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 - 평화로운 부활동 시작 방법
키자키 나나에 지음, 미즈노 미나미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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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농구의 신이라니... 어딘지 조금은 허세가 느껴지는 제목 같아서 내용도 제목만큼 가벼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과 그 또래 아이들의 다소 가볍고 경박한 말투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느껴졌고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 없을 거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나름대로 깊이 자신의 길이나 친구와의 교우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의외로 깊고 진지하다는 점에서 내 예상의 반은 틀렸다.

주인공인 이쿠는 초등학생 때 미국에서 본 마이클 조던의 경기에 단숨에 매료된 후 일본으로 돌아와 그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농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활동으로 농구부 가입을 끈질기게 권유하는 선배의 요청조차 일주일이 넘게 무시하고 있을 정도로 농구를 하는 걸 꺼리고 있다.

사실 이쿠는 농구부로 현에서 가장 유명한 코토가노 고교 입학을 목표로 코토가노 사립 중학교를 어려운 시험을 치러서 입학할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중학교에서의 뼈아픈 경험으로 인해 코토가노 고교 입학조차 포기하고 전혀 상관없는 현재의 고등학교인 안죠 고등학교로 입학을 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농구를 피하고 회피하려 노력했던 이쿠였지만 심각한 그의 결심에 반해 너무나 쉽고 어영부영하게 농구부로 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은 조금 어이없을 정도인데 그렇게 된 데에는 현재의 농구부를 만들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쥰야의 영향이 크다.

쥰야는 중학교 때의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서하지 않고 있는 이쿠에게 농구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닌 함께하는 단체경기임을 새삼 일깨워주며 승패 여부는 혼자서 책임질 사항이 아니라는 말로 이쿠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이쿠는 농구를 좋아하는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또래의 친구들의 의견은 그와 다른 아이들이 많아 이쿠의 충고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잘난척하는 걸로 비쳐 또래집단에서 배척당하고 놀림감이 된 아픈 경험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이쿠와 쥰야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노력은 하기 싫어하지만 경기에선 이기기 싶고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패배의 원인으로 자신들의 노력 부족을 탓하기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모자란 점을 잡아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비겁한 방법을 주로 쓰는데 이쿠를 괴롭히던 중학교 때의 농구부원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렇게 다수의 비난은 이쿠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무너뜨렸고 농구에 대한 열정마저 꺼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런 걸 보면 누군가의 실수에 너무 지나친 비난을 하거나 한 사람을 상대로 다수가 상대하는 건 비겁함을 넘어서 한 사람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지금 현재도 불특정 다수가 한두 사람을 집중 공격하거나 매도하는 걸 너무나 흔하게 본다. 그것이 당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대미지를 주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때론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창 주변 시선에 예민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들의 의견이나 의사가 더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힘들더라도 한 발 더 다가서는 법이나 자신의 의사를 부정적인 언어가 아닌 긍정적인 언어로 돌려 말하는 법 그리고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고 하다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이쿠와 쥰야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농구의 신은 확실히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된다.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던 아이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농구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게임을 통해 그리고 있는 농구의 신은 아이랑 같이 읽어도 좋을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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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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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면서 그 남자에게서 가슴 떨림을 느끼는 여자 사키코

그녀는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노모에게 맡겨 둔 채 사랑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다.

늘 남자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는 여전히 엄마이기보다 여자이고 싶은... 그러면서도 매번 나쁜 선택을 해 점점 더 수렁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방학을 맞은 딸아이를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해 며칠을 보내면서 어느새 딸아이가 가슴이 나와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 여자가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스스로를 엄마의 자질이 부족하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음 편에서 그녀의 딸 지하루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역시 딸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버린 채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늘 나쁜 선택을 하지만 사랑을 찾아 떠도는 사키코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게 지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하루가 왜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지 그녀가 20대 초반의 나이에 옷을 벗은 채 춤을 추는 무희가 되어야 했는지의 과정을 지하루의 시점이 아닌 그녀와 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엮인 사람들의 입과 관점을 통해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녀 지하루의 성격과 묘하게 어울린다.

남과 잘 섞이지 못하고 어딘지 부족한 듯 거절하지 못하며 행동도 어눌한데다 표정조차 거의 없는 그녀지만 유달리 큰 가슴 때문인지 남자는 항상 끊이지 않는 편인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그런 신체 조건은 불행의 시초나 다름없었다.

어린 나이에 낙태를 경험하고 흘러흘러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희가 되고 술집에 나가는... 80년대 신파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지하루의 인생은 볼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지만 이조차도 평범하지 않다.

그야말로 불행한 여자의 전형을 보는듯한 지하루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기에 이런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볼 뿐...

그래서 끝이 없는 그녀의 불행이 언제쯤 끝이 날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사키코... 그런 엄마의 모습과 비슷한 듯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지하루... 그리고 그녀가 낳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우지 못한 아야코

여자 3대의 모습을 연작으로 엮은 별이 총총은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걸로 유명한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선 지하루의 심리를 전혀 표출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처한 상황만 전달할 뿐...

