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성공시대 2 히틀러의 성공시대 2
김태권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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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성공시대'는 당연히 히틀러의 전 생애를 다룬다고 착각을 했다. 이 책이 한겨레신문에서 연재되었던 것으로 처음 기획부터 집권할 때까지만 다루기로 했단다. 그러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괜히 찜찜하다. 읽다 만 느낌도 든다. 무엇인가 더 중요하고 궁금한 내용을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냥 연재가 끝난 느낌이다.

 

다른 면에서 볼 때 책의 제목이 성공시대라는 걸 보면 집권할 때까지가 성공시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막상 집권을 한 후에 전쟁을 치루는 과정은 성공시대라기보다는 늪에 빠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쟁을 시작한 후로는 자신의 마음대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책에서 나오는 히틀러는 상당히 우유부단하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못하는 인물이다. 또한, 히틀러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히틀러보다는 오히려 주변인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행동과 사고로 히틀러가 집권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실제로 히틀러가 그러 많은 것을 한 것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렇다고 히틀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과 총리를 겸하는 총통이 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야망이 있었고 고집이 있었고 타협을 하지 않았고 자신을 절대자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런 노력들에 보태서 주변 상황들이 의도하지 않게 히틀러가 집권하게 만들었다. 다들.. 설마.. 했던 것이다.

 

히틀러보다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로 보인다. 주변 인물들의 열심히 삽질은 하고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한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서 히틀러에서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어주었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히틀러 정당에 표를 준 것이다. 히틀러가 딱히 더 잘하거나 대단한 것을 보여 준것이 아니라 일관성있게 '똘아이'의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의 의도적인 편집이 있기는 하지만 책에서는 참으로 기시감이 많이 느껴진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비슷한 점이 많다. 분명히 완벽하게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단언컨대 어느정도 의도는 갖고 있었을 것이라 보이지만 억지로 상황을 갖다 붙힌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히틀러 당시의 독일과 현재 이 땅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그렇다면, 현재와 히틀러 당시의 독일이 비슷한 상황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절대로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역사를 볼 땐 아주 작은 사건에도 예기치 못한 소용돌이가 펼쳐지게 되어 있다. 일전에 광복절 특집 다큐 중에 일본에서 전쟁을 원한다는 책이 출판된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현재 일본에서 미래도 안 보이고 취업도 안되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전쟁뿐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말도 안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고 이를 노려 자신의 이익으로 취하려는 인간들이 나오게 된다.

 

역사적으로 늘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을 외부로 돌린다. 국내에 있는 공통의 적을 만들어 다른 잡념이 떠오르지 않게 만들고 국내가 힘들면 외부로 적을 만들어 함께 물리치며 단결을 만들어 낸다. 충분히 현실에서도 가능한 방법이다. 특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떠돌고 다양한 이념들이 쏟아질 때는 더더욱 그렇다.

 

민주주의에서는 이런 이념들이 소화되고 인정되지만 어느 순간 적대하고 인정하지 않는 순간 서서히 한가지 이념만 옳다고 여겨 어떠한 행동도 다 용납이 되고 무서워 자신의 생각을 펼치지 못하게 될 때 바로 히틀러 같은 사람이 우습지도 않게 권력을 갖게 된다. 지나고 보거나 주변에서는 말도 안될 것 같지만 그 경험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린다.

 

내 생각을 옳고 당신 생각은 틀렸다는 생각으로는 절대로 대화와 협상과 합의점이 나올 수 없다. 내 생각과 다르지만 당신 생각을 존중하겠다는 정신이 바로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과도기 현상이라 믿지만 갈수록 이런 정신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든다. 워낙 흑백논리가 명확했던 시절을 보냈고 그게 사실 편했기에 그럴 것이다.

 

막상 '히틀러의 성공시대'를 읽으니 많이 아쉽고 너무 단편적으로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어 깊이 있는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대략적인 당시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인물들과 친숙해졌으니 나중에 보다 깊게 다룬 책을 읽으면 훨씬 재미있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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