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을 통과해서 그런지 2권은 읽을 만했다. 스완의 사랑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불행한 사랑 이야기가 아주 길게 이어진다. 벼락부자가 된 베르뒤랭 씨의 저녁 파티에 오데트의 꼬임에 빠진 스완이 초대된다. 이 모임은 작은 동아리’, ‘작은 그룹’, ‘작은 패거리로 불리며 가입하기 위한 소정의 조건이 있었는데 어떤 신조를 말없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항 중의 하나가 베르뒤랭 부인이 후원을 하며 칭찬하는 젊은 피아니스트가 프랑테와 루빈슈타인을 능가하며’, 코타르 의사가 임상학에서는 포탱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모임의 조건에 어울리게 화가, 의사 코타르 부부 등 당시 명망 있는 귀족들이 모여서 음악과 미술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한마디로 당시 파리의 살롱 문화를 제대로 엿볼 수 있다.

 



스완과 만나기를 원했던 오데트와 극장에서 대면하게 되는데, 스완의 눈에 비친 오데트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묘한 감정이 복잡하게 일어난다. 그는 거장들의 그림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얼굴 특징을 찾아내는 특이한 취향이 있었는데,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오데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시스티나 성당 벽화 속 이드로의 딸 제포라의 얼굴에서 오데트를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사랑과 질투로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이 진전되는 과정은 안타까우면서도 정말 재미있다. 처음엔 오데트가 스완에게 거의 구걸(?) 하듯이 스완을 만나고 싶어했다. 스완이 오데트의 집에 갔다가 담배 케이스를 두고 왔는데 오데트는 왜 당신 마음도 두고 가지 않으셨나요. 마음이라면 돌려드리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써서 편지를 보내온다. 오데트의 표현이 참 시적인 것 같아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런 오데트의 마음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뺏기고... 스완은 질투와 절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스완의 사랑 이야기는 330쪽이 끝나도록 길게 이어진다. 그러니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다 할 수는 없다. 인용 문장 몇 개만 읽어도 스완의 애타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내가 둘 중 하나인 당사자라면 재미없고 슬픈 일일 것이다. 남의 사랑 이야기라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모든 남자가 오데트의 애인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염세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그의 질투는 처음에 오데트에게서 맛보았던 그 관능과 즐거움보다 더욱 스완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고, 또 그 성격이 나타나는 겉모습까지 남의 눈에 완전히 달라 보이게 했다.(P170)

 


야식이 끝나면 그녀가 어쩌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는 어떤 충동적인 생각으로 포르슈빌의 품에 안길지도 모르니어쨌든  가증스러운 여행의 비용을 그가스완이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녀를 막을 수만 있다면그녀가 출발하기 전에 발이라도 삐어 준다면! (P199)

 


그리고 스완의 사랑이라는  병은 너무도 확산되어 그의 모든 습관이나 모든 행동그의 생각이며 건강이며 수년이며 생명이며 심지어는 그의 죽음 뒤에 그가 소망하는 것에까지도 밀접하게 섞여 그와 하나를 이루었기 때문에스완 자신을 거의 전부 파괴하지 않고는 그로부터 제거할  없었다외과 의사 말대로 그의 사랑은  이상수술할  없는 병이었다.(P210)

 


인간적인 상념이무언가 휴식과 명상의 순간에 전념할 때 모든 이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런 착한 감정이노란 광선처럼 그녀 눈에서 분출되었다 그녀 얼굴 전체가 구름에 덮인 잿빛 들판이 석양빛으로 비쳐 구름이 걷히면 갑자기 변모하듯 환하게 밝아졌다그런 순간이면 스완은 오데트 마음속 삶이나 그녀가 꿈꾸듯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조차도 그녀와 공유할  있을  같은 생각이 들었다. (P219)

 


 삶이란  놀랍다이렇게 엄청난 뜻밖의 일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요컨대 악덕이란 것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퍼진 모양이다. (P305)

 


 

 마음에 들지도 않고  스타일도 아닌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의 여러 해를 망치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가장 커다란 사랑을 하다니!"(P330)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부르짖던 스완, 그렇게 그의 사랑이 끝난 줄 알았다. 그 이전에 오데트의 과거를 알게 되고 가엾은 연민을 느끼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한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데트는 꽤 스완의 애를 태우더니, 그래도 사랑의 결실을 맺어서 다행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3부 고장의 이름에서는 스완과 오데트가 결혼하여 딸 질베르트를 낳았는데 화자는 또 질베르트를 좋아해서 쩔쩔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질베르트는 엄마 오데트를 닮았는지 꽤 화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P407)

 



 3부 고장의 이름에 나오는 위의 문장(끝부분)을 읽으면서는 오랜 유년의 기억 속에 골목, 친구들의 웃음소리, 한낮의 비둘기 울음소리 등이 떠올랐다. 화자의 말처럼 추억이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모두 변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데 우리 기억 속에만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 덧없음이여.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1905년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귀족들의 살롱에서 살다시피했던 딜레탕트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파리의 가장 번화한 오스만 거리 102번지에서 낮에는 자고 밤에는 글을 쓰는 긴 칩거 생활 끝에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20세기 최대의 문학적 사건으로 기록된다는 이 작품 말이다. 칩거한다고 해서 누구나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닌데. 그 위대한 칩거 덕분에 우리는 19세기 말 벨 에포크시대 사회상을 알게 되는 것이다. , 이렇게 2권을 완독했구나.3권도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좋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4-27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면서 구경만 하는 책~ 2권 완독 축하 및 3권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모나리자 2021-04-28 11:20   좋아요 3 | URL
2권만 같아도 술술 읽을 것 같은데 3권은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지..
저도 기대되는데요?ㅎㅎ
감사합니다`새파랑님.^^

청아 2021-04-27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2권 완독 수고하셨어요ㅋㅋ👍

모나리자 2021-04-28 11:2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미미님~^^
거꾸로 잘 읽고 계시죠??ㅋㅋ

oren 2021-05-10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권을 완독하셨으니, <꽃핀 처녀들의 그늘에서>(3,4권)도 아주 재미있게 읽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아직 4권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아무쪼록 끝까지 쭈욱 완독하시길 학수고대합니다.^^

모나리자 2021-05-10 20: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oren님~~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나네요.ㅎ
열심히 읽겠습니다. 한달 1권 계획이라서 연말까지 가야 끝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