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4 - 무슬림의 역습과 인간 살라딘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4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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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 마초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고 음모술수가 판을 치는 모습이 반복되다보니 재미가 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4권에서는 열심히 싸우는 모습이 나온다. 싸우는 모습이 마초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초적인 모습은 사실 실제 행동보다는 보이는 모습에 가까운 묘사일테니.

 

그런 점에서 이 책에는 마초적인 남자들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역설적으로 그런 남성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조용하고 전혀 마초스럽지 못한 남성들이 권력을 잡아 더 큰 국가를 이룩한다. 몇 몇 사람들에게만 인기남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위치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십자군 전쟁이라는 의미는 철저하게 서양인의 관점에서 나온 용어일 것이다. 이슬람 쪽에서 보자면 십자군란이나 도적들의 땅빼앗기정도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국가가 성립되어 있고 대부분의 땅들이 국가에 편입되어 있지만 이 당시만 해도 정확하게 내 땅 네땅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살고 있는 성을 기준으로 각자의 영역이 세워졌을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내 땅이다라는 개념이 확고하지 않았으니 굳이 십자군들이 아랍인들에게서 땅을 빼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십자군 당시에는 분명히 아랍사람들에게서 유럽인들이 땅을 빼았은 것이 맞다. 고로, 그들 입장에서 십자군은 나쁜놈이고 몰아낼 놈들이였다.

 

3권까지 그래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술은 하지만 그래도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십자군 이야기다 보니 이슬람보다는 유럽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좀 더 감정이입이 되게 되어있다. 4권에서는 이와 반대로 이슬람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입장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은 이슬람에서 서서히 힘을 규합하고 자각한다.

 

아무리 적의 적은 내 편이라고 해도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 일단 공동의 적부터 헤치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슬람쪽에서는 십자군을 물리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십자군측에서도 지금까지 예루살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다지 뛰어난 인물도 없었고 대단한 정책을 펴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2차 십자군 원정은 겨우 며칠만에 패배해서 퇴각한 것을 보면 말 다 했다. 실력은 몰라도 지체높은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이 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십자군 원정대는 다들 한 구역씩 차지하고 있었지만 불안 불안한 줄을 타는 심정이였을 것이다.

 

이럴 때 이슬람쪽에서는 단순히 정복야욕만 있는 인물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대한 인물들이 나와 흔히 말하는 여론을 이슬람쪽에 유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때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샬라딘인데 이 인물의 이름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 책 소개에서는 상당하게 위대한 인물로 나오는데 정작 김태권은 그다지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책에 나온 살라딘은 너무 과하게 그렸는지 영웅은 커녕 존재감자체가 미비하다 억지로 권력을 맡게 되는 인물로 보인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평화를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와 같은 인물이나 나같은 - 김태권식의 유머~!!! - 인물이라 오히려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살라딘이 거대한 국가를 형성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도저히 그럴만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 권에서 좀더 확실한 활약상이 예고되어 있으니 좀 달라지리라 본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좋아보인다. 그렇다고 인간인 이상 어느 쪽으로 조금이라도 치우쳐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들은 한쪽을 선택하면 한 쪽은 악으로 규정하거나 말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보수니 진보니 여당이나 야당이니 하면서 자신의 편이 아니면 악이라는 흑백논리가 우리처럼 오랫동안 공산당이라는 눈에 보이는 악당을 눈 앞에 마주보는 나라가 갖게 된 가장 큰 철학적 논리적 아쉬움이 아닐까 한다.

 

지금 일본과 우리가 여러 문제로 반목하고 있지만 그걸 빌미로 한류를 탄압(??)한다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미국을 싫어해도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을 같은 관점으로 올려놓으니 문제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십자군 이야기에서 단순하게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십자군 이야기가 아니라 이슬람쪽에서 본 십자군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게 사고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도움이 된다. 이제 나나미 아줌마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으면 될 듯 한데 개략적인 내용을 머리속에 넣었으니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나나미의 책은 읽는데 부담이 덜 할 듯 하다.

 

그나저나, 이왕이면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완결이 된 다음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6권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한데 언제 5권, 6권이 나올지 모르겠다. 덕분에 역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십자군 이야기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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