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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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갖고 있던 책을 살펴보니 출판년도가 99년이었다. 책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책은 대부분 언제 소장했는지 기억이 나는데 없다. 그토록 오래 전에 읽었단 뜻이다. 연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친 물결이 거슬러서 올라간다는 의미다. 인간이 볼 때는 경외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의지를 갖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 그렇다. 인간이 노력하는 점이 닮았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그런 자세를 더욱 본받으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볼 때는 무척이나 인간적이 관점이 아닐가한다. 연어가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아니다. 연어에게 그런 의지나 지적 능력은 없다. 그저 본능이다. 이해할 수 없는 본능이긴 하다. 굳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려하는지 말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두 가지 본능을 갖고 있다.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 본능이다.

연어가 그렇게 힘들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종족 번식 본능이다. 자기가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한다는 게 정확하지 않을가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하는게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소설인 <연어>에서 알려주는 가치와 고귀함이 사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너무 이성적인 판단은 그런 면에서 인간을 재미없게 만든다. 연어가 보여주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책에서 알려주는대로 따라가며 감동해야 하는데 말이다. 일단 책을 읽을 때는 지금같은 생각을 하고 읽지는 않았다.

주인공인 은빛연어다. 다른 연어와 달리 빛나는 색깔로 인해 두드러지게 구분된다. 이러다보니 온갖 천적에게 먹잇감이 된다. 눈에 띄니 제일 먼저 노리게 되는 거죠. 은빛연어는 자신을 보지 못합니다. 모든 연어는 눈이 옆으로 달려있으니 자신은 볼 수 없죠. 주변 연어가 자신에 대해 묘사하고 설명해줘야만 알 수 있습니다. 은빛연어도 그렇게 주변 연어가 알려준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눈맑은연어가 도움을 주죠. 둘은 서로 도움을 주고 사랑도 하는 듯하죠.

연어들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은빛 연어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겨우 알을 낳기 위해 이런 여행을 한다는 점이 말이죠. 좀 더 거창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인생에 있어 좀 더 의미가 있는 뭔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하는데요. 이런 점이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과 똑같죠. 인간도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이 반복되며 의미없게 느껴집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뭐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챗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거창함이란 하나도 없죠. 누군가 대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데 나는 이게 뭔가. 은빛연어도 그런 생각을 갖고 본능이 이끄는대로 일단 여행을 합니다. 은빛연어는 여행을 하며 다양한 존재를 만나죠. 엄청난 숫자의 연어가 있으니 그들과 나누는 대화. 강과 나누는 대화. 그런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고민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찾아가죠. 여기서 놀라운 건 연어는 알을 낳으면 그 후에 사망하게 됩니다.

놀랍다고 한 건 연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죠. 진짜로 아는 건 아니고 소설에서는 그렇습니다. 자신이 힘들게 온갖 천적이 자신을 노리는 걸 이겨내고 갑니다. 물살을 거슬러야 하는 어려움까지 이겨내면서 말이죠. 그런 후에 겨우 도착해서 이제 죽는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연어는 후손을 남기기 위해 갑니다. 자신이 죽을 때를 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을 안다는 건 살아가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신기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언제 죽은지와 죽을 때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그걸 알면 우리 인간도 좀 다른 선택과 삶을 살려고 할까?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한다. 그걸 모르니 별의별 인간이 다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그렇기에 살아가는 맛이 있다는 것도 맞다. 은빛연어는 그렇게 알을 낳고 죽는다는 걸 받아들인다. 그게 연어가 태어난 의미고 가장 숭고하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거 자체가 의미있는 삶이 아닐가한다. 평범한 하루가 쌓여 의미를 이루는 게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모든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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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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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몬드>는 너무 유명하다. 아마도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제목은 친숙할 듯하다. 어쩌면 아몬드라는 명칭 때문에 저절로 친숙함이 생겨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창비에서 나온 책이 지금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속물적으로 볼 때 출판사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고 교체 제안을 했을 정도라고 본다. 창비에서 브랜드로 만든 출판사일 수도 있지만. 소설은 단순히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살짝 유치할 수도 있는 고등학생 소설.

