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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평점 :
사람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 예전보다 글은 더 많이 읽는다. 나도 그렇다. 그 이유는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으로 글을 읽는다. 덕분에 글은 과거보다 더 많이 보고 읽는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주옥같다고 다들 감격해한다. 그 글을 쓴 분을 폄하할 이유는 없지만 너무 감각적인 글에 사람들이 감동한다. 진중하고 진짜 울림이 있는 글에 사람들은 오히려 반응하지 않는다. 부담스러워 피하고 읽지 않는다. 블로그에 그런 글은 올려도 잘 읽지 않는다.
가벼운 글이되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글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한다. 잔잔하 마음에 큰 파도를 불러일으켰다는 표현도 한다. 그런 글을 읽을 때 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도 그 글이 좋은 글이란 것은 인정하지만 - 그러니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 과한 사람들의 반응에 놀란다. 곰곰히 따져보면 그가 쓴 글이 좋아서보다는 그 글을 쓴 사람이 더 중요한 듯하다. 이런 경우가 갈수록 더 많아진다.
최근에는 점차적으로 블로그와 관련된 인터넷 글을 잘 읽지 않게 된다. 내가 상대방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그 글을 쓴 의도가 명백히 읽히는데도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는 점이 답답하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독해력에 문제가 있다. 이건 책을 많이 읽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블로그에 아무리 글을 많이 올려도 책 한 권에 쓰는 글과는 차이가 있다. 최소 200페이지 넘는 분량을 일관성있게 써야 하는 것은 꽤 힘들다.
현대인에게 책보다는 블로그와 같은 곳에 올라온 글이 더 맞기는 하다. 깊지 않고 가볍고 편하게 읽고 넘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데 그걸 모른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걸로 아는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강상중의 책이 그런 경우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영~~ 별로라고 할 수도 있다. 난 우연히 강상중의 책을 읽고 팬이 되었다. 그가 쓴 대부분 책을 읽으려고 한다.
강상중은 자이니치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그 정체성의 혼란.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사람. 친척의 초대로 한국에 온 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으로 살아간 사람. 다른 곳도 아닌 일본에서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일본국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이야기하지도 상상이 된다. 그는 강상중 이름을 버리지도 않고 꿋꿋하게 일본에서 지식인이 되었다. 오로지 지식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어도 정말로 대단한거다.
책을 어렵게 쓰지도 않는다.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을 언급하며 쓸데없이 어렵게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내가 이만큼 잘났다고 자랑하는 글이다. 자신만 알고 남에게는 알려주지 못하는 지식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책을 읽을 때 좌절감을 느끼기보다는 마음것 자랑하는 그 작가의 글은 더이상 읽지 않으면 된다. 천재가 세상을 이끌어도 내가 꼭 그 천재 수준에 맞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조금 늦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다.
강상중이 이번에는 도쿄에 대해 소개한다. 도쿄는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만난 도시다. 동양의 그 어떤 도시보다 먼저 서양을 받아들였고 서양이 되고 싶어했던 도시다. 성장기에 도쿄는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며 욕망이 꿈틀거렸지만 이제 도쿄는 성장이 지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활력은 여전하지만 과거와 같이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도시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울은 아직도 욕망을 꿈꿀 수 있는 도시가 아닐까.
도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여행기를 쓴 책이 아니다. 도쿄에서 유명한 곳을 저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책이 보통 그 장소에 대한 사진만 찍는 것이 대부분인데 특이하게도 저자가 직접 그 현장에 있는 사진을 찍었다. 그와 함께 저자 자신이 갖고 있는 추억과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도쿄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도쿄는 단순히 도시가 아닌 일본의 수도다.
도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 역사를 다시 보게 만들고 그 사회적 의미도 돌아보게 한다. 나도 이런 책 한 권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출간은 힘들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책이 힘들면 블로그에라도 장소와 의미와 추억과 유래 등을 함께 글로 진중하게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서울은 내가 나고 자라고 모든 추억이 깃들여 있는 장소지 않는가.
이 책에도 도쿄 중심이 아닌 곳도 소개하는데 나도 서울 곳곳에 어린 추억들이 있다. 대로변도 아닌 골목에 말이다. 책은 대단히 거창하지도 않고 심각한 정의를 내리며 머리를 강하게 치지도 않는다. 그래도 진중하게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책이 더 좋다고본다. 읽으면 가슴을 파고 감동에 전율되기보다. 책을 읽고 직접적으로 남은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내 무의식 어딘가에서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남아있는 책이 난 더 좋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이 얇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도쿄 가고 싶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532266446
마음의 힘 - 이니시에이션
http://blog.naver.com/ljb1202/205261317
고민하는 힘 - 인간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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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소세키와 윌리엄 제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