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욕망산업 - 하 - 소설 대부업 기업소설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현대에서 빚이 없이 사는 삶을 살기란 쉽지가 않다.

크게는 주택을 구입할때 드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시작하여 너무나 흔하고 편히 사용하는 바람에 빚이라고 인식조차 하지않는 카드대금 역시 엄격하게는 빚이다.

미래의 내 자산이나 월급을 담보로 미리 빌려 쓰는 것이 빚이라고 하는데 사실 여기에 가장 적합한것이 신용카드가 아닐까 싶다.

이 책 `욕망 산업`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카드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소비자 금융이라는 말로 미화시키고 있지만 이른바 대부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일본 최대 대부업 업체인 `다케후지`의 부패한 형태를 고발한 일종의 르포소설과도 같다.

작가의 전작 역시 은행의 부정부패를 그려낸 `금융부식열도`라는 작품으로 인상을 남겼는데 아마도 작가가 기자출신이었다는 점이 현경제에 필요악이라고도 할수 있는 소비자 금융업체의 부정과 작태를 고발하는데 크게 작용하지않았나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어느 새 익숙해진 소비자 금융업체들...지상파 방송에는 아직 등장하지않고 있지만 유선방송이나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광고 지면에 등장해서 강력하게 싼이자를 내세워며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쓰기를 유혹하고 종용해 대는 그들의 작태를 보면서 위기를 느낄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유혹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을 느꼈었는데...이 책에는 그런 마치 복마전같은 소비자 금융에 대해 좀 더 잘 알수 있도록 소설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중은행인 제도은행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오미야는 당연한 수순인 부행장에서 낙천되고 제도은행의 자회사인 제드크레디트 은행으로 발령된다.이른바 좌천인사이자 은행장후보에는 실질적으로 물러나게 된것..이에 억울하지만 심기일전하여 크레디트 사업 즉 카드 사업에 사활을 걸어 업계 최하위였던 제도 크레디트를 임기2년만에 업계 2위 자리에 등극시키고 조만간 업계 선두에 나설뿐 아니라 기존 카드업계에선 생각도 못했던 미국카드와의 공조를 통해 외국에서도 사용가능하도록 만들면서 업계에 이름을 드날리지만 본인 특유의 독단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인해 적을 만들어 여기서도 연임에 실패하게 되면서 평소에는 대부업이라고 얕잡아보던 도미후쿠로 전직하게 된다.

도미후쿠를 이끄는 인물은 야쿠자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는 어딘가 수상한 인물이지만 자신을 몰라봐주는 제도은행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이곳 도미후쿠에서 카드업에 진출하여 분풀이하고자 하는 욕심에 무리를 하여 전직하게 되지만 이곳 사정은 처음 생각과 달리 그가 운신할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있다.그야말로 사장이자 오너인 사토무라 본인의 말에 따라 모든것이 결정되는 사토무라 본인만의 회사였던것...

불법 채권추심에 지점마다 무리하게 할당된 대출로 인해 점점 회사에는 불량채권이 늘어가지만 사토무라는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여직원과 성적인 관계를 유지할뿐 아니라 점점 그 도가 지나치는데 아무도 그를 말리기는 커녕 회사분위기마저 비도덕적이고 음란하게 흘러가지만 아무도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하지않는다.

이에 오만하지만 정도를 걷는 인물인 오미야가 적극적으로 그에 대항하지만 역시 온갖  일을 겪어왔던 사토무라에겐 역부족일뿐 아니라 그의 뻔번하고 부끄럼을 모르는 성격은 도저히 엘리트이자 상식적인 인물인 오미야가 감당하기엔 힘들다.더군다는 사토무라주위엔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마다않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 점점 자신의 자리에서 고립됨을 느끼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1980년대라는 게  놀랍다.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부업의 현재를 보는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업업체의 문제점이 다 들어있다.

높은 이자율과 불법 채권추심,끝없는 전화로 대출금회수를 하는 악질적인 방법등...

