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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평점 :
제목만 보면 시골에서의 느리고 여유로운 슬로 라이프가 연상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농촌과 시골에서의 생활에 대해 모르는지를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심어야 하는 농작물도 있지만 그 농작물을 심기 위한 준비 작업도 쉽지 않다.
때마다 약도 치고 비료도 줘야 하고 심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격이라 그 시기를 잘 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고 잡초도 베고 온갖 정성을 다한 후엔 또 혹시나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뜻하지 않게 농사를 망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마침내 수확의 시기가 오면 또다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이렇게만 봐도 도무지 한가할 틈이 없는데 그렇다고 시골생활이 이렇게 늘 빡빡하고 고되기만 할까 하면 또 그렇지 않다.
도시에서의 생활과 달리 대체로 노력한 만큼의 성과와 결실을 주고 일단 사람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적다.
아마도 이런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부분 때문에 시골 생활을 느긋하고 여유롭다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역시 산골에서의 생활을 그저 단순하게 지루하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을 법한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었다.
그런 도시 청년이 이곳 가무사리에서 1년이 넘는 동안 생활하면서 서서히 진짜 남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책이
바로 이 책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히라노 유키는 원하는 것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알바나 하며 보내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도시 청년
하지만 대학을 진학하기엔 공부에 뜻이 없고 이렇다 할 목표도 없이 빈둥거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담임과 부모의 합작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깊은 산속에 위치한 가무사리 마을의 임업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한 번도 나무를 타본 적도 없고 잘라본 적도 없는 히라노에게는 좀처럼 쉽지 않아 틈만 나면 도망칠 궁리를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방어도 만만치 않아 매번 실패로 돌아간다.
그렇게 달아날 궁리만 하고 자신은 할 수 없다는 생각만 하던 히라노였지만 이곳 마을에서 살며 대대로 나무를 심고 그 나무를 베어 생활하던 사람들과 함께 하며 같이 산을 오르고 나무를 타면서 조금씩 이들의 생활에 동화되어 간다.
어쩌면 히라노의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꿈도 목표도 없이 그저 세월을 보내며 나이만 먹을게 분명했던 도시 청년 히라노가 이곳 가무사리로 와서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일하는 노동의 가치도 알게 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 속에서 그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를 베어서 파는 임업을 그저 힘들지만 단순한 작업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나무를 제대로 된 상품 가치를 지닌 나무로 성장시켜 제값을 받기 위해 가지를 자르고 많은 나무 중에 골라서 잡초를 베듯 필요 없는 나무는 잘라내고 심지어 나무를 자르는 것도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이렇게 산골에서 적응하는 동안 벌어지는 에피소드에는 당연하지만 달달한 로맨스도 있다.
한눈에 반해버린 연상의 여자 나오키에게 제대로 된 어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재밌었고 우리는 잘 몰랐지만 오랜 세월 전통을 가지고 해오던 마츠리의 엄숙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장면을 살짝 유쾌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묘사해 놓은 점은 인상적이었다.
영화 우드잡의 원작소설이라는 데 책을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재밌겠다 생각했었다.
아름다운 숲의 정경과 그 속에서 유쾌하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