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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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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가 잔악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 중에 재판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와 국민적 공분을 살 때가 있다.

거기에다 유명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지은 죄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형량을 받고 그걸로도 모자라 병보석이나 혹은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때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져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만 간다. 사실 국민 정서상 법 감정이랑 실제 재판에서의 법 적용에는 분명히 괴리가 있는데 여느 나라에도 존재하는 이런 온도의 차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심하다.

어쩌면 저자는 중간의 입장에서 그 괴리의 차이를 좀 줄이고자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혼자 미뤄 짐작해본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는 재벌이나 정치인들의 봐주기식 재판이 아닌 살인사건 중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재판 결과가 의외의 결과로 나와 사법부에 대해 분노하게 했던 재판 중에서 추려내어 다시 돌아보고 왜 그런 판단을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변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저자의 입장이 판사 출신 변호사인데다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완전히 판사의 편도 그렇다고 법에 대해 잘 모르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각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답을 주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재판부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 듯 느껴졌다.

그리고 같은 판사의 입장에 있을 때는 차마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다른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재판을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외부의 요인이나 판사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죄인을 놓칠 수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낙지 질식사 사건이나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 같은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그 재판에 관심을 가졌지만 첨예한 대립 끝에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와 법에 대해 더욱 불신하게 한 계기가 되었는데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사건을 들여다보고 1심 판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으며 그 재판이 상고심에서 뒤집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같은 판사의 입장에서 들여다본다.

상황이 분명하고 정황상같이 있었던 용의자가 범인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한 사람은 비구페쇄성 질식사에서 나타나는 징후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또 다른 사람은 보험금을 노려 살인을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판결을 내린 재판을 뒤집는 결과를 가졌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도 할 말이 많은듯하다.

어쩌면 같은 판사의 입장에서도 왜 그 사건을 그렇게 판결 내렸을까 좀 더 다른 접근을 통해 다른 결론을 내렸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 밖에도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김성재 살인사건에서 보인 재판부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 판결에서 느낀 아쉬움과 답답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용의자였던 여자가 집안이 부유하고 힘이 있었다는 말들이 나돌아 그때의 재판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소개된 사건 대부분이 한 번쯤 들어봤던 사건들이라 재판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딱딱하게 느껴지거나 지루하지 않고 마치 한편의 영화 같은 소설을 보는 듯 한 걸 보면 역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여론에 이끌려 혹은 심증이 간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되기에 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때론 오판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내려지고 있고 국민들이 느끼기엔 재벌이나 힘 있는 사람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내려지는 판결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다.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사법부로서는 깊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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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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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인가 피 한 방울로 그 사람의 질병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키트가 나왔다고 했는지 아님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했는지 하여튼 이런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와... 이게 진짜면 엄청난 데? 하는 생각을 하고선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본 기억이 없었는데 이 책 배드 블러드가 그때의 그 진단키트를 만든 회사 즉 테라노스가 어떻게 많은 투자자와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했었는지 그 사기행각이 드러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테라노스라는 회사가 신생기업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거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인데 여기에는 회사를 만든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그녀의 배경이 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그녀는 유서 깊은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승부욕을 가진 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재능과 지성을 알아본 채닝 로버트슨 교수를 만난 게 그녀에게 큰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녀와 채닝 교수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그는 그녀의 아이디어와 그녀가 제시하는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아 그녀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고 그의 이런 신뢰는 그녀가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채닝 교수 이외에도 그녀가 처음 회사를 만들 때 그녀의 아이디어 즉 아주 적은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녀의 가능성을 믿어 그녀에게 투자하거나 같이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의 면면은 이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도 도움이 된다.

그만큼 각계 각처에서 나름대로 유명하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가졌던 사람조차 그녀가 보여준 테라노스의 비전에 큰 기대를 걸었고 그 들의 유명세 역시 투자금을 모으는데 일조를 한다.

