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표기된 국가 알아보시는지요?

말라위입니다. 구글 검색해서 붙여놨습니다. 

저는 Malawi와 연관해서 담배 산업에 동원되는 아동착취 문제. 가난. 높은 HIV/AIDS 감염률 등 온통 부정적 단어를 떠올려왔어요. 고정관념이 부끄럽습니다. 2년 반 동안 말라위에서 살았던 한지애님이 다른 단어를 더해 주시네요.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랍니다. 이 곳 사람들 심성이 따뜻해서, 지도상 위치가 인체 심장처럼 대륙 왼쪽에 위치해서 붙여진 별명이라지요?


"한 지 애" 생소한 이름인가요? 20대, 여느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학교 강의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활동가로 보냈습니다. 30대인 지금 이 분은 베를린에서 난민(특히 북한 난민 및 이주민)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이 분, 표정 보고 저는 한눈에 반했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기운이 눈빛과 온몸에서 뻗어 나오나 싶습니다. 여느 대도시 거리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생동감 넘치는 표정입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를 읽으면서, 한지애의 화사함과 따스함의 발원지는 어머니란 걸 알겠습니다. 싱글 맘으로서 투 잡 뛰면서 두 딸을 어렵게 키워내신 분입니다. 한지애는 항상 가난했고, 어머니께서 일하시러 나간 사이 스스로를 돌보며 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강인함과 생명력이 따님에게 전해졌는지 한지애 역시 두려움을 모르는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유네스코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활동가"로 지원하였고, 말라위로 파견되자 경험 쌓는 차원, 수박 껍질 핥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학에서 졸업 해야하고, 평균율 인생에 필요한 벽돌 쌓을 부담도 있었지만, 과감했습니다. 활동 기간을 두 번이나 더 연장하면서 총 2년 반, 말라위에서 일했습니다(물론 한지애의 어머니는 딸의 결정을 전폭 지지해주십니다). 한국에서는 결핍많고 가난한 위치성 때문에 주눅 들어 있던 한지애는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통통한 부자로 취급 받습니다.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사업을 주도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지애는 절대 갑질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선한 마음만 가지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에서수평적인 인간 관계, 원조가 아닌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는 그녀가 왜 "이 경험(말라위 체류)의 최고 수혜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고백적 성격을 띤 성장일기 같은 동시에, 2022년 현재 저자가 연구 중인 주제에 이르게 된 지적 여정의 예고를 알리는 책입니다. 

한지애 선생님을 어디에선가 뵐 수 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책 날개의 그 아우라, 그 표정, 퇴색 없이 보여주시리라 기대하며! 응원드립니다. 


  • [흥미로운 지점] 
  • "Give me the money,"라는 관용구에 한지애가 분노, 좌절, 슬퍼해하다가 나중에는 현지화된 인사로 해석하면서 역사성을 추적하는 대목
  • "빅맥지수"와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는 "설탕지수"라는 한지애의 신조어. 설탕이 귀한 말라위 사회에서 손님인 한지애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자, 설탕 두 세 스푼을 퍽퍽 넣어주면서 "괜찮아요. 저희 설탕 많이 있어요."한 에피소드. 한지애는 아메 취향이었으나 현지인들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설탕을 안 먹은 것으로 오해함.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햇살과함께 2022-03-25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분이네요! 나는 저런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가 될 수 있나 반성하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2-03-25 2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지애씨의 미소가 엄청 따뜻하게 보여요.
자신만의 길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지애씨를 저도 응원합니다^^

mini74 2022-03-25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설탕 퍽퍽 넣어준다는 거에서 그 곳 사람들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정말 작가님 미소가 참 선합니다 ~

청아 2022-03-25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속 미소에서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해지내요! 낯선 타지에서 저렇게 용기있게 활동하시는 분들, 실천하는 삶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2022-03-2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영사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으로 풀어 쓴 [The Beauty Myth]는 1991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지 김영사 측에서는 "현세기 가장 중요한 책"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표지에 새겨넣었다. 여기서 "현세기our times"는 20세기를 말한다. 과연 21세기, 2022년에도 "beauty myth" 앞에서 여성이 특히 취약할까?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러한 신화 중 어떤 뿌리는 더 깊게 뻗고, 어떤 가지들을 내쳐지면서 신화가 변형되어 왔을까?  covid-19 팬데믹처럼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었을까? 그 과정에서 이 신화는 무엇을 양분과 숙주 삼았고, 북미유럽 사회 밖의 맥락에서는 어떤 변종으로 분화되었을까? 혹은 [The Beauty Myth]의 저자인 나오미 울프를 위시한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으로 이 beauty myth의 밑둥이 흔들렸는가?