개인적인 생각으론 제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수 없는 사람들중 긴급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빌려준다는 순기능이 있음을 인증하지만 그럼에도 어느새 우리나라 소비자금융전체에 슬며시 진입하여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에 대한 불만과 그들이 돈을 벌어가는 작태에 불만이 있기에 그들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마치 구멍가계와도 같은 사업형태를 꼬집은 이 소설이 흥미롭기도 했다.

특히 소설속 주인공인 오미야와 모든면에서 반대의 길을 걷어왔고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토무라의 대결아닌 대결구도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업계 선두를 이끌어가고 수억엔의 자본금을 움직이고 벌어들이는 대부업체의 형태는 그럴듯한 겉모습과 달리 속사정은 구멍가게와 별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사고는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상식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고 있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정치계와 연계된 결탁과 과잉융자,겉으로는 마치 소비자의 필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듯 선전하며 소비자 금융이라는 말로 치장하지만 그들의 본성은 결국 피냄새를 맡으며 몰려들어 물어뜯어 결국에는 뼈만 남기는 상어와도 같은 속성을 지닌 자들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들게한다.그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복마전을 보는듯하다.

이렇듯 파국을 치달아가는 두사람의 대결구도가 마치 뚝 끊기듯 끊긴점은 솔직히 아쉽기도 하고 뒷마무리가 덜 된듯한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대부업계의 내부사정이나 그들이 벌이는 작태를 보면서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천박하기 그지없는 사상이나 철학에 씁슬함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그들의 생각이 일반사람과 크게 차이가 나지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배금주의,소비지상주의로 물든 우리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책

그들의 이런 작태가 용인된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걸 새삼 깨닫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판타지와 호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오츠이치

17세라는 나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지금 읽어도 상당히 뛰어난 작품을 들고 점프 소설 논픽션대상을 수상하며 등장해 화제를 모은 천재적 작가

나 역시 여름과~를 맨먼저 접하고 이 작품이 불과 17세의 어린 나이에 쓴 작품이란걸 믿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 후 에 만난 작품이 `암흑 동화`와 `z00`그리고 `평면견`이었는데.

특히 `zoo`라는 작품은 도저히 끝까지 읽어내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잔혹한가 하면 아름답고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한마디로 나에게 그의 작품은...힘들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그런 느낌이엇다.

이번 작품 `베일`은 두개의 단편으로 엮은 작품인데..섬뜩하게 시작해서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서다 철학적인 결말을 가진 작품과 일상의 단면을 공포로 엮은 작품으로 되어 있어 마치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같은 느낌이 강했다.

 

천제 요호는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게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왜 전제요호라고 지은건지..책에는 불친절하게도 그에 대한 설명도 그 제목을 유추할만한 내용도 없다.

어린시절 누구라도 한번즘 해본 귀신 불러내기 장난

시골에서 아이들을 몇명씩 낳는 다른 집과 달리 외동으로 자란 일명 야기는 부모와 조부모의 과보호속에 자란 아이였다.

그날도 약간의 감기기운으로 학교를 가지않고 집에서 누워있다 문득 심심하여 혼자서 해 본 장난 코쿠리 상- 일명 귀신 불러내기-를 하다 기묘한 기운을 느낀다.

그로부터 달라진 그의 인생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저주가 된다.

두번째 단편 가면 무도회 A MAFKED BALL는

화장실의 낙서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히 깨끗한 화장실에 누군가가 쓴 낙서하지 말라!라는 글귀에 여느 아이들처럼 화답하듯 낙서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글로 릴레이하듯 답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누가 쓴 글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런 낙서가 어느날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며 경고하는듯한 글이 써지고 그 경고를 이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그 강도가 강해지는데...

 

앞의 작품이 공포와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이라면 뒤에 나오는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라고 볼수도 있겠다.

