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건을 통해 그 물건을 만진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능력인 이른바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가진 소녀와 살인도 예사로 일삼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대결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운데 이 책에서는 여기에다 하나의 더 흥미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시대가 지금 현재가 아니라 왕조가 있는 시대물이라는 점 그리고 살인을 예사로 일삼는 사람이 시대물에서 궁극의 위치에 있는 왕세자라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신분의 차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두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는 전적이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일단 암흑 검사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무엇보다 현직 검사라는 사실...

이런 걸 볼때마다 매번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나는 건 나만은 아닐듯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채 태어난 양반집 딸 서린은 하루아침에 가문이 몰락해 스스로의 능력을 봉인한 채 동생 아린과 함께 궁녀로 입궁하게 된다.

궁궐 사정에 익숙해지기도 전 사랑하는 동생 아린이 연못가에서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동생이 남긴 꽃신을 통해 실족사가 아닌 누군가가 동생의 등을 떠밀어서 벌어진 사건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밝히지 않고서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힐 수 없어 애만 타던 서린에게 왕세자 이 범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면서 서린은 왕세자이면서 신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 범에게 의지하게 된다.

궁궐 사람들 모두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범이 처음부터 세자의 신분은 아니었다.

빈의 신분으로 범을 낳았지만 질투와 시기가 강했던 모친은 아비인 왕에 의해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했으며 중전의 몸에서 나온 어린 동생 헌에게도 밀려 대군이면서도 누구 하나 눈 길을 주지 않았던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그랬던 범의 신세가 뒤바뀐 건 아무도 모르게 세자인 헌이 탈 말의 등에다 작은 나무못 하나를 넣어 둔 덕분이었다.

그날의 일은 범으로 하여금 사이코패스로서의 본능이 깨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낙마사고로 오랫동안 숨만 쉬는 상태인 헌을 대신해 세자의 지위에 올라 모두를 발아래로 두는 권력의 맛을 알게 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표정을 연구해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범은 사람들의 눈에는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학식 그리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인자한 모습을 한 완벽한 세자였지만 그런 생활에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던 범의 눈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린이 눈에 띈 순간 또다시 은밀한 살의의 충동을 느꼈던 것

누구에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던 범이었지만 그날 밤의 일을 마치 눈으로 본 듯이 이야기하는 아린에게 흥미를 느끼면서 두 사람의 대결은 치열해진다.

물론 범은 모든 걸 행한 자로서 모든 걸 아는 상태였지만 아린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범이 범인이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의 게임이라 그 결과는 뻔한 상태... 범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된다.

모든 걸 알고 있는 범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치밀한 계략을 짜고 그 걸 지켜보며 짜릿함을 느낀다.

일방적인 것 같은 두 사람의 싸움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세자 헌이 깨어나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타고나길 적자로 태어나 모두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던 헌은 범이 자신을 향해 질투와 적개심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데다 범의 음모로 그를 의심하던 서린은 궁궐에서 쫓겨나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지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사건에 직면하며 1권을 끝맺고 있다.

1권에서는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궁궐이라는 장소의 제약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기 힘들었던 서린이 언제쯤 헌을 향한 오해를 벗고 범과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제목과 표지에서 오는 가볍고 다소 엉성한 플루트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깨고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로 단숨에 몰입하게 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로 이름 높은 장용민 작가의 이번 신작은 그의 특기인 스릴러물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 장르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자신의 심장까지 내준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을 적절히 섞어놓았는데 읽다 보면 그의 다른 작품인 궁극의 아이가 연상되었다.

