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바에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면서 그 남자에게서 가슴 떨림을 느끼는 여자 사키코

그녀는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노모에게 맡겨 둔 채 사랑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다.

늘 남자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는 여전히 엄마이기보다 여자이고 싶은... 그러면서도 매번 나쁜 선택을 해 점점 더 수렁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방학을 맞은 딸아이를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해 며칠을 보내면서 어느새 딸아이가 가슴이 나와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 여자가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스스로를 엄마의 자질이 부족하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음 편에서 그녀의 딸 지하루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역시 딸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버린 채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늘 나쁜 선택을 하지만 사랑을 찾아 떠도는 사키코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게 지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하루가 왜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지 그녀가 20대 초반의 나이에 옷을 벗은 채 춤을 추는 무희가 되어야 했는지의 과정을 지하루의 시점이 아닌 그녀와 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엮인 사람들의 입과 관점을 통해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녀 지하루의 성격과 묘하게 어울린다.

남과 잘 섞이지 못하고 어딘지 부족한 듯 거절하지 못하며 행동도 어눌한데다 표정조차 거의 없는 그녀지만 유달리 큰 가슴 때문인지 남자는 항상 끊이지 않는 편인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그런 신체 조건은 불행의 시초나 다름없었다.

어린 나이에 낙태를 경험하고 흘러흘러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희가 되고 술집에 나가는... 80년대 신파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지하루의 인생은 볼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지만 이조차도 평범하지 않다.

그야말로 불행한 여자의 전형을 보는듯한 지하루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기에 이런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볼 뿐...

그래서 끝이 없는 그녀의 불행이 언제쯤 끝이 날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사키코... 그런 엄마의 모습과 비슷한 듯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지하루... 그리고 그녀가 낳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우지 못한 아야코

여자 3대의 모습을 연작으로 엮은 별이 총총은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걸로 유명한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선 지하루의 심리를 전혀 표출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처한 상황만 전달할 뿐...

지극히 불행해 보이는 삶이지만 지하루는 그 속에서도 자신이 마음속에 있던 그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 시를 쓰는데 그 시가 참으로 적나라한 듯 현실적이다.

늘 말이 없고 어눌해 보이는 그녀지만 그 속에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놔두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녹아있는 듯하다.

뭔가 안타깝고 씁쓸하면서 왠지 지하루의 삶이 마냥 불행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예감을 하게 하는데 그 바탕에는 그녀의 딸 아야코가 있기 때문인듯하다.

덤덤한듯 서정적으로 그려놓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온...기억에 오래남을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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