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4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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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이야기에 관한 책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이 떠오른다반짝이는 이마에 안경을 쓴 도통 음악선생님 분위기가 나지 않았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 항상 노란색 카세트를 가지고 다니셨다예를 들어 그날 교과서에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나왔다면 그 음악을 짧게라도 들려주시곤 했다아마도 그렇게 접했던 기억으로 띄엄띄엄이라도 클래식 음악 듣기를 계속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를 넘는 책 쓰기와 번역까지 한다는 저자의 이력이 정말 놀라웠다이 브런치’ 시리즈로 이미 철학세계사세계문학이 나와 있다얼마만큼의 책읽기와 그것을 어느 정도 좋아해야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감탄스러울 뿐이다우리 귀에 익숙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내밀한 삶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곁들여진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이 책 덕분에 저자의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질 정도다.


1. 바로크 음악으로의 초대 2. 고전주의 조화균형품격의 음악 3. 낭만주의 음악 4. 전환기의 클래식또 그 너머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클래식의 향연에 우리를 초대한다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언급하거나 궁금했던 음악을 들으면서 읽었는데 역시 이래서 고전음악이구나 싶었다암기식 공부의 기억도 없지 않았던 만큼 음악 작품의 제목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또 잘 몰랐던 작품의 배경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되어서 나중에 음악 감상을 하더라도 더 잘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로는 비발디와 바흐헨델을 이야기한다비발디의 사계는 우리에게 얼마나 익숙한 곡인가비발디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것은 베네치아에서 활약하던 화가 마르코 리치의 풍경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란다평생 작곡한 협주곡이 500여 곡이나 되며 이외에도 오페라칸타타에 더해 소나타합주곡종교 음악까지 엄청난 분량을 썼다그런 전성기를 누리다가 낡은 음악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비발디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6세의 총애를 발판삼아 빈 음악계에서 도약의 야심을 품었지만 황제의 급서로 멘붕을 겪으며 급기야는 빈털터리로 객사하기에 이른다.


 오늘 날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듣는 사계나 화성의 영감이 비발디 타계 후 이백 년 가까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1948년 미국에서 사계≫ 전곡이 음반으로 제작되고, 1950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클래식 음반상을 받으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비발디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음악이라는 창작물도 문명의 발전과 그것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책이 읽혀져야 팔리듯이 음악은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영원히 울려 퍼지는 것.


 흔히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고 그렇게 배워왔다여기서 바흐를 음악의 장인에 헨델을 음악의 기업가’ 혹은 벤처 사업가로 보는 비유가 흥미를 끈다바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보수와 조건이 나은 곳을 찾아 고용주를 갈아타기도 했다는데 20명이나 되는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전략일 수도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가장의 입장이란천재적인 음악가의 삶도 근본적인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헨델은 당대 음악 양식의 가장 뛰어난 사용자이자 최고의 수혜자였음을 알게 된다비발디가 화성의 영감을 헌정했던 메디치 가문의 후광을 업고 오페라 아그리피나Agrippina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탈리아 활동의 절정을 맞이하고 다시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음악가로서 돈과 명성대중적 인기를 거머쥔 행운의 사나이였다이렇게 걸출한 당 대의 음악가들이 서로 만나서 음악적 교류를 했을까 궁금해진다바흐쪽에서 헨델을 만나려고 관심을 기울였지만 헨델의 거절로 만나지 못했단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음악가들도 라이벌 의식을 느꼈을까어쩌면 더욱 풍성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모차르트하이든베토벤의 음악과 삶 이야기가 펼쳐진다모차르트 음악만큼 우리 생활에 친숙한 음악이 또 있을까흔히 많은 예비 엄마들이 태교를 할 때도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흐베토벤그리고 바그너의 음악에서 우리는 주로 그 속에 깃들인 인간 정신의 깊이와 힘에 감탄한다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신성한 본성이다앞서 언급한 거장들과는 달리그가 그의 재료를 빚은 형식에서는 어떤 고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모차르트는 마치 놀이를 하듯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천진난만한행복한알라딘과 같은 본성을 지녔다.’(P114)


 이것은 19세기 말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가 모차르트에 대한 평가다다른 것은 몰라도 천진난만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정서는 금세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겨우 35세의 이른 나이의 죽음에 관해서는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 설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문헌이나 정황의 증거로 볼 때 과로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은 마음이 짠해진다이것이 서양 음악 사상 최고의 천재이자 고전주의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음악가의 뒷모습이라니.