이렇게 처음 시작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좋은 의도를 가졌었지만 곧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늘 밝은 얼굴로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빛나던 엘리자베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부서 간의 공조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부서 간 정보교류를 절대 금지 시킨 후 모든 진행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는데 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직원을 기다리는 건 그 자리에서의 해고 통보였다.

그들이 자신의 회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어떤 걸 포기하고 이 회사에 합류했는지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만 곁에 두고자 했다.

이런 성격은 그녀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독선적이면서도 탐욕적이고 실패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이내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그동안 몰랐던 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그녀와 가장 뜻이 잘 맞는 사람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인 서니였고 그가 그녀의 곁에서 온갖 회사의 일에 참견하고 따르지 않는 직원을 윽박지르며 밥 먹듯이 직원을 잘라냄으로써 회사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는 인재가 많았는데 이것 역시 테라노스의 패착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투자금은 끌어모았지만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술의 발전은 진척이 없자 그녀와 일부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밝히기보다 공모를 해서 투자자와 협력업체를 속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신생기업이자 떠오르는 스타트 업인 테라노스는 몰락의 길을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느 기업이든 투자자 앞에서 비전을 제시할 때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건 당연하지만 의료기업만은 절대로 결과를 과장하거나 속이는 건 있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두를 속인 테라노스가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뛰어난 화술과 카리스마 그리고 사람들에게 설명회를 할 때 영리하게도 적절한 단어의 선택과 전문적인 용어의 교묘한 혼합으로 실제보다 그녀가 더 전문적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매체에서 젊은 기업인인 그녀에게 보낸 각종 찬사와 정치인들과의 인맥관리의 탁월함이 그녀가 좀 더 오랫동안 모두를 속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쉽게 전문가나 투자자를 속일 수 있었는지 그 단순함에 놀라고 빛나는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미국이란 나라에서 얼마나 쉽게 투자자를 모집해 스타트 업할 수 있는지 그 환경이 부러웠으며 기업 주변에서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재빨리 도둑 특허를 획득해 남의 돈을 뜯어내려는 악어떼가 많은지 알고 놀라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잠깐 눈을 감으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그리고 양심에 걸린다는 이유로 회사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이의를 제기하다 해고당하고 회사의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도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왜 미국이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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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서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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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문 닫지 않을 것 같은 공장이 문을 닫을 거라는 소식을 불시에 전해왔다.

마치 계엄령처럼 불시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느닷없이 전해진 그 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경악하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제인스빌 GM 공장은 온갖 어려움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문을 닫은 적이 거의 없는 GM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불경기 때문에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불과 두어 달 후 다시 문을 열고 힘차게 공장을 가동 한 저력이 있는 제인스빌이었기에 이번의 충격적인 소식에도 잠시의 고난일 뿐 곧 다시 열거라 믿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의 선고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몰랐던 노동자들은 후에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실화를 소설처럼 풀어낸 이 제인스빌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현재 모습과 똑같아 더 흥미진진했다.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공장의 폐쇄가 불러오는 쓰나미 같은 충격은 공장의 직원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자와 그 가족들 모두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와 평범한 중산층의 모습에서 한순간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했다.

제인스빌은 GM 공장이 들어오기 전 넓은 평야에 농사를 짓는 작은 소도시였지만 그런 제인스빌을 변모시킨 건 GM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단숨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는 개편되고 제인스빌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GM에 몸을 담거나 혹은 하청 업소에 몸을 담아 크거나 적게는 모두 GM의 영향하에 호황을 누리고 대를 이어 평화롭게 온갖 혜택을 받으며 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혜택은 사라지고 실업급여를 알아봐야 하는 신세가 된 과정이 실제 개개인의 예를 들어 참담한 그 심경을 실질적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2008년은 미국 발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던 해이다.