특히 앞의 작품`천제 요호`는 눈덮힌 산골마을의 그 고요함속에서 심심하여 우연히 장난을 치던 초등학생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신기하지만 기괴하고 어딘가 두려움을 내포한듯한 그 느낌을 참으로 잘 살려냈다고 할수 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우면 어떤 소리도 입밖에 낼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는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자신은 꼼짝도 할수 없다라는 말로 그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참으로 확 와닿는 표현인것 같다.

별것 아닌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하여 영원히 저주받는 신세가 된 소년의 이야기는 확실히 섬뜩하고 기괴하다.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찜찜하다.

마치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 혹은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성하고 후회하면 용서해주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아 끝나야할것 같은 동화가 갑자기 잔혹동화가 된 느낌이랄까?

아...

이래서 내게 있어서 오츠이치는...

버리기엔 아깝고 계속 사랑하기엔 힘겨운 작가였다는걸 또다시 기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거리에서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어느정도 살아보니 세상 모든일이 흑백논리로 치부할수 만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낄때가 많다.

단순히 그 사람이 지은 죄만 가지고 그 사람이 나쁘다라고 평가하는건 너무 쉽고단순한 논리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질렀을땐 그에 상응 하는 인과관계라는게 존재한다는 걸 이제는 알만한 나이이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요 몇년새 자살하는 청소년이 부쩍 늘었고 그 이면에 왕따나 집단 따돌림이 존재한다는걸 깨닫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관계를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가해자인 아이는 무슨 불량배나 아주 질이 나쁘고 세상에 둘 도 없는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우리앤 당연히 이런 애가 아니기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것처럼...

그렇지만 조금씩 집단따돌림을 당해 괴로워 하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유형이나 통계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놀랄때가 많았다.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아이도 알고보면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피해자인것 같은 아이가 사실은 집단 따돌림에 동참을 한 경우..혹은 불량 써클이나 문제아로만 여겼던 가해학생들이 알고보면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엇던 경우...

그래서 솔직히 이제는 혼돈이 온다..도대체 이 모든일은 왜 시작 된건지....

어떻게 하면 이 폭력의 사슬을 끊을수 있는지...

내가 평소 좋아하던 오쿠다 히데오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쓰지않았나 싶다.

우리가 가해자라고 욕하며 손가락질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보통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는...그리고 그 아이가 내 아이일수도 있다는 무서운 가정을 하게 했다.

 

한여름... 이지마는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아이가 아직 돌아오지않았다고..혹시 써클 활동이 아직도 끝나지않은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고 별의심없이 학교주변을 순찰하던중 콘크리트 도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아이를 발견하지만 이미 그 아이는 싸늘한 주검의 상태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서는 아이가 올라간 옥상에서 다수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용의선상에 오른 네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평소에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사이로 알고 있는데  죽은 아이의 문자수신함을 보면 죽은 나구라는 친구가 아닌 그들에게 왕따를 당한 피해자라는게 밝혀지고 경찰에서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집단이든 따돌림은 존재해왔다.

심지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남과 다른 모습을 하고있거나 자신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존재로 인식될때..혹은 정상이 아닌 돌연변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것들에 대해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과 따돌림은 그들 동물의 세계에선 더욱 날 것 그대로이기에 잔인하고 치열하게 보인다.

이에 비해 인간들의 따돌림은 보다 더 은밀하고 음습한데 아직 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못한 상태의 청소년은 인간과 짐승의 중간 어디쯤 위치하기에 날것에 가깝지않을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대다 허약하고 작은 체격에 소심한 성격을 갖춘 나구라는 처음엔 단순히 놀림감의 수준이었다가 갈수록 가해의 행동이 커진경우다.

이렇게 된데에는 나구라의 성격도 한몫을 한다.

반격다운 반격도 못하고 넉넉하게 받는 용돈으로 아이들 환심을 사기 위해 스스로 뭔가를 사서 바치고 이 나이 또래라면 자신들의 문제를 절대로 어른들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침묵을 지키는 데 반해 그런 아이들 사이의 터부를 깨고 선생님에게 알리는 행위는 아이들의 눈에서 보자면 고자질을 하는것이나 마찬가지임을 모르는..조금 눈치가 없고 늦된 아이의 유형인것 같다.

