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잃어버린 여름
앨리 스탠디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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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로 마을이 물난리가 났던 날 모두의 눈앞에서 영웅적인 행동으로 어린 쌍둥이를 구한 소년 잭

모두가 이 일을 두고 어린 소년 잭을 영웅이라 칭송했다.

하지만 그런 잭이 16세 생일을 앞두고 욘더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지만 한 소년을 제외하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연 잭이 남긴 욘더는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생각처럼 밝고 긍정적인 희망으로 가득 찬 아이들 책이 아니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모두가 손을 놓고 있었을 때 물속으로 뛰어들어 쌍둥이를 구한 잭을 본 순간부터 그에게 매료된 어린 소년 대니

이야기는 어린 대니의 눈으로 이 마을 전체 혹은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그 부조리함에 관해 들려주고 있다.

대니에겐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그 아이들의 폭력과 조롱 섞인 말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 위기의 순간에 망설임 없이 뛰어든 잭이 더욱더 영웅처럼 느껴졌고 그런 영웅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잭 역시 십 대의 어린 소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잦은 폭행에 시달리고 학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저 문제학 생일뿐이라는 건 대니만 몰랐을 뿐이었고 그런 사실을 혼자서 잭의 행방을 찾다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 마을이 겉으로나마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인 척할 수 있었던 건 전쟁이 나기 전까지였다.

전쟁이 발발하고 마을 남자들의 징집되거나 스스로 참전하면서 마을에는 극심한 변화가 찾아온다.

누군가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후 전선을 벗어나 탈영병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참전의 기회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약간의 힘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재산을 빼앗거나 사람들을 휘두르는 데 쓰기도 하지만 누구도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다.

단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모든 걸 어린 소년 대니는 사라진 잭을 찾으면서 깨닫게 된다.

이제까지 자신이 알던 모습의 이면에는 이렇게 잔인하기 그지없는 진실이 숨겨져있었다는걸...

자신이 영웅처럼 여기고 따랐던 잭 역시 모두가 외면했지만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어린 소년에 불과했음을 깨달으면서 잭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드러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함께 아파하는 조용한 시골마을처럼 느껴졌던 이 동네에는 사실 극심한 편견과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는 걸 대니가 서서히 깨달아가면서 이야기는 막바지로 치닫는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차별 그리고 그걸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담담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낸 너를 잃어버린 여름은 가독성도 좋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와 철학이 더 와닿은 책이었다.

전쟁의 잔혹함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두려움만으로도 충분히 잘 그려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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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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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비밀이든 누군가의 비밀이든 그걸 어디에도 말하지 않고 온전하게 침묵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어릴 적부터 여름이면 납량특집으로 보여줬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구미호에서도 그 비밀을 끝까지 함구하지 못해 엄청난 비극의 결말을 맞는 것처럼 비밀을 말한 후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 책에서도 어쩌면 영영 듣지 말았어야 할 남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일상이 뒤틀려버린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놉은 복잡하지 않다.

책의 분량이 짧은 만큼 이야기 자체도 간결하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흥미롭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세 남자가 산에서 조난을 당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한 친구가 그 상태에서 자신이 숨기고 있던 비밀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자신들이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세 사람 외에 또 다른 한 남자가 함께 있었고 서로 비밀을 말하면서 그 사람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밀을 말하게 된다.

자신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고백...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을 죽인 연쇄살인마라는 무서운 고백을 한다.

그의 고백은 세 사람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지만 문제는 그곳에서 죽을 거라 생각했던 네 사람 모두 구조되면서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셋 중 한 명이 경찰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그를 괴롭히는 걸로 오해를 사기까지 한다.

이후부터 세 친구의 일상은 거침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살인마의 비밀을 알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그가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게다가 그런 두려움의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로 그들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길 없는데 시시각각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세 사람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지만 누구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건 서로뿐이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살인마의 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이제 그들 자신조차 자신들의 믿음에 흔들리고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고 침묵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오랫동안 친구였던 세 사람은 모든 원망의 화살을 자신이 아닌 서로에게 겨누게 되면서 탄탄했던 그들의 관계도 금이 가게 된다.

