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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금융 위기의 여파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출발한 금융위기가 부동산 대출때문이라 점은 대체적으로 의견일치를 본다. 무엇때문에 대출이 늘어났는지 여부와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여부는 학자들마다 다르다. 지금까지 내린 총론은 돈을 풀어라이다. 경제가 경색되고 금융적으로 위기가 왔을 때 돈을 무한정 풀 수 있다는 의지를 중앙은행은 보여준다. 유일하게 실패한 일본은 돈을 풀어야 할 시점에 주저하며 잃어버린 20년을 만들었다. 모든 국가들은 일본 사례를 참고삼아 반면교사로 이제 경제가 어려워 질 때 돈을 풀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합의한다.
경제가 어려워 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인지 설왕설래가 있다. 서로 이유를 밝히면서 전후 관계와 인과 관계, 상관관계에 대해 무엇이 먼저인지를 따지고 있다. A때문에 B가 온 것인지 B 때문에 A가 온 것인지 각자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체적으로 소비가 핵심으로 보인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소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소비가 줄어 경제가 나뻐졌는지, 실업률이 나뻐져 소비가 줄었는지, 소비가 줄어 기업 실적이 나뻐졌는지에 대해 약간씩 뉘앙사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책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소비가 나뻐졌기에 기업들이 실적이 줄어 신규 채용은 커녕 기존 직원들마저 해고하며 악순환이 펼쳐졌다고 한다.
이 부분까지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고 있으며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 출판된 책들이 번역되어 읽어보면 소비부분에 대해 강조를 한다. 불행히도 분명히 미국은 교수들이 이런 실증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주장을 하며 설득력을 갖는데 반해 국내 교수들중에 이런 책을 펴 낸 것을 읽어 본 적이 없다. 한국도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산시장이 무너졌는데 이에 대해 원인을 밝히고 있는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각자 자신의 주장이 틀릴 지라도 자신있게 학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뷰에 따른 주장이 왜 없는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지금까지 소비가 경제를 바라보는 핵심이라는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합의를 봤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소비는 언제 늘어나고 언제 줄어드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년 대비나 전월대비로 소비가 늘어났는지 줄어들었는지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 알 수 있다. 고맙게도 열심히 데이터를 만들어 공개한다. 그것도 국가에서. 우리같은 경우에 소비에 포함되는 항목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는 하지만 - 소비 통계에 잡히는 것과 실제 체감이 차이가 난다는 점때문에 -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소비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여부를 개인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제부터 <빚으로 지은 집>에서 이야기하는 소비감소에 대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는 바로 빚때문이다. 소비는 줄일 수 있다고 쉽게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반드시 꼭 지출해야 하는 소비부분이 있다. 통계에 잡히는 소비부분은 대체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만 하는 소비 부분인데 이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개인들이 쓸 돈이 없다는 뜻과 같다. 또는 당장 갖고 있는 돈을 쓰면 안 된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이다. 미래가 밝다고 여기면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과감하게 빚을 져서라도 소비한다.
미국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라고 쓰고 한국이라고 읽어도 된다. - 아니 어떤 국가를 대입해도 동일한 원인과 결과가 나온다) 주택 구입을 전액 현금으로 하는 개인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주택 구입에 상당한 부채를 안는다. 부자라고 하여 부채없이 주택구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채금액이 적을 뿐이지 빚을 지는 것은 동일하다. 주택 가격이 오른다. 빚을 졌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주택 가격이 오르니 부채는 위험하게 여기지 않는다. 1억 짜리 주택에 8,000만원이 부채고 2,000만 원이 자기자본이다. 주택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난다. 얼마든지 이자를 내며 충분히 자산증식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소비한다. 소비를 아껴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재보다 밝은 미래가 있기에 소비가 즐겁다.
무한정 오르는 자산은 없다. 오르면 중력 법칙에 의해 떨어지기 마련이다. 1억짜리 주택이 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이제 순자산은 없다. 오로지 빚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내가 보유한 주택은 전적으로 <빚으로 지은 집>이 되어버린다. 자산이 줄어든 개인은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버틸 수 있는 여력은 남아있다. 소비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며 기업의 실적도 줄어든다. 이제 기업은 줄어든 실적만큼 직원을 줄일 수 밖에 없다. 해고된 직원은 이자를 낼 여력이 없다.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추가로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자를 내지 못한다.
