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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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기숙 사립 고등학교에서 한 밤에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지만

사건 발생 후 수일 안에 범인인 교사를 잡으면서 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건 이면에 뭔가 엄청난 비밀이나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괴담과 미스터리는 생명을 얻는데 사람들의 관심과 화젯거리를 재빨리 캐치해서 방송으로 연결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눈에 이 사건은 안성맞춤의 먹이였고 그런 이들로 인해 이 사건은 다시 부활한다. 또다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부잣집 아이들의 전유물 같은 명문 기숙 사립 고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범인이 그들을 가르치던 교사라는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인데 범인이 잡힌 후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고 그날 밤 살아남은 학생들 역시 하나 둘 사건 현장으로 돌아와 그 선생의 뒤를 이어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감행한다.

왜 그들은 자꾸만 살인 현장으로 다시 돌아와 자살을 하는 걸까?

그들의 행동의 수수께끼는 누군가에게 의문을 갖게 하고 이 사건을 추적 수사하던 기자의 본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의문과 그날 밤 사건의 수수께끼를 적은 기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당연히 이 사건엔 뭔가 있음을 직감한... 그리고 돈이 될 것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팟캐스트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서 살인사건은 마치 쇼와같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자극적이면서도 비밀이 있는듯한 이 사건은 사람들을 열광케하고 흥분에 휩싸이게 하지만 그런 열광은 당연하게도 누군가의 주의를 끈다. 그리고 당연한듯 다시 살인은 시작되었다.

그날 밤에 대해 비밀을 밝히려던 소년 역시 사람들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자살하면서 이 사건 뒤에는 정말 인간의 힘이 아닌 악령이나 초현실적인 그 무엇이 존재하는 건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 즈음 이 사건을 맡아 팟캐스트에 올리던 유명 진행자와 그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 프로 파일러가 누군가에 의한 폭발사고를 당해 팟캐스트 진행자가 죽음을 맡는다.

이로 인해 이 사건들이 악령이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인간에 의해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는 게 명백해졌고 범인으로 지목됐지만 자살미수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교사의 혐의는 벗겨진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그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그날 밤 살아남은 아이들의 연이은 자살 사건으로 보면 그날 아이들이 뭔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지만 침묵했고 그 죄책감 때문에 연이어 자살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심증이 굳어가지만 범인에 대한 정체는 좀체 드러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한 고백의 일기와 지금은 졸업했지만 이 고교에 다녔던 한 남자가 가졌던 이 학교 그중에서도 자신이 원했지만 속하지 못했던 맨 인 더 미러 클럽에 대한 원망과 회한들로 미뤄볼 때 두 남자가 이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었을 거라 짐작만 할 뿐...

연이은 자살로 사람들의 관심을 드높아졌지만 단서로 사건 전체를 맞출 사람이 필요할 때 드디어 해결사가 등장한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그 날밤 사건들을 하나씩 꿰맞춰 빠진 그림을 찾아 진실을 파헤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하지 못하는 다소 특이한 성격의 범죄 재구성 전문가 로리는 연이은 자살 사건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이 사건들이 자살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타살일 수도 있음을 입증해낸다.

연이어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이지만 들여다보면 개개의 사건들이 서로 얽히고 순간의 판단 하나로 전체의 그림이 뒤틀렸음을...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되었음을 알 수 있도록 현재와 사건 당시 시점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감과 복잡해 보이는 사건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면서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반전을 위한 어설픈 뒤틀림 없이 그 자체만으로 독자를 설득해나가는 힘이 있는... 가독성 좋은 스릴러였다.

상당히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특별한 능력을 가진 로리 무어와 레인 필립스 두 콤비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 더 있는 것 같은데 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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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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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어울려 더더욱 눈에 띈 이 책은 읽는 내내 제목처럼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소울과 블루스의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미국 남부의 사막의 열기와 고즈넉한 풍경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남북 전쟁의 원인이었던 흑인 노예들이 가장 많았던 곳... 그래서인지 21세기인 지금도 인종 차별이 여전한 건 어쩌면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 역시 눈에 보이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텍사스의 한적한 카운티의 작은 마을 라크

이곳의 주민은 불과 200여 명 남짓하지만 일주일 동안 무려 2건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부터 벌써 이채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적당히 처리하고 넘기려던 찰나 난데없이 한 사람이 사건으로 뛰어든다.

그 남자의 이름은 대런 매슈스였고 그는 흑인이면서 텍사스의 레인저였다.

레인저라는 게 그저 영화 속에서 악당을 무찌르는 히어로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엄청난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만한 위치를 지닌 존경 받는 특수 경찰 비슷한 뭐 그런 정도였고 그런 이유로 그가 처음 이 사건을 맡았을 땐 여느 형사물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거라는 예상은 당연하지만 빗나갔다.

일단 대런은 레인저이면서 한 사건에 연루되어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상태였고 라크의 사건을 맡았을 땐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닌 다른 동료로부터 이 사건을 의뢰받아서였기에 시작부터 위치가 어중간했었다.

