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오브 어스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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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복수를 꿈꾸는 2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메그는 자신과 엄마에게 사기를 쳐 집을 빼앗고 모든 것을 앗아간 한 남자에 대한 복수를 원하고 또 다른 여자 캣은 그런 메그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버린 후 그녀에게 복수하고자 집요하게 메그의 뒤를 쫓는다.

이렇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각자의 시선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투 오브 어스는 작가의 전작인 라스트 플라이트와 전혀 다른 소재를 가져왔지만 들여다보면 두 책에서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쁜 남자들에 의해 억압받고 학대받는 여자들이 힘을 모아 악당인 남자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것

하지만 메그는 복수의 방법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엄마를 파멸하게 한 것과 같은 방법인 사기를 선택했다.

자신의 목표물을 발견하면 그 남자의 취향을 비롯한 모든 걸 조사한 후 대상에게 접근해 재빨리 그가 가진 걸 사기로 뺏어오지만 대상은 고발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의 엄마가 당한 것처럼 대상자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

10년 이상 복수를 꿈꾸면서 살아왔던 메그는 마침내 복수의 대상인 부동산 개발업자 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메그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집요하게 추적하고 조사하던 캣은 마침내 메그의 곁에서 그녀가 치는 사기극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매그는 캣이 생각했던 사람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면서 남의 감정이나 형편 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라 남의 일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여느 평범한 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놀랍게도 메그 역시 캣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없이 곁에 둘뿐 아니라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떼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준다.

두 여자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사건의 추이를 비롯해 서로를 보면서 변해가는 감정 묘사가 흥미로웠고 둘 중 특히 캣이 메그에게 품었던 원망과 의심이 조금씩 사라져 가며 마침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 납득이 갔다.

결국 두 여자 모두 나쁜 놈에게 속은 피해자들이고 캣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메그가 아니라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캐릭터로 결국에는 응원하게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든 건 역시 작가의 필력

스토리도 탄탄하고 두 여자의 심리묘사도 좋았으며 마지막 결말까지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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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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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그리고 다음 날 일행 중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고 누군가 일행 외 사람이 오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일행 중 한 사람이 분명하다.

그는 누굴까?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이런 식의 플루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밀실 혹은 이와 비슷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었는가 그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수를 찾거나 남은 사람들의 진술에서 어떤 빈틈을 찾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즉 범인의 정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트릭을 간파하는 것이다.

추리 미스터리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어서 이제 웬만한 트릭으로는 독자를 설득시키기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트릭이나 반전은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그런 트릭과 묘수를 생각해 낸 작가에게 환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 작품 어차피 곧 죽을 텐데 는 독자들의 니즈를 살짝 비튼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한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부터 평범하지 않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시한부를 판정받은 사람들이 깊은 산속의 별장에 모인다.

각자 사회에서 가진 직업도 다양하고 병명도 다양하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난 후 그들 중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외부의 침입 흔적도 없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특이할 만한 흔적이 없어 모두가 병에 의한 자연사로 결론짓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은 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다.

그의 발언에 따라 모든 걸 다시 조사하면서 남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명 한 명의 행적에 대해 듣지만 뚜렷한 용의자는 특정 짓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들 모두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누구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했을까? 하는 의문은 이내 살해의 목적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모든 수사는 마침 우연하게도 이 모임에 특별 초대받은 탐정과 그의 조수에 의해 이뤄지지만 여느 탐정과 달리 탐문하는 과정도 그렇고 신통치가 않다.

제대로 된 탐문도 없고 사람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아 지지부진한 가운데 또 다른 환자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마치 이제까지는 몸풀기용이었고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라는 듯이 범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마침내 용의자를 특정한다.

당연하지만 지목받은 용의자는 의외의 인물이고 그 사람의 살해 이유 또한 생각지도 못한 것이라는 점에서 반전을 줄 뿐 아니라 연속적인 반전으로 놀라움을 준다.

처음의 가볍고 유쾌한 듯한 출발에서 중간 부분의 다소 늘어지는 부분을 감수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결말에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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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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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박과 술에 빠져 사는 아빠에게 분노를 폭발시켜 죽을 수도 있는 날씨에 버려두고 도망치던 소설의 초입 부만 봤을 땐 고등학생인 코이치로의 처지가 딱하긴 했지만 여느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아껴서 밥을 먹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다 결국은 노숙자들의 모습과 닮아가는 걸 보면서 그럴 거라 예상했기에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코이치로가 여느 가출 청소년과 다른 점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대들거나 맞받아 치기보다 수긍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며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자칫하면 자존감이 낮거나 수동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코이치로의 행보는 이런 우려를 묵살시키기 충분했다.

