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조앤 바우어 지음, 정지혜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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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보다 자식의 삶을 더 중시하는 엄마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아닌 이모의 손에서 큰 여자아이는 자라서 스스로 이름을 호프로 개명한다.

그리고 요리사인 이모를 따라 전국을 떠돌며 살아왔지만 낙담하지않고 어디에서든 자신의 이름처럼 희망 가득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열렬 소녀이기도 하다.

그렇게 늘 희망을 품고 살던 호프지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모은 돈 전부 와 이모의 가게마저 잃어버린 건 상당히 충격이 컸다.

그런 이유로 뉴욕을 떠나 위스콘신주의 작은 도시 멀허니로 오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이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하게 된 식당은 현재 주인인 스툽이 암 투병 중이라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고 두 사람은 요리사와 웨이트리스로 이내 식당에 잘 적응했지만 문제는 스툽이 아무런 예고 없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였다.

현 시장은 마을 전체 중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리얼 프레쉬기업을 유치해왔다는 공적을 내세워 오랫동안 이곳에서 시장으로 재선임되어왔지만 스툽은 그런 시장이 기업과 유착해 기업의 주민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미납을 눈감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온갖 편법과 비리를 모른척해주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고발을 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말하는 스툽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아 양측 간의 대결 아닌 대결은 팽팽한데 무엇보다 현재 스쿱이 암 투병 중이라는 이유로 그가 과연 시장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스툽의 선거를 돕게 된 호프는 그녀의 성격대로 긍정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하지만 상대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식당 손님으로 위장해 평판을 떨어트리기 위한 쇼를 한다거나 호프가 마음에 두고 있는 요리사에게 폭행을 가하고 스쿱의 병세를 부풀려 소문내는 등 선거가 열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호프라는 소녀를 통해 왜 우리는 마음에 차지 않는 후보들이라도 투표를 해야만 하는지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 기회를 주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민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부금을 제공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뒤로는 온갖 불법적인 일과 탈세를 하는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악덕기업과 부정한 정치인이 결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 유권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어린 소녀 호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놓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긍정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호프라는 소녀도 매력 있었지만 암이라는 무서운 놈과 싸우면서도 남을 위해 헌신하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킨 스툽의 말들이 특히 가슴에 많이 와닿았다.

왜 그렇게 많은 상을 수상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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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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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소녀가 투사가 되게 된 경위에는 사랑하는 6살 동생 질이 있었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폭발사고로 한쪽 얼굴이 사라진 채 죽어버린 아이스크림 할아버지를 본 순간의 충격은 너무나 컸지만 이런 아이들을 안고 위로해 주는 부모가 없다는 게 이 아이들의 불행이다.

남들의 눈에는 아빠 엄마가 있지만 소녀의 집은 오래전부터 부모가 부재한 상황

소녀의 눈에 비치는 가족의 모습은 아빠는 사냥하는 것과 위스키 그리고 TV를 시청하는 것 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아이들의 엄마는 그저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단세포 아메바일 뿐... 부모 중 누구도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안다.

소녀에게는 자신과 자신의 동생 질 단둘뿐이었다.

그런 소중한 동생 질이 그 사고 이후로 죽은 눈을 한 채 아무런 표정 없이 그녀가 사랑했던 미소를 잃어버렸지만 부모는 아이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걸 알기에 자신만이 동생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생의 변화가 질의 머릿속에 나쁜 기생충이 들어와 질을 잡아먹고 있어서라는 걸 알기에 소녀는 동생의 미소를 되찾고자 시간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더 이상 그 나쁜 기생충에 동생이 다 잡히기 전에...

과거로 돌아가 아이스크림 사고를 막는다면 동생이 돌아오리라 믿는 소녀는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물리학과 양자물리학 등 공부에 파고들지만 그런 동안에 점점 동생은 잔인하게 변하고 있다.

동생의 변화에는 아빠의 느닷없는 관심이 있었고 아빠와 함께 사냥을 배우면서 그 잔인함은 극대화되어간다.

