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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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나도 하루 단위로 보면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과거를 회상하게 될 때 1~2년은 금방 지나가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컷 하나로 몇 십년이 지나가기도 하는 걸 보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고 꽤 시간이 걸려 지나 갔을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시대적 배경도 지금으로부터 2,000년이나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단 한줄로도 1년이나 몇 십년을 이야기하고 끝을 낼 수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어떠한 사건들이 천천히 이뤄진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인 이야기 12권에 나온 사건들은 당시에 생활한 사람들에게도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사건의 연속이지 않았을까 한다.

 

하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황제가 즉위를 하자마자 몇 달 되지도 않아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나중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지 않았을까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입장에서 4~5년 동안 재임하는 대통령들의 통치가 길지도 짧지도 않는 시기동안 일어난 일이지만 나중 몇 백년 후에는 찰나의 사건들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 당시의 로마에는 찰나의 사건임에는 분명하지만 로마라는 큰 덩치로 볼 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 아닐까 한다.

 

지금도 서민들이 편안하게 살려면 권력을 갖고 있는 계층이 평화롭고 변고없이 - 그 내부에는 엄청난 권력투쟁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 나라를 다스려야 자신들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도 어느정도 참을만 하지만 이처럼 수시로 황제가 변경된다면 나라의 여론이나 인심이 흉흉해 지는 것을 막기에는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아무리 로마라는 나라가 원로원과 황제와 시민으로 구성되었고 그 사이에 군인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존재들은 서로가 권력을 더 갖고 들 갖고 있는 차이는 있을 지언정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인데 황제에게 변고가 계속 생기고 원로원들은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니 자신의 한 목숨 건지기에 급급한 시민과 성격상 호전적인 군인들로 인해 로마라는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원로원 의원이 몇 백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 지도자라고 할 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좀 의아하기는 하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가 될 수 있음에도 그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 많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로마라는 나라의 황제가 매력적이지 않고 고생만 죽어라고 하는 자리가 된 것이 아닐까? 제국의 최 정점에 서는 인물이 되는 것을 주저했다는 뜻이 되는데 권력의 달콤함을 무시할 정도로 로마라는 나라의 기운이 다한것이 아닐까한다.

 

그러니, 정치에 대해 모르는 군인들이 돌아가면서 황제가 된 것이다. 책에 나오는 문구인데 정치인은 정치와 군사를 알아야 하지만 군인은 정치는 몰라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전쟁이 나 싸울 때는 군인의 전략 전술에 따라 승부를 벌이면 되지만 바로 그 전쟁을 해야 할 타이밍인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지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사회가 혼란하면 총이라는 권력을 가진 군인들이 날 뛰게 되어있다. 싫어도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들의 제안을 찬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당시의 기술이나 의료체계의 문제도 있었지만 황제가 되자마자 칼에 맞아 죽고 좀 안정되었다 싶으면 병에 죽으니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로마는 당시의 패권국가로써 호시탐탐 그 지위를 노리는 나라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12권 전에는 비록 짧은 제위기간을 가진 황제들이 있었지만 어느정도의 분량을 갖고 다루어졌는데 12권에 나오는 황제들은 딱 한페이지로 소개되고 마는 황제가 있을 정도로 약간의 군사력을 갖고 있고 어느 정도의 사회 권력층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거의 돌아가면서 황제라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니, 황제라는 자리가 우러러보고 존경해야 할 자리가 아니게 된다. 오죽하면 로마의 수도에서 황제의 승인이랄 수 있는 원로원과 시민들의 승낙도 받기 전에 간단한 서류로 황제로 승인해 달라고 하고 원로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전장을 누빌까?

 

말 그대로 전장에서 전투를 하다 우두머리가 사망하면 본인의 욕심에 의하든 병사들의 추천에 의하든 황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면 로마에 사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황제가 누군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어디 출신이지도 모르고 지내거나 황제의 이름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그 황제가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된지 오래인 경우도 종종 있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로마가 망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정말 피부에 확 와닿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망해가는 정책들이 나오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은 함유량의 조절이나 이탈리아에 속한 모든 시민에게 로마시민권을 준다든가, 군인에 대한 처우등이 당시에는 선한 의도로 행해진 일이지만 결국 의도하지 않게 로마를 망하게하는 시발점들이 되고 만다.

 

여러가지 정책들이 전부 결국에는 희소성이라는 것을 없애고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렵게 얻고 소유에 대해 남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획득해야만 인간은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점때문에 보수적인이야기를 저자가 듣게 되는데 일견 틀린 말은 아닌듯 하다. 그걸 꼭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공정하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위로 올라가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사회가 진정으로 올바른 나라가 아닐까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 조건에 부합하여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로 사회와 국가가 보다듬어 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당시의 황제들은 자신의 영광이나 이익을 위해 황제가 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황제가 되자마자 전부 나라 밖의 외적들을 물리치는데 온 힘을 쏟았으니 결코 쉽지 않은 자리였다. 나라도 그런 자리를 맡고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황제가 되어 편안함과 남들로부터 우러러 받는 권력의 달콤함보다는 자신의 능력여부와 상관없이 전장에 투입되어야 하니 얼마나 난감했을까? 그렇기 때문에 어떨 때는 몇 개월동안 아무도 황제를 하고 싶다고 나서지도 않아 공석이 된 웃기는 환경도 생기게 된다.

 

환경이 영웅을 만드는지 영웅이 환경을 만드는지는 모르겠다. 두 가지가 적당히 섞여 나타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카이사르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환경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 당시의 환경이 카이사르와 같은 영우을 만들었다고 볼 수 도 있으니 말이다. 12권에 나오는 황제들이나 사람들 -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니 - 은 자신의 능력여부와 상관없이 당시의 시대적 환경으로 인해 함몰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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