은행은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차압에 들어간다. 보유한 주택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은 기본적인 소비마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이제 소비는 더욱 줄어든다. 기업의 실적도 더욱 줄어든다. 더 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악순환이 순환고리처럼 이어지며 경제가 위축된다. 쌓이고 쌓인 문제가 누적되어 어느 순간 '빵'하고 터지며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여력이 있는 사람은 대출을 적게 받아 주택구입을 했기에 주택가격이 떨어져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부자들은 대부분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다. 주택 가격이 떨어졌어도 대출금액만큼 회수하며 전체자산의 타격은 적다. 이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지만 전체 국민의 대다수가 빚으로 주택을 구입했기에 소비가 줄어들며 경제가 무너질 때 대출해준 금융기관도 함께 채권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량채권들로 자산건전성이 무너지며 지급준비율이 위험해진다. 은행에 돈을 맡긴 채권자(예금)들은 불안해하며 돈을 빼가려한다. 국가가 나서 은행은 망하게 할 수 없다며 지급보증을 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은행은 살아남았지만 <빚으로 지은 집>에 살다 쫓겨난 개인들은 더이상 갈데없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소비는 여전히 늘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은행을 살려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이유다. 이미 대다수의 소비주체들은 소비를 할 수 없다. 기업들은 여전히 신규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지 않는다. 이미 쓰러진 개인들은 대출을 받을 여력도 없고 은행도 대출해 주지 않는다. 부자들만 - 신용이 좋은 -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기존에도 대출받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출을 극히 미미하게 한다. 이미 망가진 자산시장에서 주워담을 우량 자산이었던 자산이 완전히 저렴한 가격에 취득할 수 있다.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살리면 안 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대세가 되고 끝을 모르고 경제가 성장한 것은 - 중간 중간 부침이 있었지만 - 인구가 늘어나고 더 많은 개인들이 소비를 했다. 갖고 있는 돈만으로 소비를 했다면 지금과 같지 않았겠지만 신용으로 만들어진 소비패턴은 각 개인중에는 불행의 시작이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은행을 살리고 기업을 살린 돈은 개인들에게 전파되지 않았다. 낙수효과는 없었다. 부자들이 돈을 쓰며 그 돈이 밑으로 내려가 돈이 퍼지며 사회 전체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길것이라 판단했지만 돈은 내려오지 않고 그들이 살기 위해 쟁겨놓기만 했다.
소비가 늘어나게 하기위해서는 직접적으로 돈을 줘야 한다. 은행은 망하게 하지 않고 개인은 망하게 냅둔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문제가 대두된다. 개인이 한 잘못을 구제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똑같은 잣대를 은행에는 왜 들이대지 않을까. 과거에 유류세 환급을 한 적이 있다. 어지간한 사람은 다 해당되어 공돈이 생겼다. 쓸데없는 짓이고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당장 소비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껴야 할 이유가 없고 생각지 못한 푼돈이 생긴 사람들 입장에서도 소비에 쓰게 마련이다. 급진적인 주장이지만 <빚으로 지은 집>에서는 은행에 준 돈을 각 개인에게 주었다면 경제가 훨씬 더 빨리 개선되었을 것이라 한다.
이번 한국 정부에서도 가계 담보 대출과 관련되어 새로운 조건을 발표했는데 일정 금액 이하는 책임지지 않게 만든다. 도덕적 해이가 올 수 있고 그런 위험을 은행에서 지지 않으려고 대출금액을 낮출 것이라는 판단을 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한다. 이 부분은 어떻게 될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예측하지 못하겠다. 책에서 실증적으로 대출을 많은 받은 지역과 받지 않은 지역의 소비와 실업률을 따지고 살펴본다. 그 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주택 공급 효과도 함께 살펴보며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과 이뤄지지 않는 지역을 비교하며 공급도 중요하지만 대출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대출이 안 되는 사람에게도 무차별적인 대출실행한 결과로 <빚으로 지은 집>에 살던 많은 개인이 파산하고 경제는 급속도로 경직되었다. 이런 것을 볼 때 노무현 정부때 대출을 규제하며 관리한 것은 훌륭한 결과였다. 이번에 다시 대출 규제를 정부에서 실행했는데 분명히 주택가격이 과열되어 과도한 오버슈팅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과열될 정도는 아니지만 미리 선제조치를 통해 완만하게 활발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에 나온 개념중에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에 따라 주택가격도 오르고 내린다. 낙관론자들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다. 비관론자들은 주택을 구입해도 순수한 자기 자본으로 한다.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다. 낙관론자들이 득세하며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대출이다. 대출이 없다면 가격은 상승할 수 없다. 지금도 낙관론자들은 공적, 사적 대출을 이용해서 구입중이다. 공적 대출은 은행을 통해 사적 대출은 개인을 통해서 한다. 걔중에는 사적 대출에 공적 대출까지 결합해 구입한 낙관론자들도 있다. <빚으로 지은 집>은 오래갈 수 없다. 늘 주장하듯이 감당범위 내에서 보유한 주택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최근에 1년 도 안되어 5채 이상을 구입했다는 낙관론자들이 보인다. 이들이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했다면 훌륭하다. 감당할 범위 내에서 받은 대출까지 포함한다면 이 역시도 인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빚으로 지은 집>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반복되는 역사에서 -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 - 과연 배울 수 있을까. 이런 표현을 하기에는 내 대출도 만만치 않아 패스~~!!
히지만, 결국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카이사르-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대안제시는 조금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책은 읽어야 된다, 어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