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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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 여러 사람이 몸과 마음을 합쳐 하나의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그들의 관계가 핏줄로 이어진 관계라 할지라도 돈이나 큰 이권이 관련되어 있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생판 남이 이익관계로 얽혀 평범한 일이 아닌 불법적인 작업을 한다면 그 일이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우린 그런 소재를 다룬 여러 작품들을 영상으로도 책으로도 익히 봐왔다.

그래서 이 책 2인조를 보면서 이권으로 결합한 두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는가 보다 어떤 결별을 할지가 더 궁금했었다.

하지만 영리하게도 작가는 내가 예상한 누아르나 잔혹한 범죄소설 혹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가 아닌 코믹으로 승부해 뒤통수를 쳤다.

어깨의 힘이 잔뜩 들어간 작품이 아니라 가볍게 읽으면서 실실 웃음도 나오는 의외의 전개에 살짝 김이 샜다고 느꼈지만 역시 탄탄한 전개와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작품을 역동적으로 그려놔서 마치 한편의 코믹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줬다.

일단 2인조는 감옥에서 만난 살짝 어설픈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사기 전과를 가졌고 또 다른 사람은 어떤 자물쇠든 열 수 있다는 자칭 대도라지만 어딘가 어설프기 그지없다.

감옥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출소 후 거사를 계획했고 이제 그 거사를 실행하려는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얽혀든다.

재개발로 엄청난 부자가 된 노인의 마지막 소원인 집 나간 아들을 찾는 일...

그 일을 성공하기만 하면 1억을 준다는 말에 아들을 찾아 나선 두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그 아들을 찾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 완강하다.

과연 두 사람은 아들을 잘 설득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아버지의 암소식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아들은 아버지가 부자가 되었다는 말에 너무나 쉽게 설득당해 허탈함을 안겨준다.

이렇게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의 내면이랄지 위선적인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곁들이고 있다.

더불어 비록 숱한 죄를 지어 감옥에 들락거리는 두 사람이 일이 진행될수록 더 어수룩하고 속기 쉬운 순진한 사람들임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개과천선하는 결말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읽은 것처럼 일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고 치졸하기까지 한 인간의 내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이제까지의 유쾌하게 느껴졌던 코미디가 진짜 코미디처럼 변해버린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페이지에다 무겁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설정으로 가독성을 높여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지만... 처음의 유쾌했던 분위기가 끝내 찜찜함을 남기며 씁쓸한 뒷맛을 안겨준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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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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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비싼 양복을 입고 비싼 시계를 찬 남자의 직업은 투자회사의 대표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완벽하지만 그를 조사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

요즘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딩방 사기 사건을 기획하고 사람들의 부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일단 죽은 피해자가 죽어 마땅할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고혈을 짜내는 사기꾼이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문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들 대부분이 알리바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용의자 면면을 쫓아 그들이 죽은 피해자와 엮이게 된 사연을 풀어가면서 하나씩 단서를 찾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기 사건과 그 사기에 엮여 한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피해자의 사연들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들어본 것들이기에 그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배신감에 공감이 갔다.

악인의 주변엔 악인들이 모이고 사기꾼의 주변엔 사기꾼만 몰리듯이 죽은 피해자 주변 인물들 역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은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게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였고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죽은 피해자 정상구였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당하는 과정이 현재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과정 그대로였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돈을 불릴 이유가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그럴듯한 말로 속여서 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다.

그들의 사연이 드러나면 날수록 죽은 피해자 정상구는 언제 죽어도 마땅한 악인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런 악당을 처지 한 건 과연 모두의 짐작대로 그에게 사기를 당했던 피해자 중 한 사람일까?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피해자 역시 에버그린과 무관하지 않음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만 이야기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엄청난 복선이 있는 플루트가 아니어서 술술 읽혀내려간다.

언젠가부터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혼자만 도태되는 듯한 사회에서 너도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투자를 하고 돈을 벌려는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자극하며 빈틈을 파고들어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의 형태를 고발하고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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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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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이라는 이름만 보고서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며 해결하는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보거나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선 사회파 미스터리랑 비슷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이 책 셜록의 아류는 판타지도 있고 SF 적인 요소도 섞여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를 볼 수 있는 걸 보면 비현실 속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을 듯...

책은 일단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표제작인 셜록의 아류는 어릴 적에는 천재라 불리며 칭찬과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했던 한 남자가 자라면서 여느 평범한 사람과 같은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드라마 셜록을 접하고선 자신도 그처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그리고 그 확신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스토킹하고 도청하며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본인 스스로는 드디어 자신이 신임을 증명했다고 생각할 뿐 뭐가 잘 못인지를 알지 못한다.

얼굴은 언젠가부터 너도나도 유행처럼 번지는 성형수술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데 소설 속 갓난 아기 얼굴이 유행하는 모습으로 쉽게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마치 달걀처럼 아무런 표식이 없다는 걸 상상하면 너무 그로테스크했다.

