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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다.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있는 유럽이 자신들이 힘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기위해 예루살렘을 이슬람으로부터 다시 찾기 위해 벌인 전쟁이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같은 서양인들끼리 약탈을 하는 일들이 벌어졌고 실패한 전쟁으로 남은 후에 유럽이 본격적인 암흑기(??)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추가로 더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갖가지 음모론에 가까운 많은 신화와 같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아 이 후 현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소설, 영화, 드라마의 양념과 같은 역할을 많이 했다는 정도가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고 있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 간략하게 알지만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다른 분야의 관심에 비해 딱히 더 큰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보고 관련 글을 읽다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훨씬 더 좋다는 글을 읽고 '그래~~ 한번 읽어봐야 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마침,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도 종결이 되어 이왕이면 읽기전에 먼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아시아인이 바라보는 로마인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읽었지만 사실 그 책은 아시아인의 관점은 거의 없는 듯 했다. 모든 역사는 저술한 사람의 사상과 개념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단순하게 아무런 코멘트도 없이 역사기록을 남겨도 어떤 기록을 넣고 빼는냐에 따라 저술가의 사상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이자 좋은 것은 바로 만화라는 것이다. 원래 만화만해도 수천권을 읽은 전력이 있고 좋은 만화는 그 어떤 책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글씨만 읽으면 조금 지루하거나 잠시 집중을 못할 수 있지만 그림과 같이 있으면 그림과 글을 번갈아 읽으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단순하게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 책을 치부할 수는 없는 내공을 갖고 있다. 굳이 지속적으로 부시에 대해 지금말로 '디스'하는 삽화가 많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가장 기쁜 것은 알지 못하는 사실과 지식에 대해 새롭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어떤 면에서 십자군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가 더 관심있고 흥미로웠다. 솔직히 이슬람에 대해 잘못 알려진 면이 많다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 점에 대해 찾아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딱히,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 앞에 설 정도의 지식이나 관심거리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중에 한번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어느정도 그 호기심에 대해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해준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기 전 유럽역사와 이슬람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데 유럽역사는 그래도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어느정도 기억이 존재하여 이해하는데 좀 더 쉬웠다. 더구나, 김태권이 전하는 역사관은 마음에 든다. 어차피 역사란 가치중립 하기는 쉽지 않고 어느정도 한쪽으로 편향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시아 사람이라 그런지 오린엔탈리즘에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그런지 그 정확한 내 심중은 몰라도 김태권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지식이 없다고 생각을 분명히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 물론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의 도입부이다 -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역사지식을 머리에 쌓아 놓기는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전혀 새롭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읽거나 봤던 것이다.
그것이 영화에서인지 만화에서인지 책에서 인지는 정화하지 않아도 말이다. 다만, 은자 피에로라는 인물은 처음으로 알고 되었고 지금 말로 이야기하면 똘끼로 충만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식은 경험을 이길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인물로 보인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늘 눈에 들어오는 전집이 있다. 책 제목은 에드워즈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E.M.번즈의 서양 문명의 역사인데 늘 쉽게 손이 가는 책이 아니라 그저 노려보기만 했다. 글도 조밀하게 빽빽해서 더더욱. 이 책을 읽으면 다시 한 번 저 책들을 한 번 정도 도전할 책중에 하나로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외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소개되는데 상당히 흥미롭게 보였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고 전반적인 개념은 다른 책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한 개인을 통해 - 살아있고 실험이 아닌 실제로 악을 행한 인물로써 - 구체적으로 알아본다는 재미(??)를 줄 듯 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나미의 십자군 전쟁에 대해 글을 읽다 우연히 '김태권의 십자군 전쟁 이야기'가 훨씬 낫다고 한 그 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특정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만화로 되어있는 책을 선택해서 읽는다는 것은 아주 좋은 지적만족을 준다. 이제 2권으로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