게다가 그가 온 이곳은 겉으로는 21세기의 문명인들이 사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오랫동안 인종 간 서로 같이 어울려 술 한 잔도 같이 하지 않을 정도로 극심히 편이 갈린 곳이었고 그런 곳에서 일주일 사이에 인종 간의 살인사건이 벌어져 긴장이 고조되던 찰나였다.

처음 타지에서 온 흑인 변호사의 죽음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단순 사고사로 처리했지만 불과 며칠 후 이번엔 백인 여성이 죽었을 땐 명백히 분위기가 달라져 라크가 보는 앞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마을의 술집이자 흑인들의 아지트를 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모든 포커스를 그들에게 맞춘 편법 수사가 자행되었다.

그가 레인지임을 밝혔음에도 어디 가서든 그들에게 향하는 존중은 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수사에 참여하는 걸 방해하기까지 하는 라크의 보안관과 지역 경찰들...

사실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레인저인 그를 수사에서 배재 시키고 따돌리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같은 인종인 흑인들조차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 대런을 피할 뿐 아니라 진술조차 거부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런조차도 자신들에게서는 타인이자 제3자일 뿐 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사건만 해결하면 떠날 사람을 위해 진술을 하고 돕는다는 건 뒤에 남아 같이 살아갈 사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행위임을 이해하면 그들의 답답할 정도로 폐쇄적인 행동은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범죄소설이기는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보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에 더 무게중심을 뒀고 그런 이유로 전개가 다소 답답하게 흘러 빠른 전개와 장면전환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을 흐르는 인종 간의 갈등과 차별에서 오는 서로를 향한 명백한 적의와 증오의 묘사는 너무 생생해서 때론 숨 막혔고 답답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빼어났다.

오랜 세월 차별과 서로를 향한 적의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누군가에겐 아름답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상처이자 회한이기도 하다는 건 불변인 듯... 단순한 살인사건 밑에 흐르는 사랑과 질투, 증오와 복수의 감정은 인종을 넘고 세월을 뛰어넘어 변함없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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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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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표지도 그래서 가벼운 일본식 블랙 유머가 가미된 소설이려니 생각했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제법 있지 않을까?

사실 도입부에서 눈 깜짝할 새 납치와 감금이 벌어지고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도 잔인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주변을 청소하는 데 더 열중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처음 생각이 맞구나 싶었었다.

일단 살인이라는 비정상적인 일을 벌여놓은 사람의 행동이라 하기엔 주인공 스녠의 행동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가 살인 현장을 청소하는 게 보통의 상식과 달리 증거를 인멸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핏자국이 난자한 곳을 청소하면서 이런저런 흔적을 지울 수도 있지만 스녠의 청소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 즉, 그는 무엇보다도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중증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늘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마가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살인보다 청소에 더 공을 들인다는 설정만 보면 어처구니없는 부조화에 웃음이 나오지만 이야기가 점점 더 진행되고 그가 강박적일 정도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밝혀지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애처로운 이 소년 같은 청년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10년이라는 뜻을 가진 스녠이라는 이름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비극을 증명하고 있다.

나면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재미로 사람들을 납치해 살인을 일삼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살인마 잭을 숭배하는 집단 J의 일원을 자신의 손으로 하나씩 처단하는 것

그가 죽인 사람들은 단지 나쁜 놈이라거나 하는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고 심지어는 인육을 먹기도 하는 미친 살인마 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런 그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그에게 동조하고 응원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이런 면 때문에 뒤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녠이 찾은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주며 그의 행위를 구경하던 구경꾼 다비도프나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자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목적으로 살인을 방관해 스녠으로 하여금 영원히 지워지지않을 트라우마를 남겨줬던 닥터 야오 같은 사람들마저도 그를 도와주게 하는 스녠의 힘은 아마도 자신의 욕망이나 욕심 때문이 아닌 오로지 살인마 집단을 처리하겠다는... 어쩌면 숭고하기까지 한 그의 집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가벼운 문체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어쩌면 이 팀을 소재로 다음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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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라이어
태넌 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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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뭔가 느껴지는 거짓말의 향연

그렇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거고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한다는 걸까

반전이 흔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슷하듯이 나 역시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시작부터 거짓말이 나온다.

어랏~이러면 예상을 빗나가는 건데... 등장인물 속에서 누가 거짓말로 진실을 교묘하게 숨기는 건지 찾아보겠다는 마음을 단박에 허물어 버린다.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서 오래전 떠나버린 동생을 찾아온 여자

하지만 그녀를 맞은 건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었고 이에 당황한 그녀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동생의 시신은 내버려 둔 채...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마치 운명처럼 한 여자가 다가온다. 게다가 그녀는 죽은 동생의 외모와 상당히 닮아있다

여기서 첫 번째 거짓말이 등장한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유산을 타내기 위해 그녀에게 자신의 동생인 로빈인 것처럼 해주면 원래 동생 몫으로 받을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후한 제안을 하는 그녀 레슬리

그리고 변변치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던 여자 메리는 그 제안을 수락해 둘의 동맹이 맺어진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편이자 한배를 탄 사이가 되었지만 돈을 위해 뭉친 팀치고 둘 사이에는 뭔가 미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신경전이 펼쳐지는 데 어쩌면 돈 때문에 엮인 사이라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메리의 시선에서 보면 레슬리에겐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고 그녀는 몰래 레슬리의 뒤를 밟아 그녀가 자신에게 한 거짓말 중 하나를 캐낸다.