이런 눈치없는 나구라의 행동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자 나구라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따돌림을 정당하다고 인식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결과로 친구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없지만 하나뿐인 외아들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의 눈에는 제대로 비쳐지지않는다.죽은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는 가엾게 희생당한 불쌍한 자식일 뿐..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모습 역시 우리가 생각하던 전형적인 불량학생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고 성적 또한 괜찮은 아이들

너무나 평범한 모습을 한 채 나구라의 폭행에 가담하고 있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랑 다르지않음을 깨닫고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나구라를 죽인걸까?

오쿠다 히데오는 단순히 범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과의 사이에서 점점 높아지는 갈등상황의 재연과 사건이 발생한 후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가장 소중하기에 뻔뻔해질수도 이기적으로 바뀔수도 있음을

네명의 부모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일부의 특별한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내 아이도 얼마든지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수도 있음을 자각하는일

그게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걸 알려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미쓰히데,나하고.....잘래?` 

 

고민에 고민을 하다 처음으로 뱉은 후지사와 에리의 말

그리고 전혀 그럴 맘이 없었던 야마모토 미스히데는 결국 그녀 에리와 뜻하지않게 자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것은 물론이고 사귀자는 마음도 없이...설레임없는 잠자리를 가지게 된 둘은 그 이후로도 이런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물론 그들이 이런일을 하는동안 서로에게 대화는 커녕 제대로 된 말도 없이 오히려 서로를 비난하거나 비꼬면서...

그럼에도 도저히 그만둘수 없다....둘사이에 하는 그 행위가 너무나 좋아서

이런건 뭐지..하는 의문을 갖는 미쓰히데에 비해 자신의 감정과 심리상태를 철저히 알고서 행동하는 에리는 학교에서뿐 아니라 동네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자 우등생인 소녀이고 이에 반해 미쓰히데는 서핑에만 목을 메고 늘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는 그저 그런아이로 알려져있다.

 

자신에게 남들보다 훨씬 강한 성욕이 있을뿐만 아니라 여자의 몸을 하고서 또래의 여자친구인 미야코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에 심한 고민과 갈등을 하던 에리의 선택은 과히 파격적일만큼 강력하고 행동적이었다.읽으면서 그녀의 행동에 놀라움을 가지게 한다.

그녀의 행동은 내가 알던 10대의 행동이 아니기에...

그럼에도 자신 내부에 끊임없이 이는 갈등과 고민에 대해 피하지않고 정면으로 맞서고자 하는 그녀의 행동은 결국 또 다른 남자친구인 미쓰히데와 연결되는 이유가 되는데..무엇보다 이 책에서 호감을 가지게 하는 친구는 미쓰히데였다.

고등학생인 나이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내어 그일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고 독립된 생활을 하는 미쓰히데는 또래의 친구들과는 확실히 이질적이면서 어른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에리의 상대로 그가 상당히 잘 어울리는듯 하다.

하지만 마음속에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자신도 주체할수 없는 강렬한 성적 욕망을 가진 에리는 미쓰히데와의 관계는 그저 서로의 욕구충족 그 이상의 관계를 원치않지만 이것을 조절하기엔 너무 멀리온듯하다.

겉으로 보기엔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있고 자신 역시 어느새 그들의 요구에 맞춰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걸린듯한 에리와 남들이 볼땐 시시하고 마냥 놀기 좋아하는 듯한 모습을 한 미쓰히데는 오히려 진중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깊은 아이라는 설정은 작위적인듯 하지만 이런 두 아이의 모습을 보는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이중적인 모습에 순응하고 인정하는 미쓰히데와 달리 괴로워하고 자신을 비웃으며 자신에게 모질게 구는 에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의 가면이 있다고...너만 그런건 아니라고...

 

10대들의 성장기라는 소개를 읽고 그저 가볍게 생각하며 읽었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싶은 자각과 함께...

