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예전에 길을 걷다가 인상이 정말 좋으시네요, 잠깐 차 한 잔 하시면서 얘기 좀 할까요?”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난 거기에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절대로. 난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였으니 꽤 오래된 이야기다. 어느 날 현관문을 열어둔 채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절에서 온 보살이라며 중년의 두 여자가 쑥 들어오더니 남편의 운을 재운을 좋게 하고 액땜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혼을 쏙 빼놓는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돈을 잘 벌게 된다나. 평소 입는 내복을 가져오라 하더니 불로 태우고 진지한 듯 나름의 의식을 치르고 나더니 50만원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그 시절에 그 금액은 적은 돈도 아니다. 깜짝 놀랐지만 안 줄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돈을 지불한 다음에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멘붕이 왔고 부끄러워서 털어놓지도 못하고 꽁꽁 싸매고 있던 비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깜빡 넘어갔을까 싶다. 준비도 없이 무방비상태에서 그들의 초전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나름의 위로였다고 할까.


 이 책 초전 설득은 전 세계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의 신작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쓴 책이 아니다. 33년 동안 연구하고 현장을 누비며 증명한 기록이다. 다단계 프로그램 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가고, 자동차 영업사원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직접 수강하는 등 다양한 직업군의 훈련 프로그램에 비밀 요원처럼 잠입하여 온몸으로 체험한 경험이 생생하게 들어있다. 한마디로 실천적 삶과 소통의 지혜로 재탄생한 심리학이라는 역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설득이란 개념은 꼭 마케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만 뜨면 신문, 미디어 등을 통해 쏟아지는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 둘러싸여있는 우리에게 있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우리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학의 정보가 들어있고 예상외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2.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3.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초전 설득(pre-suasion)’이란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P31)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전 설득을 당한 것이다. 현관문이라도 잠가 두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발을 들여 놓았고 회색 옷을 입은 종교인이라는 외관에 큰 의심도 없이 물리치지 못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나를 휘어잡을 수 있었고, 의도하던 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통한 의사전달자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며 그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날카로운 타이밍의 본질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새로운 점이다.’(P20)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사전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단순한 말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쌓아야 하는 신뢰감도 있겠고 거기서 싹튼 친밀감이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컨설턴트들의 말을 빌리자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고객으로부터 일을 받으라고 한단다. 이것과 더불어 타이밍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초전 설득을 위한 준비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확실한 설득 비법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설득하는 사람과 설득당하는 사람이 합의점에 도달할 확률을 꾸준하게 높이는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확률을 어느 정도만 높여도 결정적인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P34)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라도 배우고 익혀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의미의 설득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왔지만 타고난 설득력이 있든 없든, 방법에 있어 통찰력이 있든 없든, 화려한 언어적 재능의 유무에 관계없이 과학적으로 잘 정립된 설득의 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더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의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방식보다는 좀 고리타분한 방식이 설득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을 보면 설득이란 이론보다는 상호간의 심리와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득을 위한 사전 행동을 일컫는 용어가 나온다. 이것은 행동 과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프레임frame, 앵커anchor, 점화primes, 마인드셋mindset, 첫인상first impression을 통틀어 오프너opener’로 부른다. 이것은 설득 과정을 오픈하는 것이므로 그렇게 부르는데 한 가지는 설득 과정을 시작하는 역할이며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운을 떼는 출발선이다. 두 번째 방식은 기존 장벽을 없애는 역할인데 오프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굳게 닫힌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서 설득하려는 사람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설득은 타이밍이다. It’s About Time(ing)(P43)

