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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하는 뇌 - 기억력·집중력·공부머리를 끌어올려 최상의 뇌로 이끄는 법
마르틴 코르테 지음, 손희주 옮김 / 블랙피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뇌과학에 많은 관심이 있던 터라 읽게 되었다. 공부하는 중이어서 ’기억력, 집중력, 공부머리를 끌어올려 최상의 뇌로 이끄는 법‘이라는 부제가 시선을 끌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아주 만족스럽다. 일전에 읽었던 한소원의 『변화하는 뇌』는 뇌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와 ’뇌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부제의 내용대로 최상의 뇌로 만드는 비결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뇌는 인간이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마르틴 코르테는 브라운슈바이크공과대학 신경생물학 교수이며, 세포를 기반으로 학습과 기억, 망각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신경과학자이다. 『성취하는 뇌』는 최신 뇌과학과 신경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성과를 내는 뇌‘의 비밀을 담고 있다. 저서로는 『전두엽이 춤추면 성적이 오른다』, 『뇌는 청춘(Jung im Kopf)』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학생은 물론 직업과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 모두를 학습자로 염두에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학생부터 노년층까지 최적의 뇌를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활용도 낮은 당신의 뇌,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2장 뇌 기능 전반을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방법 3장 뇌의 노화를 늦추며 사는 법 4장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5장 똑똑한 두뇌를 만드는 방법이다.
1장 활용도 낮은 당신의 뇌,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흔히 머리를 좋게 한다는 방법으로 스도쿠, 십자말풀이가 한창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뇌를 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문제를 풀면서 재미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뇌의 성능을 향상하는 데는 유익하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뇌의 수행 능력은 호기심과 동기 부여가 끈기를 만나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는 ’그릿(Grit)’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음에 품은 고집스러운 열정과 이런 열정을 바탕으로 한 끈기를 의미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 재능이나 소질, 지능 지수보다 인내심을 갖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능력이 학습 결과를 더 많이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의 수행 능력은 호기심과 동기 부여가 끈기를 만나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2년 전 박민수 외 공저 『공부 호르몬』이란 책에서 멀티태스킹이 뇌를 혹사시킨다는 걸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여기서도 그것을 언급하고 있다. 뉴런의 최고 활동 속도는 겨우 1,000헤르츠(1초 동안 진동 횟수)인데 컴퓨터 시스템은 기가헤르츠(0이 9개 자릿수)로 뉴런보다 백만 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주의력이 흐려지고 뇌가 힘들어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산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 뇌는 주의 집중하는 정보들만을 인식하며 일시적으로 저장되는데 이를 ‘작업 기억’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뇌의 수행 능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도쿠나 십자말풀이, 뇌 기능 개선 영양제나 두뇌 트레이닝 앱이 아니라 ‘작업 기억’의 강도 조절이라는 것이다. 또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9가지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하기,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기, 운동하기, 브레이크 장착하기, 숙면하기, 목표 세우기, 시간을 통제하기, 독서하기, 의식적으로 중단하기 등이다. 특히 수면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튀빙겐 대학의 얀 보른(Jan Born)의 연구에 의하면 밤에 적어도 7시간은 자야 ‘작업 기억’이 충분히 쉴 수 있다고 한다. 일이나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2장 뇌 기능 전반을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방법
이 장에서는 뇌 기능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연상하기, 집중하기, 변화 주기, 함께 하기, 암호화 하기, 휴지기 갖기, 예측하기, 독서 하기, 역동적인 자아상 갖기, 무의식적인 루틴 버리기다.
앞서 언급한 멀티태스킹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이 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ADHD(주의력 결핍 장애)는 전두엽의 부족한 연산능력과 관계가 있으며 특히 ‘작업 기억’을 관여하는 뇌의 영역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겪는 사람은 매우 짧게 집중하며 쉽게 정신을 빼앗기는데 멀티태스킹이 바로 ADHD와 유사한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멀티태스킹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야 할 과제를 순서를 정해놓고 하나씩 처리하라고 한다. 그러면 시간은 적게 들이면서 두 배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심리학자인 러셀 폴드랙은 멀티태스킹으로 일하면 경험하고 처리한 것을 훨씬 적게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것은 ‘작업 기억’의 용량이 작다는 의미이며 결국 에너지를 아끼려는 뇌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리 수단과 노력을 기울여도 멀티태스킹을 절대 잘 해내지 못하며 여러 과제를 이리저리 번갈아 가면서 할 뿐이라고 했다. 또 실수를 하는 횟수는 많아지고 집중 시간은 짧아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능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니 꼭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기대이다.