31년 전(1991년) 출간된 책을 읽는지라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의 작가와 대화톤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무미건조하고 나른한 독자의 음성 그리고 철판 위에 선을 그을 것 같이 날카로운 음성.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두 번째 다시 읽"는 줄 알았는데, 오만한 기억조작이었다. 나는 꽤 오래전에 1장, 2장, 3장, 4장, 그리고 6장만 골라서 읽었다(아래 표지의 원서였다). 특히, 6장  "굶주림"은, 나오미 울프가 집필하던 당시(1980~90년대) 서구 사회에서 확산되던 거식증(anorexia)가 왜 젠더화된 현상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어 유익했다.  



   함께 읽기 했던 플친분들의 리뷰는 뜨거웠고 본문 밑줄 긋기는 명료했다. 그분들에 비해, 그리고 [the Beauty Myth]를 처음 읽었던 때에 비해 나는 이번에는 다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나오미 울프식 "세상보기=시선"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비딱한 질문들도 계속 올라왔다. 팬덤 열광을 보이는 독자이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저술 당시 28세였던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 젊음, 순종과 모성 등 소위 여성적 성향"을 강요(유도)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그 보다 더 센 압력으로 짓눌러 터뜨리고 싶어했다. 물리적인 동시에 관념형으로서의 "가정"에서 해방되자(home myth), 이제는 "(자신의)몸" 즉, "beauty myth"에 갇혀버린 여성들!! 나오미 울프는 개인으로서 전체로서 여성(들)을 자각시킴으로써 "신화"를 폭로하고 싶어했다. '뒤엎고, 저항하고, 견고한 틀에 틈을 내려는' 여성들의 시도를 차단하는 방식을 나오미 울프는 "변압기"에 비유했다. 여성의 에너지는 권력구조에 맞게 선별되어 압력을 낮추고 전류량을 조절당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프는 PBQ(직업수행에 필요한 아름다움)이 유독 여성에게 엄격하게 요구되는 다양한 실례를 제시한다.한탄스럽게도 21세기 한국 TV 저널리즘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50대 남성 앵커와 (결코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20대 여성 앵커의 페어링이라든지. 나는 2장 "일" 챕터에서 옛 친구를 기억해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나, "유치원 선생님에게 적합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자녀들이 무서워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체 요청을 받았다는 친구. 그 친구는 그러한 수모가 일회성이 아님을 감지하고, 재수했다. 친구의 에피소드는 동창회 술안주로 종종 소비되었는데, 그 조차 beauty myth를 권력으로 만드는 음흉한 작업에 동참하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  *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의심하고 주로 잡지광고, 판례, 유행가 가사나 뮤비,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참고하였다. 저자는 "beauty myth" 를 전복시키려면 "투표용지"나 "플래카드"가 아니라 "시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내게는 나오미 울프의 "시선"과 "음성"은 보이고 들리는 듯 한데, "beauty myth"를 몸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과 남성(들)의 시선(들)은 정작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자료의 성격과 관련 있겠지만,  "myth" 신화깨기 대작업을 주도한 나오미 울프에게 던지기엔 불편한 지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2-03-02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를 하다보면 가끔 섭식장애 여성들의 트윗을 보게 돼요. 뼈만 남게 되는게 목표인 것처럼 마르기를 추구하고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38KG 의 몸무게를 갖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sns를 통해 목격했던 여성들이 떠올라 너무 괴로웠어요. 왜저렇게 마른걸 추구하는걸까 하면서도 그들이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음에 대한것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오미 울프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아 저렇게나 마르면 정말 생활할 에너지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더 읽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얄라알라 님. 일전에 원서로 몇 부분을 읽으셨다니, 이거 원서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원서로 읽으면 더 훅 다가올 것 같아요.

2022-03-0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근 시간차를 두고 읽어온 에세이 세 권에서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부지런하고 능력있는 분들은 한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군요. 창의적 결합! 





