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으로 풀어 쓴 [The Beauty Myth]는 1991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지 김영사 측에서는 "현세기 가장 중요한 책"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표지에 새겨넣었다. 여기서 "현세기our times"는 20세기를 말한다. 과연 21세기, 2022년에도 "beauty myth" 앞에서 여성이 특히 취약할까?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러한 신화 중 어떤 뿌리는 더 깊게 뻗고, 어떤 가지들을 내쳐지면서 신화가 변형되어 왔을까?  covid-19 팬데믹처럼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었을까? 그 과정에서 이 신화는 무엇을 양분과 숙주 삼았고, 북미유럽 사회 밖의 맥락에서는 어떤 변종으로 분화되었을까? 혹은 [The Beauty Myth]의 저자인 나오미 울프를 위시한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으로 이 beauty myth의 밑둥이 흔들렸는가?

31년 전(1991년) 출간된 책을 읽는지라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의 작가와 대화톤을 조율하기 어려웠다. 무미건조하고 나른한 독자의 음성 그리고 철판 위에 선을 그을 것 같이 날카로운 음성.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두 번째 다시 읽"는 줄 알았는데, 오만한 기억조작이었다. 나는 꽤 오래전에 1장, 2장, 3장, 4장, 그리고 6장만 골라서 읽었다(아래 표지의 원서였다). 특히, 6장  "굶주림"은, 나오미 울프가 집필하던 당시(1980~90년대) 서구 사회에서 확산되던 거식증(anorexia)가 왜 젠더화된 현상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어 유익했다.  



   함께 읽기 했던 플친분들의 리뷰는 뜨거웠고 본문 밑줄 긋기는 명료했다. 그분들에 비해, 그리고 [the Beauty Myth]를 처음 읽었던 때에 비해 나는 이번에는 다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나오미 울프식 "세상보기=시선"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비딱한 질문들도 계속 올라왔다. 팬덤 열광을 보이는 독자이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저술 당시 28세였던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 젊음, 순종과 모성 등 소위 여성적 성향"을 강요(유도)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그 보다 더 센 압력으로 짓눌러 터뜨리고 싶어했다. 물리적인 동시에 관념형으로서의 "가정"에서 해방되자(home myth), 이제는 "(자신의)몸" 즉, "beauty myth"에 갇혀버린 여성들!! 나오미 울프는 개인으로서 전체로서 여성(들)을 자각시킴으로써 "신화"를 폭로하고 싶어했다. '뒤엎고, 저항하고, 견고한 틀에 틈을 내려는' 여성들의 시도를 차단하는 방식을 나오미 울프는 "변압기"에 비유했다. 여성의 에너지는 권력구조에 맞게 선별되어 압력을 낮추고 전류량을 조절당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프는 PBQ(직업수행에 필요한 아름다움)이 유독 여성에게 엄격하게 요구되는 다양한 실례를 제시한다.한탄스럽게도 21세기 한국 TV 저널리즘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50대 남성 앵커와 (결코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20대 여성 앵커의 페어링이라든지. 나는 2장 "일" 챕터에서 옛 친구를 기억해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나, "유치원 선생님에게 적합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자녀들이 무서워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체 요청을 받았다는 친구. 그 친구는 그러한 수모가 일회성이 아님을 감지하고, 재수했다. 친구의 에피소드는 동창회 술안주로 종종 소비되었는데, 그 조차 beauty myth를 권력으로 만드는 음흉한 작업에 동참하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  * 

나오미 울프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의심하고 주로 잡지광고, 판례, 유행가 가사나 뮤비,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참고하였다. 저자는 "beauty myth" 를 전복시키려면 "투표용지"나 "플래카드"가 아니라 "시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내게는 나오미 울프의 "시선"과 "음성"은 보이고 들리는 듯 한데, "beauty myth"를 몸으로 살고 있는 여성(들)과 남성(들)의 시선(들)은 정작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자료의 성격과 관련 있겠지만,  "myth" 신화깨기 대작업을 주도한 나오미 울프에게 던지기엔 불편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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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02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를 하다보면 가끔 섭식장애 여성들의 트윗을 보게 돼요. 뼈만 남게 되는게 목표인 것처럼 마르기를 추구하고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38KG 의 몸무게를 갖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sns를 통해 목격했던 여성들이 떠올라 너무 괴로웠어요. 왜저렇게 마른걸 추구하는걸까 하면서도 그들이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음에 대한것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오미 울프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아 저렇게나 마르면 정말 생활할 에너지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더 읽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얄라알라 님. 일전에 원서로 몇 부분을 읽으셨다니, 이거 원서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원서로 읽으면 더 훅 다가올 것 같아요.

2022-03-0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