최근 10년 정도 기간 동안 영어덜트 소설이 많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다소 줄어들긴 했어도 한국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영어덜트 소설이 히트했다. 영화로도 나올 정도로 많은 소설이 쏟아졌다. 지금도 드라마 등을 보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작품을 보는 건 대부분 어른이다. 심지어 고등학생이 배경인데 19금인 경우도 많다. 이 책인 <아몬드>도 청소년 용이 있는 걸 보면 내용을 조금 순화한 듯하다.

작가의 경력이 다소 이채로웠다. 철학과를 나와 영화 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배웠다. 그 이후 시니라오 부문 공모를 했다.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까지 연출했다. 그 이후 <아몬드>를 세상에 내놓고 지금은 감독보다는 소설가로 활동하는 듯하다. 워낙 책이 잘 되어 연출 꿈을 접은 것인지 모르겠다. 철학은 어떻게 보면 참 쓸데없는 학문인데 의외로 철학과를 나와 예술 계통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볼 때 철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힘인 듯하다.

소설도 철학적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주인공은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듣는다. 감정에 대해 잘 공감을 못한다. 화가 나거나 아파도 표현을 잘 못한다. 이런 건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한다. 정확히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걸로 안다. 감정 표현을 하면 사이코, 못하면 소시오로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증상을 겪은 주인공은 엄마가 MRI 등을 통해 검사까지 했지만 의사에게 판정받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이 아파할 때 무표정으로 있는 건 타인이 볼 때는 무섭게 보인다. 남들이 재미있어 웃을 때 무표정한 건 겉도는 사람처럼 느낀다. 주인공은 그렇게 성장한다. 여기서는 아몬드라고 표현한다. 뇌에 있는 아몬드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고 한다. 해결하려 아몬드를 열심히 먹기도 하는데 쉽게 해결되진 않는다. 감정이라는 건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인지, 선척적으로 타고다는 것인지는 약간 다르다. 감정도 후천적으로 배우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행동을 하고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이 하는 그에 맞는 표정과 액션을 취하는 걸 보고 배운다. 그 후에는 자신도 저절로 그에 맞게 따라한다. 이걸 사춘기를 지나면서 좀 더 감정이 풍부해지며 감정와 공감이 좀 더 성장한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사람없이 살았던 소녀가 끝까지 인간과 행동을 제대로 못했다는 걸로 안다. 그러니 어떻게 볼 때 주인공도 좀 느릴 뿐이지 얼마든지 커가면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게 언제든지 틀린 건 아니다.

그걸 주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가 핵심이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면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배척하게 된다. 어느 정도 선에서는 타협도 하지만 많이 다르면 그렇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 이런 것도 결국에는 학습과 교육이 중요하다. 인간은 이제 얼마든지 그런 사람이 있어도 함께 살아 갈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배척할 때 오히려 더 그 사람은 삐뚫어지고 이상해진다.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아몬드에서 주인공은 본인은 별 어려움이 없다.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 빛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상하다는 교육을 받았기에 그렇다.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본인은 힘들지 않다. 그게 오히려 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 힘든 대부분 경우는 감정때문이다. 차라리 감정이 없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도 너무 많다. 반대로 감정때문에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너무 많다. 그렇게 볼 때 감정이 참 문제라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1부에서 엄마와 할머니 관계를 보여주는데 꽤 충격적인 1부 마무리로 놀라게 한다. 2부에서는 친구인데 자신과 반대 지점에 있는 성향을 갖고 있다. 3부에는 굳이 말하면 좋아하는 감정은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라는 것에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를 만난다. 4부는 솔직히 소설을 끝내기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애매하게 보여준다. 감정을 조금 배운다는 게 나오긴 한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소설처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극단적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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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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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생각을 최소한 한 번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워낙 자주 나오는 내용이라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내가 만약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내가 죽지 않고 게속 새로운 인생을 거듭해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이걸 인도에서는 윤회라고 표현한다. 수십번 거듭 태어나서 살게 되는 걸 말한다. 알기로는 윤회는 꼭 인간으로 태어나는 건 아니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따라 다시 태어날 때는 곤충이나 동물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착하게 살아야만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 보통 작품에서는 그렇지는 않다. 대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끊긴 인연을 연결하기 위해 반복해서 살아간다. 또는 과거 특정 시점으로 간다. 이걸 이제는 타임슬립이라고 한다. 미래로 가는 건 과거와 달리 이제 거의 나오질 않는다. 아마도 그건 미래는 현재를 변화시키면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일 듯하다. 타임슬립 소재로 된 작품은 대다수 재미있다. 익숙하지만 이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타임슬립이 재미있는 건 재미없는 타임슬립 작품은 소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걸러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설은 다르다. 소설은 그 정도로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건 아니라 재미없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내가 많은 소설을 읽지 않아 재미없는 타임슬림 작품을 읽은 기억은 없다. 이번에 읽은 <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도 재미있었다. 초반에는 살짝 이게 뭔가 했다. 어떤 소재와 형식인지 모르고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쓴 작가와 친분이 있어 보내줘 읽었다. 한동안 연락이 전혀 되질 않아 궁금했다. 작가에게 연락이란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연락이 온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새로운 작품이 세상에 선보였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쓴 장편소설과 달리 다소 가벼운 이야기였다. 보통 무거운 소재로 형사물이라면, 단편은 가벼운 청소년 물을 쓰던 작가였다. 이번에는 장편인데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다. 처음에는 중학생이 나와 그 친구가 주인공으로 알았다.

