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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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건 이 아이들이 열여섯 살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패스트푸드 가게, 쇼핑몰, 맨날 보던 사람들

특별하거나 별다른 일 없이 매일매일이 그날 같은 작은 마을에서 남들과 달리 특별하고 싶었던 열여섯의 아이 둘이 지루하기 그지없는 여름방학에 뭔가를 한다.

지하실에 처박혀있던 복사기를 고친 후 그 복사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장난처럼 만든 그림과 뜻 모를... 그렇지만 뭔가 의미가 있는 듯한 문구를 쓰고 자신들의 피를 써서 만든 포스터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모두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두 아이들 프랭키와 지크가 만든 흑역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괴상한 문구와 기괴한 그림의 포스터는 처음에는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프랭키와 지크는 굴복하지 않고 여름 내내 여기저기에 이 포스터를 부치는 일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지만 역시 일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그들을 끌고 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 포스터를 신종 종교에서 만들었거나 혹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만든 것이라 오해를 했을 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선 마치 유행처럼 그 포스터를 비슷하게 흉내 내거나 똑같이 복사한 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사방에 난무하는 포스터의 유행을 막기 위해 경찰을 비롯해 조직까지 결성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폭력적인 사태로 번지게 된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누군가가 죽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프랭키와 지크는 겁을 먹게 되지만 이후의 행동에서 두 사람의 횡보는 갈라진다.

하지만 불씨를 피우기가 힘들 뿐 이미 커진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마을에는 소요가 발생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장난으로 만들었던 포스터가 모두의 기억 속에 흑역사로 남게 되고 이 모든 건 잊히는 듯했지만 마침내 이 모든 걸 처음 시작한 게 프랭키였다는 걸 누군가가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재의 프랭키를 찾아온 기자에 의해 그 여름에 있었던 일의 진상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왜 이런 장난을 시작하게 된 건지 그때 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처음의 장난이 어떻게 온 마을을 휩쓰는 폭동처럼 변질된 건지 그 전후 사정을 들려주고 있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위태로운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어디로 갈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고인 물처럼 침잠해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현실 그리고 아빠의 외도로 흔들리는 집안이라는 요소들은 두 아이들로 하여금 일탈을 꿈꾸게 만들었다.

그 일탈이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마을 전체를 휩쓰는 광풍이 되길 바란 건 아니었을 뿐...

두 아이들이 느꼈을 고립감과 아빠의 부재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해서 훅 몰입해 읽게 만들었다.

위태로워서 더 찬란하게 빛났던 청춘... 그 빛나던 청춘을 너무 잘 표현해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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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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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했거나 절망 끝에 선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생겼다.

그건 바닷가에서 눈이 부시게 빛나는 섬광을 본 후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섬광을 본 사람 모두에게 이런 특별한 일이 생긴 건 아니었고 오직 이 세 사람에게서만 발생한 일이었다.

모든 건 바닷가에서 발견된 미지의 정체 모를 생물과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일이었고 문어를 닮은 그 생명체는 오로지 동족과의 해후만을 원했다.

그들은 그것에게 샌디라는 이름을 주었고 그때부터 그들과 샌디는 한 몸이 되어 그들을 쫓는 사람들로부터 도주가 시작되었다.

사실 세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의 고민과 문제들이 있었는데 16살의 고아 레녹스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고 헤더는 자신의 딸을 병으로 잃은 후 자신마저 불치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야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위태롭던 상황이었다.

에이바 역시 만삭인 임산부이면서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모든 걸 억압하는 남편으로부터 간절히 벗어나길 원하고 있었지만 절대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남편 때문에 고통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실 외계에서 온 생명체와 인간들 간의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이 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읽었을 때 이야기의 마지막은 미지의 생명체의 마법 같은 능력이나 초능력 같은 걸로 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거나 혹은 어찌어찌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렸을 것이라 막연히 짐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미지의 생명체인 샌디는 그저 그들로부터 스스로 모든 속박을 풀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삶의 의지가 없었던 헤더는 샌디의 탈출을 돕고 동족과의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스로 삶의 희망을 찾고 깊은 절망감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어디에도 소속감이 없었던 레녹스는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갈 의지를 갖게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밖에서는 철저하게 가정적인 남편 역할을 했던 폭력적인 남편에게 길들여지길 거부했던 에이바 역시 샌디를 도와 탈출하면서 남편과의 싸움에서 뒷걸음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 E.T를 떠올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영화 속의 주인공 E.T 역시 우연히 우주선의 고장으로 지구라는 별에 낙오됐을 뿐... 그에게는 지구를 해하거나 지구 침략 같은 거창하고 위험한 계획 따윈 없는 해롭지 않은 존재였음에도 그가 그저 우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로 나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샌디에게 벌어진 일과 마찬가지로...