이제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이후의 삶을 평생 후회하게 할 선택을 할까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방법으로 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와 단순한 전개, 길지 않은 페이지... 시간 때우기용으로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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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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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지 않았던... 세상에서 자신의 형제보다 소중한 것이 없었던 오스의 두 형제

절대로 끊어질 것 같지 않았던 그 절대적인 끈이 한 여자로 인해 끊어질 뻔했지만 끝내 서로 떨어질 수 없음을 확인했던 게 1편의 이야기라면 킹덤 2는 그 후 8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래 한번 깨진 그릇은 그 무엇으로도 고칠 수 없듯이 로위와 칼의 관계 역시 미세한 금이 계속해서 커지다 마침내 서로를 겨누는 관계에 이르는 과정을 여전히 특유의 냉철함과 어딘지 관조적인 로위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킹덤 2는 1편을 읽고 읽는 게 물론 제일 좋지만 1편을 읽지 않고 2편을 읽어도 자연스럽게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칼과 마을 사람들이 합작해서 만든 호텔은 순조롭게 운영되는 듯 보이지만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우회하는 터널 설계가 본격화되면서 또다시 암운이 흐른다.

이에 로위와 칼은 뭔가 계획을 세우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로위는 호텔의 운영이 보기와 달리 삐걱거리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번에도 역시 유일한 가족인 칼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한다.

하지만 한번 벌어진 틈은 메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더 큰 균열을 만들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로에게 유일했던 형제는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게다가 마치 한번 잡은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 짐승처럼 언제나 이 두 형제의 주변을 맴도는 귀찮은 존재이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경찰 쿠르트로 인해 그들이 저질렀던 살인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이번에는 이 위기를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 로위가 무사히 벗어나기를 원하는 나를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설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킹덤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작가는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어 휠씬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로위와 칼 그리고 그들의 뒤를 끈질기게 쫓아 형제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드는 쿠르트가 있다.

우선 가장 우울하면서도 고독한 늑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로위라는 인물은 그가 가진 이중적인 모습이 제일 눈에 띈다.

그는 일단 살인을 저지를 때 망설이거나 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을 계산한 뒤 거침없이 행하고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냉철하기 그지없는 살인마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가 살해한 인물들 대부분이 악당이거나 혹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그가 저지른 모든 살인에서 과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살인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가 저지른 살인을 자신도 모르게 옹호하게 만들거나 이해하게 만든다.

게다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자신들의 범죄가 발각될 위험에 빠졌을 때 로위의 모습은 마치 악당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의 모습과 닮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이에 반해 칼은 탁월한 두뇌와 외모를 가지고도 끝내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조건을 가진 채 태어났음에도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된 데에는 타고난 성향도 한몫하지만 자신이 한 짓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회피해도 언제나 자신의 뒤처리를 해주던 로위 같은 형이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았거나 혹은 처음의 사건 때 로위가 도움 없이 스스로 책임을 다했다면 이후의 삶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쿠르트라는 인물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죽음에서 형제의 연관성을 찾아내 그 의혹을 풀고자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수한 경찰의 자질을 볼 수 있지만 그런 행위가 대의적이 아닌 개인적인 원한에 의해서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그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악당이 아님에도 악당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가 실패하기를 바라게 된다.

1편에서부터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 형제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이 서로에게 서서히 칼끝을 겨누는 모습을 숨을 죽이며 읽게 한 킹덤 2

솔직히 1편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그대로의 결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2편에서의 끝은 못내 아쉬운듯하면서도 납득이 가는 마지막이었다.

여전히 몰입감 최고였고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 역시 끝내줬고 마지막 뒤통수를 치는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역시 믿고 보는 요 네스뵈 다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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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 - 청빈과 이익 사이, 조선 선비들의 머니 스토리
곽재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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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이라는 나라는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선비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어도 거기에는 백성들의 삶보다 왕을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나 노론 소론 서인 남인같이 당대에 권력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었나에 중점을 둔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권력의 향방이나 조선 전체를 흔든 사건 사고 같은 것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당시 일반 백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사농공상이 분명해 돈을 버는 장사치와 장사를 하는 행위를 천하다 여겼던 당시에도 백성들의 삶을 조금 더 풍족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행에 옮기고자 했던 관료와 선비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시행해 정착시키고자 했던 이런저런 행위들이 요즘의 경제 상식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그런 7명의 예를 들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선 후기의 실용 학자로 알려진 박제가나 정약용과 같은 사람들을 예로 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지함과 정도전 하륜과 같은 인물은 다소 의외였다.