1.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_  감자빵 대표 

  도시 직장인에서 아버지를 도와 농부로, 다시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을 개발해 기업인이 된 이미소 대표



2.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_ 여성의류 대표

패션 전공한 저자가 '여성복' 원단 금액 책정, 제작비, 세탁비 등등 구체적 항목에서 '남성복'과 어떻게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지 깨닫고, 여성 특화된 의류브랜드 론칭함. 



3. [내 기분이 초록이 될 때까지] - 행복해지는 식물 키우기 신시아TV

https://youtu.be/qyPZsOqUwpo


식물덕후로서 전문성과 감식안을 바탕으로 화초와 화분(토분) 판매 & 유투브 채널 운영 




1, 2, 3 번 외에도 많은 책들이 있겠죠? 사업체나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그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어 홍보와 목소리 내기의 이중 효과를 내는 책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문둥병

# 한센인

 # 빌라도

  [질병, 낙인](김재형 2021)를 읽다가 오래 잊고 지냈던 단어들을 만났다. #소록도, #문둥병. 아 어색해라...이 단어들이 아득하게 느껴지다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아멜리 노통브의 신간 [갈증]을 읽다가도 오랫만에 듣는다. '빌라도' '골고다' 

   소설 [갈증]의 도입부 설정은 굉장히 참신했다(혹은 누군가에게는 불경하다). 아멜리 노통브는 예수의 기적을 경험했던 이들이 어떤 죄목으로 그를 비난하는지를 작가 특유의 조소 어린 문체로 묘사한다.


심지어 내가 병을 고쳐 준 아이의 엄마는 내가 그녀의 삶을 망쳐 놓았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아이가 병에 걸렸을 때는 얌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무도 가만히 있질 못해요. 어찌나 소리를 지르고 울어 대는지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다니까요. 밤에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당신 스스로 피고인에게 아들의 병을 고쳐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나요?" 내 국선 변호인이 물었다

"병을 고쳐 달라고 했지, 병들기 전의 말썽꾸러기로 되돌아가게 해달라고 하진 않았어요."



프랑스어를 날름날름 띄엄띄엄 배웠어도, 프랑스어에는 한국어 "해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갈증soif]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제목처럼 [갈증]에는 갈증이 해소될 때의 황홀한 감각이 자주 언급된다. 소설 속에서 예수는 자신을 "인간 중 가장 체현 incarnation된 존재"(15)라면서 감각할 수 있는 최상의 감각도 갈증과 연결짓는다. 



  • 목마른 자가 물잔을 입술에 갖다 대는 형용할 수 없는 순간, 그것이 바로 신이다.(52)
  • 십자가를 져야 할 때 수분 부족은 나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갈증이 날 보호해 주리라는 것을 알 정도로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갈증은 그 정도로 심해질 수 있다. 다른 고통이 덜 느껴질 정도로 (53)
  • 요한의 복음서 4장 14절,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왜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했을까? 주님의 사랑은 결코 해갈해 주지 않는 물이다. 그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더 마르다. 그것은 욕망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쾌락이다! (116) 
  • "내가 구원받았다는 증거다. 그렇다. 극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는 아직 물 한 모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의 믿음은 그 정도로 온건하다."(!15)"


아멜리 노통브가 전면에 세운 제목은 [갈증]이지만, 이 소설의 핵심어는 "체현"이 아닐까? 소설 속 예수는 말한다. "나는 아직 육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결코 지금만큼 체현되어 본 적이 없었다."(111) 소설 속 예수는 "몸은 정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41)다며, "체현된 존재"로서 "아버지의 실수"를 지적한다.  [갈증] 후반부를 다시 읽었어도, 아멜리 노통브가 진정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체현," "몸과 정신(이라는 이분법)" "감각 내의 위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생소해서일까? 아멜리 노통브 소설 특유의 막바지 클라이맥스나 반전이 없어서였을까? 일단 멋진 문장부터 옮겨놓고, [갈증]을 읽으실 다른 독자분들의 생각을 기다린다. 



갈증을 느끼기 위해서는 살아 있어야 한다. 나는 너무나 강렬하게 살아서 목마른 채 죽음을 맞았다.

영원한 삶이란 아마 그런 것이리라. (147)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레삭매냐 2022-02-22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통브도 책쟁이 초기 시절에
참으로 즐겨 읽었더랬는데...

어느새 멀리하게 되었네요.

