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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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오랜만에 일드를 보게 되었는데(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였다. 젊은 여성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어서 더 신기했었다. 참으로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드의 세계는 접할 때마다 놀랍다. 대충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겠구나 싶어서 이 책이 기대가 되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학교 2013년도 교양 강의 개설로 시작되어 지금은 대형 강의로 발전하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죽음에 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이 나왔다. 제목이 좀 섬뜩한 느낌이지만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이만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지 고민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이해하기 쉽고 잘 읽힌다.


 저자는 의사, 과학자, ‘부검을 하는 법의학자로서 마주한 여러 죽음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는 법의학자로 일하게 된 동기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죽음의 사례를 통해 개인적 불행을 감지하기도 하고 그것을 넘어 사회적 비극을 읽어내기도 한다. 개인적인 죽음이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의 사례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맨 얼굴, 우리 삶의 민낯을 이야기한다. 얘기치 못한 갑작스런 죽음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그리하여 그 원인을 밝히고 가해자는 죗값을 받도록 밝혀내는 것이 법의학자가 하는 주 임무인 셈이다. 이렇게 사망 판정을 하고 확정이 되면 대법원과 통계청으로 보내져 가족관계를 정리하고 사망 원인은 건강 정책이나 사회제도 등의 자료로 반영되는 일련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죽음 중에 특히 자살은 개인의 내밀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흐름과 무관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임을 말하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법의학자는 우리나라에 정확히 40명이라고 했다. 등록된 의사가 12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하면 정말 희소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주검을 통해서 의문사나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자란 자신의 소명이 있기에 가능하겠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2부 우리는 왜 죽는가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보아야 할까 하는 논쟁으로 시작하여 죽음의 변천사죽음의 시점’, 뇌사에 관한 논쟁과 다툼, 연명의료에 대한 분분한 논쟁을 이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일드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생각났다. 그들 스스로 7D업종이라고 말하는데, 법의학자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이다. “미래를 위해서라고.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난 사람의 메시지를 가족 등 지인에게 전해주는 것. 의문을 품었던 죽음에 대해 확실하게 원인을 밝혀주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통해서 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죽음은 실패가 아닌 자연스러운 질서라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 좋은 죽음을 위한 방법 등 2045, 영생의 시대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영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 또한 두려운 일이다. 삶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은 죽음이라고 했던가. 유한하기에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고민도 하고 쓸데없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떠나는 죽음보다는 미리 공부해서 준비하자고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종활의 사례와 임종 노트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p209)(마하바라타의 악역 주인공 카르나의 말.)-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죽음 따위는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라는 듯이 쉽게 이야기하는 일도 잘 없다. 다행인지 요즘 책에서 자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등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종종 만난다. ‘서가명강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20년간 일해 온 법의학자의 시선과 통찰이 담겨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이란 나와 별게가 아닌 누구나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을까. 죽음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까 연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앞으로의 삶의 자세와 어떻게 하면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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