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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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뒤랭의 집에 가는 길에 브리쇼를 만나게 되고 스완의 죽음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완의 죽음이 충격이었고, 당시 어린아이였지만 지금은 당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더 오래도록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화자의 말이 들어있다. 그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질베르트를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가책과 고통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스완이 대공과 가졌던 대화의 고백 상대로 화자를 선택했던 이유를 영원히 듣지 못하게 된 것, 부셰의 어떤 장식 융단과 콩브레에 관해서 스완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미루기만 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 그 어떤 사람의 죽음보다 고통을 주었기에 죽음에 관한 이런 생각에 이른 것 같다.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이고,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P14~15)

 


 브리쇼와 함께 마차에 타고 베르뒤랭의 집으로 가면서, 예전에 엘스티르가 기이한 행동이나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나타나서 당혹하게 했던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는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화자는 스완과 함께 했을 때 제대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일을 자책하고, 그가 훌륭한 달변가였다는 점을 회상한다.

 


 브리쇼와 화자가 베르뒤랭 부인 댁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몸을 휘저으며 두 사람 쪽으로 오는 샤를뤼스 씨와 마주친다. 화자가 발베크에 체류했던 첫해에 보았던 근엄하고 남성다움을 가장한 오만한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의 샤를뤼스 씨다.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면서 그가 애정하는 모렐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용인되지 않은 일은 아슬아슬하기 마련이다. 동성애 이야기 또한 그런 분위기가 짙었다. 거짓말을 하게 되고 속게 된다. 하인을 시켜 탐정에게 감시하도록 일을 맡기고 연회가 끝난 후 어쩌다가 샤를뤼스 씨가 모렐에게 온 편지를 실수로 보았다가 큰 고통과 놀라움에 빠진다. 유명한 여배우 레아와 모렐이 아는 사이였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샤를뤼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거짓말, 특히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 대한, 그들과 가졌던 관계며 우리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행동 동기에 대한 완벽한 거짓말,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것, 또 우리를 사랑하고 또 우리를 하루 종일 포옹하고 있어 우리를 자신과 닮은 존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존재에 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거짓말, 이런 거짓말이야말로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을 향한 전망을 열고, 또 마비된 감각을 일깨워 우리가 결코 알지 못했을 세계를 관조하도록 하는, 이 세상에서 드문 것 중 하나이다.’(P42)

 


 모렐의 거짓말이 들통나 고통에 빠졌음에도 샤를뤼스 씨는 모렐의 모든 것을 찬미했고, 모렐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으며, 연주회나 카드 게임에서 이긴 것처럼 기쁨을 느끼기까지 한다. 어딜 가도 모렐은 창녀나 종업원들이 바라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음악가로서 모렐의 재능과 명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남작의 마음이 느껴져서 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샤를뤼스와 달리 모렐의 속마음은 교활함도 느껴졌는데, 그런 그가 얼마나 샤를뤼스 씨의 마음을 헤아릴까 싶었다.

 


 알베르틴은 베르뒤랭의 집에 오고 싶어했는데, 뱅퇴유의 딸과 그 친구가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화자는 격심한 고통을 느낀다. ‘의 안색이 나빠지자 주변 사람도 그걸 알아차리게 된다. 헤어질 결심을 했으면서도 아직 마음 정리는 안 되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알베르틴의 숱한 거짓말을 들어왔고 그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화자의 마음속은 또다시 새로운 의혹으로 마음속이 혼란스럽다.

 


만일 우리가 팔다리 같은 것만 가진 존재라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마음이라 불리는 작은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마음은 병에 걸리기 쉽고 또 병에 걸린 동안에는 어떤 사람의 삶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극도로 민감해져서, 만일 거짓말이(중략) 그 사람으로부터 와서 우리의 작은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 외과 수술을 통해 그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P56)

 


 베르뒤랭의 살롱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 그대로 그려진다.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지만 좋은 풍경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인물이 살롱에 편입되고 나면 그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일게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에는 기존 친구들과 관계가 미세한 틈을 만들면서 알싸한 분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신도 하나가 베르뒤랭 씨 부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를 조롱하거나 그 버릇없는 태도에 두 사람이 분노의 시선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접하다 보니 살롱에 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초대된 것인지 궁금하다. 생틴의 경우는 샤를뤼스 씨가 여러 유보 조항을 붙여 허가했던 유일한 사람이라 한다. 이렇듯 베르뒤랭 부인은 자기 집에 초대해도 괜찮은 사람들의 이름을 제시했었다. 샤를뤼스 씨는 그다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사랑받는 건 아니었으면서도 살롱에 초대되는 사람들을 제외하거나 승낙하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베르뒤랭 부인은 여주인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며 싫어했고, 사교적으로도 샤를뤼스 씨에게 마이너스가 되었다. 초대한 사람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푼 만큼 실추시키는 일도 비례했으니 그 영향은 더욱 컸다.