궁극의 아이에서는 미래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아는 초인류인 가야가 주인공으로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지만 그 속에 한 여자 앨리스를 향한 오롯한 사랑이 녹아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쩌면 작가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남자의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시스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전설이 담긴 물건을 손에 쥐게 된 누리는 부모도 모르는 고아에 지능도 다소 떨어지는... 남들의 눈에 불쌍하고 바보로 보이는 아이지만 언제나 웃으며 지금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아이였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물건이 고래의 후예이자 전사인 부치하난의 것이고 그 물건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굳게 믿는 누리는 자신의 짝인 올라를 찾아 나서게 되고 운명처럼 태경을 만나지만 태경이란 아이는 누리와 달리 세상을 원망하고 사랑 따윈 믿지 않는 속된 말로 닳고 닳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올라임을 알아 본 순간 누리에게는 누가 뭐래도 태경이 자신의 올라였고 그녀를 향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한 남자와 어릴 적부터 세상 풍파에 닳고 닳은 여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누구의 눈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어울리지 않는 조합 역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사랑은 어떤 장애물도 넘어설 수 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것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태경이라는 인물은 너무 어린 나이에 온갖 불행을 짊어지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반면 부모도... 배경도... 가진 것조차 없지만 언제나 웃으며 행복해하는 누리라는 인물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존재로 느껴져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떨어지는 지능의 소유자이면서 태경을 만나는 순간부터 보통의 사람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일 뿐 아니라

신비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작가의 의도라고 해도 왜 하필 태경이었나 하는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 모든 걸 버리고 이 땅을 떠나고 싶어 한 태경은 가족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밑바닥 삶을 살아가다 누리를 만나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잡은 게 비록 나쁜 놈의 것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서 새 인생을 살 기회를 잡고자 했다는 것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태경의 행위는 누구로부터도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새 출발을 위해 선택한 도둑질을 평소 남이 공짜로 주는 건 절대로 받지 않고 남의 걸 탐한 적이 없는 누리가 돕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속세의 때가 너무 많이 묻은 걸까?

어쩌면 소설을 그저 소설로만 봐야 하는 데 너무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민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성부, 달 밝은 밤에 케이팩션 1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밤 목멱산에서 느닷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만 천하에 드러나고 단서를 쫓아 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한성부 달 밝은 밤에는 서울 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한류문화콘텐츠 산업에 선정된 작품인 만큼 스토리도 탄탄하고 제대로 된 고증을 거친 작품인듯하다.

요즘 세상과 달리 과학적인 도구와 최첨단 기술이 없는 가운데 죽은 자의 사인을 밝히는 검험 즉 검시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와 그것을 이용한 방법에 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단서가 가리키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여느 스릴러 작품처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한류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겐 다소 낯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소재가 많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연사가 아닌 경우 부검을 해서 사인을 밝히는 과정을 이미 고려 시대부터 시행해왔고 이를 세종대왕 때 보다 더 체계적이며 쉽게 주해를 더해 책을 편찬해 요즘 말로 매뉴얼화해서 널리 반포했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검험 산파로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성부 수사파 아란은 그 출신부터가 조금 남다르다.

비록 서녀이긴 하지만 양반가의 그것도 권세를 떨치고 있는 판부사의 서녀라는 것부터 그렇고 그런 그녀와 짝을 이뤄 검험에 참관하게 된 남자 윤오 역시 출신이 예사롭지 않다.

선왕의 자식 즉 왕제로 태어났으나 이미 세상에는 죽고 없는 몸이 되어 중인 신분의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굴곡 많은 인생

이렇게 현재의 신분은 한미하지만 남다른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목멱산에서 발견된 6구의 시신을 비롯해 같은 날 빈집 화재에서 발견된 또 다른 시신의 사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6구의 시신이 있었던 목멱산의 사건은 그중 5구의 시신의 상태를 보아 그곳이 석빙고였고 시신 역시 오랫동안 그곳에 비밀스럽게 안치되었음이 드러났고 나머지 1구의 시신 즉, 다른 시신들의 상태와 확연히 다른 상태였을 그뿐만 아니라 의복의 상태로 보아 고관 대작가의 사람임이 분명한 그 시신의 정체가 병판 대감의 외아들임이 밝혀지면서 주상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둔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한 가운데 검험을 하지만 뚜렷한 증좌는 나오지 않고 누가 흉수인지를 밝혀내는 일 역시 요원하다.

