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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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을 선택해도 행복하지 않은... 그래서 어떤 걸 선택할지 몰라 고민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한 집안의 가장인 애덤과 아내 리비아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비밀이란 게 그렇듯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가 무거워져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 되어서 결국에는 그 비밀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순간이 언제일지 몰라 고민에 빠진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비밀이란 것도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노력의 결과이지만 어쨌든 나중에 그 비밀에 대해 알게 된 사람이 받는 배신감과 상처는 생각보다 크다.

두 사람의 거짓말이 그랬다.

애덤은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의절당한 채 20여 년을 살아온 아내가 그토록 원했던 40살 생일파티가 완벽해서 그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딸아이와 깜짝파티를 준비했었고 이제 그 비밀이 애덤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

리비아의 비밀 역시 남편을 위해서였고 그가 알게 된다면 큰 상처를 받을 것을 알기에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딸아이 마니와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수습한 후 그에게 털어놓으리라 결심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아 고민에 빠져있었다.

부부가 그렇게 각자 마음속에 비밀을 숨겨놓은 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아내의 생일날이 밝았다.

며칠 동안 비가 오고 좋지 않았던 날씨가 쾌청한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마치 리비아의 생일을 축복하는 듯한 날씨였지만 애덤은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고 당혹감에 빠진다.

걱정과 혼란스러움에 빠진 애덤은 아내에게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지 이대로 그녀의 생일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녀가 단 하루라도 더 행복한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대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생일 파티를 진행한다.

나중에 그녀가 알게 되면 자신을 절대로 용서치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리비아의 생일 단 하루에 있었던 일들 속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딜레마는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피가 철철 흐르거나 연이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전체적으로 긴장감과 긴박감이 흐른다.

서로 간에 언제 비밀을 말할지 누가 먼저 이야기할지도 그렇지만 과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뭔지가 밝혀지기 전까지 그 밑에 깔리는 긴장감이 점점 더 팽팽해졌다 끝내는 터지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두 사람의 선택이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어리석은 선택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 억지스럽게 느껴지지않았다.

선의의 거짓말도 결과에 따라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부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딜레마는 엄청난 비밀이나 무거운 진실이 아닌 어느 가정에서나 있음 직한 비밀과 거짓말로도 얼마든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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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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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목격한 소년과 그 소년을 죽이기 위해 뒤쫓는 킬러 그리고 그런 소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시놉만 보면 오래전 존 그리샴의 원작 소설 의뢰인이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마이클 코리타는 여기에다 하나 더 핸디캡을 넣어 좀 더 긴박감 있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위기감을 높이고 있는데 그게 바로 산불이라는 천재지변이다.

뒤에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 잔인한 킬러가 쫓고 있고 앞에는 무시무시한 산불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 자신의 한 몸을 지키기도 쉽지 않은 소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긴장감 있게 묘사되고 있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 들은 안젤리나 졸리의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에 원작이 더 궁금해지게 한 책이기도 했다.

다이빙 연습을 하기 위해 홀로 있었던 제이스 윌슨은 경찰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고 운 나쁘게도 그 살인자들에게 발각되고 만다.

제이스로 인해 자신들의 범죄가 발각되고 만 킬러들은 제이스의 증언을 막기 위해 뒤를 쫓고 소년의 증언이 필요한 연방정부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외지고 험한 산들로 둘러싸인 몬태나의 생존 전문가 이선이 운영하는 캠프로 보낸다.

이선 역시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전직 연방보안관 제이미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소년의 이름과 신분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당연하게 뒤따라 잔인하기 그지없는 블랙웰 형제 킬러도 들이닥쳐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며 제이스와 이선의 뒤를 쫓는다.

그들의 잔인함을 눈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는 제이스외에 누구도 그들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몰랐던 무지한 사람들은 그 형제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그들은 단지 추격을 쉽게 하기 위해 불까지 지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오랫동안 건조해서 바싹 마른 나무로 울창했던 숲은 이제 도망갈 수 없는 거대한 올가미가 되었고 이렇게 퇴로를 막은 채 한발 한발 아이 앞으로 다가가는 블랙웰 형제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야차 같았다.

사람을 앞에 두고 마치 둘만 있는 것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며 긴장따윈 하지않은 채 약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살인귀의 모습을 한 블랙웰 형제는 여느 킬러와는 다르다.

그래서 과연 누가 이들의 역할을 맡았는 지 역시 궁금해진다.

감정이라곤 없고 빈틈 역시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게다가 이런 사람이 한 명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데 두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당연한 결과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이 형제의 앞길을 잠시라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원하는 목표물인 제이스를 찾아 나섰다.