무의식적인 루틴 버리기(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가급적 자세하게, 모든 세부 사항을 그려보는 일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목표가 확고할 때 뇌는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책읽기를 즐기고 있으니 독서는 그 자체로 유익한 두뇌 훈련법이라는 말이 정말 반가웠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습관과 연령에 상관없이 종이책을 가지고 공부했을 때 실제 장점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는 ‘종이책의 텍스트가 3차원적 질서를 따르고 뇌와 모든 감각은 물론, 몸 전체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P134)이라고 한다. 전자책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 냄새를 맡고, 읽으면서 남은 분량을 확인하는 일, 밑줄도 치고 포스트잇도 붙이며 읽는 습관은 종이책으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하는데 사고 과정에 신체적 구성 요소가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종이책이 갖는 우월함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진화 과정에서 기억이 공간 기억에 의거하는 뇌의 구조에 원인이 있다면서 발광 모니터보다 사람 눈을 덜 피곤하게 한다는 점 등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런 장단점이 있지만 둘 다 뇌를 영리하게 만들고 뇌의 성능을 개선하는 훈련방법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3장 뇌의 노화를 늦추며 사는 법
동안의 외모를 갖고 싶은 소망처럼 아마 젊은 뇌를 갖고 싶다는 소망도 크지 않을까 싶다. 알츠하이머나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가까운 주변에서 듣게 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는 뇌와 운동의 상관관계, 뇌를 위한 현명한 식단 짜기, 뇌는 쓸수록 젊어진다, 스트레스는 반드시 해소한다, 외로움을 피하라 등 뇌의 노화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환상은 갖지 말라고 한다. 뇌는 늙기 마련이기 때문에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이런 상황과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뇌에는 어떤 음식이 좋은지 알고 싶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고 놀랐다. 비만이란 흔히 말하는 건강과 미용상으로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비만이 뇌의 최대의 적’(P177) 이라고 했다. 특히 복부 둘레에 쌓이는 지방은 몸속의 염증을 촉진시켜 뇌에도 수십 년에 걸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뇌에 유익한 현명한 식사법은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먹고, 고기는 줄이고, 생선을 더 많이 먹는다, 포만감을 주는 단백질은 많이, 탄수화물은 적게 섭취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당분이 많은 과일 주스는 피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얘기를 작은 아이에게 말해줬더니 엄마가 책 읽고 이야기해 주는 걸 들어보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
4장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와 AI가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이에 앞서 2018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우버(Uver)차량의 사례를 든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어둠 속에서 길을 건너던 사람을 감지하지 못했고, 차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차량에 부딪히기 몇 초 전에 보았지만(해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기술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사람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때 아주 ‘나쁜 관찰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 디지털화된 학습 도구에 치우치기보다는 아날로그식과 디지털식 학습을 서로 절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뇌에 관한 오해는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뇌의 10퍼센트만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신경학자들이 이런 정의를 내린 적도 없으며, 1910년 미국의 한 서점에서 뇌의 잠재력을 10퍼센트 더 올릴 수 있다는 광고 문구를 이용해 책을 판매 한데서 와전되었다고 한다. 우리 뇌엔 이런 한계는 없으며 ‘가장 좋은 것은 평생에 걸쳐 배우는 것’(P243)이라고 한다. 더구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실제로 뇌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P246)고 했다. 공부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몸의 다른 신체기관은 사용할수록 노화가 빨라지지만 뇌는 정반대로 쓸수록 성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한 몸에 있는 기관이면서도 이렇게 반대되는 현상이라니. 그나마 모두 나빠지는 건 아니니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5장 똑똑한 두뇌를 만드는 방법
이 장에서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힘, 자긍심 갖기, 내면과 대화하기, 이성이나 직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의지력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키웠던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태교 이야기 말이다.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유익함은 물론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도 뉴런의 손실이 가장 적은 곳은 음악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는 뇌 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배 속의 아기에게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서 지능 지수가 높아지는 건 아니란다. 신화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제 태교는 그만두어도 되며 산모가 음악을 들으면 긴장이 풀리고 몸이 편안해진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내면과 대화하라는 부분은 최근 내가 활용해 본 방법이어서 놀랍고 반가웠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의 일이다. 원고가 정말 안 써져서 거의 한 달을 고민하며 힘들었었다. 그때 나는 매일 일기를 쓰며 나를 다독였다. 물론 글제를 떠올리고 목차를 생각하는 노력을 하면서 말이다. ‘좀 막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런 때도 있는 거지, 항상 잘 써질 수 있겠니. 넌 잘 쓸 수 있어, 결국은 써낼 거야.’ 나에게 이런 말을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하고 글로 쓰면서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응원했다. 그런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알맞은 주제가 떠올랐고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내용 전부를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내면의 대화’를 뇌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진짜 대화’로 여긴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상상 속의 ‘너’와 대화를 하는 셈이란다. 또 내면의 목소리가 맡은 역할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감을 낮춘다고 한다. 혼잣말은 용기와 신뢰를 불어넣고, 이를 통해 다시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게 하며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니까, 머릿속에서 자신을 위한 트레이너나 코치가 되라고 한다. 중요한 건 “넌 할 수 있어.”라고 끊임없이 주문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그릿(Grit)’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은 뇌과학 관련 책을 읽어왔지만, 이 책은 공부하는 나에게 ‘최상의 뇌’를 만드는 법을 선물해 주어서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유용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거의 페이지마다 밑줄을 쳐 가면서 읽었고, 게다가 재미까지 있어서 몰입하며 읽다 보니 금세 읽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인간의 뇌란 정말 신기한 존재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현재 공부 중이거나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공부머리를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