산타클로스에서는 한 사람에 의해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했을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선한 행동에는 즉각적인 보답을 할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그 기계를 받들고 믿으며 따르지만 언젠가부터 이에 반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이 현실 속의 종교들 간의 갈등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불로소득에서는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사기 치거나 기생해서 쉽게 살아가고자 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게 바로 유튜브 채널 개설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바로 하비삼의 왈츠였다.

부자인 엄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한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수십 년간 드레스를 입고 그녀가 기다린 건 떠나간 남자였을까 아니면 유튜브 구독자의 좋아요였을까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요즘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에피소드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비틀어진 모습과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개중에는 어쩜 이리 적절할까 싶은 비유도 있었지만 읽으면서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는데 아마도 현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길지 않은 단편에 소재의 제한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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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리즘
정인영 지음 / 잇스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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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관습을 카니발리즘 한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그렇지만 소설이나 영상에서의 카니발리즘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진짜 동족을 잡아먹는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거나 상대를 사지로 몰아가는 극한의 아수라장으로 많이 표현하고 있다.

평소의 모습에선 절대로 나타날 리 없고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그런 모습이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없었던 모습이 드러나려면 일단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거나 스스로가 그렇다고 느끼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야 한다.

이를테면 파리대왕에서의 소년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은 겉으로 봐선 모르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에 큰 불만이 있었거나 갈등 상황에 놓여있던 사람이 앞의 조건 상황에 처해져야 한다.

그렇게 불만과 갈등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모였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손쓸 수 없이 폭발해버리고 자신을 포함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이 책 속의 세 주인공이 그런 사례에 딱 부합하는 캐릭터들이다.

우선 세 사람 모두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한 사람은 몇 년째 붙을 희망도 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돈이 없어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상태 나머지 한 사람은 더 심해서 경마로 돈을 날리고 사채업자들에게 빚독촉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

그런 그들에게 사고로 죽은 시신 하나를 조용히 처리해 주면 엄청난 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부터 모두가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거액의 돈 앞에 무릎을 꿇고 시신을 묻으러 강원도 깊은 산속을 찾아가면서부터 그들의 미래는 정해졌는지 모르겠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어서인지 세 친구는 사소한 일에서도 트러블이 생긴다.

그러다 돌아오기 전에 들른 한 시골집에서 마침내 계속 밑바닥에 깔려있던 갈등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간다.

사실 그들이 시신을 묻겠다고 낯선 곳으로 간다는 설정부터 너무 익숙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느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고 셋 중 특히 누가 그들 사이에서 갈등을 폭발시킬 스모킹 건의 역할을 할 지도 예상 가능했다.

소설로 본다면 평범함 그 자체지만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영상화 기획 소설이라고 본다면 이 들 세 사람이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그 상황이 어떻게 친구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갈등으로 연결되는지를 제대로 표현한다면 괜찮은 스릴러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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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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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단둘뿐인 가족... 가진 것도 없고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그저 하루하루 별 의미 없이 살아가던 소녀에게 운명처럼 복싱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소녀의 재능은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나 활짝 피어오를 일만 남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운명에게 발목이 잡히고 만다.

과연 소녀는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간단하게 요약하지만 이런 내용이고 성장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와 전개였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다 좀 더 드라마틱한 요소를 섞어서 훨씬 더 자극적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 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복싱에 재능이 있는 소녀 서아는 그저 복싱만 생각하고 복싱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소녀를 둘러싼 환경은 그런 서아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엄마와 단둘뿐인 소녀에게 엄마의 병은 누구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왔고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서아를 푼돈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도처에 널려있었다.

누군가를 대신해 죗값을 치르고자 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피해자의 사망으로 단순 폭행이 아닌 과실치사의 죗값을 받게 된 서아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던 변호사마저 온전히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은밀한 계책이었음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순간 누구라도 그렇듯 서아 역시 분노하고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이쯤 되면 이제부터 서아는 어떤 식으로 상대에게 강렬한 한 방을 먹일 것인가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어찌 된 건지 이야기는 독자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전개는 예상 가능했는지도 모르는 것이 서아라는 소녀의 성정이 그렇다.

엄마와 단둘이서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으면서도 불행하다고 불평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복싱을 하기 전 키가 작고 과체중인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아도 큰 타격을 안 받는고 오히려 자신에게 큰 불만이 없다.

한마디로 하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서아의 성격은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그저 억울하게 형벌을 산 소녀가 각성해서 자신의 뒤에서 칼을 겨눴던 사람들을 찾아가 정당한 죗값을 치르고 속 시원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다소 뻔한 설정을 비껴가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단순하지만 속 시원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듯...

서아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라든지 마지막의 결말마저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와닿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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