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싶다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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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 가족이 사라진다면? 생각만 해도 두려울 것 같은데 그 실종자가 내 아이라면...?

솔직히 이런 가정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21세기를 사는 요즘에도 여전히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은 붙고 실종된 아이를 찾아 애타게 전국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실종된 사람이 성인이라고 그 애타는 마음이 다를소냐마는 자기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위기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은 성인보다 취약하기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아이를 잃고 돌아오리라는 희망만을 의지한 채 살아오길 십수 년... 어느새 가족은 해체되고 모든 삶의 의지가 꺾여 시들어가던 때 누군가가 아이를 찾아 줄 수 있다고 접근해 온다면 나는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까지 잡아주고 사적인 복수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면...? 찾고 싶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딸아이가 실종된 지 16년이 지나 모든 삶의 의욕도 잃어버린 남자 정상훈에게 어느 날 고 팀장이라는 남자가 접근해 딸아이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제시하는 증거와 보여주는 능력은 이제껏 자신들 곁에서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속살거리며 돈만 빼앗아갔던 사기꾼들과 다르다.

이제는 경찰도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시점에 누군들 그 손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렇게 딸을 잃은 지 16년이나 지난 시점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다시 한번 딸아이를 찾기 위해 정체 모를

고 탐정과 손을 잡고 용의자를 찾아 추적해가는 정상훈의 이야기가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고 그 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실종자 가족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판단되는 고 탐정을 추적해 실적을 쌓아 승진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진희의 이야기가 곁가지로 펼쳐지고 있는 찾고 싶다는 아이를 잃은 실종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피페함 즉, 내 아이가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공포에다 기약 없는 긴 기다림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모습을 정상훈을 비롯한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찾는 고 탐정 즉 청년 고남준 역시 어린 나이에 어느 한순간 엄마를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이라는 데서 그가 많은 범죄자 중 유독 실종자와 연관된 사건에 뛰어든 이유를 알 수 있고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데는 그가 가진 특출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한번 본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의 사고로 가지게 된 남주

그런 이유로 그가 해결할 수 있는 사건 역시 모든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용의자의 몽타주나 사진이 있는 경우라고 특정 짓고 있다.

그의 능력에 반신반의하던 실종자 가족들도 그런 능력으로 자식을 찾았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고 탐정을 마지막 희망처럼 여기게 되지만 그런 그들의 입장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제3자의 냉철한 시선을 한 형사 진희의 눈에는 특별한 능력 운운하며 실종자 가족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 사기꾼과 다를 바 없다 여겨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그래서 고 탐정과 정상훈이 딸아이의 행방을 쫓아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동안 그들의 뒤를 쫓아 남준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박진희 또한 한 발 한 발 포위망을 좁혀온다.

이야기는 그들이 어떻게 용의자를 추적해서 실종자를 찾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것과 함께 아이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행위도 예사로 일삼는 고남준의 방법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위해를 가했던 범인에게 복수를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들에게 가했던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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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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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자신이 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을 어느 날 문득 발견했을 땐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드는 건 은연중에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자만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같이 살았던 사람이 이름부터 고향까지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배신감을 넘어서 선득한 두려움까지 느껴지지 않을까?

오래전 이혼을 도와준 인연이 있었던 리에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변호사 기도

그는 리에로부터 묘한 의뢰를 받게 된다.

그녀가 고향에서 재혼했던 남자 다이스케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인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리에가 알고 있던 이름도 고향도 모든 것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에 그녀는 그의 조사를 부탁하게 된 것이다.

기도가 조사하면 할수록 그는 다이스케가 아닌 누군가라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렇다면 그는 진짜 누구인지... 왜 다이스케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건지 궁금증은 늘어만 간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남자 X에 대한 호감과 동경은 기도의 마음속에서 자라 어느 날은 낯선 곳에서 그의 이름과 과거를 빌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하는 등 다른 사람으로 행동하는 것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그의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도 자신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일본인이 아닌 재일이라는 어중간한 위치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 앞에서 느낀 아내와의 정서적 거리감은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그의 가치관을 비롯해 이제껏 당연하다 여긴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했었고 이는 기도로 하여금 외로움과 함께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쓸쓸함을 느끼게 했었다.

