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살면서 늘 누군가를 만났다 헤어진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거나 혹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사람을 우리는 인연이라 하는 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은 동물이라 그런 인연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이 책 다시, 만나다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당연하게도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난 거라고 예상했는데 처음 이야기부터 내 예상을 깨면서 시작한다.
그림을 좋아해서 엉겁결에 일러스트의 세계로 들어와 별다른 막힘없이 커리어를 쌓아가던 나는 타인들은 몰라도 내 그림에 그들이 말하는 깊은 의미나 철학 같은 게 없는 그저 텅 빈 그림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런 괴리의 차가 벽에 부딪쳤을 때 만난 잡지의 편집자의 말과 그가 내 그림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용기를 얻어 원래 원했던 꿈을 찾아 파리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났던 그 편집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었고  글과 그림을 대하던 진지한 자세에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처럼 바쁜 업무의 하나로 대하는 그를 보면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의 인연은 내가 원했던 꿈을 실현하는 작은 전시회에 초대하면서 또다시 이어지는데 그는 처음의 모습과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고 서로에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헤어진다.
이 첫 번째 단편 다시,만나다를 보면서 그와 처음 편집자로 만났을 때 그녀가 느꼈던 호감이 발전해 연인으로 가리라 예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의외였고 두 번째 의외는 그들이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이번엔 진짜 무슨 연애 감정이 싹트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은 서로의 꿈을 빌어주는 그야말로 인간 대 인간으로의 인연으로 끝맺는 걸 보면서 아... 내가 너무 속물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성간이든 누구든 나와 말이 통하고 조금씩 변화해가는 걸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인연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백화점 식품부에서 사온 음식이 표시되어있던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였음을 알고 어찌 된 일인지 연유를 묻던 여자가 어떤 대우를 받게 되고 그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낸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 흥미로운데 그런 그녀가 백화점에 가기 전에 잠시 스쳐갔던 한 남자가 대낮의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여 인명을 사상한 사람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면서 그녀가 느꼈을 안도감이 제대로 느껴졌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보내는 하루가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면서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밥상을 차리리라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따로인듯한 세 남녀의 이야기가 왠지 환생의 이야기인 듯 서로 이어진 느낌이 강해서 묘하게 매력적이었던 꼬리등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매듭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갔다.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반 전체를 실망하게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는 클수록 그게 가슴속에 남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드디어 졸업한 지 몇 년이나 흘러 성인이 되어 그때의 반 친구들을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매듭
사실 매듭은 누구나 다들 경험해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진실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면이 드러날 때가 많은데 가만 생각하면 이런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원래가 상대방의 입장보다 내 입장이 우선일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내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기고 거기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매듭에서 그랬다.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매듭이 마침내 뚝 끊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게 된 그녀가 느꼈던 해방감이랄까 시원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졌다.
이렇게 살면서 인연이든 혹은 과거의 어떤 년이든 사람은 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동안 그 만남이 좋은 쪽이 될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걸 늘 자각하며 살 수는 없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특유의 필체로 무겁지 않게 그려낸 사람들 간의 인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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