전문적인 킬러인 블랙웰형제를 피해 소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군 출신 생존 전문가 이선을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사람들... 처음부터 아이를 자신들의 캠프에 받아들이는 걸 반대했던 이선의 아내도 전직 산림 소방대원이지만 동료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이제는 화재 감시원이 된 해나도 폭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소년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는 투사였다.

그런 모습이 아마도 안젤리나 졸리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닐까 싶다.

산불이 숲을 먹어치우고 모든 것을 태우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모습의 생생한 묘사, 목격자 뒤를 쫓는 살인자들의 무지막지하지만 효율적인 추격 장면의 생동감 있는 묘사가 돋보여 끝까지 아슬아슬했고 긴장감이 넘쳤다.

소설로도 충분히 매력있었지만 영화 소재로도 확실히 매력 있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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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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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LA 폭동 사건은 로드니 킹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약탈과 방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한인타운 역시 그 피해를 입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폭동 이전에 코리아타운 인근에서 상점 주인인 한국인 여성 두순자가 한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총격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그 판결이 전체 흑인 사회를 분노하게 했다는 건 몰랐는데 이 책이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알고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선 그 총격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두 가족의 시선으로 풀어가고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상당히 현실감이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구에게는 죽이고 싶은 가해자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가족이며 쉽게 미워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점을 제대로 표현해 삶이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조용한 부모 밑에서 평온한 삶을 살아가던 그레이스의 일상이 무너진 건 마트의 주차장에서 누군가의 총격으로 눈앞에서 엄마 이본이 쓰러지면서부터다.

원한을 살 만한 일도 없는 엄마가 누군가에 의해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는 것도 충격인데 언니 미리엄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무고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죗값을 치른 거라는 식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만 모르는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그레이스의 추궁에 털어놓는 진실은 이제까지 삶 전부를 뒤집어 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고 희생한 엄마가 누군가를 죽인 살인자였다니...

그것도 무장하지 않은 어린 소녀를 죽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레이스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놀라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누나가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걸 봐야만 했던 숀은 그때의 살인자가 이번에 마트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쓰려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맞아떨어져 갓 출소한 사촌이 용의자가 되었고 이제 이 사건은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 오래전 누이의 죽음이 다시 불려 나온다.

이렇게 서로 악연으로 얽힌 두 집안에서 가장 무고한 듯한 두 사람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백인이 기득권인 세상에서 가장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두 인종인 흑인과 아시아인조차도 서로 반목하고 차별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힘을 합쳐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노력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서로에게 반목하면서도 자신 역시 백인들과 마찬가지로 색안경을 쓰고 인종차별을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모습은 집단 이기주의로 보일 정도였다.

그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자신들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오랜 세월을 거치며 깨달았기 때문인데 그런 자신들의 모습이 타 인종을 거부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걸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졌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언젠가부터 피해자의 피부 색깔을 나눠 서로 편을 나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온갖 인종이 모여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마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게 느껴졌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인과관계며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지만 등장인물 내면의 심리묘사가 탁월해 몰입감이 엄청났다.

단순히 한인과 흑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결말마저도 단순히 용서와 화해라는 평범한 루트를 걷지 않는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고 누구의 편에도 서기 힘들어 더 마음이 아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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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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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이 비록 불법이라 할지라도 묵인하고 승인해야 하는 걸까

세상에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서도 잘 살아가는 나쁜 놈들을 보면 법 따윈 무시하고 누군가가 나서서 처벌을 해줬으면... 그래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론 힘든 일을 대신해 주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각광받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머더스 역시 누군가를 대신해 나쁜 놈들을 처리해 주는 히어로 같은 존재가 나오지만 특이한 것은 그 히어로 같은 사람들 역시 나쁜 놈들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이를 수행하면서 사명감 따윈 1도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어서 할 뿐...

이 책의 주인공들은 예전에 누군가를 죽인 경험이 있지만 아무에게도 들킨 적이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반성 따윈 한 적이 없는... 일반인의 시각에선 그저 살인자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 둘에겐 나름의 정의와 이유가 있다.

어려서 방어할 능력도 없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나쁜 짓까지 하려고 한 엄마의 애인들과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엄마를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경력이 있는 레이코는 지금 형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레이코의 경우와 달리 누구도 그가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인 전력이 있다는 걸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상사맨으로 일하고 있는 기요하루다.