특히 토정비결의 저자로 유명한 이지함의 행보... 양반집 자제로 태어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사에 몸소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그때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투자를 받아 유통으로 돈을 벌 뿐 아니라 모두가 부유해지기 위해 그 몫을 나눈다는 파격적인 발상을 했다는 점에서 그가 하고자 했던 부의 실천방향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려 말의 혼미한 세상에서 이성계를 내세워 조선을 건국하는 데 앞장선 정도전은 정치적으로는 이런저런 의견이 엇갈리는 인물임에 분명하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혁명 중 하나인 땅의 국유화는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그는 시장경제를 흩트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독점이라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땅의 독점은 권력과 결탁해 많은 폐해를 나아 반드시 사라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그렇듯 대부분의 개혁적인 시도는 기득권의 격렬하고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실패하게 되었다.

만약 그들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조선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에는 없던 지폐를 이용해 유동성을 개혁하고자 했던 하륜은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이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하게 된다.

그가 만든 지전의 단위가 너무 커 일반인들이 쉽게 사고팔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지전 자체의 크기도 소지하고 다니기엔 불편할 정도의 크기였다는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의 시도와 뜻은 좋았지만 평생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그저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그가 가진 한계가 원인이었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보다 도와 예를 중시하는 조선에서 우서라는 책을 써 사농공상의 평등을 주장한 유수원의 주장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오늘날에도 지적되는 문제지만 당시 조선에도 붕당의 폐해가 심각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를 그는 사농공상의 평등이라고 봤다.

벼슬을 얻어야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선비도 장사를 하든 농사를 짓든 뭘 하든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신분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벼슬을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봤다.

이외에도 사람이 사람을 재산으로 삼는 걸 부당하다며 노비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유형원 역시 인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비들이 주인을 위해서만 일을 하는 건 국가적으로도 비효율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주장 역시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아쉽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양반이자 벼슬아치들이었기에 남들처럼 그냥 살았어도 적당한 권력과 부를 이룰 수 있었음에도 그런 편안함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제안과 행보로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 사람들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런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백성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경제사를 이런저런 당시의 이야기와 더불어 무겁지 않게 다뤄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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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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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는 그 책 전체의 이미지를 만든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라든가 아니면 시놉을 봐서 책을 사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보이는 데로 직관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에겐 은근히 이 부분이 중요 포인트다.

그렇게 볼 때 이 책 다프네를 죽여줘는 독자로 하여금 오해하기 쉽게 되어있다.

제목을 보면 살인이 나오는 스릴러 작품이라 오해하기 쉽고 표지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내용에서 살인이나 죽음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스릴러라 보기엔 이 시대를 통찰하는 날카로운 사회고발과 성찰이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여자는 죽기 위해 자신을 죽여줄 킬러를 고용한다.

그리고 그 킬러는 엉뚱하게도 다른 여자를 죽여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여자의 모습을 본 순간 여자는 죽고 싶어 하던 마음에 갈등이 생기지만 킬러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걸 알게 된 조직에서는 또 다른 킬러를 보내 그들을 죽이려 한다.

경찰에서도 조직에서도 그들을 쫓아오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런데 이렇게만 보면 다소 코믹한 범죄소설처럼 보인다.

여느 범죄소설처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죄를 실행한 살인자가 나오고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쫓는 경찰도 나온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가도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한 작품이 될 수 있겠지만 이에 더해 작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갖 문제점을 보여준다.

늘 자살 충동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다프네를 통해서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감과 사회 고립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폭력과 방임 그리고 무관심을... 그리고 그런 다프네를 죽이기 위해 고용된 킬러인 마르탱 역시 그저 그런 평범한 킬러가 아니다.

그 역시 어릴 적부터 무시와 폭력에 길들여지고 남성다움을 강요당한 채 잘못된 성에 노출된 채 자란 사회 부적응자였다.

이 둘을 보호하는 모나라는 인물 역시 사랑 때문에 한순간에 의사 지위를 비롯한 모든 것을 잃은 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실패자였다.

그리고 이 들을 쫓는 사람들 즉 또 다른 킬러와 경찰들은 실패자이자 낙오자인 세 사람과 달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본모습은 남성우월주의에 성차별주의자이고 폭력에 익숙하며 자신의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모든 걸 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부적응자이거나 실패자에 가깝지만 그들 세 사람이 서로에게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도 신선했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풍자와 블랙 유머를 비롯해 섬세한 심리묘사, 캐릭터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 역시 좋았다.

마지막 역시 평범하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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