또 다른 시신에서는 살해후 불을 질러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시신의 몸 안에서 장기가 사라진 것을 밝혀내면서 얼핏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이지만 협조해 줘야 마땅한 병판부터 판부사 영감까지 은밀하게 손을 써 두 사람의 수사를 저지하는 가운데 보란 듯이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의심스러운 시신이 나올 경우 검험을 통해 사정을 밝혀내는 것이 당연하게 이어져왔지만 뚜렷한 법적 근거나 그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억울한 죽음도 묻히는 게 당연하던 시절

게다가 검험하는 자의 신분 또한 공노비이거나 다모와 같은... 관료들의 눈으로 보면 벌레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들이다 보니 그들의 경험과 능력은 쉬이 묻히거나 잊히기 마련이었고 얼마든지 죽음의 사인조차 바꿀 수 있었던 시대였다.

아란은 자신의 부모처럼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도록 노력하지만 그녀의 신분으로는 사인을 밝힐 순 있어도 그걸로 어찌할 수조차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란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보여준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 검험에서 드러난 증좌가 아닌 다소 뜬금없는 장치를 이용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쉽지 않은 용어로 인해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소재도 그렇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을 삼킨다는 뜻을 가진 탄금이란 단어가 낯설어서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는데 알고 보니 형벌의 일종이라고 한다.

목 끝까지 금을 삼켜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형벌

얼핏 들으면 사치스러운 죽음이란 생각도 들지만 사람의 목구멍까지 금으로 채워 숨을 쉴 수도 물을 마실 수도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게 한다는 설명을 보면 사람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에서도 금이 거론되듯이 책의 배경은 조선 전체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거대 상단을 둘러싼 애증과 증오 그리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돈이 연관되어 있다.

현 임금의 동기인 대군의 힘을 등에 업고 미술품을 거래해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단의 귀한 외동아들 홍랑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민 부인에게 홍랑의 의미는 엄청난 치성과 노력 끝에 얻은 금지옥엽 아들로서만 아니라 자신의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기에 목숨보다 더 귀중한 아들이었고 이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가진 재물을 아낌없이 풀고 사람을 풀어 전국을 샅샅이 흩었지만 누구도 봤다는 사람 하나 없이 행방이 묘연해진 홍랑.... 한나라의 벼슬아치들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졌지만 아들의 행방을 찾는데 이 많은 돈은 한갓 무용지물일 뿐이었고 오히려 돈을 노리고 가짜가 득실한 채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다.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진 홍랑에 대한 미스터리가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사실 상단 주 심열국에게는 또 다른 자식이 있었지만 그는 그저 이 상단의 데릴사위였고 아내인 민씨 부인이 그를 사모하고 원한 결과로 이뤄진 혼사였기에 둘 사이의 애정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민 부인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다.

표독스럽기 그지없고 평생을 떠받들어 살아온 그녀에게 씨받이 여인의 몸에서 낳은 딸 재이라는 아이의 존재는 자신의 부정당한 사랑의 증표이자 귀한 아드님이신 홍랑의 앞길을 막는 눈엣가시보다 못한 존재였고 아들의 실종 후 모든 원한과 증오는 당연한 듯 그 아이의 몫이 된다.

아비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새어머니로부터는 괄시와 천대를 받으며 자랐지만 그런 재이에게 애정을 보여준 이가 홍랑이었기에 재이 역시 홍랑의 부재로 괴로워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괴로움을 지닌 채 세월은 흘렀고 이제 이런 집안에 홍랑임을 자처하는 이가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적 기억은 깡그리 잊었다는 편한 핑계를 대며 이 집에 들어선 남자를 본 순간 새어머니 민 부인을 그대로 빼닮은 용모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그가 자신의 아우가 아님을 알아채지만 아무도 그런 재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홍랑을 보고 단박에 자신의 아드님이 맞는다고 한 민 부인의 말이 이곳에선 곧 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홍랑은 진짜 어릴 적의 그 홍랑이 맞는 걸까?

진짜가 맞는다면 그는 어떻게 사라지게 된 걸까 누군가가 상단에 대한 원한으로 꾸민 짓일까?

만약 그가 진짜가 아니라면 그는 왜 이제서야 이곳에 나타나 진짜인 척하는 걸까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로 인한 악연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새 어미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고 아비로부터는 외면을 당해 19년의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자란데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사라졌다는 죄책감까지 천형처럼 안고 죽은 듯이 살아가는 재이도 안타깝지만 양반으로 태어나 돈에 팔려 상단에 들어와 양아들 노릇을 10년을 했지만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사라진 아들의 말뚝 취급을 당하며 끝내 스러져간 무진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채 서늘한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홍랑조차도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기는 매한가지...