중학생 친구가 '이 세계로 가는 법'이라는 괴담을 본다.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방법이 써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어떤 규칙에 근거해서 층수를 조작해야 한다. 단계별로 따르면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시도를 하는데 갑자기 소원이라는 아이가 탄다. 소원이는 초등학생이다. 소원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바람에 늘 실패한다. 소원이는 가정폭력을 엄마에게 당하며 살며 학교도 가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했는데 진짜로 작동을 한다. 겨우 초등학생이 무엇을 알겠는가. 더구나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발육 상태가 좋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던 소원은 점차적으로 적응하며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해 받아들인다. 신기한 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인생에 당황한다. 분명히 자기는 소원인데 엘리베이터에 내려 간 해당 호 출입문을 열면 달라진다. 해당 호수에 거주하는 사람이 소원이를 아는 체한다.

소원이는 자연스럽게 그 집 식구가 되어 살아간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 엄마에게 맞으며 자랐지만 뜻하지 않게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고 새로운 아빠와 만나 사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낀다. 문제는 소원이 이렇게 된 데에는 뭔지 모를 이유가 있었다. 특정 시간이 되면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엘리베이터에 다시 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반복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소원이라는 이름처럼 결국에는 소원에게는 소원이 있다. 책 내용은 바로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이다. 책 내용은 주로 가족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짝 아쉬운 건 연인끼리 사랑이었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다. 근데 지금까지 조영주 작가 소설에서 연인끼리 사랑은 거의 나오질 않았던 듯하다. 내용이 무겁지 않고 꽤 재미있게 시간 순삭으로 읽을 수 있었다. 타임슬립답게 어떤 식으로 해결 될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조영주 작가가 쓴 소설 중 내 취향에 가장 맞았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연인과 사랑은 왜 없냐고!!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타임슬립은 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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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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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관련되어 주로 나오는 시대는 신라, 백제, 고구려가 있던 삼국시대나 조선시대다. 조선시대는 가장 가까운 시기이고 워낙 다양한 기록이 남아있는 덕분이다. 삼국시대는 무려 3개국이나 참여하는 전쟁이니 자주 다뤄진다. 반면 고려시대는 그다지 작품을 통해 다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뤄진다면 고려 시대에서 조선 시대로 넘어가는 때이다. 그러다보니 주로 고려보다는 조선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분명히 고려도 한국에게는 역사다.