 낭만주의 음악가로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멘델스존, ‘피아노의 시인’ 쇼팽 등 많은 음악가들을 이야기한다무엇보다 낭만주의 오페라의 양대 산맥인 베르디와 바그너를 비교 분석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1813년 동갑내기이며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조국의 통일을 목격한 점대기만성 형 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저자는 이 두 사람의 예술의 성향을 어떻게 구분 지을까서구 문명이 내놓은 가장 뛰어난 예술 양식이라는 오페라그 속에 담긴 음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베르디의 음악을현실을 초월한 환상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세계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 부호그 속에 담긴 음악을 비밀의 문을 여는 주문으로 여긴다면 바그너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기말 유럽 음악의 풍경과 러시아 음악미국의 클래식 음악과 역사를 이야기한다위대한 음악가와 그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당대의 문화역사문학심지어 철학적인 접근과 사유로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클래식 음악은 특정한 시대를 결정짓는 흐름이었을까석유 고갈을 걱정했던 20세기 후반의 에너지 전문가들처럼 영국의 철학자 스튜어트 밀은 음악적 조합의 유한성(exhaustibility of musical combinations)’을 들어 음악적 자원의 고갈을 걱정했다고 한다. 5개의 온음과 2개의 반음으로 구성된 옥타브한정된 방식의 조합이기에 오직 소수만이 아름답다는.


 이러한 우려에도 미국의 진화 생물학자 루이스 토마스는 진화의 관점으로 보는 고작’ 100만 년의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인류라는 종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로 바흐의 음악을 예로 들어 인류의 미래를 낙관했다고 한다이 정도라면 충분하지 않을까클래식 공백의 시대라고는 해도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주의낭만주의현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음악만으로도 풍요로우며 저변확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저자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데 특별한 문턱이 존재하거나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들어 가보자평범한 일상에 활력소를 주고 조금은 특별한 삶의 멋을 주는 클래식 음악은 먼 데 있지 않다이 책은 우리가 그런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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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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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오랜만에 일드를 보게 되었는데(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였다. 젊은 여성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어서 더 신기했었다. 참으로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드의 세계는 접할 때마다 놀랍다. 대충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겠구나 싶어서 이 책이 기대가 되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학교 2013년도 교양 강의 개설로 시작되어 지금은 대형 강의로 발전하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죽음에 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이 나왔다. 제목이 좀 섬뜩한 느낌이지만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이만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지 고민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이해하기 쉽고 잘 읽힌다.