푸른 수염인가부터 다시 만나
보고 싶더라는. 호곡 무려 8년
전에 나온 책이네요 하 -

얄라알라 2022-02-22 17:57   좋아요 0 | URL
읽고도 ˝뭔미?˝싶어서 후반부, 젤 이해 안 되던 부분 다시 봤거든요...
제가 신학을 몰라서 그런지 어려웠어요
이 책 옮긴이 이상해의 해제조차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예전의 노통브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네요.

이안 메큐언의 바퀴벌레도 읽을까말까 하는 중인데^^:

transient-guest 2022-02-23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멜리 노통브. 이름은 아주 익숙한데 이름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책의 세상은 너무 넓고 깊어서 이렇게 평생 헤매다 갈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2-02-23 10:47   좋아요 2 | URL
프랑스어, 프랑스 소설이 왠지 멋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부러 프랑스 소설만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
예전 노통브 작품은 통통 튀면서 (오만한) 자의식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지만요)

이작품은 초창기 작품들하고는 후반부의 마무리나 느낌이 사뭇 달랐어요.

transient님은 저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 다양한 국적 작가의 책들을 읽으셔서 저는 따라가지도 못합니다

프레이야 2022-02-23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때 노통을 읽었는데 신간이 나왔군요.
특유의 문체가 그대로인가 봅니다.
52쪽 인용문 눈이 번쩍하네요. ^^

얄라알라 2022-02-23 11:08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께서는 52쪽^^
저는 사실 ˝체현˝이라는 단어가 학술 논문에만 등장하는 단어라 생각했는데
소설에 수 차례 등장하니, 그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감은빛 2022-02-23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갈증이란 현상과 물을 향한 강한 욕망에 대해서는 잘 알지요. 다른 어떤 음식도 다 필요없고 딱 시원한 물 한 모금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을 잘 알아요.

2022-02-23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존서가'에서 쉬고 있던 [하비비 Habibi]를 상호대차 요청할 때만 해도, 책두께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15분짜리 애니메이션 보듯 베드타임 수면제 삼으려 했던 [하비비] 는 660 페이지였다. 읽고 나니, 새벽 2~3시. 러닝타임 3시간 넘는 장엄한 영화를 본듯 마음이 울렁거렸다.





사막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환상적 설정,  신성한 상징들과 관능적인 육체성, 이분적 젠더 프레임을 파기하는 인물형. '7년이나 공들여 이런 대작을 완결 짓다니,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은 내향적 사람일 거야!'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이런 인상을 받았다. [하비비]에 이어서 읽은 [만화가의 여행]은 내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크레이그 톰슨은 새로운 경험을 희구하면서도 과밀도의 접촉, 소음, 자극에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고독한 여행자였다. 



Luigi Novi,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크레이크 톰슨은 2004년, 70일간 모로코와 유럽을 여행했다.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여행 기간 동안 "되는대로 써 갈긴" 원고와 스케치를 스캔 뜨니,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만화가의 여행]으로 출간되었다. 퇴고를 거듭하며 다듬은 책이 아니라 여행의 감흥을 즉흥적으로 담아냈기에, 톰슨에 대해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당시 29세였던 크레이그 톰슨이 손가락 관절염과 등 결림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르느와르, 피아니스트 그리고 드러머의 건초염과 마찬가지로 직업병인 셈이다. 쉴 새 없이 그려대고 또 그리니 건초염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2004년에도 여행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을 선호했을 텐데, 크레이그 톰슨은 쉴새 없이 그려댄다. 모로코와 유럽의 이국적 풍경, 사람들 그리고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 길고양이들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만화가의 여행] 에서 아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행 도중, 그림 그릴 도구를 잃어버린 만화가는 초조해하다 못해 "불행"하다고 느낀다. 페퍼민트가 뜨거운 물에 우러나오는 그 2~3분도 못 참고, 서가에서 책을 뽑아오는 나의 불안증을 되돌아보게 한다. 




[만화가의 여행]을 읽으니, 모로코 여행이 크레이그 톰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막연하게라도 그려진다. 그가 [하비비]에서 담아냈던 사막의 고요함, 유목민의 삶, 오리엔탈풍의 건축물, 종교와 상징들은 2004년의 여행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이 가난에 찌든 땅에서 오리엔탈리스트의 환상을 실천하는 어리석은 관광객"이라고 자조하면서도,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하다가 도리어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가난한 모로코 아이를 이해한다. 자신의 백인성(백인됨)을 모로코 여행 내내 의식하지만, 이를 위계 만드는 데 이용할만큼 비열하지 않다.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여행의 상황 자체가 그를 겸손한 백인되게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곳, 이국적인 모로코를 원할 때 떠날 수 있다는 여행객의 우월성이 성찰적인 태도를 유도했을지도....