지극히 불행해 보이는 삶이지만 지하루는 그 속에서도 자신이 마음속에 있던 그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 시를 쓰는데 그 시가 참으로 적나라한 듯 현실적이다.

늘 말이 없고 어눌해 보이는 그녀지만 그 속에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놔두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녹아있는 듯하다.

뭔가 안타깝고 씁쓸하면서 왠지 지하루의 삶이 마냥 불행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예감을 하게 하는데 그 바탕에는 그녀의 딸 아야코가 있기 때문인듯하다.

덤덤한듯 서정적으로 그려놓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온...기억에 오래남을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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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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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에 있다고 믿으면 보인다는 투명한 카멜레온의 이야기는 확실히 동화적이었다.

가난한 친구의 거짓말을 도와주고자 시작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눈에도 카멜레온이 숨어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단 고백에서 기리하타 교타로의 성격을 알 수 있듯이 그는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상처에 동화되는 감정이 뛰어나다.

하지만 외모에 자신감이 없고 성격조차 소심해 자신의 그런 감정은 자주 다니는 술집 IF에서만 조금씩 드러낼 뿐이고 그저 자신이 하는 라디오 디제이 일에 충실한 남자이다.

그가 매일 들르다시피하는 술집 IF는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고 그저 그곳을 자주 들러 그날 하루의 피로를 수다와 술로 푸는 사람들뿐인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IF에는 모이는 사람의 면면도 조금은 평범하지 않다.

엉뚱한 장난을 일삼고 이상한 농담을 하면서도 편안한 그곳에 어느 날 한 여자가 들이닥쳐 이상한 소릴 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미카지 케이

그녀는 자신이 기리하타의 오랜 팬이고 그가 하는 라디오 방송을 매일 듣는다는 말을 하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던 기리하타는 그녀가 오해하는 대로 바의 다른 손님이 자신인 것처럼 연극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연극은 곧 들통이 나고 그걸 빌미로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달라 당당히 요구하는 케이

여기서부터 그들은 모두 엉뚱하면서도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이상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해하려는 것이 분명한 그녀의 계획이 사실 들여다보면 진심으로 그 대상이 다치거나 잘못되길 바란다기 보다 뭔가 이런 소동을 피우면서 가슴속의 응어리를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이상하고 엉뚱한 제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들어주는 건 분명 평범하지 않은 일인데 사실은 그들은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케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나 큰 상처로 고통받을 땐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작은 위안이 되고 그것이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겪어본 사람들이기에 케이의 거짓말에도 너그러울 수 있었다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바의 이름이 IF라는 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매일매일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기리하타가 그들 모두를 이어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라는 남자도 참으로 독특하다.

누구나 한 번쯤 고갤 들어 다시 보게 하는 목소릴 가졌지만 탁월한 목소리에 비해 너무 부족한 외모는 오히려 그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다 히키코모리 생활도 했지만 그런 그를 포기하지 않은 엄마가 사다 주신 라디오를 통해 조금씩 걸어 나올 수 있었던 이력을 가진 그는 너무나 세심하고 감수성이 예민했기에 약간의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숨어버리는 카멜레온을 닮아있다.

평범한 모습 속에 각각의 사연이 있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모여 가벼운 농담과 술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한잔 술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또 내일을 위해 힘을 내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있는 지금 자신이 만들어서 음파를 정확히 잡아내는 것도 아닌 조금은 불완전한 게르마늄 라디오를 좋아하고 불완전하지만 그것이 좋다는 그의 말은 너무 그럴듯해서 거짓말처럼 느껴지는데도 그럼에도 그의 말에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약하기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완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처음은 뭔가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은밀한 분위기였다 이상한 소동에 휘말리는 부분에서 엉뚱함이 그리고 작정한듯한 결말은 동화적인 느낌이었는데 평소의 그의 작품과 분위기가 달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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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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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항설백물어는 우리가 어렸을 때 무서워하면서도 숨죽여 보던 전설의 고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분명 누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믿기 힘든... 도저히 사람의 소행이라 할 수 없는 일들이 보란 듯이 발생하면 사람 이외의 그 무엇 즉 초자연적인 것의 소행이라고 치부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위로를 삼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다를 바 없다.

이 책 항설백물어에서의 사건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도저히 사람의 소행이라 볼 수 없는 이상하고 기괴하기까지 한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사람의 소행이 아니니 피해자는 있어도 범인을 속출해내기 쉽지 않다.