어린 소녀가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와 무기력한 엄마 밑에서 자신과 어린 동생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여름의 겨울은 소녀의 성장과정을 위태롭게 그려내고 있다.

난폭하고 집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아버지와 그런 남편 밑에서 그저 숨죽이고 살 수밖에 없는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소녀는 누구보다 똑똑할 뿐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는 게 빠르다.

그래서 몇 해가 지날 동안 자신의 똑똑함을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영리한 반면 아버지의 목표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자신이 타임머신만 만들면 동생이 예전의 미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한 면도 있다.

읽으면서 소녀의 소원처럼 동생 질이 예전으로 돌아오기를 같이 바라게 될 정도로 소녀의 작은 희망은 절박하고 그래서 질이 변해가는 모습이 더 안타깝다.

하지만 소녀의 짐승 같은 아빠는 소녀가 무사히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지켜보고 관찰을 하다 방심한 순간 가차 없이 공격한다.

마치 사냥꾼이 짐승을 사냥할 때처럼...

처음에는 아내를 폭행으로 길들이더니 소녀가 성장함에 따라 목표를 소녀로 바꿔 인간으로서 짐승보다 못할 잔인한 짓을 태연히 저지르지만 소녀는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해지고 점차 두려움을 이겨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싸움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투사가 깨어나 아빠로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

무차별적이고 잔인한 폭력에 굴하지 않고 숨 막힐듯한 긴장감 넘치는 집에서도 빛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여름의 겨울은 뜨거운 여름에 벌어지지만 그 내용만큼은 폭력처럼 서늘하고 차갑다.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녀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여름의 겨울은 상당히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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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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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파비오에게는 남들과 다른 게 여러 가지 있다.

일단 남들에게는 한 명 혹은 두 명뿐인 할아버지가 열 명이나 있고 그 할아버지들은 모두가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이며 파비오 또한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할아버지들처럼 미치광이가 된다는 저주에 걸려있다.

뿐만 아니라 또래의 친구들이 아는 걸 몰라 또래와 어울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파비오가 불행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파비오에게는 매일매일 번갈아가며 낚시를 하거나 사냥을 하는등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가 있고 그 할아버지들이 가르쳐주는 것들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소년에게 걱정거리는 그저 마흔이 되기 전에 결혼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뿐 매일매일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아이에게 아버지가 쓰러져는 사건은 많은 걸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주변 사람들이 미치광이라고 보는 할아버지들은 사실 빈부격차를 주는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종교를 부정하는 괴짜들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자신들과 다른 삶을 추구하는 그들이 미치광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처럼 마을 사람들 역시 파비오의 할아버지들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공동체에 받아들이길 거부하기 바쁘다.

파비오가 자신들의 가족이 남들과 다르다는 자각을 하게 되는 계기는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이다.

가족들 속에서는 이런 다름이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발 떨어져 자신의 가족을 들여다보고서야 이런 다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극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게 바로 아버지의 사고다.

아버지가 의식 없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할머니와 엄마가 온갖 고생을 하는 걸 보면서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걸 깨닫게 된 파비오가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섞이기 위해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는 순간 사람이 비겁해지는 찰나를 경험하게 된다.

남과 조금 다르지만 파비오가 가진 순수함과 아이다운 천진함은 우리를 웃기게도 하고 눈물 나게도 하는데 10살이 넘도록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는 모습에선 소년의 순수함을 그리고 그런 아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한 엄마의 거짓말에는 동조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아들에게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 빠뜨리고는 스스로 헤엄치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인생은 바다 위에 떠올라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거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이 책은 파비오라는 소년의 성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보통의 사람들 시선에서는 엉뚱하고 가난하기도 한 파비오와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느긋하게 즐기는 삶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따뜻함과 유머 그리고 엉뚱한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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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에마 퀴글리 지음, 김선아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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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 누군가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이걸로 돈을 벌어들일 계획을 세운 악동들

아이들은 자신들의 용돈을 자본금으로 해서 이런저런 규칙을 세우고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까지 하며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들 중 아이디어가 반짝이지만 돈이 없어 뭔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 돈을 빌려주고 즉 투자를 해서 수익금을 나눠가지는 계약도 체결한다.

