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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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을 전혀 몰랐을 때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 소설이라니 로맨스를 생각하기도 했다. 막상 몇 권을 읽은 후에 내가 큰 착각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소년이 나올 뿐 성인과 차이는 없다. 성인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청소년에게도 벌어진다. 더 심한 건 성인은 어느 정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라도 있지만 청소년은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자립적인 선택을 못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는 게 사실이다.

촉법소년을 보더라도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성인과 다를 바는 없다. 그런 이유로 단순히 성인이 아니라서 처벌을 가볍게 하는게 맞냐는 말도 많다. 청소년이 주인공일 뿐 그 안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어른과 상관없다. 아주 좋은 내용도 많다는 걸 알고 청소년 소설도 편견없이 읽으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정도가 너무 심한 사람을 말한다.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과도한 건 늘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트는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멋질 수 있다.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멋지게 꾸미고 가꾸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만 향하만 큰 문제는 없지만 타인에게도 적용될 때 문제가 된다. 내 편견인지 몰라도 나르시시트는 거의 대부분 예쁘거나 잘 생기거나 어딘가 남들보다 뛰어난 면이 분명히 있다. 노력해서 그렇게 만든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면을 스스로 사랑하고 남들도 그 부분에 있어 매력을 느낀다.

책은 단순히 나르시시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다. 주인공은 해환이다. 어릴 때부터 폰이 없어 책 읽는 게 취미였고 특기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계속 폰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왕따가 되어도 잘 모르게 된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일이 폰을 통해 이뤄진다. 카톡이나 인스타나 여러 SNS 등을 통해 서로 연락하고 대화를 한다. 특히나 단체채팅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소문이 퍼진다.

해환은 폰이 없으니 오히려 그런 일없이 중학교 가서도 당장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사실 부모 교육일 수 있어도 난 찬성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전부 폰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스스로 이상한 아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교육철학일 지라도. 그나마 해환은 공부를 엄청 잘해서 1등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내 기억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왕따가 되지 않았던 거 같던데. 책의 주인공인 해환은 왕따였다. 보통 공부를 잘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뭔가 약간 공부 잘하는 것만으로 다른 존재로 여기며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안다. 그럼에도 왕따였다니 그건 좀 신기하게 보였다. 기본적으로 공불를 1등 할 정도면 언제든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 토대는 있다. 해환은 반에서 엄청 잘 나가는 애리를 알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애는 늘 주변에 아이들을 몰고 다닌다. 인기도 최고라서 언제나 인기투표에서는 1등을 독차지한다. 해환과 나애가 서로 엮일 일은 없어 보였지만 해환이 나애의 타겟이 된다.

왕따였던 해환은 나애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면서 왕따에서 벗어난다. 그런 후에 여러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제목에 나르시시트가 들어갔는데 왕따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하지만 누군가는 왕따를 시킨다. 대부분 작품에서 왕따를 시키는 사람은 못된 걸로 묘사한다. 왕따 시킨 아이가 왕따가 되거나 자기 마음을 고백할 때면 다른 말을 한다. 자신도 왕따를 당할까봐 두렵다고. 자신도 왕따를 당했다는 말도 하는 작품이 많다.