멀쩡한 여염집 아가씨가 어느 날 갑자기 백주대낮에 사라졌다 아이를 안고 나타났는데 아가씨를 끌고 간 것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괴담 속 주인공인 산 사내라면 그는 요괴일까 사람일까

어릴 적 기억으로 자신의 아비가 한 여자로부터 자신을 받아들었고 그 여자는 빛나는 백로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날아갔다면 그 아이는 사람의 자식일까 아님 소문처럼 마물의 자식인 걸까

이렇게 얼핏 들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기다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이 일본의 개화시기와 맞물려 옛것의 가치와 관습이 변해가는 즈음이란 것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습을 타파하고 오래된 것을 저어하는 시기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나 습관 같은 게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힘든 법

그래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 예전처럼 요괴의 짓이나 요물 혹은 그 무엇의 소행이라 하고 싶어도 개화된 선진 시민이 그런 미신을 믿을 수는 없기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때 기담과 괴담을 좋아하던 4인방 중 한 사람인 겐노신이 마침 순사여서 사건을 보다 소상히 알 수 있었고 나름대로 4명 모두 괴담에 대한 지식도 있고 그중에 외국물을 먹은 이도 있어 이들 4인방에게 이런 사건은 구미를 돋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들에겐 젊을 적부터 온갖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고 경험한 일당백의 잇바쿠옹 즉 모모스케도 있으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자 그 누가 있으랴

겐노신이 도저히 사람의 소행이 아닌 것 같은 수상한 사건을 들고 오면 4인방은 각자의 지식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괴담을 찾어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다 벽에 부딪히면 만물박사 같은 모모스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고 그러면 모모스케는 예전에 자신이 겪었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두 사건 간의 공통점을 찾아 현재의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아 진상을 밝혀낸다는 식으로 되어있다.

이 앞의 이야기들이 좀 더 무겁고 어두웠다면 이번 편에선 역시 귀신이나 요괴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걸 깨닫게 해주지만 전편보다 좀 더 현실성 있는 사건 해결을 보여주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개화의 속도에 맞춰 사람들의 의식도 변화한 까닭이 아닐까 짐작한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해도 초자연적이거나 요괴의 소행으로 미루기보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에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모든 사건의 바탕에는 인간의 욕심과 질투, 악의가 깃들여져 있었고 거기에 괴담이나 요괴는 그들이 자신을 숨기고 누군가를 속이는 데 필요한 장치였을 뿐... 시대가 변해가며 점점 인간 아닌 것들이 설자리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역시 이런 이야기는 뜨뜻한 방에 누워 마치 옛날이야기를 읽듯 읽는 재미가 제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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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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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늘 누군가를 만났다 헤어진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거나 혹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사람을 우리는 인연이라 하는 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은 동물이라 그런 인연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이 책 다시, 만나다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당연하게도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난 거라고 예상했는데 처음 이야기부터 내 예상을 깨면서 시작한다.
그림을 좋아해서 엉겁결에 일러스트의 세계로 들어와 별다른 막힘없이 커리어를 쌓아가던 나는 타인들은 몰라도 내 그림에 그들이 말하는 깊은 의미나 철학 같은 게 없는 그저 텅 빈 그림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런 괴리의 차가 벽에 부딪쳤을 때 만난 잡지의 편집자의 말과 그가 내 그림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용기를 얻어 원래 원했던 꿈을 찾아 파리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났던 그 편집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었고  글과 그림을 대하던 진지한 자세에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처럼 바쁜 업무의 하나로 대하는 그를 보면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의 인연은 내가 원했던 꿈을 실현하는 작은 전시회에 초대하면서 또다시 이어지는데 그는 처음의 모습과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고 서로에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헤어진다.
이 첫 번째 단편 다시,만나다를 보면서 그와 처음 편집자로 만났을 때 그녀가 느꼈던 호감이 발전해 연인으로 가리라 예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의외였고 두 번째 의외는 그들이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이번엔 진짜 무슨 연애 감정이 싹트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은 서로의 꿈을 빌어주는 그야말로 인간 대 인간으로의 인연으로 끝맺는 걸 보면서 아... 내가 너무 속물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성간이든 누구든 나와 말이 통하고 조금씩 변화해가는 걸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인연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백화점 식품부에서 사온 음식이 표시되어있던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였음을 알고 어찌 된 일인지 연유를 묻던 여자가 어떤 대우를 받게 되고 그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낸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 흥미로운데 그런 그녀가 백화점에 가기 전에 잠시 스쳐갔던 한 남자가 대낮의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여 인명을 사상한 사람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면서 그녀가 느꼈을 안도감이 제대로 느껴졌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보내는 하루가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면서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밥상을 차리리라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따로인듯한 세 남녀의 이야기가 왠지 환생의 이야기인 듯 서로 이어진 느낌이 강해서 묘하게 매력적이었던 꼬리등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매듭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갔다.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반 전체를 실망하게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는 클수록 그게 가슴속에 남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드디어 졸업한 지 몇 년이나 흘러 성인이 되어 그때의 반 친구들을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매듭
사실 매듭은 누구나 다들 경험해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진실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면이 드러날 때가 많은데 가만 생각하면 이런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원래가 상대방의 입장보다 내 입장이 우선일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내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기고 거기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매듭에서 그랬다.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매듭이 마침내 뚝 끊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게 된 그녀가 느꼈던 해방감이랄까 시원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졌다.
이렇게 살면서 인연이든 혹은 과거의 어떤 년이든 사람은 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동안 그 만남이 좋은 쪽이 될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걸 늘 자각하며 살 수는 없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특유의 필체로 무겁지 않게 그려낸 사람들 간의 인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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