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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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나만의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 그랬었다. 이 책은 전직 아나운서 김소영의 도쿄 서점 탐방기와 책방 운영기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어 열심히 활동하다가 의도치 않은 상황이 되고 앞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다가 선망의 대상인 직업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단을 내리고 책방지기가 되었다.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게, 자신만의 사업을 꿈꾸지만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이 멋져 보인다.


 이야기의 구성은 1. 책방에 간다는 것 2. 책방을 한다는 것 두 파트로 되어있다. 도쿄의 서점을 여행하는데 책방에서 얻은 정보와 사진 자료와 주소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마치 그 여정을 함께 하는 듯 실감난다. 또 여행의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가 아닌가. 분위기 좋은 카페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금세 푹 빠져 군침이 돌고 이 서점 탐방 여행이 부럽기만 하다. 소개하는 많은 서점 중 내가 가 본 곳 진보초 고서점 거리와 롯폰기에 있는 츠타야 서점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특히 인상적인, 진보초 서점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지고 이들의 저력을 짐작하게끔 해주었다.


 이제 책만 있는 서점은 좀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라나. 모든 것이 변화하듯이 서점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그가 만든 ‘북마크(Bookmarc)’가 패션의 메카, 패션 1번지 하라주쿠에 있는 아시아 1호점 이라니. 패션과 책의 조합에 의아해지지만 역시 창의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지루해 보이는 밋밋한 분위기보다는 다양한 아이템과 볼거리, 즐길 수 있는 이벤트,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인테리어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긴자 식스에 있는 긴자 츠타야는 전 세계의 유명 아트북 출판사와 협업하여 수만 권의 예술 분야 도서로 꾸민 서가가 있고, 장서가 무려 6만 권이 넘는다는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30년간 사진 평론가로 활동한 주인이 식당과 겸업으로 운영하는 사진집 식당 등 저마다 개성이 있고 특색 있는 서점도 있다. 또 상상하지 못한 은행 내의 도서관을 소개한다. 고객이 수없이 드나드는 은행, 왠지 재테크에 대한 책이 수북할 것 같은데 의외로 ‘꿈’에 대한 책으로 진열돼 있어서 놀랐다는.


 요즘 작은 책방이 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좀 된다 싶으면 우후죽순으로 늘기도 한다. 여기 이 작가도 그랬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으며 생업이기 때문에 유지 내지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하나에서 열까지 온전히 주인이 책임을 지는 일이다. 책을 골라 진열하고 소개를 해주고 파는 일까지 말이다. 어떤 서점인지 정체성을 드러내는, 책과 서점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북 큐레이션 이라는 전문 용어를 만나게 된다. 그냥 베스트셀러 위주의 보통 서점과 다른 개성 있는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보다 숨은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 같다.


 진보초의 ‘책거리(CHEKCCORI)’는 한국 책을 파는 서점이다. 일본의 서점가에서 한국 책이라니,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정말 놀랍다. 출판사까지 겸업으로 운영하는 김승복 대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기 전에 첫 번째로 출간했다며 무척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뿌듯해한다. 작가를 초청하여 북토크는 물론 일본 독자들을 상대로 한국으로 문학 투어까지 진행했다니 열정이 대단하다. 이 일을 ‘진작 할 걸 그랬다’는 말을 거듭했다는데 그 열정과 재미가 오롯이 전해진다. 천생 책을 좋아하고 일을 사랑하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감수해야 할 두려움이 있을 뿐이다. 안정된 울타리는 종종 도전의식을 약화시킨다.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 쉽지도 않고.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시도하고 도전했을까 궁금한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꼭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 아닌, 어떤 일이더라도 동기부여와 열정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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