 저자는 의사, 과학자, ‘부검을 하는 법의학자로서 마주한 여러 죽음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는 법의학자로 일하게 된 동기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죽음의 사례를 통해 개인적 불행을 감지하기도 하고 그것을 넘어 사회적 비극을 읽어내기도 한다. 개인적인 죽음이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의 사례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맨 얼굴, 우리 삶의 민낯을 이야기한다. 얘기치 못한 갑작스런 죽음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그리하여 그 원인을 밝히고 가해자는 죗값을 받도록 밝혀내는 것이 법의학자가 하는 주 임무인 셈이다. 이렇게 사망 판정을 하고 확정이 되면 대법원과 통계청으로 보내져 가족관계를 정리하고 사망 원인은 건강 정책이나 사회제도 등의 자료로 반영되는 일련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죽음 중에 특히 자살은 개인의 내밀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흐름과 무관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임을 말하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법의학자는 우리나라에 정확히 40명이라고 했다. 등록된 의사가 12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하면 정말 희소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주검을 통해서 의문사나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자란 자신의 소명이 있기에 가능하겠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보아야 할까 하는 논쟁으로 시작하여 죽음의 변천사죽음의 시점’, 뇌사에 관한 논쟁과 다툼, 연명의료에 대한 분분한 논쟁을 이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일드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생각났다. 그들 스스로 7D업종이라고 말하는데, 법의학자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이다. “미래를 위해서라고.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난 사람의 메시지를 가족 등 지인에게 전해주는 것. 의문을 품었던 죽음에 대해 확실하게 원인을 밝혀주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통해서 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죽음은 실패가 아닌 자연스러운 질서라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 좋은 죽음을 위한 방법 등 2045, 영생의 시대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영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 또한 두려운 일이다. 삶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은 죽음이라고 했던가. 유한하기에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고민도 하고 쓸데없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떠나는 죽음보다는 미리 공부해서 준비하자고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종활의 사례와 임종 노트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p209)(마하바라타의 악역 주인공 카르나의 말.)-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죽음 따위는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라는 듯이 쉽게 이야기하는 일도 잘 없다. 다행인지 요즘 책에서 자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등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종종 만난다. ‘서가명강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20년간 일해 온 법의학자의 시선과 통찰이 담겨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이란 나와 별게가 아닌 누구나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을까. 죽음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까 연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앞으로의 삶의 자세와 어떻게 하면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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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
진용주 지음 / 단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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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일본어공부를 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더 알고 싶다는 갈증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책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람의 생각이나 말하는 바를 표현하는 통로, 그것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하나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왜 미술관에 갔을까. 책이나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이른바, ‘종이밥을 먹고 살아왔던 저자는 반복적인 일상으로 피폐해진 삶을 보상받기 위하여 미술관 여행을 시작한다. 일본 열도 전국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 떠나기를 10여 년 동안 계속한 여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좋아했으니까 가능한 것이었다. 갔던 곳을 다시 가기도 했다. 계절을 달리하여 같은 곳을 찾아가 보는 일은 얼마나 설레는 일이었을까. 꽃이 있다가 녹음이 되고 단풍이 들고 마침내는 빈 가지를 드러낸 풍경 속에 놓인 미술관의 모습은 다른 얼굴을 보여줬을 것이다. 그림을 보고 또 무엇을 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해석이 먼저 따른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찾고 또 찾아가서 본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를 접하고 오해였음을 알게 된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한다. 그림은 벽에 고정되어 있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 오직 보는 사람의 생각의 변화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미술관을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다. 화가와 그림을 통해서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읽어내고 삶의 사유로 이어진다.

 

칸다 닛쇼 기념미술관

 

 

 

 도쿄에서 태어나 척박하고 황량한 홋카이도의 토카치에서 개척 농민화가로 살다 간 칸다 닛쇼를 소개하며 그의 격투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베니어판에 그려진 유작이며 미완성 작품인 <>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혹독한 가난 속에서 분투해야 했던 닛쇼의 절실함을 보여준다. 다 그리지 못한 말의 엉덩이와 뒷다리, 무엇보다 어쩔 수 없음의 체념이 가득 들어있는 눈빛에서 개척농민들의 절박한 삶을 읽는다. 주어진 삶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활달한 청년이었다는 닛쇼의 그림 속에는 개척과 식민의 땅에서 하루하루 버텨야 했던 노동자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림에 모든 것을 걸었던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작품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저자는 닛쇼를 사적 미술사에 첫 번째로 꼽는 애정을 보이며 그의 절실한 삶을 직접 보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카나자와 21세기미술관

 미술관은 왠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나 관심이 아주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 가고는 싶었지만(학생 때는 피카소 전시회를 본 기억도 있는데, 미술에서 멀어진 지 오래되었다.) 막상 어색해져서 실천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럴 때 접근하기 쉽고 친숙한 미술관이 있었으면 싶기도 했다.

 

 21세기 미술관은 마을 공원 같은 미술관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문턱 낮은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으로 탄생했다. 일본의 많은 미술관이 숲 속이나 산 위에 있는 공원에 만들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도서관이 아닐 수 없다. 미술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와서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그 바람이 매년 평균 150만 명이 넘게 찾고 있으며 2015년에는 전국 미술관, 박물관 중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니 대단하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플래닛 스카이>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이라 한다. 전자는 터렐 방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사각형의 구멍을 통해 하늘과 빛을 바라볼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되는 밝음과 어둠, 바람과 비와 눈, 구름을 긴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주저앉거나 혹은 누워서 바라볼 수 있다니! 또 투명강화유리로 만들어져 색다른 수영장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얼마나 놀랄만한 일인가. 붙박이처럼 붙어 있는 그림과는 달리 입체적이고 온 몸의 감각을 동원해서 느끼는 미술관이라니, 기존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장면이다.

