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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성공시대 1 ㅣ 히틀러의 성공시대 1
김태권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중학생인지 고등학생때인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친척 집 형인지 누나인지 방에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병아리색 표지에 검은 글씨로 써 있는 책을 발견했다. 지은이는 '히틀러'였다. 무슨 불온 서적을 발견한 것과 같은 감정이 들었다. 당시 의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였는데 왜 그런 책이 있는지는 지금도 알지는 못하지만 그 책을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여전히,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읽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히틀러의 성공시대'을 읽으니 '나의 투쟁' 읽을 생각이 사라지고 말았다. 책 내용이 엉망이고 논점도 왔다 갔다 하는등 여러가지로 글이라고 할 수 없다는 평을 읽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책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고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많은 위인과 악인이 있지만 '히틀러'만큼 흥미로운 인물도 없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히틀러에 대해 사실 모른다. 그저 나치와 2차 세계 대전과 연관시켜 손을 뻗으며 '하일 히틀러'라고 외치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한다. 악의 화신으로까지 불리우고 있지만 가장 근대에 일어난 사건중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라 더욱 이미지 과잉이 있는 인물이 아닐까싶기도 한다.
그러한, 히틀러에 대해 나도 궁금한 것은 있었지만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뜨문 뜨문 봤던 지식이외에는 갖고 있는 상식이 없어 이 책을 발견했을 때 기쁨이 앞섰다. 무엇보다 만화가 아닌가? 게다가 김태권이라는 이름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여겼다. 공정한 잣대로 알려주지는 못할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잣대로 역사를 말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성공시대'는 한겨례 주말판에 연재되었던 것이라 한다. 전혀, 몰랐다. 뭐,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단행본으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싶다. 그렇게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입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단순하게 히틀러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와 그 주변인물을 함께 다루고 있어 히틀러가 발자취와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괴벨스와 같은 인물은 선동가로써 마케팅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인물이 함께 언급되면서 히틀러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로 인해 히틀러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힘을 키우고 여러 부침을 겪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줘서 더 재미가 있었다. 어떤 영웅이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올라 설 수는 없기 때문에 더더욱 주변인물을 살펴봐야 한다.
무척 똑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자신감을 똘똘 뭉친 히틀러라고 생각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많은 영상을 통해 본 히틀러나 드라마나 영화속에 나오는 히틀러는 선입견때문이지 몰라도 악인으로 보이고 절대 악인(??)인 만큼의 능력 소유자로 보이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척이나 찌질하다고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데 있어 주변 사람과 상황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여도 본인의 능력과 의지가 있지 않았다면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라 본다. 그렇다 하여도 책에서 본 히틀러는 무척이나 찌질하고 소심하고 개념없고 즉흥적인 인물인데다가 오로지 자신만 아는 후안무치의 인물로 보인다.
일견, 바로 그런 점이 정치인의 미덕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는 사람들만 상대하고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도 충분하게 일정 정도의 포지션을 갖게 되고 헤게모니를 차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이상은 본인의 능력과 우연이 결부되는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히틀러가 바로 그런 천운(??)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거의 대부분 승자들은 한결같이 그러한 운이 공교롭게도 몇 번에 걸쳐 반복되며 얻은 경우가 많다. 운이라는 것도 본인이 준비되어 있고 노력할 때만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히틀러에게도 서서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황이 착착 하나씩 하나씩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오게 된 것이다.
사실, 지나고 보니 그걸 알 수 있었던 것이지 역사의 현장에 있던 사람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 각자 자신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욕망을 추구하던 인물들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승자독식'을 하는 걸 보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히틀러가 잘한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가꾸고 기회를 노리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가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추종하는 사람과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세력에게는 적당한 떡밥만 잘 던져주면 계속 끌고 올 수 있다. 그걸 잘 한 것이 바로 히틀러로 보인다. 특히, 그가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난 인연들을 자신의 것으로 잘 만들었던 것은 히틀러가 비록 당시 사회에서는 바보 취급을 받았을 지라도 개인적인 매력이 충분히 있었다는 뜻이 될 듯 하다.
히틀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책이 나와 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히틀러의 성공시대'를 알게 되어 보게 되었는데 참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가볍고 부담없이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로는 아마도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한다. 2권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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