미성년자... 그것도 어쩌면 아버지를 폭행하고 죽도록 내버려둔 살인자일 수도 있는 처지에서 제대로 된 일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우는 소릴 하지 않고 누구에게 동정이나 자비를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 하나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코이치로를 보면서 누구라도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코이치로가 조금만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역시 들었다.

어쩌면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의 행동을 보면서 처음과 달리 그의 일을 도와주고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게 그의 이런 올곧은 심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고이치로 역시 그들과 만난 건 행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코이치로가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낙오자 혹은 실패자로 부르는 유형들이만 그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코이치로를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 준 덕분에 사회의 일원으로 땀의 대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스스로 뒤를 돌아 본 마음의 여유를 알게 되었다.

한 편의 잘 쓴 성장 소설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 역시 그런데 특히 누가 봐도 삐뚤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던 코이치로가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해서 쫓기듯 집을 떠나는 장면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누구라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마음이 절도 생기게 했다.

코이치로가 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애정을 보인다면 또 다른 코이치로 같은... 한 번의 실수로 멀리 돌아가는 고생을 하거나 심지어 인생 전체를 바꿔버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결말 역시 뻔하지 않아서...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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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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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란 가능한가

과학수사나 CCTV라는 게 없었던 예전 같으면 가능할지 몰라도 요즘 세상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은 사건이 제법 있다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여기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벽한 살인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더군다나 대범하게도 이런 자신의 계획을 글로 써서 살해 대상자인 유명 편집자에게 보내 도발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상대로 하는 편집자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여느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협박을 받았을 때 보이는 반응과 달리 편집자 역시 살인자를 상대로 치밀한 계획을 짠다.

마치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것처럼 오히려 살짝 희열을 느끼고 살아있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그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이제부터 두 사람의 목숨을 건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되는 듯하지만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것 역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등장해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사실 어렵지 않은 문체에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보이는 플루트이라 쉽게 생각했던 걸까?

생각보다 수시로 바뀌는 시점과 전개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독성이 좋은 듯 나빴다.

잘 읽어가다 느낌이 좀 이상하면 시점이 바뀌어있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마치 요즘 MZ들의 대화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칫하다간 줄거리를 따라가다 놓쳐서 앞으로 다시 돌아와 읽어야 했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아마도 이런 전개 역시 작가의 남다른 이력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기도 한데 그런 그의 이력 탓인지 기존의 미스터리 작품과는 다른 전개 방식으로 승부하고 있는데 이게 또 색다른 느낌을 준다.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 역시 있었다.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특징답게 살인 그 자체보다 살인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범인이 보여주는 냉철한 심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서 무섭거나 잔인하다는 느낌보다 과연 범인이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가게 하는 부분이 그렇다.

여기에 계속 바뀌는 시점은 누가 범인인지 그리고 이 모든 게 과연 어떻게 연결될지 모든 걸 혼란스럽게 하는 데 일조를 해서 처음 느낌과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느낌을 가지게 했다.

다 읽은 후의 느낌은 호를 주기엔 다소 애매하고 아마도 작가의 다음 작품을 본 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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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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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사건 관계자들의 고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패자의 고백은 읽으면서 그 유명한 가나토 마나에의 고백이 연상되었다.

물론 작가의 전작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느낌은 단지 풀어가는 형식만 비슷할 뿐이라는 걸 이내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의 고백을 중심으로 그 사건의 인물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그날의 진상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이 겉보기완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을... 그리고 그 괴리가 이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점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산속의 별장에서 세 식구 중 두 사람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남편은 의심스럽게도 몸에 상처가 있었고 추락하기엔 베란다의 난관 높이가 있어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

여기에 아내가 사건이 생기기 전 지인에게 남편이 자신과 아이를 죽이려고 한다고 쓴 메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남편은 구속되지만 아들 역시 자신의 할머니에게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두 주장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전면적으로 사건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면서 이내 사건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누구에게도 그렇듯이 이 가족 역시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그 비밀은 이제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고백 혹은 메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간다는 설정은 특별하지 않지만 작가의 필력이 이 모든 걸 감싸고 넘어간다.

일단 가독성부터 끝내준다.

책을 손에 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어디 한군데 군더더기가 없이 매끈해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플루트도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읽어가다 보면 사건의 진상이 보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지리멸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역시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탁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귀축의 집에서도 보여주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물밑에 숨어 있는 진실... 그 진실을 이 집안의 구성원을 잘 아는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어느 부분을 넘으면 마침내 독자들 스스로 눈치챌 수 있게 해놓았다.

결국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선남선녀에 경제적으로 풍족한...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이 가족이 비극적으로 붕괴된 이유는 뭘까?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결말이어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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