돈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서슴없이 행하고 돈을 위해선 천륜조차 저버리고 얻은 결과로 누군가는 과연 행복했을까

생동감 있는 문장도 좋았고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지루할 틈 없었던 것도... 그리고 곁들여 애절한 사랑 이야기까지 담아 단숨에 몰아읽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북의 관계가 경직되거나 하면 항상 화두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북한의 땅에다 우리의 자본이 들어간 곳 개성공단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 언제든 폐쇄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처음에 이 개성공단이 조성될 때 수많은 반대가 있었고 지금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그런 개성공단에서 우리나라 사람 혹은 북쪽 사람이 상대방 측 사람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사건은 어느 쪽에서 수사를 하고 그 결과는 누구의 법을 따르는 걸까?

그런 상황에 관한 이 소설을 읽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고 어쩌면 지금까지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사고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묻히거나 간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조사하고 캐내는 일을 하는 강민규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오래전에 본 외삼촌 원종대가 나타나 큰돈을 주며 의뢰를 부탁하는데 그 일이 평범하지 않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언제부턴가 재고가 맞지 않는데 그게 무시하기 쉽지 않을 정로의 양이라는 것... 문제는 남한이라면 당연하게 CCTV를 설치하거나 혹은 의심 가는 사람을 조사할 수 있지만 관리자 몇몇을 빼곤 모든 일을 북한 사람이 처리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어떤 수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

그런 이유로 군에서 이런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강민규가 개성공단에서 범인을 색출해 줄 것을 요구한다.

돈이 필요했던 민규는 일을 수락했고 그곳 개성공단으로 위장 취업했지만 첫날부터 그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뿐 아니라 공장을 총책임 지고 있는 법인장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보이고 공장 내부에선 북측 사람이 따로 불러 서슴없이 협박을 해온다.

이곳 북한에서는 남한의 모든 물건이 비싸게 거래되고 그런 거래만을 위한 암시장이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공공연히 뇌물이 오가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모습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 민규는 당연한 의문 즉, 그렇다면 이렇게 큰 물자가 오고 가는 데는 당연히 많은 사람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함께 그런 그들을 비호해 줄 좀 더 높은 위치의 누군가가 있다는 얘기인데 그 사람은 누구고 출퇴근 시 철저하게 몸수색을 하는 이곳에서 과연 어떤 방법으로 빼돌렸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일부이긴 하지만 북한 내부의 상황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게 느껴질 즈음 살인 사건이 터져 분위기가 달라진다.

공장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공장의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민규가 본격적인 조사를 하기도 전에 누군가에 의해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법인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단숨에 그는 범인으로 체포되어 구금되는 일련의 상황이 조직적이고 즉각적으로 취해지는 데 그 모든 과정이 마치 짜인 것처럼 보인다.

이내 추방 명령이 떨어졌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 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을 수사하러 온 북한 측 요원을 설득해 사흘간의 말미를 얻는다.

이제 그 사흘 안에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해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에 서로 간의 알리바이를 대주며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범인을 색출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

그 날밤의 진실을 비롯해 왜 그가 하필이면 개성공단 안에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진실을 찾는 민규

하지만 범인을 찾아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미 정해진 결론을 따라갈 수밖에...

북한 땅에 우리 자본으로 공장을 짓고 북한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받는 게 달러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달러가 필요해서 남측을 끌어들이고 요구를 받아주지만 그럼에도 온갖 명분을 내세워 힘없는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모습에서 북한의 위선을 볼 수 있다.

달러가 필요하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남측 물건을 살 수 있는 것 역시 북한에서 가장 정치적 이념이 투철해야 할 고위층이나 중산층 이상만 가능하는 걸 생각하면 그들의 모습 역시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개성공단은 공단의 의미 그 이상의 존재가치를 지닌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다 정치적인 이유로 개성공단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하는 데 이런 모든 문제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지만 그곳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희생양을 내세워 덮어버리는 건 여기나 북쪽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에다 우리가 잘 몰랐던 개성공단 내부의 이야기와 그곳의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등을 잘 버무려 놓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