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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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간되는 시리즈 중 가장 핫한 시리즈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총 21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걸로 안다.

예전에 한두 권을 따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솔직히 그 당시에는 역사 미스터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때라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고 역사 미스터리의 매력도 조금씩 느끼던 차에 새롭게 접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를 섞은 후 살인사건이라는 양념을 더해 아주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소설 속 주인공인 캐드펠이라는 인물이 수도사임에도 처음부터 수도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 아니라 40년간 속세에서 살아서 전쟁도 겪었고 온갖 고초를 겪어봤으며 또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도 해본... 그래서 우리와 별다를 바가 없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잉글랜드 전역이 황후 파와 현재의 국왕파로 나눠져 혹독한 내전 상태에 접어들어 곳곳에 강도와 도둑이 들끓는 이때 귀족 가문의 어린 남매가 수도원에 몸을 의탁하러 오던 중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 남매를 찾기 위해 수색하던 중 얼음이 얼은 강 속에서 한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게 분명한 여인의 정체는 누구일까?

그리고 실종된 남매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시리즈에선 단순히 누가 살인자이고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에 대해서 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해야 했는지 살인자의 심리와 내면에 더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린 남매가 현재 처한 상황 역시 흥미롭게 배치해놨다.

당시의 잉글랜드 상황 즉 국왕파와 황후 파가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격심한 내란을 겪는 중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어린 남매를 보호해야 할 외숙은 왕후 파이고 그들이 머물 예정인 곳은 국왕파의 지역이라는 설정을 넣었다.

그래서 외숙의 입장에선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도 자칫 스파이로 처단될 수 있어 마음대로 구조할 수도 없다.

그런 남매의 모습은 마치 적들에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위태하기만 하다.

보호자의 손을 벗어난 귀족 남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고 어디서든 강도와 도둑이 들끓을 뿐 아니라 심지어 반대파의 눈에 띄어도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데 이런 상황에 대한 묘사는 그들이 하는 대사나 행동은 물론이고 작은 제스처에서도 묻어나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서 훨씬 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나 열정이 인간적으로 와닿는다.

그래서일까 기존의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시대극답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진 않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훨씬 더 개연성 있게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의 전개도 흥미롭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미스터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게 왜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기회가 되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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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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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전 작품 명탐정의 제물과 명탐정의 창자를 읽어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역시 이 작가의 창의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소재의 한계 따윈 무시해버리고 거의 무제한급으로 마음껏 질러놓고는 그걸 하나하나 전부 다 논리에 맞게 맞춰버리는 능력은 타고난 게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유명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가져와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하더니 이번에는 동시간대 또 다른 차원이 공존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을 가져와 충격적인 전개와 명쾌한 사건 추리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평온했던 가족이 단 하나의 균열로 무너져내리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기사야마

그 충격이 트라우마가 되어 무엇보다 가족의 평안과 안녕을 지키는 데 필사적이다.

심지어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개념치 않을 정도

그런 그가 무심히 건네받은 하나의 알약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족들이 하나둘씩 눈앞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살해되는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그 범인의 정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살해되는 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잔인하기보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그리고 누가 봐도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고 그 살해 방법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음에도 특유의 냉철한 논리와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모든 사람을 설득시키고야 마는 작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임이 분명하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또 다른 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이론은 쉽지 않아서 책 속 주인공들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애를 좀 먹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이렇게나 기발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건을 추리해가면서 밝혀지는 내용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빈틈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완벽하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사회고발이나 범죄의 심리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자체에 중점을 둔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빈틈없는 논리와 추리 그리고 반전에 반전이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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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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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이 책은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이나 수사를 하는 방법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오래된 고전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데 들여다보면 현대 그것도 21세기라니...

처음엔 이런 차이에 익숙하지 못해 당황했지만 어쩌면 그 차이가 이 책의 매력인 지도 모르겠다고 느끼게 된 건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고 나서였다.

이혼 전문가로 유명한 변호사가 와인병에 가격 당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용의자는 쉽게 추론되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알리바이가 있다.

문제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초록색 페인트로 쓰인 182라는 숫자에 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뭘까

사건 당시 피해자 주변을 조사하다 그가 죽기 하루 전 또 다른 사건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부터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 사건은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사건인데 우연히도 피해자가 죽은 변호사의 친구이자 오래전 한 사건으로 엮인 사이라는 것이었다.

이후부터 사건의 방향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하나는 변호사 개인에게 원하는 가진 사람에 의한 범행... 이럴 경우 친구의 사고는 단순 사고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이 한데 엮인 오래전 사건에 의한 범행... 이럴 경우 친구의 죽음 역시 사고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타살일 확률이 높다.