이런 때에 자신의 과거를 비롯해 이름까지 모든 걸 던져버리고 익명 속에 숨어버린 그 남자 X를 알게 되면서 어쩌면 자신은 하지 못한 일을 행한 그 남자를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순간에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의외로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추억에 의해서 자기 자신이 되는데 그렇다면 타인의 추억을 소유하기만 한다면 타인이 되는 것도 가능한 게 아닐까? 기도가 X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타인의 행세를 하기 위해 사소한 과거까지 그 사람인 척 행세한 X를 보면서 문득 떠올린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은 나중에 진짜 다이스케를 통해 증명된다.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쉽게 그 사람의 과거까지 받아들여 완전하게 그 사람으로 될 수 있음을...

이렇게 X를 추적하는 동안 낯선 곳에서 낯선 이로 살아가는 데서 오는 자유와 일탈에의 동경은 그로 하여금 일생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하고 안 그래도 거리감이 생겼던 아내와 더욱더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도의 흔딜리는 마음과 달리 그의 과거의 행적을 쫓을수록 범죄의 냄새는 짙어지고 그가 꿈꿨던 일탈도 점차 현실로 돌아올 즈음 마침내 기도가 찾았던 진짜 X의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알던 남편이 전부 가짜라는 범죄 냄새 풀풀 나는 소재로 시작해서 그의 행적을 쫓아가는 추적 스릴러의 모습에다 현재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 교포의 존재론적 고뇌와 갈등을 재일 변호사의 기도를 통해 보여주고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을 버린 채 제도 뒤로 사라져버리는 자발적 실종자 문제를 범죄자 가족의 문제와 섞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한 남자는 스릴러적 재미도 만족시키고 그가 제시한 사회문제 역시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X,그리고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다이스케는 새로운 신분을 찾아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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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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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라는 설명이 흥미를 불러오는 파국은

한 남자가 서서히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일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유도 아니어서 왜 이 작품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는지 이해가 갔다.

주인공인 요스케는 겉으로 봐선 건실한 청년이다.

재학 중이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스케줄에 맞춰 운동을 해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취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머리도 좋은 편이어서 취업전선에도 문제가 없고 여자친구도 끊이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성욕도 강하고 그 성욕을 해결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처지... 그야말로 속된말로 엄친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이는 요스케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너무나 반듯하다.

그 반듯함이 지나쳐 요스케라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마저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 여기에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면이나 사회규범에 지나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를테면 절대로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거나 짧은 옷차림의 여자를 훔쳐보고 싶어도 그 행동이 옳지않아서가 아닌 스스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인 자신은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한다거나 유흥업소 같은 곳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거나 연인의 데이트 거절로 성욕 해소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이지 않다.

화를 내거나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일견 성실한 청년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부분은 빠져있고 오로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선 안된다는 규칙에 강박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일 즉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을 땐 스스로 공무원이 될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네는 모습에서 어쩌면 자신을 이런 규범 속에 묶어 두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음을 무의식중에 자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자신의 근육을 관리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며 언제나 바쁘기만 하던 여자친구의 편의를 봐주고 넘치는 성욕은 스스로 해결하던 그가 파국을 맡게 된 계기는 한 여자를 만나고 난 뒤다.

아카리를 만나면서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르게 섹스에 점점 탐닉하게 되는데 이조차도 스스로가 원해서라기보다 아카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녀를 사랑해서인가 하면 그녀와 만나는 중에도 전 애인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잠자리를 가진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전 애인인 마이코에게 순간적이라도 성욕을 느껴서가 아닌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결과였다는 것... 그야말로 성욕의 해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죄의식 역시 갖지 않는다.

