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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신 - 워런 버핏 평전
앤드루 킬패트릭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윌북 / 2021년 8월
평점 :
투자의 신!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워런 버핏의 평전을 읽는 행운을 누렸다. 정말 감개무량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경제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워런 버핏이 아닌가. 전부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구는 첫째도 둘째도 돈을 잃지 말라는 금언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 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만큼이었다. 워런 버핏의 투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소탈하기로 소문난 그가 매일 같이 운동복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역시 천재들은 단순함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은 티에 청바지를 즐긴 스티브 잡스도 생각났다.
내용의 구성은 크게 1부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2부 워런 버핏의 투자 두 개의 이야기를 다룬다.
1부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1부 이야기에서는 가장 내밀한 워런 버핏을 알 수 있는 성장배경과 가족 이야기, 전설적 투자의 시작, 가치투자의 뿌리가 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이라는 책이 언급되며, 버핏의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일을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어서 성공할 수 있었겠지. 워런 버핏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문장들이 나온다. 이 중 버핏이 말했던 문장들은 주주총회나 다양한 매체에 실린 말에서 인용되고 있는데, 이 문장들만 보아도 워런 버핏이 어떤 사람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내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되도록 오래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나는 하루종일 탭댄스를 추는 기분이다. 정말 그렇기도 하다.(39P)
나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을 버는 재미와 돈이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43P)
탭댄스를 추는 기분이라는 말에 빵 터졌고 감탄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토록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니. 세계에서 가장 부자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소박한 옷차림과 검소한 생활을 하기로 유명하다. 지갑을 한번 사면 20년을 쓰고 처음 산 집에서 60년을 넘게 살았다. 한 번 멤버는 영원한 멤버다. 기부한 금액이 이미 50조 원을 돌파했다는 자선가. 그 천문학적인 그 수치를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즐기며 벌어들인 돈을 거의 기부를 한다는 건 보통 소시민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이런 내력에는 청렴결백한 정신과 보수적인 견해로 명성이 높았던 아버지를 존경했던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았다. 6살 때부터 코카콜라를 팔았던 그는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받지 않겠다는 요청을 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이미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 즐거웠고, 몸이 아파 쉬는 날엔 어머니가 대신해 주었을 만큼 열정이 엄청났다고 한다. 버핏의 최대 관심사는 숫자와 돈이었다. 성직자의 길을 가길 바랐던 아버지는 아들이 황금에 눈이 멀어 혼이 빠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19세에 네브래스카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했지만, 버핏이 너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하지만 전화위복처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그 유명한 『증권 분석Security Analysis』의 저자이며 버핏을 가치투자의 길로 인도한 교수다.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벤저민 교수를 찾아가 그레이엄 뉴먼 앤드 컴퍼니에서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자청했지만 거절당한다. 하는 수없이 고향 오마하로 돌아가 아버지와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그 후 1954년 그레이엄의 투자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항상 활기가 넘쳤고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방을 녹초가 되게 만들었고, 돈을 벌겠다는 야망에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고향 오마하에서 수많은 백만장자를 만들었고, 1950년에 이미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독파한 후, 수전과 결혼하고 신혼여행 기간에는 『증권 분석』초판을 읽고 있었다.
한편, 대외적인 명성에 비해 버핏의 자녀의 눈에 비친 워런 버핏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눈엔 그저 평범한 아버지였다. 세 명의 자녀들 모두 대학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무도 끝까지 공부를 마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농장 일을 사랑한다는 아들 하워드 버핏은 아버지는 잔디 깎는 기계조차 다룰 줄 모른다고 말한다. 투자의 귀재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어린아이에 가깝다고 했다. 라디오를 켜는 것도 팩스 사용법을 잊어버려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정도라니. 풀을 깎고 울타리를 손질하고 세차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일 정도로 아는 게 많은 아버지에게 기가 눌릴 정도였다. 농장에서 눈을 치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는 하워드 버핏의 얘기를 접하면서 어쩜 그렇게 행복을 느끼는 대상도 다른지 웃음이 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경하는 아버지이며 대부분의 재산이 사회에 환원된다는 것을 수긍하고 있는 이 가족들이 대단하게 생각되었고 감동적이었다.