 


 살롱에서는 샤를뤼스와 브리쇼의 사교계의 평판이나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길게 이어지다가 샤를뤼스에 큰 곤경에 빠지는 장면에 이루게 된다. 평소부터 샤를뤼스를 못마따하게 여겼던 베르뒤랭 부인은 샤를뤼스가 모렐의 험담을 했다는 둥 샤를뤼스가 없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이간질을 부추긴다. 급기야는 샤를뤼스가 젊은 음악가를 겁탈하려는 순간 베르뒤랭네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동성애라고는 해도 샤를뤼스가 모렐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모렐을 추앙하고 찬미한 죄밖에 없었는데. 이런 모욕을 받다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P273)

 


 샤를뤼스를 곤경에 빠뜨리고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베르뒤랭 부부가 화자에게 곱게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 부부에게 선입견이 생기게 마련이었을 것이다. 또한 알베르틴과 를 어떻게 하는 건 아닐까 의혹도 있었다. 그런데, 의사인 코타르가 큰 빚을 지고 곤경에 빠졌을 때 선뜻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흔히 우리는 자신이 본 것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지도 모른다. 악한 모습보다는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다는 통찰적인 문장에 깊은 공감이 간다. 나이어린 화자가 어떻게 어른들 틈에서 참을성 있게 대화를 듣고 있나 신기했는데, 머릿속에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알베르틴 생각으로 가득하다.

 


 알베르틴과 헤어질 결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었는데, 내용의 절반을 훨씬 넘기고서 나온다. 9권에서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화자의 심경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면 여기서는 뚜렷한 윤곽을 알려주는 것처럼 선명해진다. 발베크에서 처음 만났던 장면부터 앙드레와 뱅퇴유 양의 친구와 어울리면서 했던 말이 거짓말의 연속이었다는 것, 그로 인해 화자는 많은 고통을 받았다. 베르뒤랭네서 돌아올 때 알베르틴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집에 들어가 갇힌 여자를 만난다는 느낌 대신 갇힌 남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동안 의심을 하고 프랑수아즈의 도움을 받아 감시하는 등의 행동을 취했어도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는 일은 없었다. 궁금한 점을 모두 알아내려는 듯 둘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는 점점 알베르틴의 거짓말로 인해 비탄에 빠지고 절규한다.

 


어쩌면 우리가 입 밖에 내는, 거짓으로라도 하는 슬픈 말은 그 자체로 슬픔을 담고 있으며, 또 우리 마음 깊숙이 이 슬픔을 주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략) 모든 거짓말에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우리가 속이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불확실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런 이별의 연극이, 실제 이별로 이어진다면! 비록 사실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이는 듯하다.’(P282~283)

 


 화자는 왜 그렇게 알베르틴에게 집착했을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알베르틴에게 그 말을 전하고도, 좀 더 지내보자고 연장을 한다. 좀 우습기도 하고 우유부단한 성격도 느껴졌고, 그만큼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할머니와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여성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포르투니 의상에 요트, 마차, 자동차 등 그녀에게 베풀어준 것이 있으니 더 많이 소유했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이 주었으니 그녀가 그에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알베르틴은 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헤어지지 않은 것이 불행이었음을 절감한다.

 


알베르틴과의 삶은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때는 권태로웠고, 질투를 느낄 때는 고통스러웠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고 해도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P350)

 


 알베르틴에 대한 의 사랑을 압축한다면 위의 문장을 꼽을 수도 있겠다. ... 안타까운 사랑이지 않은가. 질투와 집착, 애착으로 점철된 사랑이라고 할까. 그녀의 거짓말을 듣고 고통만 당하지 말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해서 바로잡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저 혼자 아파하고 그녀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했던 화자의 나약함이 안타까웠다.

 


 다음 날 아침, 극구 말렸음에도 편지를 남겨 놓고 새벽에 알베르틴이 떠났다는 프랑수아즈의 말을 듣게 된다. 태연자약했지만 나는 숨이 막혀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녀가 에게서 멀어지려는 모습을 감지해야 했던 그 모든 것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열 권 시리즈는 여기서 막을 내렸다. 이제 겨우 의식흐름기법에 적응될 만하니 완독을 마쳤다! 다음 권이 나올 예정이라 하는데 이제는 내가 책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화자의 변화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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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16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축하드려요!!
다음 이야기가 저도 참 궁금합니다.ㅎㅎ 하루 빨리 번역되어
완성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나리자 2022-02-16 21: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미미님~
힘든 길 걸어 올라와서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느낌? 이라고 할까요?ㅎㅎ
뿌듯함이죠~ 우리 함께 기다려요~ 심심하지 않게!

굿밤 되세요~미미님.^_^

새파랑 2022-02-16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완독 하셨군요~!! 완전 고생하셨어요 ㅋ 저는 아직도 8권에 ㅜㅜ 내용도 다 까먹었어요 😅

모나리자 2022-02-16 21:48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고생했어요. ㅎ 흰머리가 몇 개는 생겼을 것 같아요.
다 까먹는 게 정상입니다. 리뷰에 많이 기록해 두시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편안한 밤 되세요.**

이하라 2022-02-16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는 무협지 말고는 10권이 넘는 책은 엄두가 않나던데 완독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2-02-16 2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이하라님~^^
마음먹고 실천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가능하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