐐기 받으려는 시선. 1971년,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 보다 정확히는 임신한 선생님이 교편 잡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교장선생님에게 해고당한 조 캐럴의 케이스에 더해, 2019년 Google에서도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어려운 사례를 이어나간다. 현재 진행형이라는 주장이다. 제 아무리 'Lean In Movement"를 통해, 일과 가정 양립하라. 절대 일 놓지 말지어다 운동을 벌여도 현실적으로 '커리어 우먼'은 있되, '커리어 맨'은 없듯, 일하는 엄마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차별은 견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숙한 주장이 반복되는데 21세기 유럽 사회에서 진행형의 모습이라니 더 관심이 갔다. 같은 날 읽었던 소설 [Pachinko]에서 일본과 한국 사회 여성들이 경험한 차별과 소위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차별에 공통분모가 많다는 점. 더 들어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