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 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도이 요시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제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밖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잔치에서 먹는 뷔폐 음식은 얼마나 우리의 오감을 얼마나 황홀하게 하는가. 맛과 색깔, 종류도 다양하게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최근 결혼식장에 갈 일이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배고플 때 엄청 먹을 것 같아도 두세 번 가져다 먹으면 더 이상 못 먹는다. 더구나 몇 시간 지나면 갈증을 느끼며 물을 마시기 바쁘다. 달고 자극적인 향신료로 무장을 한 음식이 갑자기 들어와서 속에서 놀랐을까. 계속되는 이 갈증은 뭘까 궁금해지고 살짝 마음이 꺼림칙해지기도 한다.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은 일본 가정식 연구가가 제안하는 집 밥의 미니멀리즘 혁명이다. 그간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삶을 살자는 메시지였는데, 이제는 식생활에도 미니멀리즘을 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것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트랜드가 아닐까 생각했다. 현대인은 못 먹어서보다는 너무 먹어서 각종 병에 시달린다. 단순하게 요리 레시피를 전달해주는 책은 아니다. 식생활과 삶의 철학적 사유라고 할까. 그것이다. 식사란 단순히 먹는 일만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먹으려면 해야 하는 일들 전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식사와 삶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일즙일채란 무엇일까. 바로 ,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절임을 말한다. 저자는 일즙일채를 일종의 시스템이자 이상이자 미학이자 삶의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살아 있는 한 먹는 행위를 멈출 수 없고,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면서 매일 무엇을 해 먹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단순한 , , 절임(채소 절임)’을 기본으로 삼으면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바쁜 현대인에게 최적의 식사이며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저자의 경험담에 호기심이 급 발동한다.

 

'가정 요리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먹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관련성을 깨닫고, 우리 모두가 각자 따뜻한 마음과 감수성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과 스스로 행복해지는 힘을 기른다.

일즙일채로도 충분하다는 내 제안은 지속 가능한 가정 요리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 제안의 이상적인 도달점을 질서를 되찾은 생활이다. 개개인의 생활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미를 되살리고, 세대를 넘어 전해야 할 생활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P103~104)

 

 요리에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내 삶의 중심이 날마다 돌아오고 싶은 집으로 바뀌고, 내 일상의 불편한 패턴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되돌리는 기적이 시작된다고 한다. 수고를 들이지 않을수록 맛있어지는 식사법이라는 역설에 반가운 마음이다. 매일 매일의 먹는 행위를 위한 준비가 스트레스 없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요리에서 실력이나 능력, 요령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장 순수하다. 그리고 순수한 것은 가장 아름답고 귀중하다. 이런 것들은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남는다. 부모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당시에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아이가 경험을 쌓아 어른이 된 후 언젠가는 분명 알게 된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가정 요리는 생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시미즈 히로시(생명관계학 전공의 도쿄대학 명예교수이자 약학박사)가 가르쳐줬다.’(P106~107)

 

  밥과 미소시루의 대단한 점은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맛을 첨가하지 않은 자연에 가까운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매일 같은 메뉴지만, 사계절 다양한 제철의 식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변화 있는 일즙일채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일즙일채를 식생활에 적용하게 되면 우선 그 간편함에 시간적인 여유에 혁명을 일으킬 것 같다. 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서 만들 수 있으니 버려지는 야채 없이 알뜰한 살림을 할 수 있다. 채소의 가짓수를 많게 하면 건더기가 반찬 역할을 한다. 조금씩 맛의 변화를 위해서는 여기에 생선이나 고기를 넣어서 영양적으로 균형을 이루면 된다. 미소 된장에는 식중독을 불러일으키는 세균이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O-157 같은 대장균을 넣어도 사멸한다니 놀라운 식품이다.

 

 

전에 일드에서 이런 음식이 자주 보였는데 미소시루였던 것 같다. 각종 채소는 물론 심지어 토마토까지 들어있었는데 처음 볼 때는 저걸 어떻게 먹나 궁금했었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은 꺼려지기도 하지만, 인공적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겐 항암작용이 우수한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 된장이 있다. 세계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된장으로 일즙일채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일즙일채(밥, 국, 채소 절임)의 예.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정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하는 것,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먹는 행위를 통해서 건강 유지는 물론 식사 문화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행위이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생물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요리 본능에서 인간은 요리함으로써 인간이 되었다(P145)고 했단다. 요리하는 행위로 인해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바뀌고 삶에 애착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식생활의 색다른 변화를 위해 좋아하는 그릇을 골라서 사용하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항상 같은 그릇에 아무 생각 없이 먹곤 했는데, 이런 것도 시도해보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하면서 애착을 갖고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일즙일채의 실천,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가끔 한번이라도 좋겠다. 심플한 식생활을 통해 삶이 좀 더 가뿐해진다면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의 관계도 즐거워지지 않을까아주 작은 변화가 모여 나중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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