이 책을 끌고 가는 건 일단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사건을 해결하는 역인 전직 형사 호손이라고 보면 또 다른 주인공이자 실질적인 주인공인 작가 토니 호로위츠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 모든 걸 기록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탐정 콤비 셜록 홈스와 왓슨의 재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지만 두 사람의 친밀도는 그들과 다르다.

이번이 두 번째 시리즈임에도 토니는 호손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고 그런 점을 몹시 신경 쓰고 있다.

그래서 사건을 수사하는 호손의 곁에서 모든 걸 함께 하면서도 호로위츠의 신경 한구석에는 어떻게 하면 호손에 대해 하나라도 알 수 있을까를 늘 궁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눈에 비친 호손이라는 사람은 수사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사람과의 사이에는 문제가 있는 냉담하고 욕을 잘하는 다소 고약한 성품의 사람이다.

그에 반해 호로위츠 자신은 홈스의 후속편을 쓴 작가로 알려진 만큼 추리능력을 보이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그와 같은 현장을 보고 같은 용의자들을 만나도 결정적인 순간에 헛발질하기 예사다. 마치 우리의 왓슨처럼...

여기저기 놓인 떡밥을 다 해소하려면 다소 엇박자를 보이는 두 콤비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랜 고전물을 보는 재미를 줬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개연성이 있었다는 점은 좋았고 사건의 수수께끼 중 중요한 부분이었던 숫자 182에 관한 부분은 아쉬웠다.

다른 시리즈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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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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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단편을 비롯해 시대물 청춘 미스터리에 판타지까지... 그야말로 모든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일단 그의 작품은 언제 읽어도 중간 이상은 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좋다.

이 책 가연물은 5편의 에피소드로 엮인 단편이고 미스터리의 정석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가쓰라 반장이다

그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사건 속에서 진실을 꿰뚫어 보는 힘이 날카로워 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사건을 맡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워커홀릭이라 부하들로부터 신임은 얻고 있지만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단 첫 번째 에피소드 낭떠러지 밑은 스키장에서 조난당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은 사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중상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단순한 실족사처럼 보였던 사건이 살인사건이란 걸 발견하면서 범인은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 있지만 어떤 흉기를 사용했는지는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과연 그를 살해한 흉기는 뭘까

두 번째 에피소드인 졸음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재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가해자는 현재 다른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이 몰래 미행하던 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은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른 새벽의 사건임에도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해 사건을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자신은 파란불에 진입했다 주장한다.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뭘까

목숨 빚은 에피소드 중 가장 재밌게 읽은 것 중 하나였다.

등산로 주변에서 토막 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되고 경찰이 일대를 수색해 나머지를 찾으면서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난다.

게다가 그에게 거액의 보험금이 걸려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모든 관심은 보험금을 수령할 아들에게 쏟아지는 데 과연 아들이 아빠를 죽인 범인일까

목숨 빚은 마지막 에피소드 진짜일까 와 어떤 면에선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두의 관심과 시선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다른 쪽에선 또 다른 일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렇달까

어쨌든 가장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들이었다.

책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가연물은 어찌 보면 조금 안타까운 스토리였다.

동네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쓰레기가 불타는 방화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아쓰라는 그 방화사건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지목한다.

용의자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단편의 특성만큼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추리가 어울려 가독성 있고 흥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

무겁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않는 숨겨진 진실을 찾는 재미를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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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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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기암성을 모티브로 한 외딴섬의 별장 기암관

그곳은 겉으로 보기엔 부자의 별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무대를 마련해놓고 사람들을 모아서 게임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 식의 탐정 유희를 벌이는 곳이다.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 과연 누가 범인이고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인지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치 게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지...

사토가 유일하게 친구라 생각했던 도쿠나가가 갑자기 사라졌다.

단서는 그가 사라지기 전 어떤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 알뿐이었지만 사토는 모든 단서를 쫓아 그가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토

어떤 곳에서 그저 가만히 머물러있기만 하면 거액을 준다는 아르바이트는 누가 봐도 수상하지만 도쿠나가를 찾기 위해서 가토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한다.

마침내 밝혀지는 아르바이트는 외딴섬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참여해 탐정이 그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면 종료되는 이른바 부자들의 탐정 유희 같은 것이었다.

그 역할에서 사토는 장기짝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신 역시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들의 지시대로 따르되 탐정이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내서 사건을 종료시키는 방법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도대체 누가 탐정인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아무도 탐정 일을 하며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제 남은 사람 모두가 자신들이 무대 위의 연기자임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구도 사건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 없이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

사토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서야 한다.

유명 미스터리 소설의 작품을 단 곳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 속 설정과 같은 방법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인의 트릭을 이해하려면 먼저 원전을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지만 원전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트릭을 사용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게다가 이 모든 어수선함을 뚫고 마지막 결말을 정면돌파로 마무리 지은 점 역시 과연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였다.

소재도 흥미롭고 나오는 트릭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본격 미스터리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은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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