[하비비]로 처음 만난 크레이그 톰슨을 더 알고 싶어 [만화가의 여행]을 읽었는데, 도리어 다 읽고 나니 다시 [하비비]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 꼬리가 꼬리 물어 빙빙 도는 독서인가! [담요]를 중간에 끼워 넣자!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2-19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담요 ~ 북플에서 보고 다들 평이 좋아서 담아두고 있던 책이에요 ~ 이 분 유명한 준이시군요. 크레이그 톰슨! 기억하고 꼭 읽어보고 싶어요 ~ ㅎㅎ 알라님 페퍼민트 이야기 읽으니 제 생각도 나요 ~ 깜박하고 책없이 외출하면 , 서점부터 찾아 먼저 들르곤 했지요 ㅋㅋ

얄라알라 2022-02-22 18:09   좋아요 1 | URL
^^ mini74님
요샌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서 mini74님 책사랑 펴시기 힘드실 때도 있겠어요.
그런데
설마 엘레베이터 고층 올라갈 때 책 펴서 읽으시는 건 아니신지요?
전 소설 장르 읽을 땐 그래본 적도 있어서요^^ 뒷 페이지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보니 ㅋ

레삭매냐 2022-02-19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도서관에서 빌렸
답니다.

저자가 이슬람주의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쓴 거라는 걸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기대
가 되네요.

요제프 멩겔레 책도 읽어야
하는데, 세상은 넓고 죽을
때까지 읽을 책들은 차고
넘쳐 나네요.

아 당장 읽어 볼랍니다.
바로 옆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하비비는 없네요
만화가의 여행은 빌려놓았어요
읽다 좋으면 살거예요~^^

얄라알라 2022-02-19 21:04   좋아요 2 | URL
^^올해 초 han님의 서재에서 blankets 처음 알게 된 후
담요 말고 다른 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레삭매냐님, 그레이스님께서도 읽으셨고 또 읽는 중이시라니

왜 이리 좋은가요?^^
온라인 공간, 뵌 적도 없으신 친구분들이지만 같은 책을 다른 공간이지만 곁에 두고 읽는다는 경험이 주는 이 흐뭇한 엮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왜 공공도서관에서는 그래픽 노블에 박한지,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차차 선정 기준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PersonaSchatten 2022-02-19 2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니. 정말 그런 거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점점 인물화에서 인물 아닌 것으로 관심이 넘어가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ㅎㅎㅎ

얄라알라 2022-02-21 11:01   좋아요 2 | URL
역시나, 그림을 아시는-직접 그리시는- persona님,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셨네요 ^^

엊그제 읽은 에밀리 노통브의 [갈증]에서는 기적을 선사받은 사람들이 도리어 예수에게 갖은 비난과 더한 요구를 하는 묘사가 나와요,
저는 [만화가의 여행]을 읽을 때, 어떻게 초상화를 받아가면서 그림 그려준 사람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지?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제가 그 세계를 혹은 미국인 여행객과 모로코 현지인의 세계를 너무 몰라서 들었던 궁금증일 수도 있지만요

coolcat329 2022-02-20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비비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보려구요. 이책은 제가 사는 시에 딱 두권있더라구요. 신청해도 좋을 책 같아요.

얄라알라 2022-02-21 11:02   좋아요 1 | URL
coolcat님, 바로 실행에 옮기시려는 아름다운 마음^^

저는 저희 시 도서관에 ‘조지오웰‘ 그래픽 노블, 허먼 멜빌 그래픽 노블,등등 여러번 시도했는데 신청 반려당했어요.
coolcat님의 신청이 잘 접수되기를 희망합니다!

noomy 2022-02-20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도서관에도 없네요 ㅠㅠ 사서 봐야 할까 봐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얄라알라 2022-02-21 11:03   좋아요 1 | URL
저자의 말 그대로, 본 메뉴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칠 타이밍에 나오는 에퍼타이져 같은, 팬 서비스 작품 같아요.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면 바로 책으로 나올 수 작가들의 삶, 멋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