이 아이들이 하는 걸 자세히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아이들의 장난처럼 시작한 이 일은 은행이 설립될 당시의 모습을 모티브로 하고 은행이 하는 일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는데 거대 자본을 가진 은행이 어떻게 탐욕에 물들고 어떤 과정을 거쳐 부실화되는지를 아이들이 세운 은행에 비교해보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 계획을 세운 사람은 핀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역은 루크가 그리고 돈의 입출금을 관리하는 건 에밀리와 코비가 나머지 두 녀석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은행 FFP에 돈을 맡기도록 홍보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임에도 각자가 엄청나게 제대로 역할을 잘 해내서 FFP는 이내 큰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어디서든 급작스럽게 큰돈이 들어오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게 쉽지 않기 마련이고 이 아이들은 심지어 어리기까지 하다 보니 일단 돈을 손에 쥐면서부터는 돈을 쓰기 바쁠 뿐 아니라 처음의 초심을 잃어버려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벌기 쉬울 뿐 아니라 항상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돈 씀씀이가 헤퍼지고 작은 돈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덕분에 잘 돌아가는 것 같았던 투자 문제에서도 여기저기서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이미 큰돈을 버는 것에 취해버린 핀과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돈으로 그걸 해결하려 한다거나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미뤄버리거나 모른척해버린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외면했던 문제는 반드시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오게 되고 이 아이들이 하는 사업에 돈이 몰린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교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TT 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오지만 아이들은 그 녀석의 제안을 무시하지도 웃어넘길 수도 없다. 이제 수익은 줄어들었고 위험부담은 엄청나게 커졌을 뿐 아니라 TT가 원하는 대로 돈을 벌지 못할까 봐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걱정거리가 되었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큰돈이 모이면서 쉽게 돈 버는 재미에 빠졌을 뿐 아니라 투자처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하고 하나둘씩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원칙을 무시한 결과는 당연하게도 투자 실패와 투자자의 분노로 되돌아오듯 아이들 역시 처음 얼마간은 순조롭게 잘 돌아가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는 머니게임은 마치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지만 금융계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 권유하는 직원조차 잘 알지 못하는 상품 판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투자 손실 등등...

아이들을 내세워 은행과 투자에 대해 알기 쉽고 재밌게 표현하고 있어 아주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아이에게 경제교육용으로 읽혀도 괜찮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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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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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가족 중 누군가가 지은 죄를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되는 경우가 더 허다하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당연한 거고 그 가족 역시 전혀 죄가 없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그 피해가 금전적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하는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 참담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으로 경찰차가 오고 사람들은 아빠를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으로 가면 집주변을 맴돌던 이웃집 남자가 심술궂고 잔인한 말로 자신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이유를 대며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그저 차갑게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공장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공동체와도 같은 곳으로 이웃들 대부분이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아빠의 도둑질은 더욱 비난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엄마는 한 번도 아빠가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빠의 월급은 풍족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작지만 엄마가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아빠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엄마조차도 처음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다 생각했지만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 결국 아빠의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의 죄가 드러나면서부터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는 모자가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기를 거부하고 눈앞에서 마치 그들이 도둑질을 한 것 마냥 무안을 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며 안 그래도 힘든 모자를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다.

엄마 역시 같은 직장을 다녔지만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당하고 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마치 처단해야 하는 악처럼 모자를 그 마을에서 몰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훔친 게 모자가 아니라는 자각조차 없이 그들의 것을 훔쳐 간 아빠와 같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당신들도 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봐야 한다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으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범죄자와 그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담할 수 없다.

머리로는 그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왠지 그 가족이 같은 죄를 지은 것처럼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죄가 중범 죄면 당연하게 꺼려지는 마음 역시 더 커지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당하는 온갖 부당한 처사에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은 별개라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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