그럴 때 미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제인스빌이 어떻게 몰락해갔는지 그 과정을 내부인의 시선으로 풀어 낸 제인스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는 위태롭고 유가는 올라서 사람들이 대형 차나 대형 SUV를 기피하는데도 아무런 고민 없이 계속해서 대형 차와 대형 SUV를 만들어 냈던 GM 경영진의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이 이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만 늘 그렇듯 그 타격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안정된 직장, 든든한 퇴직연금과 의료보험의 혜택은 그들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엔 너무 안락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위기를 깨달았을 땐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그중에는 GM의 현재 상황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곧 실직할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 믿으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빈곤으로 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은 조금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직업을 찾아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그저 낙담하고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을 믿으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빈곤과 정부에서 주는 식권으로 아이들을 먹이는 것 외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회사와 정치권은 자신들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을 기회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GM의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사이에 지원 문제로 분란을 조장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등 갈등 상황을 극대화해 노동자들의 불만을 경영자와 회사에 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 몰아가도록 유도하는 식은 우리도 흔히 봐온 방법이다.

결국 여기서도 그렇듯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면 늘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가장 큰 부담을 안는다.

질 낮은 일자리에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고 임금이 낮아져도 먹고살기 위해서 참아야 하는...

앞으로 변화하는 고용환경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다는 무서운 교훈을 주고 있는 제인스빌 이야기는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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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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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된 프로 파일링을 사용한 거의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존 더글러스
그가 이제껏 경험한 사건들과 그가 맡아 수사했던 사건을 자신의 이야기와 버물러서 마치 하나의 소설처럼 쓴 작품이 바로 이 책 `마인드 헌터`이다.
논픽션임에도 책 속에 나오는 사건들이 그의 직업의 특성상 잔인하기 그지없는 강력범죄들이다 보니 마치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소설 같은 사건이 많지만 이 모든 건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인간만큼 잔인한 종족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사건들을 매일 들여다보고 용의자들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를 파악해 범인을 잡도록 용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사건의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의 직업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임에 분명하다. 도입부의 그가 죽다 살아난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그가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알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부분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범인이나 혹은 이상 성격자들을 상대해야만 하고 그들이 저지른 사건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웬만큼 신경이 튼튼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범죄자들이 사건을 저지르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범죄 수법조차 잔인해졌으며 사방에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그만큼 범죄자들의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는 요즘 특히 범인의 특성을 집어낼 수 있고 범죄자들의 행동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 파일러의 중요성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은 존 더글러스가 그동안 맡았던 사건에서 특정 용의자의 범위를 추려낼 수 있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범인의 행동양식이나 범죄 수법을 보고 그가 그린 용의자의 모습과 실제로 범인을 검거한 뒤 진짜 범인과의 공통점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닮아있는데 이는 그가 그만큼 많은 연구와 조사를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범죄자부터 어디서부턴가 정신이 조금 이상한 범죄자까지 다양한 강력사건의 범죄자들을 만나 직접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를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래서 도출된 결과로 더 많은 범죄자들을 검거하는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그의 수사자료는 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건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에게도 가끔 뉴스로 들었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 증오범죄였다. 어느샌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사건이 빈발해졌는데 명백한 동기가 없는 이런 사건의 범인은 대부분 분노의 감정에 휘둘리는 자이고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학교나 직장, 이성관계에 서툴고 실패를 거듭하는 자들이란 말이 와닿는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도 그렇고 강남 묻지 마 지하철 사건도 늘 실패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한 경우이자 그 범인들 자신이 사회적으로 실패만 해오던 낙오자이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면 솔직히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자들이 정신이상이나 심신미약 같은 법적 조항을 들어 슬며시 법의 그물을 피해 가고자 하는 것에 저자와 마찬가지로 강력히 반대한다.