그렇게 볼 때 왕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가 아닌가도 한다. <내 친구는 나르시시트>는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이게 딱히 정답은 없다. 비슷한 답도 내긴 힘들다. 인간사이 관계나 감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 그렇다. 대신에 마지막에 나름 열린 결말로 다소 희망적이긴 하다. 솔직히 소설에 나온 나애가 변할 지는 의문이다. 소설을 읽으니 나애도 생존을 위한 선택처럼 보여서. 그나마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극복하는 듯하다. 책을 쓴 작가가 마지막에 고백한 걸 보면.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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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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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꼬무를 거의 보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 책 <십자가의 괴이>에 나온 소재를 잘 몰랐다. 6명의 작가가 썼는데 같은 소재로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냈다. 첫번째인 조영주 작가 소설을 읽을 때는 잘 몰랐다. 두번째, 세번째를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모든 소설이 전부 십자가 사건을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걸. 그러다보니 저절로 궁금해져서 찾았다. 십자가는 기독교에는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큰 상징이라 그렇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눈에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만큼 확실하고도 분명한 상징이 없다. 특히나 십자가는 예수님이 못박혀 돌아갔다는 절대적인 상징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고행 길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여러 엑소시스트 영화에서는 십자가로 악마를 물리친다. 이런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찾아보니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건 피를 계속 쏟으며 과다출혈로 죽었다는 뜻도 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는데 타살이 아닌 자살로 결론이 났다. 심지어 죽은 사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과 똑같았다. 옆구리에 상처까지 있는 상태에서 양 손과 발이 못박혀 있었다. 도저히 이걸 자살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 스스로 못을 박아 죽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양 손을 전부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에서 딱 좋아할 소재다. 죽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었고, 죽을 당시가 부활절 근처였다. 이런 소재를 근거로 <십자가의 괴이>가 써졌다. 소설가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근거로 쓴 작가도 있다. 그걸 단순히 소재로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꽤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도 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모멘텀으로 쓴 내용은 좀 더 빠져 읽었다.

또한 예전 한강 실족 사건을 엮은 내용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란 상상력 대장이다. 창작하는 건 고통스러울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연결을 떠올리고 신나하지 않았을까한다. 첫번째 소설을 쓴 조영주는 자신의 경험담을 근거로 썼다. 십자가 사건이 워낙 신비한 느낌을 있다보니 대부분 작가가 추리적인 요소를 넣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심령적인 요소가 많다. 조영주 작가는 망막분리를 겪었다. 실제로 자신이 겪은 내용을 십자가 사건과 엮어 재미를 줬다.

내용이 살짝 빙의같은 느낌도 주는 형식이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쓴 전건우 작가였다. 십자가 사건 자살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엮었다. 여기에 소설 주인공이 편집자다. 작가가 십자가 사건을 모티브로 쓰는데 신기하게도 자신이 쓴 내용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걸 편집자가 작가가 쓴 내용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사실은 십자가 사건의 사이비 종교에서 만들었다는 식으로 전개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박상민 작가의 소설도 흥미로웠다. 최근 사회적 처벌에 대한 작품이 많다. 이 소설도 그런 내용이다. 한강에서 실종 된 걸로 된 후 실족되었다며 화제가 된 사건을 다룬다. 소설에서는 직접적인 연결은 없다. 대신에 남은 사람이 어떻게 이를 풀어낼 지에 대한 이야기다. 공권력의 무능에 치를 떤다. 충분히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남은 자들이 직접 조롱도 하면서 왜 그게 문제인지를 직접 시현 등으로 세상에 밝히려고 하는 내용이다.

이상하게도 작품에서 무진이라는 도시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는 없는 도시다. 아마도 진짜가 없다는 뜻으로 쓰는 게 아닐까한다. 소설에서도 특정 도시를 무진으로 활용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런 옴니버스 소설은 여러 작가들이 쓴 내용을 읽는 재미가 있다. 같은 소재라도 작가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게다가 솔직히 그 중에서 내가 좀 더 재미있게 읽는 작가도 있다. 이건 나랑 결이 맞기에 그런게 아닐까한다. 너무 신기한 십자가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이라 재미있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길었으면도 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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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
조영주 지음 / 마티스블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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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창작이다. 창작이라는 건 세상에 없는 걸 세상에 보이는거다. 소설같은 경우는 작가의 머릿속에 있다. 작가 자신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어떤 식으로 내용이 나올지 모른다. 대략적인 얼개는 처음에 있을지라도 글을 쓰면서 점차적으로 뼈대를 만들어 살이 붙고 결말이 된다. 결말도 몇 번을 고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읽는 내용은 작가가 몇 번 씩이나 퇴고를 하면서 고치고 고쳐 세상에 내놓은 완성본이다. 세상에 딱 하나뿐이 없지만 완벽히 새로운 건 없다.

