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 - 1차 십자군과 보에몽, 개정판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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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십자군 전쟁이 오합지졸로 이뤄진 군대였다면 - 실제로 특별히 기획하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최소한 여기보다 먹고 사는게 더 좋을 것이라는 환상도 갖고 - 1차 십자군은 용어처럼 제대로된 군대였다.

 

세명의 공작으로 이뤄진 십자군이였는데 먼저 야심으로 똘똘뭉칭 보에몽과 어느정도 신앙심을 갖고 출전한 레몽공작, 어찌보면 등떠밀려 출전한 듯한 고드프루아이다. 이 중에서 두명과 달리 책 제목처럼 보에몽이 주인공이라 하면 주인공의 역할을 이 책에서 맡아 한다.

 

워낙 많이 이곳 저곳 출연을 하고 등장하여 온갖 일을 저질르고 음모를 꾸미고 1차 십자군이 역할에 혁혁한 공(??)을 세웠기에 보에몽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를 이루고 가장 읽을만한 내용이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은 조금은 역겨운 보에몽의 활약상이다.

 

역겹다는 표현은 이중의 의미인데 십자군은 호기롭게 출발을 했지만 그들에게 펼쳐진 현실은 암담 그 자체였다. 무슨 놈의 전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군량에 대한 계획이 이다지도 없는지 한심할 정도인데 분명히 자신들은 신의 대리인으로 이 땅에 선을 베풀기위한다는 집단 최면 - 위정자들은 아니였겠지만 - 에 걸려 당연히 가는 곳마다 자신들의 환영하고 먹을 것을 아낌없이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기다린 현실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아무리 선으로 시작했어도 - 실제로 그런 마음은 아니라도 -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정의와 양심은 변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혼자가 아닌 무리를 이룬 군중은 아주 작은 기회만 줘도 군중심리에 의해 개개인이 갖고 있는 양심은 사라진다.

 

나쁜 일을 해도 혼자하면 벌을 받지만 여럿이 군중을 이뤄서 행동하게 되면 의미있는 것으로 변질되어 잘하면 모든지 미화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1차 십자군에게는 일정 선을 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보인다. 적전성만 지켰어도 이들이 후대에 그렇게 큰 욕을 먹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은 음식을 빼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탈에 살인에 심지어 몰살을 시키며 한 성을 완전히 아작내어 버렸다.

 

이런 와중에 가장 으뜸이 바로 보에몽이였는데 야망이 있는 인간이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한다는 것이다. 가장 처참하고 비굴한 순간에도 버티고 버틴다. 심지어 보에몽은 살기 위해 인육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야욕을 위해 온갖 음모와 여론도 조성했는데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에서 나온 보에몽은 그다지 똑똑하지는 않은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1차 십자군 전쟁이 승리를 했다. 그것도 크게. 이러한 이유가 십자군 측에서는 롱기누스의 창이라는 신화와 결부되어 기적을 통한 승리로 묘사되었지만 이슬람측에서의 문헌에 따르면 이슬람의 수장이 너무 거대한 권력을 갖게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전투하는 승리만 하고 퇴각했다는 것이다.

 

승리라는 것은 적과의 싸움이지만 결국에는 나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끔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도 화려한 선수구성을 한 팀이 의외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대부분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없어 졌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처럼 팀 스포츠에서 조직력은 개개인의 능력을 뛰어넘는다. 개개인의 능력이 조직력안에서 힘을 발휘해만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자신만 잘 났다고 하면 그 팀은 모래알 조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여 탈락하게 된다.

 

이처럼 1차 십자군 전쟁에서 뜻하지 않은(??) 십자군측의 대승은 오히려 지금처럼 이슬람이 서양의 관점에서 적대적으로 변하게 되어 버렸다. 아마, 1차 십자군전쟁이 초라하게 끝이 났다면 어쩌면 십자군전쟁전에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간에 서로 반목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지냈던 것과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한다.

 

분명히 그랬다해도 어떤 이유로든 다시 예루살렘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지만 이러한 1차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결과물들은 역사에 있어 전진을 가져다주지 않고 후퇴를 가져다 주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한 - 인간의 욕심에 의하지 않은 전쟁은 없지만 - 다툼은 늘 파국을 맞이하고 인간 세상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이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바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인문학에 대해 재미있게 자신의 책과 결부되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잘난체 하기 위해서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설프게 읽고선 아는체 하는 인문학이 아니라 십자군 이야기에 나온 흐름을 인문학과 결부시켜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에서 어느정도는 작가의 의도를 강요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 위대한 사람을 등장시켜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으로 - 여타의 인문학책들에서 어떠어떠하다고 떠드는 것보다는 훨씬 더 훌륭하게 보인다. 문제는 그런 인문학 책을 거의 읽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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