이 책에서도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범죄자들로 인해 정신이상에 관한 개념에 논란이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가 예를 든 사건들의 재판 과정과 결과도 흥미로웠지만 정신과 의사의 치료로 호전되었다고 할지라도 또다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은 사회에 내놓아선 안된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수많은 임상실험과 조사, 그리고 많은 범죄자들의 유형을 연구한 결과로 그가 사건의 용의자를 추정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흥미진진했고 마치 수사반장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논픽션이라 더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그만큼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와 깊은 통찰의 결과라고 보면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만 널어놓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이야기와 당시의 사람들의 반응들을 적절히 잘 섞어놓았을 뿐 아니라 그가 결과를 도출해온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프로 파일링에 대해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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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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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총 한번 쏘지 않고 완벽하게 적군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마술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으로 피 흘리지 않고도 적을 속이고 전투를 승리하도록 도움을 준 마술사가 있단다. 위대한 마술사의 이름은 재스퍼 마스켈린
이 책 `전쟁 마술사`는 그 재스퍼 마스켈린이 2차 대전당시 어떻게 적들을 속일 수 있었는지 당시의 빛나던 활약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긴박했던 당시의 전쟁 상황까지 알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고 지금은 흔히 쓰는 작전 인 위장술이나 여러가지 눈속임 전략들을 그가 이끌던 팀이 처음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과학과 기술을 합친 신개념의 마술쇼로 이름 높았던 마스켈린家는 손자代 인 재스퍼에 이르러 이름을 더욱 높이던 중 유럽 대륙이 히틀러에 의해 전운이 감돌면서 모든 쇼를 중단한 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마술이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전쟁에 참가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청년을 넘긴 나이인데다 전투병이 아닌 마술사인 그가 전쟁에 참가하고자 하는 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입대부터 난관에 부딪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굳은 의지로 간신히 전쟁에 참가하게 되나 그의 생각과 달리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참가를 농담처럼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에 대한 평가를 바꾼 것 역시 탁월한 그의 능력에다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거기다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가능성을 알아본 지휘관들 덕분이기도 하다.그래서 그런 아웃사이더만의 팀인 마술단이 결성된다.
처음 그들에게 내려진 임무라는 건 영국군의 석유 보급로로 가장 중요한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게 하는 것... 누가 봐도 불가능한 업무지만 반드시 적으로부터 항구를 지켜내야만 했기에
지시를 내리는 사람조차도 성공할 것이란 믿지 않았으나 재스퍼를 비롯한 마술단은 인간의 시각의 불완전성을 이용해 근처의 비슷한 곳을 마치 알렉산드리아 항구처럼 꾸며 임무를 완성해내면서 마술단의 능력을 모두에게 입증한다.
그들 팀이 맡은 임무라는 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수에즈 운하를 적으로부터 숨기는 것이라든가 혹은 탱크를 몰래 숨겨서 적지에 배치하기 위해 트럭으로 숨기고, 마치 잠수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철도 차량을 색칠하고 꾸며서 적군으로 하여금 영국의 잠수함이 굳건히 있는 거처럼 보이게 하는 등... 지금 들어도 말도 되지 않을 임무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의 무패 팀이자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로멜이 이끄는 군단의 전진을 막고 힘든 승리를 얻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이었기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고 그런 절실함에다 마스켈린의 창의력이 합쳐져 믿지 못할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전쟁이 치열한 북아프리카 부근에서의 빛나던 전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들이 어떻게 적군을 속일 수 있었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당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지금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살아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전장에 어쩔 수 없이 의무로 참가하는 게 아닌 빠져도 되는 상황임에도 굳이 자원하고 몇 번을 퇴짜 맞아도 다시 자원하는 모습이라든가 혹은 마술단에 속해 후방에서 전투를 지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에 참가하고 싶어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모든 작전에서 이제껏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일을 해낸 마스켈린이 작전이 성공한 후에 느끼는 공허감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전쟁에 허무함과 염증을 느끼는 모습은 믿을수 없을 만큼 빛나는 활약으로 인해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질수도 있는 캐릭터에 대해 그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생생한 전투의 현장 묘사와 당시 작전 상황을 그려놓아서 마치 눈앞에서 전투를 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런 작품은 역시 영상화해서 보는 게 더욱 흥미로울듯하다고 생각했는데 2018년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역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니 탁월한 캐스팅이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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