분명히 어디선가는 비슷한 내용을 읽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표현처럼. 그럼에도 사람들은 또 읽는다. 완전히 똑같은 내용이 아니다. 전체적인 소재가 비슷하다. 비슷할 뿐 다른 내용이다. 나오는 사람과 상황과 시대 등이 다르다. 이러다보니 읽으면서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읽다보니 재미있는 이유다. 인간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분명히 소설이니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더 소설같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이 아니라도 읽다보면 푹 빠진다.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고 내 머릿속에서 상상이 된다. 소설을 읽는 사람마다 영상화 될 때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영상화 된 걸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머릿속에 상상한 대로 영상화될 때 좋아한다. 문제는 인간의 상상을 그대로 구현하는 건 어렵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영상화될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소설은 사람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도구가 된다. 내가 창작한 게 아니라도 두번째 창작을 난 하게 된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초반에 배경 등으로 적응이 된 후에 각자 원하는 설정과 전개가 생긴다. 언제나 작가는 그런 독자와 싸워야 한다. 독자는 독자대로 작가가 써 놓은 내용을 읽으며 지레짐작을 한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전개되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또한 대략적으로 예측을 한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측대로 소설이 전개되면 흡족해 할 독자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면 아마도 작가는 싫어하지 않을까. 내가 쓴 소설인데 통제권은 나에게 있는데 말이다.

언제나 작가는 독자보다 먼저 생각하고 예측을 넘어야 한다. 그러다 잘못된 길로 갈 때도 있지만. 그걸 성공한 작가가 쓴 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다. 예측대로 진행되면 맥이 빠질 수 있다. 그 경계를 잘 타는 작가가 인기 있는 거 아닐까한다. 이건 단순히 작품성 있는 소설이 아니라도 공통이지 않을까 한다.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는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는 시간을 테마로 한 3부작 중 두번째라고 한다. 전작인 <크로노토피아>는 엘리베이터가 소재로 나온다.

읽으면서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이번 책은 카페를 배경으로 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작가랑 친분이 있다. 그럼에도 말한다면 이번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보다 <크로노토피아>가 더 재미있었다. 대신에 이번 작품이 전작에 비해서 결말이 더 재미있었다. 풀어가는 과정은 전작이 재미있었고, 이번 작품은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더 재미있었다. 책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소심하고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갖고 있다. 타인의 친절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친절만이라도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서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상황에서 재계약에 실패한다. 돈을 벌지 못하니 월세도 내지 못한다. 뭔가 알바같은 걸 할 용기도 없던 듯하다. 비관적인 생각과 마음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한다. 바로 그 때에 마법같은 일이 생긴다. 시간이 멈춘다. 처음에는 본인이 그걸 깨닫지 못한다. 분명히 자살하려고 했는데 자기가 밟고 올라간 의자가 사라졌다. 자신은 멀쩡하다.

그런 후 우연히 카페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미스테리한 일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신기하다 여기며 다시 시도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며 시간이 멈췄다는 걸 깨닫는다. 이때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이라는 건 시대를 넘나드는 여행이다. 카페가 움직이며 생기는 일이다. 다양한 시간대를 움직이며 연결되어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명씩 그 시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상대방에게는 주인공에게 생긴 일과 똑같은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서서히 주도하며 상대방을 지키려 노력한다. 내용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소설에서 나오는 배경은 완전히 예상을 깨는 인물도 나온다. 읽다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는데 그 마저도 서로 연결된다는 걸로 내용을 풀어낸다. 여기서 조금만 더 매끄럽게 연결되면 와~ 했을텐데 살짝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 마지막 작가 코멘트를 보니 주인공이 자신을 투영했다고 한다. 그걸 읽으니 또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 말대로 이 책을 읽고 치유되면 좋겠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미 리뷰에 썼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누구나 관심은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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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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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갖고 있던 책을 살펴보니 출판년도가 99년이었다. 책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책은 대부분 언제 소장했는지 기억이 나는데 없다. 그토록 오래 전에 읽었단 뜻이다. 연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친 물결이 거슬러서 올라간다는 의미다. 인간이 볼 때는 경외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의지를 갖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 그렇다. 인간이 노력하는 점이 닮았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그런 자세를 더욱 본받으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볼 때는 무척이나 인간적이 관점이 아닐가한다. 연어가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아니다. 연어에게 그런 의지나 지적 능력은 없다. 그저 본능이다. 이해할 수 없는 본능이긴 하다. 굳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려하는지 말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두 가지 본능을 갖고 있다.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 본능이다.