사실 샌디는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을 손쉽게 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세 사람에게 의지해 동족과의 만남을 바랄 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평화적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에 반해 샌디를 쫓는 인간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그와 세 사람을 추적하면서 살인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E.T 속 나쁜 악당들처럼...

샌디의 외형적인 모습부터 마지막의 결말까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 너와 나 사이의 우주는 읽으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도 있었고 지구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공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줬다.

읽기는 쉬웠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쉽지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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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의 어둠
사와무라 이치 지음, 김진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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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호러나 공포가 일상을 벗어난 그 무언가의 존재로 인한 것이었다면 성인이 된 후에 공포나 호러로 다가오는 건 오히려 그런 것들보다 지극히 친숙한 주변 사람 혹은 주변에 있는 것들에 의한 것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알던 사람의 이면이나 내가 친숙하게 여겼던 것의 전혀 다른 모습 같은 걸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받게 되는 느낌은 충격과 공포 그 이상이다.

이 책 한 치 앞의 공포에서 다루는 공포스럽고 두려운 그 무엇 역시 우리가 공포나 호러라고 할 때 쉽게 연상되는 평범함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거나 일상스러워서 이게 과연 공포라 할 수 있을까 싶은 그런 것에서 문득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유의 공포라 할까

한 권의 책안에 21편이 담길 만큼 우리가 흔히 아는 단편보다 훨씬 더 짧은... 그야말로 초단편으로 된 괴담집인 한 치 앞의 어둠 속 공포와 괴담은 솔직히 무섭거나 기괴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오히려 너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이야기는 뭘까 하고 궁금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가만 생각해 보면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우리가 흔히 공포 호러 소설을 읽을 때의 호흡과는 다르다.

사실 첫 편인 명소부터 그렇다.

누구가 가 투신자살하는 소릴 묘사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그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왜 그 장소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걸까 궁금증을 가지게 유도한 다음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급전환하고 거기서 뚝 하고 뜬금없이 마친다.

어 이게 뭐지 하는 느낌으로 다음 이야기 수로를 보면 더 괴이하다.

수로에서 축구공을 찾으러 들어갔던 소년이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마을에 괴담이 생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 하면 이번엔 누군가가 그 수로에 들어갔다 다른 아이가 되어 돌아오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얼핏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왠지 섬뜩하다.

어느 날 내가 알던 사람이 겉모양만 똑같고 속 알맹이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모른다면 하는 가정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여기에도 이렇게 갑자기 겉은 같은 사람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이야기가 몇 편 실려있는데 무제나 다리 아래 같은 이야기가 그렇다.

사실 동서고금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왔고 사람들이 뭘 두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알던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에 담긴 두려움이랄까

여기에는 관념적인 공포나 두려움 외에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곤 하는 상황을 엮어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괴이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도 있다.

부동산 임장이나 만 원 전철 같은 이야기 혹은 밤샘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같은 게 그런 식이다.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차가운 시간, 꾸물거림 그리고 심야 장거리 버스였다.

차가운 시간이나 심야 장거리 버스는 왠지 현실적인 공포로 느껴졌고 꾸물거림은 실실 웃다 찜찜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지만 책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 책...가만 생각해보면 더 무서운 책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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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남자 스토리콜렉터 12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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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시리즈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이비드 발다치

이번엔 60시 20분의 남자 트래비스 디바인 시리즈의 2편이 출간되었다.