역사인데도 상대적으로 고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한 태조 왕건이 있다. 엄청난 흥행으로 무려 200회나 했으니 많은 사람에게 각인되어 있긴 하다. 그 외는 고려에 대해서 별로 다뤄지진 않았다. 고려에서 가장 큰 전쟁은 고려와 거란 전쟁이다. 고려와 요나라가 1차부터 3차까지 벌인 전쟁이다. 당시 거란은 막강한 존재였다. 고려는 1차에서 서희가 담판을 지어 거란은 물러갔는데 고려가 딱히 큰 피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다.

책의 배경은 고려에서 강조가 목종을 폐위시키고 현종을 옹립한다. 이를 빌미로 고려를 침공한다. 아율융서가 거란의 6대 황제인데 유교문화를 따랐다. 고려가 한 배은망덕이라고 하며 거란은 고려를 치기로 결정한다. 여기에 좀 더 있는 이야기는 당시 공을 세운 장수가 여진족을 공략했는데 패전한다. 이에 평화롭게 있던 여진족을 불시에 말살한다. 여진족이 거란에게 이를 알리면서 시작된 걸로 나온다. 그렇게 거란이 고려를 침공할 때 무려 40만 대군이었다.

보통 공격과 수비 중 전쟁에서 수비가 더 편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비는 자기 진영에서 머물러 있다.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몇 배의 힘이 더 필요하다. 성에 틀어박혀 웅크리고 있어도 된다. 이럴 때는 서로 얼마나 군량이 있는냐가 핵심이긴 하다. 그러니 공격하는 측에서는 언제나 더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거란은 그렇게 침공하는데 고려 입장에서는 버거웠다. <고려거란전쟁>에서 보면 거란은 꽤 많은 전투로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거란은 자신들이 이길 것을 확신했기에 느긋했다. 대군을 이끌고 왔기 때문이다. 성을 함락시키지 않고 곧장 고려 수도인 개성으로 갈 수도 있었다. 이렇게 하기에는 다소 모양이 빠졌다고 생각한 듯도 하다. 자신들이 지나가는 길에 굴복해서 항복하거나 자신들이 점령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지나간다면 자존심 문제라 생각했다. 고려는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걸 알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이건 어떻게 볼 때 망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가 아니었나한다.

망하는 국가는 국민이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누가 위정자가 되어도 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기존 위정자들이 자신들에게 온갖 것을 전부 빼앗아가니 바뀌길 원한다. 고려는 여전히 국민이 함께 하는 국가였다. 모두가 똘똘 뭉쳐 거란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했다. 나라를 잃은 설움이 더 컸다는 뜻이다. 워낙 거란군이 많아 직접적으로 싸워 고려군이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국지전을 벌이거나 성에서 수비를 해야 한다. 아니면 게릴라전처럼 치고 빠지거나.

그렇다해도 성에서 함락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럴 때 거란과 고려가 차이가 있다. 고려는 인원이 적으니 성에서 거란이 쳐들어오는지를 지켜보고 휴식을 취한다. 거란은 당장 쳐들어갈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다. 거란은 거의 3교대 식으로 하니 한 팀이 교란한 후 와서 쉬면 된다. 고려는 그게 안 되니 계속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읽다보니 멋진 장면도 나온다. 고려와 거란은 서로 왕래를 하던 사이다. 그러다보니 고려 장수와 거란 장수과 알고 지내기도 했다.

전투 중 잠시 휴식기에 거란 장수가 벌판에서 기다리니 고려 장수가 마중 나간다. 둘은 서로 간단한 회포를 풀며 안부를 전한다. 서로가 싸워야 할 적이지만 잠시 전하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또 다시 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물리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인데도 말이다. 책을 쓴 작가는 역사학과를 나왔다. 보통 역사 소설은 충분히 자료를 토대로 집필하지만 맞지 않을 때가 꽤 있다. 특히나 최근 퓨전 역서 소설이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역사학과를 나왔으니 체크는 확실할 듯하다.

