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평점 :
위기에 처했거나 절망 끝에 선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생겼다.
그건 바닷가에서 눈이 부시게 빛나는 섬광을 본 후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섬광을 본 사람 모두에게 이런 특별한 일이 생긴 건 아니었고 오직 이 세 사람에게서만 발생한 일이었다.
모든 건 바닷가에서 발견된 미지의 정체 모를 생물과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일이었고 문어를 닮은 그 생명체는 오로지 동족과의 해후만을 원했다.
그들은 그것에게 샌디라는 이름을 주었고 그때부터 그들과 샌디는 한 몸이 되어 그들을 쫓는 사람들로부터 도주가 시작되었다.
사실 세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의 고민과 문제들이 있었는데 16살의 고아 레녹스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고 헤더는 자신의 딸을 병으로 잃은 후 자신마저 불치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야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위태롭던 상황이었다.
에이바 역시 만삭인 임산부이면서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모든 걸 억압하는 남편으로부터 간절히 벗어나길 원하고 있었지만 절대로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남편 때문에 고통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실 외계에서 온 생명체와 인간들 간의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이 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읽었을 때 이야기의 마지막은 미지의 생명체의 마법 같은 능력이나 초능력 같은 걸로 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거나 혹은 어찌어찌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렸을 것이라 막연히 짐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미지의 생명체인 샌디는 그저 그들로부터 스스로 모든 속박을 풀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삶의 의지가 없었던 헤더는 샌디의 탈출을 돕고 동족과의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스로 삶의 희망을 찾고 깊은 절망감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어디에도 소속감이 없었던 레녹스는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갈 의지를 갖게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밖에서는 철저하게 가정적인 남편 역할을 했던 폭력적인 남편에게 길들여지길 거부했던 에이바 역시 샌디를 도와 탈출하면서 남편과의 싸움에서 뒷걸음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 E.T를 떠올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영화 속의 주인공 E.T 역시 우연히 우주선의 고장으로 지구라는 별에 낙오됐을 뿐... 그에게는 지구를 해하거나 지구 침략 같은 거창하고 위험한 계획 따윈 없는 해롭지 않은 존재였음에도 그가 그저 우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로 나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샌디에게 벌어진 일과 마찬가지로...
사실 샌디는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을 손쉽게 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세 사람에게 의지해 동족과의 만남을 바랄 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평화적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에 반해 샌디를 쫓는 인간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그와 세 사람을 추적하면서 살인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E.T 속 나쁜 악당들처럼...
샌디의 외형적인 모습부터 마지막의 결말까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 너와 나 사이의 우주는 읽으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도 있었고 지구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공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줬다.
읽기는 쉬웠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쉽지 않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