연어가 그렇게 힘들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종족 번식 본능이다. 자기가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한다는 게 정확하지 않을가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하는게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소설인 <연어>에서 알려주는 가치와 고귀함이 사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너무 이성적인 판단은 그런 면에서 인간을 재미없게 만든다. 연어가 보여주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책에서 알려주는대로 따라가며 감동해야 하는데 말이다. 일단 책을 읽을 때는 지금같은 생각을 하고 읽지는 않았다.

주인공인 은빛연어다. 다른 연어와 달리 빛나는 색깔로 인해 두드러지게 구분된다. 이러다보니 온갖 천적에게 먹잇감이 된다. 눈에 띄니 제일 먼저 노리게 되는 거죠. 은빛연어는 자신을 보지 못합니다. 모든 연어는 눈이 옆으로 달려있으니 자신은 볼 수 없죠. 주변 연어가 자신에 대해 묘사하고 설명해줘야만 알 수 있습니다. 은빛연어도 그렇게 주변 연어가 알려준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눈맑은연어가 도움을 주죠. 둘은 서로 도움을 주고 사랑도 하는 듯하죠.

연어들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은빛 연어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겨우 알을 낳기 위해 이런 여행을 한다는 점이 말이죠. 좀 더 거창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인생에 있어 좀 더 의미가 있는 뭔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하는데요. 이런 점이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과 똑같죠. 인간도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이 반복되며 의미없게 느껴집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뭐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챗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거창함이란 하나도 없죠. 누군가 대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데 나는 이게 뭔가. 은빛연어도 그런 생각을 갖고 본능이 이끄는대로 일단 여행을 합니다. 은빛연어는 여행을 하며 다양한 존재를 만나죠. 엄청난 숫자의 연어가 있으니 그들과 나누는 대화. 강과 나누는 대화. 그런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고민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찾아가죠. 여기서 놀라운 건 연어는 알을 낳으면 그 후에 사망하게 됩니다.

놀랍다고 한 건 연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죠. 진짜로 아는 건 아니고 소설에서는 그렇습니다. 자신이 힘들게 온갖 천적이 자신을 노리는 걸 이겨내고 갑니다. 물살을 거슬러야 하는 어려움까지 이겨내면서 말이죠. 그런 후에 겨우 도착해서 이제 죽는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연어는 후손을 남기기 위해 갑니다. 자신이 죽을 때를 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을 안다는 건 살아가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신기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언제 죽은지와 죽을 때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그걸 알면 우리 인간도 좀 다른 선택과 삶을 살려고 할까?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한다. 그걸 모르니 별의별 인간이 다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그렇기에 살아가는 맛이 있다는 것도 맞다. 은빛연어는 그렇게 알을 낳고 죽는다는 걸 받아들인다. 그게 연어가 태어난 의미고 가장 숭고하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거 자체가 의미있는 삶이 아닐가한다. 평범한 하루가 쌓여 의미를 이루는 게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모든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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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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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몬드>는 너무 유명하다. 아마도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제목은 친숙할 듯하다. 어쩌면 아몬드라는 명칭 때문에 저절로 친숙함이 생겨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창비에서 나온 책이 지금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속물적으로 볼 때 출판사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고 교체 제안을 했을 정도라고 본다. 창비에서 브랜드로 만든 출판사일 수도 있지만. 소설은 단순히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살짝 유치할 수도 있는 고등학생 소설.