2부 워런 버핏의 투자
워런 버핏의 성공이 놀라운 것은 그것이 주식투자만으로 세계 1위의 부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2부에서는 성공의 철학, 승리의 원칙, 도전과 성취의 대장정, 버핏의 CEO친구들, 투자세계의 본부, 버크셔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려준다.
어떻게 주식투자만으로 거대한 부를 이루었을까. 버핏은 해마다 연 평균 2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워런 버핏에 대한 말이라면 귀가 쫑긋해질 것이다. 약 60년 전 ‘버핏 투자조합’을 설립한 후 4만 배 이상 돈을 불어났을 것이라고 한다. 버핏의 투자관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는데, 절약의 원칙, 효율성의 원칙, 균형과 도전의 원칙이다. 그중 절약의 원칙에 들어있는 항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싸게 사서 팔지 않는다.
2. 낭비 없이 투자한다.
3. 부채를 최소로 줄인다.
4.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5.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다
6. 복리의 마력을 잊지 않는다.
7. 차익거래에 힘을 쏟는다.
8. 전체보다 일부를 매수한다.
참 단순하다. 이렇게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주식투자 모습을 보면 이와 반대로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단타를 하고 신용매수를 하고 시세를 보며 하루하루의 등락에 희비가 엇갈리며 감정과 시간 낭비를 한다. 예전의 나도 그랬다. 단타를 해서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싼 동전주에 손을 댔다가 상폐를 당한 적도 있다. 60년이나 보유할 수 있었던 인내심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동안 크나큰 위기를 어떻게 견뎌왔을까. 주식을 하나의 사업체로 바라보고, 당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에서 신뢰할 만하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찾고, 오랫동안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버핏의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9.11 테러로 인해 눈 깜짝할 사이에 22억 달러의 손실이 생긴 상황에도 단 한주의 주식도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던 건 워런 버핏이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버핏은 1929년 공황을 겪은 아버지가 조용히 집에서 보낸 결과 그다음 해에 자신이 태어났고 그래서 크나큰 ‘주가폭락’도 언제나 느긋하게 견딜 수 있었다는 말이 재치있게 다가왔다.
1956년에 버핏에게 1만 달러를 맡겼다면, 오늘날 세후 수익으로 4억 달러 이상 불어났을 거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수치다. 감히 평생 만져볼 수 없는. 일생 동안 “도대체 워런 버핏이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고 살았던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1991년 8월 16일 채권 거래 스캔들로 뉴스를 장식하던 살로먼 제국의 구세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스티브 포브스는 “워런 버핏이 없었다면 살로먼은 파산했을 것‘이라 했고, 버핏은 자신이 일군 정직한 부의 결실로 살로먼을 구제했고 월스트리트 관행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또 워런 버핏과 함께 일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를 비롯하여 빌 게이츠 등 신뢰하며 오랫동안 함께 했던 CEO 친구들에 대한 부분도 좋았다. 평생을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선한 부를 쌓고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그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우리 사회에는 왜 이런 기업이 없고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부자들은 넘치는 걸까,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고, 지금도 세계 강국이지만 이렇게 위대한 투자자, 워런 버핏의 기부와 다른 유명 인사들의 기부문화가 정착된 분위기를 보면서 미국의 저력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 워런 버핏 평전은 단순한 투자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자신의 열정을 바치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투철한 직업정신과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고, 타인을 위한 아름다운 인간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자로만 알려진 워런 버핏의 감춰진 순백의 천진함과 있는 그대로의 워런 버핏을 보았다고 할까. 91세라고 한다. 그가 사후에 버크셔는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많은 우려와 관심을 표명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버핏의 대답은 죽은 다음에도 5년 정도는 더 일 할거라는 말을 했단다.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표현한 말일 게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그가 말하듯이 캔버스에 멋진 그림을 완성했으면 좋겠다. 또 이 책은 저자 앤드루 킬패트릭이 첫 출간 1992년부터 버핏의 장대한 투자 행보를 따라 왔으며 1,2년 마다 꾸준히 개정판을 내고 있다 한다. 이 여정을 위해 1년 중 364일은 자료 수집과 집필에 할애하고 나머지 하루는 해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다고 한다. 그만큼 충실한 사실에 근거한 워런 버핏의 평전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위대한 투자가, 워런 버핏의 일과 삶에의 열정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소중한 독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