 

건축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나오시마도 안도 타다오가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땐 사람들이 잘 몰랐다. 여러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모였다. 이사 오는 사람도 생겼다. 주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마을의 정체성도 생겼다. 커뮤니티의 힘이다. 지역은 건축과 삶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연환경, 역사적 재산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빌바오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은 구겐하임 미술관이지만,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은 빌바오가 가진, 요리와 같은 독자적 바스크 문화였다.”(P247)

 

 단지 이름 있는 건축가의 힘만이 아니라 지역민의 애착과 커뮤니티의 힘도 같이 실렸을 때 미술관 건축이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사느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구나 싶었다. ‘우리 마을에는 어떤 미술관이 있는가?’를 궁금해 하고 그 속으로 참여하고 공유할 때 우리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사가와 미술관

 칸사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가와택배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모은 컬렉션을 바탕으로 1998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화호() 가까이에 지었지만 미술관 부지의 대부분을 물로 채워 섬처럼 보이는 외관이란다. 2007년에는 교토를 대표하는 장인 가문 중 하나인 도예 가문 라쿠키치자에몬의 15대 당주와 협력해서 다실과 전시실을 둔 신관을 지었다고 한다. 라쿠키치자에몬이 디자인한 신관은 센노리큐의 말에서 가져온 슈와리(守破離)’ , 지키고, 부수고, 마침내 떨어진다 는 뜻으로 다도, 무도, 전통예술 등을 배우고 익히는 자세를 일컫는 정신이 깃들어있다는데. 얼마 전 다도에 관한 책을 읽은 적도 있어서 솔깃해진다.

 

 

 

사가와 미술관의 다실 모습.

 

 물과 빛이 만나 일렁이고 그림자들이 춤을 추는 미술관의 풍경을 얘기하는 부분은 이렇게 멋진 미술관도 다 있다니 정말 부러웠다. 그림이 아니어도 풍경을 보고 삶의 기쁨과 충만함을 얻을 수 있다면 이런 호사야말로 누려볼 만하지 않은가.

 

와카야마 현립근대미술관

  펜의 힘은 칼보다 세다는 말이 있다. 그림은 어떨까. 그림의 힘을 보여주는 이시가키 에이타로의 <K.K.K>가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19308월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마리온에서 백인 인종주의 단체 KKK(Ku Klux Klan)에 의해 흑인 청년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고 노래로 만들어졌다.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네

잎과 뿌리에 피가 흥건해

미풍에 검은 몸뚱이들이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 내걸린 이상한 열매

-노래 <Strange Fruit>중에서(P290)

 

 

 

이시가키 에이타로의 <K.K.K>

 부당한 폭력에 분노하고 가엾게 여기는 인정이 있었기에 세상에 알려졌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느냐에 따라 사건의 전후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금세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세상에 말을 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화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의 힘은 무척 세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카즈키 야스오 미술관, 야마구치 현립미술관

 

본 것은

보았다고 해라(P396)

(시인 이시하라 요시오의 <사실>의 한 구절)

 

짧은 시구가 강렬한 울림을 준다.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안 보고도 보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시구처럼 본 것을 본 대로 그린 화가 카즈키 야스오를 소개한다. 카즈키 야스오는 19434, ‘아시아-태평양 15년 전쟁의 막바지에 징집당하고 패전 후에는 시베리아로 끌려가 억류당하게 된다. 만주 침략과 중일전쟁에서 침략자이자 지배자, 학살자로 군림했던 일본인들의 악행에 대한 복수로 철조망에 걸린 붉은 시체를 보고 전쟁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한다. 억류에서 풀려 돌아온 카즈키 야스오가 보게 된 히로시마의 검은 시체를 앞세워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모습은 가증스러움이었다. <수경>, <그물침대>는 부모에게 버려진 상실감과 고독이 잘 드러난 작품이며 <시베리아> 연작은 노예처럼 팔려나간 60만 명의 군인들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시베리아를 그리면서 나는 다시 시베리아를 체험하고 있다. 나에게 시베리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꿀꺽 삼키고 나를 휘몰아 갔다. 이번에는 내가 시베리아를 캔버스 속에 넣어, 비틀어 엎어눌러서라도 그것을 파악하려고 한다. 육체가 시베리아를 체험하고 있을 때, 정신이 그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가혹하고, 너무나 어지러웠다. 나의 군대 생활과 포로 생활은 다 해야 고작 4년 반에 지나지 않는다. 벌써 그 네 배의 시간을 4년 반의 체험을 반추하는 것에 썼지만, 아직도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없다. 단지 내 육체와 기억에 각인된 상처를 단서로, 내가 그때 느끼고 보던 것을 최대한 충실히 보여주려 할 뿐이다.”(P409)

 

그렇게 보여주는 것으로 지도층이 얼마나 바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려는 우리에게 카즈키 야스오는 다시 한 번 일침을 놓는다. 오늘을 오늘로서 사는 것. 산다는 것은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밖에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은 없다. 오늘은 오늘의 그림을 그린다.”(P411).