요즘 십대를 소재로 하는 책의 대부분은 왕따 문제가 많았던것에 비해 10대들의 성과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읽기에 편하진않지만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주제를 서핑과 불어오는 바닷바람처럼 가벼운듯 무겁지않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내 마음에 드는 일본 추리소설을 읽었다.

소녀에게는 어울리지않는 직업이 과연 뭘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기전에 살짝 들었는데..역시 살인은 소녀완 어울리지않는 단어이긴하다

작가의 이름이 생소한듯하여 찾아보니..의외로 그녀의 책을 몇권 읽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어 나로 하여금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내 남자`와 `토막 난 시체의 밤`

그리고 책 제목은 익히 들었지만 읽지는 않았던 `사탕과자 탄환은 뚫을수 없어`이외에도 추리소설에 국한되지않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쓰는 작가였다.

이 책의 시작은 열세살의 소녀가 살인을 고백하는걸로 시작하는데 얼핏 오츠이치의 데뷔작인`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오치이치의 시점은 살인자의 시점이 아닌 시체가 된 아이들의 시점으로 그려진 것에 반해 이 책은 정말로 오롯이 소녀가 사람을 살해하게 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중2 이자 열세살의 오니시 아오이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활발한 소녀지만 사실 그녀의 가정은 암울하기 그지없고 그런 그녀의 속깊은 사정을 아는건 게임친구이자 이성친구인 다나타 소타뿐

아무도 아오이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3년전 새로 맞은 새아버지는 처음의 자상했던 모습은 사고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늘 술을 입에 달고 사는 알콜중독자의 모습이자 절망 그 자체로 변했고 이젠 아오이 모녀에게 전혀 도움이 안될뿐 아니라 손찌검에 아오이의 돈에 손을 대는 짓까지 해서 어린 아오이로 하여금 죽었으면 좋겠다는 분노를 품게 한다.

 그런 그녀의 속깊은 곳에 숨겨진 분노를 학교에서 있는듯 만듯한 존재감 제로인 소녀 미야노시타 시즈카가 알게 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둘이는 가까워지고 마침내 일어나선 안될 사건이 발생하는데...

 

우리에게도 어디로 튈지 모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중2의 소녀가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밖으로 분출하지 못한채 속으로만 화를 삭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오이의 분노가 느닷없이 표출되어 말 못하는 염소에게 발길질을 화고 화풀이를 하는 장면은 잔인하지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잔인하고 가차가 없다.

자신과 조금 다르거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여지없이 파고들어 찌르기도 하고 상처를 주는것이 가능한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이기에 아오이가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아닌 평소 있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도 제대로 해본적없는 시즈카에게 단짝에게도 말 못했던 자신의 비밀과 고민을 얘기하는 부분은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게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은 그 불행이 내 탓이 아닌것을 알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인식할까 하는 두려움이었고 그래서 학기중엔 모른척 외면했던 시즈카지만 여름방학엔 아오이와 시즈카가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일수 있었던 것이리라.그녀 시즈카에게만은 자신의 모습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아오이를 편하게 한것은 물론이고...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중학교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와 그 또래가 갖는 특성인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않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집과 비밀스런 태도를 참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두 소녀에게 어른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사납고 거친 곰과 같고 그런 곰을 피하기 위해서 동술속에 숨어 위험이 지나가길 기다려야한다는 시지카의 원시인 이야기는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시즈카와 아오이는 왜 원시인상태가 되고자했을까?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줘야할 엄마로 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걸 두려워하던 아오이가 친구를 지키기위해 용감한 게임속 캐릭터처럼 변하는 모습은 그래서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그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할 동안 아이들을 도울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인 `내 남자`도 논란이 많은 작품임에 틀림없고 분명 엄청 싫어할 사람들도 많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인상적이었고 이 작품 역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오히려 작가의 최근작에 가까운 `토막난 시체의 밤`은 그녀 작품이라고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좀 평범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기에 그녀의 초기작들을 찾아볼까 한다.

다른 작품`사탕과자 탄환은 뚫을 수 없어`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