 적절한 타이밍이야말로 설득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이 어이없이 설득에 넘어간 사례를 이야기한다. 설득이란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다. 설득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설득에 넘어간 사람이 있는 재미있는 아이러니. 저자는 유명한 경영대학원에서 이 책을 집필할 계획을 갖고 연구실을 배정받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부학장으로부터 마케팅 수업 강의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전화를 통한 설득이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대학원 측의 제반 사항의 혜택을 들은 직후 감사의 말을 전하고 마주한 상황에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이란 이렇게 절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설득은 자신에게 유리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화력 또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설득에 넘어가면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설득은 사기도 속임수도 아니고, 초점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집중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 홈스처럼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설문조사에 응하게 될 때 싱글-슈트single-chute질문이나 유도된 주의channeled attention’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질문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상대방의 주의를 유도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기념 축제에서 있었던 사례는 눈에 띄는 것의 중요성, 즉 관심이 집중될수록 중요한 것이 되는 사례인데, 이것은 여왕의 타고난 친절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본 성향이라는 것을 연구 결과로 보여준다. 초점의 대상이 원인이 되는 타이레놀 사건과 피터 라일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바로 당사자에게 불리한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이 되는 현상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메라를 찾고 의자를 움직여서 질문자와 나란히 카메라에 잡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혼자서 초점의 대상이 되는 불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과 고통스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은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조언까지 들어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친절함에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연상의 힘을 예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신경활동과 같은 내부적인 작용보다는 인간의 평가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과 같은 외부적인 결과에 더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다고 한다. 부정적인 말, 나쁜 말은 나쁜 생각과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 아닐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기 마련이다. 어떤 조직의 성취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하는 사람 등의 관련 이미지를 붙여놓고 보게 했을 때 초전 설득효과가 발휘되어 좋은 결과를 유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활용할 만한 이런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전설의 보험왕 펠드먼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보험왕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바로 당신이 퇴장할 때 당신의 생명보험금이 입장합니다.(P173)”라는 은유적 설명으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다.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은유 표현이 이렇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새로운 언어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언어의 주요 기능은 표현이나 묘사가 아니라 영향력의 행사라고 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은유가 얼마나 강한 특권을 발휘하는지 연구사례에서 알 수 있었고 최근에도 은유에 내재된 연상을 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놀라운 설득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연상 작용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연상을 피하라고 한다. 하루에도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걱정거리로 가득한 머릿속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077월의 한국 교회의 후원을 받은 21명의 봉사자가 납치되었는데 그쪽의 언어인 파슈툰족 말을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을 투입하여 협상한 결과 석방을 이루어낸다. 바로 친밀감으로 성공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장면을 보고 친밀감으로 느끼면서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쉬운 이름이나 발음하기 좋은 상호가 우세한 위치를 갖고 실적도 월등히 좋았다는 부분도 있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또 공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는 설득의 지리학 부분도 있다. 사무실이냐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냐에 따라 심리적인 감정이 좌우되고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제나 작업을 할 때 공간과 장소에 따라 심리적인 부담감과 편안함 사이의 괴리를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초전 설득은 우리가 항상 열망하는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을 느낌으로써행복한 삶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좋았던 일과 감사할 일을 생각하며 내용을 적는다거나 주의를 의식적으로 집중시키는 일련의 행동을 습관화 하는 것이다.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상호성 Reciprocation

호감 Liking

사회적 증거 Social Proof

권위 Authority

희귀성 Scarcity

일관성 Consistency

-여섯 가지 초전 설득 원칙-


 타인을 설득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동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듣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세부적인 사항을 보여준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설득의 심리학에서 다룬 주요 원칙이며, 새롭게 일곱 번째 보편적 원칙으로 연대감을 들어 함께 존재하기함께 행동하기에 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이 사회적동물이라는 명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사건의 사례를 보여주는 풍부한 자료수집에 감탄하게 된다.


 상호성의 원칙에서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팀장이었던 아부 잔달이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개인 맞춤형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버핏이 50주년 기념 편지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써서 투자를 지속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을 보면 진정 초전 설득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일본의 외교관인 스기하라가 수 천 명의 유대인들을 일본으로 탈출하도록 도운 이야기다. 야심찬 경력을 쌓아왔던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례로 우리는 연대감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설득이란 개념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것은 그 일이 과연 윤리적인 것에 바탕을 두었느냐에 있을 것이다. 부정한 사람이 있는 조직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그것을 눈감아주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면 그런 조직은 언젠가는 붕괴하게 될 것이다. 범죄 예방 분야의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예로 든다. 자신들은 잡히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는. ‘부정직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3대 종양을 들어 그 폐해를 세세하게 분석한다. 끝으로 설득의 효과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약속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예약을 해놓고 병원에 나타나지 않아 의료 복지 분야에 커다란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환자 스스로에게 기록하게 하여 비용을 줄인 사례다.


 『설득의 심리학이 설득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면 초전 설득언급한 여섯 가지 원칙에 윤리의식과 과학적 접근법을 규칙으로 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무엇이 아니라 언제에 초점을 맞추느냐하는 설득의 타이밍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이 설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필수적인 정보를 먼저 알고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초전 설득의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