기요하루의 살인은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눈앞에서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걸 보고서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원죄를 가슴 깊이 묻은 채 처벌받지 않은 그날의 범죄자와 그를 도와준 사람들을 자신의 원칙대로 처리한 결과다.

두 사람은 모두 예전의 살인이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데 이런 두 사람의 일상을 깨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머더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길거리에서 남자의 공격을 받고 있던 여자 레이미에게 도움을 주게 되면서 뜻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기요하루와 레이코

레이미는 두 사람의 살인 전력을 알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이를 증명할 증거를 가진 채 자신이 어렸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후 엄마는 자살한 시체로 그리고 배다른 언니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유서도 발견된 이 사건은 얼핏 보면 누군가의 불행한 가족사일 뿐 사건화하기엔 타살의 흔적이 없는 듯 보이지만 레이코는 언니가 살아있음을 확신하며 의견을 굽히려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두 사람... 하지만 이내 이 사건엔 엄청난 배후세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누군가가 그들을 미행할 뿐 아니라 주변을 조사하는 걸 방해하는 세력이 나타나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지만 레이코는 형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평범하게 보이는 직장인인 기요하루의 경우는 마치 살인에 특화된 것처럼 탁월한 역량을 보여 그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멀쩡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해 준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의 눈이나 경찰처럼 틀에 박힌 시선이 아닌 살인자의 눈으로 살인자들을 색출하고 그들의 어떤 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흔적을 찾는 그 과정이 감탄을 불러온다.

읽으면서 세상에는 알려진 사건뿐 만 아니라 이렇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묻혀버린 의문사나 심지어 사건이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자들의 뒤를 쫓는 사람이 살인자라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잘 짜인 스토리와 중간중간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단서를 찾아 그 뒤에 가려진 사건 전체를 맞춰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가독성도 끝내주고 중간 이후까지도 결말을 예상할 수 없어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휘몰아치는 듯한 결말은 마치 한편의 누아르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줘 나로하여금 이 둘을 주인공으로 한 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하게 했다.

모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은 크라임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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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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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신주쿠의 외지고 허름한 빌딩의 2층 구석에 자리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그곳에는 세상 느긋한 듯 예리하고 거침없으며 마치 속세에는 아무런 미련도 관심도 없는듯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사와자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이제 50줄에 들어선 이 중년의 남자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어디 가나 사건을 몰고 다니는 그는 아마도 그의 성격 때문에라도 쉽게 갈 수 있는 걸 어렵게 꼬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주변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이 탐정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 세상천지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다는 그의 태도와 한번 맡은 임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즉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종료하고야 마는 그의 고집 같은 신념이 지금 세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의 인기는 결국 사와자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에게 탐정 임무를 의뢰한 의뢰인의 수난은 여전히 계속된다.

유서 깊은 요정이 신청한 대출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의뢰인의 신분은 한 은행의 은행장으로 거액을 대출하기 전 대출받고자 하는 요정의 주변을 조사하는 별다를 것 없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직접 알려야 할 특이사항을 발견한 이후부터 의뢰인과의 연락이 두절된다.

게다가 직접 찾아간 은행에선 마침 공교롭게도 은행장은 외출한 뒤였고 기다렸다는 듯 은행강도가 출현하면서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와자키

은행강도 일행 중 한 사람은 달아나고 남은 사람은 자수하면서 사건은 손쉽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은행장실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거금이 나오고 마감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은행장으로 인해 사건은 긴급함을 더하게 된다.

이 사건을 배정받은 신주쿠서에서는 당연하게도 사와자키를 쉽게 놔주지 않으려 하고 여기에서 또다시 쉽게 갈수 있는 방법을 외면한 채 그에게 탐정 임무를 의뢰한 의뢰인의 정체와 그 임무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경찰들의 비위를 거슬러 고난을 자초한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 야쿠자들도 꼬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꼬리엔 경찰과 야쿠자 그리고 그를 조사하기 위한 동종업계 사람들까지 따라붙지만 이런 중에도 자신에게 의뢰한 의뢰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평소의 사와자키답다.

그렇다면 사라진 은행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가 출타했을 때 벌어진 이상한 은행강도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걸까?

여전히 작은 단서를 쫓아가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비슷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할지 아니면 예전의 남성적인 묵직함이나 누아르적인 색채가 옅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케일 면에서도 축소된 느낌이랄지...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새로운 거처를 옮기면서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를 예전과 조금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까?

이 작품의 전작 격인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 느낌이 아니라는 건 좀 아쉽다.

개인적인 바램은 초기작에서 보여주는 묵직하고 남성미 넘치는 분위기로 돌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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