 

해박한 미술사에 얽힌 역사적 지식과 화가, 건축가 등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감탄했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읽어가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풍경, 그림 속에 들어있는 안타까움과 고통의 이야기에 공명할 수 있었다. 좋아하다보면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고 전문가가 되는 모양이다. 또 저자의 감수성은 어떻고. 왜 미술관에 가는 걸까 했는데 이제 알았다. 우리가 책을 읽고 마음의 고통이나 상처를 치유 받듯이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자꾸 들여다보면 그림이 말을 걸지는 않을까. 서로 대화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모두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데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럽다. 특히 눈 내리는 풍경 속의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산속의 무릉도원을 지향했다는 미호뮤지엄, 석양이 아름다워 폐관시간이 일몰 후 30분 후로 맞추어져 있다는 시마네 현립미술관은 꼭 보고 싶을 정도다. 삶을 성장시키는 깊이 있는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알려주는 열정과 내공이 깃들어 있는 미술관 여행기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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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도쿄 - 공PD의 아주 깊숙한 일본 이야기
공태희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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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을 소재로 한 노래나 시가 얼마나 많은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골목길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오래 전 골목에 대한 내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여고시절 어느 토요일 방과 후에 자취방으로 신나게 뛰어가다가 골목길에서 이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놀라고 무서워서 몇 시간을 주변에서 뱅뱅 돌다가 해가 다 지고서야 집에 들어간 기억. 중고등학교 시절 여학생이라면 누구라도 흔히 경험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그 이후 골목에 대한 기억은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우리의 민속촌 골목이 그랬고, 5년 전 가족여행으로 간 교토의 골목이 그랬다. 특히 가랑비 내리던 기온 마치의 고즈넉한 풍경의 그 골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빡빡한 일정으로 수박 겉핥기에 그쳤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오래 걸어보고 싶다. 그 후 두 번의 도쿄 여행을 하고 만나게 된 골목 도쿄가 정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했던 여행과 몹시 대비되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도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고민했다.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 제대로 표현해야 할지 난감했다. 음악 방송 PD가 도쿄를 다룬 첫 책이란다. <PD의 여행 수다>에 스스로 출연 신청을 했다가 그가 자신 있는 일본 이야기를 하고 예상외의 큰 반응에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일본 입국 도장을 무려 이백 번이 넘게 찍었다는 여행 덕후답다. 골목 이야기만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 철도, 음식 등 깊이 있는 이야기, 펄펄 살아있는 구수한 입담이 끊이지 않는다. 어서 빨리 가보고 싶어 근질근질할 정도로 실감나게 이야기한다. 나는 도대체 어디를 돌아다닌 거지. 대로와 빌딩숲 사이를 돌아다녔으니 오래된 골목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쿄를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몇 군데라도 가 보았을 텐데. 그래 다음에 갈 때 가면 된다. 두 사람이 어깨를 붙이고도 겨우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골목, 그 안에서 오랜 세월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단골 고객과 부대끼며 살아온 그 골목 사람들을 꼭 만나보고 싶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히트를 친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고독한 미식가>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도 물론 두 드라마를 보았다. 좁디좁은 디귿자형의 카운터석에 삼삼오오 손님이 들어온다. 서로 안부를 묻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라, 실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심야 영업 역시 드높은 인건비 때문에 가능한 곳이 몇 군데 없고 드라마적 상상력과 낭만이 지나친 환상에 불과하다며 그것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은 드라마의 성공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구나 싶다. 실제 위치한 골목은 신주쿠 가부키초의 골든가로 작고 아담한 골목이란다. 어른 두 명이 어깨를 딱 붙이고 걸으면 꽉 찰 정도의 작은 이 골목이 신주쿠의 가장 큰 길인 야스쿠니대로에서 불과 30여 미터 거리에 있다고 한다. 이런 골목길이 도쿄 어디에나 있다는데. 이쯤 되면 우리의 대도시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우후죽순 들어서는 빌딩들에 밀려 정작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쫓겨나는 상황을 두고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골목이 골목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건강한 도시생태의 지표와 같은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쿄의 골목은 확실히 축복입니다. 여전히 번성하는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서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골목길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이건 조금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대도시가 아니고서는 골목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니까요. 도쿄의 골목이 여전히 건재한 반면 역시 대도시인 서울의 골목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과 도쿄, 사소하게 보이는 이 차이는 의외로 두 거대도시가 지닌 다양성의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도쿄의 다양한 취향의 총합은 확실히 우리보다 커 보입니다.’(p12~13)


