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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어느정도 살아보니 세상 모든일이 흑백논리로 치부할수 만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낄때가 많다.
단순히 그 사람이 지은 죄만 가지고 그 사람이 나쁘다라고 평가하는건 너무 쉽고단순한 논리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질렀을땐 그에 상응 하는 인과관계라는게 존재한다는 걸 이제는 알만한 나이이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요 몇년새 자살하는 청소년이 부쩍 늘었고 그 이면에 왕따나 집단 따돌림이 존재한다는걸 깨닫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관계를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가해자인 아이는 무슨 불량배나 아주 질이 나쁘고 세상에 둘 도 없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앤 당연히 이런 애가 아니기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것처럼...
그렇지만 조금씩 집단따돌림을 당해 괴로워 하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유형이나 통계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놀랄때가 많았다.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아이도 알고보면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피해자인것 같은 아이가 사실은 집단 따돌림에 동참을 한 경우..혹은 불량 써클이나 문제아로만 여겼던 가해학생들이 알고보면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엇던 경우...
그래서 솔직히 이제는 혼돈이 온다..도대체 이 모든일은 왜 시작 된건지....
어떻게 하면 이 폭력의 사슬을 끊을수 있는지...
내가 평소 좋아하던 오쿠다 히데오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쓰지않았나 싶다.
우리가 가해자라고 욕하며 손가락질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보통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는...그리고 그 아이가 내 아이일수도 있다는 무서운 가정을 하게 했다.
한여름... 이지마는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아이가 아직 돌아오지않았다고..혹시 써클 활동이 아직도 끝나지않은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고 별의심없이 학교주변을 순찰하던중 콘크리트 도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아이를 발견하지만 이미 그 아이는 싸늘한 주검의 상태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서는 아이가 올라간 옥상에서 다수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용의선상에 오른 네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평소에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사이로 알고 있는데 죽은 아이의 문자수신함을 보면 죽은 나구라는 친구가 아닌 그들에게 왕따를 당한 피해자라는게 밝혀지고 경찰에서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집단이든 따돌림은 존재해왔다.
심지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남과 다른 모습을 하고있거나 자신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존재로 인식될때..혹은 정상이 아닌 돌연변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것들에 대해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과 따돌림은 그들 동물의 세계에선 더욱 날 것 그대로이기에 잔인하고 치열하게 보인다.
이에 비해 인간들의 따돌림은 보다 더 은밀하고 음습한데 아직 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못한 상태의 청소년은 인간과 짐승의 중간 어디쯤 위치하기에 날것에 가깝지않을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대다 허약하고 작은 체격에 소심한 성격을 갖춘 나구라는 처음엔 단순히 놀림감의 수준이었다가 갈수록 가해의 행동이 커진경우다.
이렇게 된데에는 나구라의 성격도 한몫을 한다.
반격다운 반격도 못하고 넉넉하게 받는 용돈으로 아이들 환심을 사기 위해 스스로 뭔가를 사서 바치고 이 나이 또래라면 자신들의 문제를 절대로 어른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침묵을 지키는 데 반해 그런 아이들 사이의 터부를 깨고 선생님에게 알리는 행위는 아이들의 눈에서 보자면 고자질을 하는것이나 마찬가지임을 모르는..조금 눈치가 없고 늦된 아이의 유형인것 같다.
이런 눈치없는 나구라의 행동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자 나구라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따돌림을 정당하다고 인식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결과로 친구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없지만 하나뿐인 외아들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의 눈에는 제대로 비쳐지지않는다.죽은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는 가엾게 희생당한 불쌍한 자식일 뿐..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모습 역시 우리가 생각하던 전형적인 불량학생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고 성적 또한 괜찮은 아이들
너무나 평범한 모습을 한 채 나구라의 폭행에 가담하고 있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랑 다르지않음을 깨닫고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나구라를 죽인걸까?
오쿠다 히데오는 단순히 범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과의 사이에서 점점 높아지는 갈등상황의 재연과 사건이 발생한 후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가장 소중하기에 뻔뻔해질수도 이기적으로 바뀔수도 있음을
네명의 부모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일부의 특별한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내 아이도 얼마든지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수도 있음을 자각하는일
그게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걸 알려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