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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도발적인 게시글을 올린 유명 작가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후로 하나둘씩 올라오는 글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상당히 신선한 소재와 도발적이기까지 한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는 설정과 전개로 첫 문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고 글을 올린 작가는 현재 실종 상태였지만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어서 만약 이 실종이 사건이라면 가장 유력할 용의자인 남편은 혐의를 벗는다.
남편은 결혼 후 변변한 직업을 가지지 않고 그저 유명 작가인 아내의 수입에 의존해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었던 상태
그야말로 아내의 죽음이나 실종은 그가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스스로 실종된 다음날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하나둘씩 진실을 밝히는 글이 올라옴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비롯해 출판사 관계자까지 모두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런 와중에 그녀가 밝히는 진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기만 하다.
남편이란 작자는 결혼한 이후로 돈을 벌기는커녕 아내의 돈을 쓰면서도 바람까지 피우고 있는가 하면 시어머니란 사람은 자식의 변변치않음은 눈 감은 채 아무 말 안 하고 순종하기만 하는 며느리를 매일같이 찾아와 잔소릴 하고 닦달해대는 전형적인 못된 시어머니였으며 그녀의 담담 편집자는 그녀를 너무 흠모한 나머지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집착하는 집착녀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보면 그녀는 엄청 괴로운 상황에 처했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녀는 왜 이혼이라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쓰지 않고 묵묵히 이런 고난을 견뎌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어릴 적 그녀가 처한 환경에 답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의문을 예견한 듯 작가가 쓴 새로운 소설이 올라온다.
그 소설은 오래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녀들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작가가 이 집단 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그 사건의 진실 또한 밝혀진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그 소녀들의 죽음에 분노했으며 작가는 이 모든 상황 역시 다 예견한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걸 미리 예견하고 판을 짰을 정도로 영리한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지만... 그 답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이야기의 진행은 작가의 남편과 편집자의 시선과 블로그에 남긴 소설들을 교차로 편집해 조각조각 흩어진 단서를 맞춰 전제적인 퍼즐을 만들 수 있도록 해놨다.
사실 단서 자체도 복잡하지 않아 사건의 진상을 눈치채기가 어렵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가 복수라는 걸 알게 되면 사건의 진상은 어렵지 않고 그렇다면 현재 그녀가 어디에 있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소재도 참신하고 주인공인 작가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지만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설정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하나의 복수극이라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지만 결정적으로 마지막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서늘하면서도 차분하고 한편의 잘 짜인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보면 미나코 가나에의 고백이 연상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