 대를 이어 오래도록 이어가는 가업, 오래된 건물이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부러운 일이다. 무엇이든 새로 만들고 높이 만들려는 우리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편하다는 이유로 단지 형태로 지어지는 아파트촌을 볼 때마다 착찹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꼭 필요한 개발은 피할 수는 없겠지만 간직해야 할 것은 최소한으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나고 자라고 이웃을 이루며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며 수 십 년을 살았는데 다른 사람이 그곳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의 도시 뉴욕보다도 더 다양한 취향이라는 도쿄에서는 어떻게 이런 골목이 넘치는 것일까.   <고독한 미식가>그저 아저씨가 밥 먹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뭔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실상 알고 보면 대단한 가게가 아닌 평범하고 수수한 곳이다. 역에서 가까운 접근성과 아무 때나 들어가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혼밥과 혼술의 원조는 일본이 아닐까. 그들이나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힘든 현실을 밥 먹는 것이라도 좀 편하게 먹어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짠해지기도 한다. 이것이 두루두루 일본 동네식당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한 동네에서 십 수 년을 살아가는 일본이기 때문에 단골이 소중하고, 50100년을 넘어 노포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다니던 닌교초, 에도 시대 제일 번화가 니혼바시, ‘긴자 오브 긴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하골목이 있는 긴자4번가로 골목 덕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일본의 역사와 어우러진 도시의 역사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다. 에도시대만 해도 도쿄의 변두리에 지나지 않았던 긴자가 도쿄를 대표하는 곳이 되었고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책임지는 신주쿠나 롯뽕기, 도쿄만 일대를 매립해 건설된 오다이바는 도쿄의 근-미래를 보여준다. 그렇게 거대한 빌딩숲 속에 조그만 골목들이 얼키설키 숨 쉬듯 살아있다니 오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은 물론 각지에서 찾아드는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니 부러운 광경이다. 니혼바시, 신주쿠, 긴자 등 도쿄의 큰 도시를 돌아보면서 사람들 물결로 넘치던 모습은 경이롭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그 자체만으로도 일본의 힘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천국 일본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一生懸命,客?ばれるような?かない正直商?がけなさい

정성을 다해 고객이 즐거워하도록 거짓을 벗어버리고, 솔직한 장사를 마음에 새길 것.

   -(p92)-


 니혼바시에서 무려 5대째 가업으로 140년이 되어가는 요시노스시의 선대의 가르침이 묘한 울림을 준다. 오랜 세월 동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며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이렇게 소박한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운영할 수 있는 장인 정신이 우리에겐 몇이나 될까. 자본주의의 한 가운데인 21세기에도 이러한 정신으로 무장한 노포들의 힘이 오늘의 일본을 이루지 않았을까. 술꾼들이 바글바글한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의 정겨운 모습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보고 싶을 정도다. ‘추억 골목이라는 이름도 얼마나 멋진가. 딱 쇼와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좁은 골목이며, 단골과 뜨내기를 차별하지 않는 곳, 마음껏 사진 찍고 마음껏 마셔도 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환상이라는 <심야식당>이 없으면 또 어떤가. 골목에 대한 향수를 마음껏 느끼고 올 수 있으면 그만이지. 오래된 가게와 골목에 대한 행간에 가득한 애정이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함께 살아가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곳, 골목은 우리들 부모 형제들의 삶의 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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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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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예전에 길을 걷다가 인상이 정말 좋으시네요, 잠깐 차 한 잔 하시면서 얘기 좀 할까요?”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난 거기에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절대로. 난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였으니 꽤 오래된 이야기다. 어느 날 현관문을 열어둔 채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절에서 온 보살이라며 중년의 두 여자가 쑥 들어오더니 남편의 운을 재운을 좋게 하고 액땜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혼을 쏙 빼놓는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돈을 잘 벌게 된다나. 평소 입는 내복을 가져오라 하더니 불로 태우고 진지한 듯 나름의 의식을 치르고 나더니 50만원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그 시절에 그 금액은 적은 돈도 아니다. 깜짝 놀랐지만 안 줄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돈을 지불한 다음에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멘붕이 왔고 부끄러워서 털어놓지도 못하고 꽁꽁 싸매고 있던 비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깜빡 넘어갔을까 싶다. 준비도 없이 무방비상태에서 그들의 초전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나름의 위로였다고 할까.