역시나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답게 현란한 액션 신과 촘촘히 짜인 스토리 거기에 무기의 나라답게 다양한 무기를 선보여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 시작부터 달리는 열차 안에서 전문적인 킬러들과의 화려한 액션신으로 눈길을 끌고 뒤이어 이번 편에서 그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나온다.

인구 300명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CIA 요원이 살해당한 일이 발생... 트래비스는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로 급파된다

죽은 요원은 국가 기밀을 다루던 요원이었기에 CIA를 비롯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트래비스는 이 사건이 개인적인 일이었는지 아니면 그녀가 취급하던 일과 관련된 건지를 밝혀내야 한다.

대대로 큰 변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었기에 그곳 사람들은 죽은 요원의 직업적인 문제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여기지만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나온 총탄과 그녀가 발견된 위치 그리고 저격한 위치 모두가 맞지 않는다는 걸 트래비스는 단숨에 캐치해낸다.

게다가 그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의 증언을 보면서 그를 비롯해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무엇보다 먼저 죽은 그녀는 고향에서 뭘 찾고 있던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가 면담했던 사람들 모두 피해자에게 좋은 인상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녀의 죽음은 의심스럽다.

현지의 경찰 역시 트래비스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적은 인구를 가진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임에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모두가 평화롭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이 마을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사를 통해 불과 얼마 전에도 누군가가 뺑소니차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을 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죽은 피해자가 이번 사건 목격자의 아내였음이 드러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좀처럼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죽은 CIA 요원과 뺑소니 사고로 죽은 피해자 사이의 공통점을 찾게 되면서 마침내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트래비스

이 모든 게 어쩌면 오래전 있었던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빠른 페이스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과 통쾌하기 그지없는 결말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촘촘하게 잘 짜인 스토리 생생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의 묘사 그리고 화끈한 액션과 함께 개연성 있는 결말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한편의 멋진 드라마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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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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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생일이 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설정을 처음 봤을 때 주인공의 출생에 뭔가 비밀이 있거나 혹은 문제를 해결하면 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짐작했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이 이런 식 즉 출생의 비밀을 풀거나 주인공이 가진 핸디캡을 뭔가 이겨서 극복해 모든 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 토미는 태어나 첫 번째 생일이 되면서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던 부모부터 시작해 모두에게서 잊힌 존재가 된다.

단지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만이 아닌 토미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

그로 인해 첫 생일 이후로 부모가 아닌 보육원에서 생활하면서 해마다 생일날이 되면 모든 게 리셋되는 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생존방식을 얻게 되는 지독하게 힘들고 고독한 삶을 살게 된다.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토미는 꿋꿋하게 매해 돌아오는 이 지독한 리셋을 견디지만 단 한 번 일탈하게 되고 그 일탈로 인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건 리셋될 때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이후의 삶은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저주받은 듯한 운명을 마냥 원망하면서 삶의 의지를 놓는 게 아닌 그에게 주어진 것 중에서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찾는 데 집중하면서 현재의 삶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데 열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줬던 사고에서 만났던 친구를 찾아 새롭게 우정을 다지면서 그때 같이 생각했던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운명처럼 다가왔지만 고백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떠나보낸 첫사랑을 반드시 만나기와 같은 여느 평범한 청년처럼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누가 봐도 우울하고 절망적인 삶이지만 운명을 원망하며 무너지지 않고 매번 새롭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토미를 보면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신이 사랑하고 의지하는 가족조차 자신이라는 사람을 잊어버린다는 설정은 누구 봐도 절망적이고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두려운데 그 모든 걸 이겨내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면서 매번 다음 리셋을 위해 준비하는 토미의 모습은 놀랍기만 했다.

이 소설이 평범한 판타지였다면 어느 순간 이 모든 비틀린 운명을 되돌리거나 어떤 반전이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까지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중간 이후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묵묵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토미의 모습만 보게 되면서 이런 가능성은 지웠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가장 가능한 최선은 뭘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면서 과연 작가는 어떤 개연성 있는 결말을 준비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의 결말을 봤을 때 느끼게 된 감정은 안도감과 감동이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지독한 삶을 특별한 장치나 개입 없이 이렇게 희망적이고 가슴 따뜻한 결말을 개연성 있게 그려낼 줄이야...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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