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 풀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미 말했다시피, 이 소설 전체가 그야말로 묶기와 풀기, 정돈과 해체, 창조와 파괴의 연속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글쓰기는 창조보다 파괴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도 어느 정도는 진실이다. - P55


번역은 수없이 많은 무서운 복도의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걸어가는 일이다. 나는 트릭』의 주인공 삽화가에게서 실마리를 얻었다. 이 주인공이 부록에 적어놓은 말이 있다. "텍스트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작업의 첫걸음이다." 나도 이 말을 따랐다.  - P72

번역은 무엇보다 제거elimination의 과정이다. 문장 하나를 구축할 때마다 나는 수많은 가능성을 폐기해야 했다. 또한 번역은 본질적으로 기존텍스트의 파생물이다.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스타르노네 문체의 영매가 된 양 그가 쓰는 것처럼 글을 쓰고, 어떻게든 그의 글을 영어로 복사해서 붙여 넣고 싶었다.  - P73

오비디우스의 신화에서 에코가 처한 상황은 분명 자기 목소리와말을 박탈당하는 형벌이다. 그러나 이상적으로, 번역하는 사람으로서의 그는 이 ‘형벌‘을 고무적인 도전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전환한다. 번역가는 ‘반복‘함으로써 텍스트의 ‘분신double‘을 만들어내지만, 이때의 반복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상상력과 독창성과 자유로움을 요하는 연금술같은 정교한 공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를 복원하는 번역가의 행위는 제한적인 복제와는 거리가 멀다.  - P79

좋은 번역이 되는 트릭은 어느 것이 번역이고 어느 것이 원본인지분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번역이 번역처럼 느껴지거나‘ ‘들리는‘ 순간, 독자는 펄쩍 뛰며 비난하고 거부한다. 우리가 번역에 거는 엄청난 기대는 ‘진짜‘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러니 원문보다 훨씬 더 많은 요구 사항이 번역에 쏟아지는것이다. - P83

번역을 해보지 않은 작가는 나르키소스처럼, 좋든 나쁘든 지속 - P93

적인 내성內省에 갇히게 된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그에 반해 번역을 하는 작가는 주어진 언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 생각에는 결정적인 각성이다 동시에 크게 도약할 것이다. 번역하는 작가는 익숙지 않은 원천에서 샘솟는 신선한 지식을 손에 넣을 텐데, 이 자양분이 결국은 더 넓고 깊은 문학적 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번역은 가능성으로 가득한 지평을 열어 창작에 새로운 방향과 영감, 어쩌면 변화까지도 가져다줄 뜻밖의 길로 작가를 안내할 것이다. 번역이란 거울을 응시하다가 그 안에서 자기 외에 다른 이를 보게 되는그런 것이니까.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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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3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따뜻한 주말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12-25 12:47   좋아요 1 | URL
네, 덕분에 잘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곡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