 이 책 초전 설득은 전 세계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의 신작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쓴 책이 아니다. 33년 동안 연구하고 현장을 누비며 증명한 기록이다. 다단계 프로그램 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가고, 자동차 영업사원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직접 수강하는 등 다양한 직업군의 훈련 프로그램에 비밀 요원처럼 잠입하여 온몸으로 체험한 경험이 생생하게 들어있다. 한마디로 실천적 삶과 소통의 지혜로 재탄생한 심리학이라는 역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설득이란 개념은 꼭 마케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만 뜨면 신문, 미디어 등을 통해 쏟아지는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 둘러싸여있는 우리에게 있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우리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학의 정보가 들어있고 예상외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2.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3.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초전 설득(pre-suasion)’이란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P31)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전 설득을 당한 것이다. 현관문이라도 잠가 두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발을 들여 놓았고 회색 옷을 입은 종교인이라는 외관에 큰 의심도 없이 물리치지 못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나를 휘어잡을 수 있었고, 의도하던 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통한 의사전달자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며 그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날카로운 타이밍의 본질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새로운 점이다.’(P20)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사전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단순한 말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쌓아야 하는 신뢰감도 있겠고 거기서 싹튼 친밀감이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컨설턴트들의 말을 빌리자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고객으로부터 일을 받으라고 한단다. 이것과 더불어 타이밍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초전 설득을 위한 준비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확실한 설득 비법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설득하는 사람과 설득당하는 사람이 합의점에 도달할 확률을 꾸준하게 높이는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확률을 어느 정도만 높여도 결정적인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P34)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라도 배우고 익혀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의미의 설득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왔지만 타고난 설득력이 있든 없든, 방법에 있어 통찰력이 있든 없든, 화려한 언어적 재능의 유무에 관계없이 과학적으로 잘 정립된 설득의 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더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의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방식보다는 좀 고리타분한 방식이 설득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을 보면 설득이란 이론보다는 상호간의 심리와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득을 위한 사전 행동을 일컫는 용어가 나온다. 이것은 행동 과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프레임frame, 앵커anchor, 점화primes, 마인드셋mindset, 첫인상first impression을 통틀어 오프너opener’로 부른다. 이것은 설득 과정을 오픈하는 것이므로 그렇게 부르는데 한 가지는 설득 과정을 시작하는 역할이며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운을 떼는 출발선이다. 두 번째 방식은 기존 장벽을 없애는 역할인데 오프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굳게 닫힌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서 설득하려는 사람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설득은 타이밍이다. It’s About Time(ing)(P43)