아니 죄의식은 당연하고 순간적인 욕망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반응하는지...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일반적이지 않은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스스로가 계획을 세워 모든 것을 조절하던 그의 일상이 아키리로 인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마침내 스스로의 광기를 드러낸 순간 폭발하듯 터져버린 그의 모습은 의외라기 보다 오히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반듯한 모습은 어딘지 불안함과 긴장감을 불러왔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위력에 의해 결박당하는 순간 그가 느낀 안도감이 완전하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왜 그렇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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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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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딸의 생일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온 데커를 맞이한 건 그가 경찰이 되고 처음 맡았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메릴 호킨스였다.

메릴은 데커에게 자신이 무죄이며 데커가 자신의 누명을 벗겨달라는 요구를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너무나 분명한 사건인데 이제 와서 왜 그는 무죄를 주장할까 의문이 든 데커

그런 데커의 의문이 당연한 이유는 죽은 가족과 운 나쁘게도 그 시간 그 집을 방문했던 남자를 죽인 총이 메릴의 집 벽의 숨겨진 곳에서 발견된 건 물론이고 피해자 가족 중 유일하게 총이 아닌 목 졸려 죽은 아이의 손톱에서 용의자의 것이 분명한 DNA가 나왔던 것 여기에다 사건 당일 뚜렷한 알리바이도 없이 폭풍우 치는 밤 길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에 검거되는 등... 누가 봐도 그의 범행임이 뚜렷했던 사건이기에 데커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건을 맡았던 동료들은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도 전에 메릴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말기 암을 앓고 있어 죽을 날을 받아 놓은 그의 목숨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로 인해 자신의 남편을 비롯해 아이들까지 잃은 여자와 남편을 잃은 여자 두 명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던 중 메릴에 의해 가족 전부를 잃었던 수전 리처즈가 급하게 행방을 감춰버리고 또 다른 아내인 레이철 역시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뭔지... 자신이 그때 당시 놓쳐버린 단서를 찾아 다시 13년 전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수사하고자 하지만 FBI에서는 그의 수사를 용인하지 않고 귀환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자신이 한 수사가 잘 못되었을 수도 있음을 안 순간부터 그에게는 오로지 진실만이 중요할 뿐이고 그런 그의 태도를 팀장은 용인하지 않는다. 이로써 그는 자신의 커리어마저 잃을 상황이지만 묵묵히 진실을 찾아 과거를 헤집기 시작한다. 데커에게는 언제나 진실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고지식한 태도는 그로 하여금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사실 데커는 과잉기억 증후군을 앓고 있어 한번 본 모든 것을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 따윈 절대로 없는 데 그렇다면 그 사건은 데커가 실수를 했던 것일까? 의문이 들 즈음에 데커는 처음 맡았던 살인사건에서 너무나 분명한 DNA 증거가 피해자의 몸에서 나왔을 뿐 아니라 용의자의 몸에서도 상처가 발견되었고 쐐기를 박듯이 용의자의 집에서 숨겨둔 것 같은 범행도구마저 나오면서 세세한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고서나 부검 감정서는 채 읽어보지 않았음이 그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누가 더 이상 부검 감정서 같은 것에 신경을 쓸까 ... 데커의 행동은 누가 봐도 납득할만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끝장나버렸음을 깨닫는 순간 그는 엄청난 죄책감과 죄의식으로 다시 한번 깊은 감정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가 이렇게 괴로워할 틈조차 용납하지 않는 듯 그의 목숨을 노리고 그의 목숨 대신 그를 도와주려던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면서 그날 밤의 진실을 알고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된 사람들이 마치 낙엽처럼 쓰러져간다. 이제는 모두가 그 날밤의 범인은 메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그에게 누명을 씌웠을까?

그 두 가족은 왜 범죄의 표적이 된 걸까? 모든 것을 원점부터 수사하기 시작하는 데커와 파트너

그리고 그들은 작은 도시 벌링턴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던 거대 범죄의 꼬리를 잡는다.