최근에 이 소설을 토대로 사극이 나왔다. KBS에서 제작했는데 간만에 나온 대하 역사 드라마다. 최근에는 워낙 전통 역사물보다는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퓨전이 많이 나온다. 또는 가상 국가를 내세우거나. 그렇게 할 때 과거 역사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전통 역사물인데 곧장 배경설명보다는 전투 위주로 설명된다.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한다. 결과적으로 고려는 어려운 과정을 전부 이겨내서 3차 침공까지 가서 거란을 물리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생각보다 내용이 많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사물 좋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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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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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묶음인 책 제목이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여러 편의 단편 중에 첫번째로 수록된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분명히 소설이라는 걸 알면서 읽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나도 모르게 혼동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내용 전개가 제 3자 화법이 아닌 나라서였다. 더구나 뭔가 착각하게 나라는 사람이 어딘지 작가의 배경과 비슷하다는 착각을 했다. 처음에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점을 까먹고 읽었다. 일다보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에세이라고 착각하고 읽었다.


그러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가 어떤 말을 하든 나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에세이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든, 소설로 창작된 내용을 말하든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이야기꾼이다. 그가 하는 말이 진짜 사실인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가 쓴 글을 읽고 재미있고 색다르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 아닐까.


첫번째 에피소드는 뭔가 신비하면서도 허무하다. 나이 들어서는 몰라도 젊을 때는 괜히 염색적이고 신비로운 것에 관심이 간다. 젊음은 마음 것 발산할 수 있지만 거꾸로 볼 때 반대에게 강렬히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주인공은 여자 친구랑 삼촌을 만난다. 둘은 사귀는 건 아니고 썸을 타고 있던 것이 아닐까한다. 어른이 볼 때 어떤 관계인지 한 눈에 알아봤는지 삼촌은 둘이 사귄다고 생각한다. 둘은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눈 듯한데 엄청난 말을 한다.


여자 친구가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주인공은 얼핏 생각을 했을 뿐 직접적으로 함께 할 생각이 있던 건 아닌 듯하다. 그 친구는 엄마가 소설가였다. 유신 시절에 소설을 썼는데 판매금지당한다. 책이 나오자마자 판매금지를 당해서 전부 수거되었다. 그러니 책을 구할 수 없었다. 엄마도 책을 갖고 있지 못하니 읽고 싶어도 읽을 방법이 없었다. 삼촌이 출판사 관련된 일을 해서 혹시나 알까하고 찾아왔던 것이었는데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 소설가가 되었다. 이런 표현때문에 결국에는 내가 속아넘어갔다. 또는 진짜인지도 모르겠다. 진짜일리는 없다고 본다. 본디 소설가란 자신의 모든 걸 글로 쓰는 직업이다. 자신에게 벌어진 온갖 것이 전부 소재가 된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지간한 소설가는 대부분 자전적 소설을 하기 마련이다. 첫 데뷔작에서 쓰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큼 더 확실하고 생생한 것은 없을테니 말이다. 가끔 그래서 놀라며 읽게 된다.


분명히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너무 날 것 그대로 쓸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 가족들도 읽을텐데 괜찮나하고 말이다. 그만큼 솔직히 썼다는 생각도 들고,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는 그런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인공의 여자친구는 결국에는 아내가 된다. 아무리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아마도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게 밝히지는 못했으리라 본다. 자신의 일도 아니고 말이다.


더구나 자살을 계획했다는 걸 밝힌다. 지금의 자신 아내와 젊었을 때 서로 사귀면서 함께 동반자살을 계획했었다.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차마 그걸 소설로 밝힐 것 같지는 않다. 혹시나 진짜라면 김연수 소설가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소설로 와서 주인공은 당시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지금으로 치면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외국 사람이다.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예언을 듣게 된다고 해야 할까.


뭔가 좀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될 듯했지만 내가 읽은 건 단편이었다. 더이상 이야기를 끌고 가진 않는다. 거기까지 보여준다. 둘이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하니 젊을 때 추억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엄마의 소설은 끝내 찾아나고 한다. 내가 내용 위주로 쓰긴 했지만 그보다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목처럼 미래는 생각보다 평범하다. 거청한 미래를 다들 꿈꾸지만, 또는 비참한 미래를. 시간이 지나 미래가 현재가 되면 알게된다. 그냥 평범한 오늘이 된다는 걸.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나 단편은 흐름이 끝어져서.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단편이라 호흡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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