 적절한 타이밍이야말로 설득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이 어이없이 설득에 넘어간 사례를 이야기한다. 설득이란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다. 설득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설득에 넘어간 사람이 있는 재미있는 아이러니. 저자는 유명한 경영대학원에서 이 책을 집필할 계획을 갖고 연구실을 배정받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부학장으로부터 마케팅 수업 강의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전화를 통한 설득이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대학원 측의 제반 사항의 혜택을 들은 직후 감사의 말을 전하고 마주한 상황에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이란 이렇게 절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설득은 자신에게 유리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화력 또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설득에 넘어가면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설득은 사기도 속임수도 아니고, 초점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집중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 홈스처럼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설문조사에 응하게 될 때 싱글-슈트single-chute질문이나 유도된 주의channeled attention’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질문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상대방의 주의를 유도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기념 축제에서 있었던 사례는 눈에 띄는 것의 중요성, 즉 관심이 집중될수록 중요한 것이 되는 사례인데, 이것은 여왕의 타고난 친절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본 성향이라는 것을 연구 결과로 보여준다. 초점의 대상이 원인이 되는 타이레놀 사건과 피터 라일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바로 당사자에게 불리한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이 되는 현상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메라를 찾고 의자를 움직여서 질문자와 나란히 카메라에 잡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혼자서 초점의 대상이 되는 불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과 고통스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은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조언까지 들어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친절함에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연상의 힘을 예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신경활동과 같은 내부적인 작용보다는 인간의 평가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과 같은 외부적인 결과에 더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다고 한다. 부정적인 말, 나쁜 말은 나쁜 생각과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 아닐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기 마련이다. 어떤 조직의 성취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하는 사람 등의 관련 이미지를 붙여놓고 보게 했을 때 초전 설득효과가 발휘되어 좋은 결과를 유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활용할 만한 이런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전설의 보험왕 펠드먼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보험왕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바로 당신이 퇴장할 때 당신의 생명보험금이 입장합니다.(P173)”라는 은유적 설명으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다.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은유 표현이 이렇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새로운 언어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언어의 주요 기능은 표현이나 묘사가 아니라 영향력의 행사라고 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은유가 얼마나 강한 특권을 발휘하는지 연구사례에서 알 수 있었고 최근에도 은유에 내재된 연상을 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놀라운 설득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연상 작용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연상을 피하라고 한다. 하루에도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걱정거리로 가득한 머릿속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077월의 한국 교회의 후원을 받은 21명의 봉사자가 납치되었는데 그쪽의 언어인 파슈툰족 말을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을 투입하여 협상한 결과 석방을 이루어낸다. 바로 친밀감으로 성공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장면을 보고 친밀감으로 느끼면서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쉬운 이름이나 발음하기 좋은 상호가 우세한 위치를 갖고 실적도 월등히 좋았다는 부분도 있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또 공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는 설득의 지리학 부분도 있다. 사무실이냐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냐에 따라 심리적인 감정이 좌우되고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제나 작업을 할 때 공간과 장소에 따라 심리적인 부담감과 편안함 사이의 괴리를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초전 설득은 우리가 항상 열망하는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을 느낌으로써행복한 삶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좋았던 일과 감사할 일을 생각하며 내용을 적는다거나 주의를 의식적으로 집중시키는 일련의 행동을 습관화 하는 것이다.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상호성 Reciprocation

호감 Liking

사회적 증거 Social Proof

권위 Authority

희귀성 Scarcity

일관성 Consistency

-여섯 가지 초전 설득 원칙-


 타인을 설득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동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듣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세부적인 사항을 보여준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설득의 심리학에서 다룬 주요 원칙이며, 새롭게 일곱 번째 보편적 원칙으로 연대감을 들어 함께 존재하기함께 행동하기에 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이 사회적동물이라는 명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사건의 사례를 보여주는 풍부한 자료수집에 감탄하게 된다.


 상호성의 원칙에서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팀장이었던 아부 잔달이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개인 맞춤형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버핏이 50주년 기념 편지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써서 투자를 지속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을 보면 진정 초전 설득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일본의 외교관인 스기하라가 수 천 명의 유대인들을 일본으로 탈출하도록 도운 이야기다. 야심찬 경력을 쌓아왔던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례로 우리는 연대감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설득이란 개념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것은 그 일이 과연 윤리적인 것에 바탕을 두었느냐에 있을 것이다. 부정한 사람이 있는 조직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그것을 눈감아주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면 그런 조직은 언젠가는 붕괴하게 될 것이다. 범죄 예방 분야의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예로 든다. 자신들은 잡히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는. ‘부정직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3대 종양을 들어 그 폐해를 세세하게 분석한다. 끝으로 설득의 효과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약속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예약을 해놓고 병원에 나타나지 않아 의료 복지 분야에 커다란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환자 스스로에게 기록하게 하여 비용을 줄인 사례다.


 『설득의 심리학이 설득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면 초전 설득언급한 여섯 가지 원칙에 윤리의식과 과학적 접근법을 규칙으로 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무엇이 아니라 언제에 초점을 맞추느냐하는 설득의 타이밍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이 설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필수적인 정보를 먼저 알고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초전 설득의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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