최근 10년 정도 기간 동안 영어덜트 소설이 많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다소 줄어들긴 했어도 한국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영어덜트 소설이 히트했다. 영화로도 나올 정도로 많은 소설이 쏟아졌다. 지금도 드라마 등을 보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작품을 보는 건 대부분 어른이다. 심지어 고등학생이 배경인데 19금인 경우도 많다. 이 책인 <아몬드>도 청소년 용이 있는 걸 보면 내용을 조금 순화한 듯하다.

작가의 경력이 다소 이채로웠다. 철학과를 나와 영화 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배웠다. 그 이후 시니라오 부문 공모를 했다.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까지 연출했다. 그 이후 <아몬드>를 세상에 내놓고 지금은 감독보다는 소설가로 활동하는 듯하다. 워낙 책이 잘 되어 연출 꿈을 접은 것인지 모르겠다. 철학은 어떻게 보면 참 쓸데없는 학문인데 의외로 철학과를 나와 예술 계통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볼 때 철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힘인 듯하다.

소설도 철학적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주인공은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듣는다. 감정에 대해 잘 공감을 못한다. 화가 나거나 아파도 표현을 잘 못한다. 이런 건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한다. 정확히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걸로 안다. 감정 표현을 하면 사이코, 못하면 소시오로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증상을 겪은 주인공은 엄마가 MRI 등을 통해 검사까지 했지만 의사에게 판정받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이 아파할 때 무표정으로 있는 건 타인이 볼 때는 무섭게 보인다. 남들이 재미있어 웃을 때 무표정한 건 겉도는 사람처럼 느낀다. 주인공은 그렇게 성장한다. 여기서는 아몬드라고 표현한다. 뇌에 있는 아몬드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고 한다. 해결하려 아몬드를 열심히 먹기도 하는데 쉽게 해결되진 않는다. 감정이라는 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인지, 선척적으로 타고다는 것인지는 약간 다르다. 감정도 후천적으로 배우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행동을 하고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이 하는 그에 맞는 표정과 액션을 취하는 걸 보고 배운다. 그 후에는 자신도 저절로 그에 맞게 따라한다. 이걸 사춘기를 지나면서 좀 더 감정이 풍부해지며 감정와 공감이 좀 더 성장한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사람없이 살았던 소녀가 끝까지 인간과 행동을 제대로 못했다는 걸로 안다. 그러니 어떻게 볼 때 주인공도 좀 느릴 뿐이지 얼마든지 커가면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게 언제든지 틀린 건 아니다.

그걸 주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가 핵심이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면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배척하게 된다. 어느 정도 선에서는 타협도 하지만 많이 다르면 그렇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 이런 것도 결국에는 학습과 교육이 중요하다. 인간은 이제 얼마든지 그런 사람이 있어도 함께 살아 갈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배척할 때 오히려 더 그 사람은 삐뚫어지고 이상해진다.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아몬드에서 주인공은 본인은 별 어려움이 없다.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 빛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상하다는 교육을 받았기에 그렇다.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본인은 힘들지 않다. 그게 오히려 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 힘든 대부분 경우는 감정때문이다. 차라리 감정이 없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도 너무 많다. 반대로 감정때문에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너무 많다. 그렇게 볼 때 감정이 참 문제라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1부에서 엄마와 할머니 관계를 보여주는데 꽤 충격적인 1부 마무리로 놀라게 한다. 2부에서는 친구인데 자신과 반대 지점에 있는 성향을 갖고 있다. 3부에는 굳이 말하면 좋아하는 감정은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라는 것에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를 만난다. 4부는 솔직히 소설을 끝내기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애매하게 보여준다. 감정을 조금 배운다는 게 나오긴 한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소설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극단적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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