이렇게 단순히 돈이 필요했던 한 남자의 강도 살인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사방에서 총질이 난무하고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느리지만 뚜렷하게 사건의 본질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데커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만을 찾아가는 데커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데커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인 진실에 갇힌 남자는 조금씩 주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된 기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데커가 그 잔인했던 기억만이 아닌 가족의 또 다른 모습도 기억하기 시작하는 걸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슴도치같이 가까이 오는 사람 모두에게 가시를 세우던 데커가 과연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지를 보는 건 범죄의 단서를 쫓아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의 즐거움과는 별개의 즐거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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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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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환상과 현실의 경계 그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를 매혹시키는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의 가을의 감옥은 몰랐지만 신간이 아닌 복간 작품이었다.

절판된 지 오래인 책이지만 꾸준하게 재출간 요구가 있었다는 설명이 책을 읽고 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3편의 중편을 엮어 만든 가을의 감옥에서는 주인공 모두가 어딘가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묶여있는 상황 설정이다.

누군가는 특정한 날짜에 묶이고 다른 누군가는 집에 묶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환상에 묶인 사람이다.

문득 눈을 뜨고 보니 같은 날 즉 11월 7일에 갇혀 버린 나

매일 같은 날에 갇혀버린 걸 알게 되면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당황하고 이윽고 문제가 뭔지 해결 방법을 찾다 도저히 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자포자기하게 되는데 주인공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자포자기할 때쯤 자신과 같이 시간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 혼자만 시간에 갇힌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조금씩 여유를 가지게 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듯 그들을 쫓는 낯선 존재를 알게 되면서 새삼 죽음과 소멸의 공포를 깨닫는다.

낯선 존재와 마주한 리플레이어는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리플레이어들은 죽은 걸까 아니면 그토록 원하던 11월 7일을 넘어 8일의 세계로 넘어간 걸까? 확인하려면 그 괴물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 괴물을 만난 사람은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기에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같은 날을 반목해서 살아가는 소설 속 리플레이어들과 비록 날짜는 바뀌지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 생각할 바가 많았다.

과연 일상에 갇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3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신의 집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낯선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유로 그 집에 갇히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그 집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자신처럼 누군가를 이 집에 묶어두는 방법뿐인데 그 집은 모든 사람에게 그 모습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특징인에게만 보여서 좀처럼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은 채 그 집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 즉 처자식이 없는 중년의 남자가 그 집에 들어오던 날 마침내 자신의 짐을 그 남자에게 넘겨주고 몰래 그 집에서 벗어나지만 그 남자가 있는 곳 주변에서 영문모를 실종 사건과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면서 자신이 물려준 그 남자가 저지른 짓일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집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남자의 행동을 막기 위해 그 집의 행적을 쫓는 게 아니라는걸... 자신 역시 그 집에 대한 미련이 남았고 그 집을 차지한 사람이 살인범이던 아니던 그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남자가 그 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못 견디게 질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남자는 어쩌면 그 집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3편 중 가장 환상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게 바로 환상은 밤에 자란다인데 할머니의 특별한 능력을 보며 살았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늘 공주님이라 불렀던 할머니는 없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런 할머니를 무한히 우러러보는 소녀지만 사실은 그 소녀는 할머니의 손녀가 아닐뿐 더러 그 할머니로 인해 오히려 인생이 뒤틀려버린 가여운 소녀라는 게 반전의 포인트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뒤를 쫓으며 소녀의 능력을 탐하는 무리가 있었다,

소녀에게 강제적으로 환술을 펼치게 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힘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희망을 찾아준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결국 돈을 뜯어 내기 위한 명목상 소녀의 힘이 필요할 뿐이라는걸... 소녀 역시 알고 있다.

3편 모두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정서는 지금 우리의 모습 그중에서도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들의 욕심, 질투와 시기 그리고 존재론적 고민에 대한 깊은 고찰이 깔려 있다.

그런 걸 떠나서 소설적으로 봐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색다른 소재가 주는 재미 또한 괜찮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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