여기서 두 번째 거짓말이 등장했다.

집 때문에 돈이 필요했다는 레슬리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아낸 메리의 행동에도 묘한 구석이 있다.

처음 제안받은 대로 자신이 로빈인척하고만 있으면 자신 앞으로 큰돈이 떨어지는 데 그녀는 도대체 뭘 더 원해 레슬리의 주변을 캐고 다니면서 불안하게 하는 걸까

메리가 원하는 건 뭘지 그리고 돈이 절실한 것 같지 않은 레슬리는 무엇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급하게 그 돈이 필요한 건지... 평소의 그녀를 보면 절대로 법 같은 건 어기지 않을 모범생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기에 더더욱 그녀의 태도는 수상하다.

생기고 멋진 남편, 그를 닮아 이쁜 아들, 그리고 멋진 정원이 있는 집에다 안정된 커리어까지... 속된 말로 보면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그녀지만 그녀가 어린 아들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이상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남편 역시 직장 동료이자 싱글 맘인 여자와 너무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온갖 흔한 설정이 떠오른다.

남편이 알고 보면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중이거나 아니면 레슬리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중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더 나가서 사실은 메리가 남편과 아는 사이 혹은 둘이 짜고 레슬리에게 음모를 꾸민 것이라든가...

그런 점에서 보면 메리의 행동은 일부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서슴없이 일탈하는 행동을 하고 집요하게 레슬리의 뒤를 캐는 행동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게 한다.

왜 그녀는 처음 약속대로 맡은 일만 하지 않고 이러는 걸까? 그녀의 행동에 뭔가 의도가 있는 걸까?

더군다나 돈에 연연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처음 모습 즉 남자에게 가진 돈을 다 뺏기고 무력하게 바라보던 메리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더 대범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매력을 마음껏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처음엔 레슬리가 모든 상황의 주도권을 쥔 듯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건 메리임이 분명해진다.

한 팀이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뭔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묘한 의심만 쌓여가게 할 뿐 결정적인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세 사람의 시선으로 서서히 밝혀지는 그들 사이의 비밀과 거짓말은 예상대로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과 내면의 심리묘사가 괜찮았다.

특히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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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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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을 맡아주기를 원하며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장르소설에선 흔하지 않은 서간체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이렇다 할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느 스릴러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소설 전편에 흐르는 긴장감과 주인공이자 아이들 돌보미였던 로완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그 저택을 휩싸고 있는 기기괴괴함이 느껴질 정도로 심리적 묘사나 분위기의 묘사가 탁월했다.

주인공인 로완이 아이들 돌보미로 취직된 곳 헤더브레 저택은 저택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오래되고 제법 웅장한 맛이 있는 집이었지만 르네상스적인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부부의 직업과 성향에 맞게 최첨단으로 무장한 집이었다.

그런 겉과 안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은 부부와 이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겉으로 봤을 때의 부부의 모습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건축가이자 부와 명예 모두를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모습이지만 늘 시간에 쫓겨 아이들에게 제대로 애정을 보여줄 수 없어 집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많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돌보미들이 그렇게 자주 그만두는지... 왜 아이들 중 한 명은 완벽한 자연에 둘러싸인 집에서 창백한 얼굴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하지만 그 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 부부만이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로완 역시 겉으로 보이는 저택의 아름다운 겉모습과 고급 진 내장재와 최첨단 기술로 휘감은 그 집에 매료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고 누군가가 그 순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오면서 한순간에 로완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로완의 불행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전에 혼자 아이들과 집안에 남겨진 것부터 조명을 키고 현관문을 여닫는 사소한 것까지 최첨단이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남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집안 곳곳을 들여다보고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의 존재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로완에게 또 하나의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샤워를 하기 위해 자신의 욕실에서 30분 이상을 허둥 되는 모습은 최첨단이란 허울좋은 명목이 어떤 사람들에겐 얼마나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의 방 위를 걷는 듯한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고 잠든 사이 자신의 방안 온도가 달라져있을 뿐 아니라 한밤중에 누군가가 현관 벨을 울려대면서 몇 날 며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게 한다면...

무시할 수 있고 사소해 보이는 이런 것에서 로완이 잠을 자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발자국 소리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에 심지가 곧아 보이고 자신이 줄곧 주장한 대로 유령을 믿지 않는다고 스스로 주장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어 괴리감이 느껴졌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그렇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음이 밝혀지고 나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는 세 아이, 적대감을 보이는 다른 고용인, 슬픈 비극이 있는 저택의 사연 그리고 각자가 숨기고 있는 비밀까지...

로완의 말처럼 단순한 사건이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언제나 그렇듯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별다른 사건이 없음에도 술술 잘 읽히고 그녀 로완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부터 납득할 수 있는 반전까지 저택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반은 먹고 들어간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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