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선진화포럼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대답은 12.4%에 불과했다. 61.9%는 평준화를 기본으로 하되 부분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며 25.2%는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10월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대로라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준화를 유지하되 보완책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신기한 건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무려 25%나 된다는 사실이다. 평준화가 해체되어 경기고가 부활한다면, 그 학교에 자신의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60만 수험생을 기준으로 할 때 0.1%에 불과하다. 열 개의 고등학교를 추가한다 해도, 세칭 명문고에 갈 수 있는 자녀의 수는 1%,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를 해체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을 우린 많이 만난다. 뭐, 꼭 자기 애가 명문고를 가야 평준화 해체에 반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설문조사를 볼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행정수도를 옮기는 문제에 서울과 전혀 무관한 영남지방에서 반대가 더 많다든지, 극소수만 내는 종부세를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조사결과는 참 의문을 품게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정의감이 강해서 이러는 걸까? 아니면 우수한 인재 한명이 10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잭 웰치의 말을 신봉해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유쾌하기 그지없는 소설 <레볼루션 No.3>를 읽는 내내 평준화 생각을 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3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인근 여고에서 열리는 축제에 초청을 받지 못한다. 주인공들이 주축이 된 모임 '좀비스'가 온갖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가며 축제에 가는 건, 그게 아무리 유쾌한 결말이 될지언정 못내 씁쓸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땐,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간에 다 평범한 고교생에 불과했다. 그 당시 공부를 좀 하는 편이었던 난, 사람들이 날 다른 애들과 똑같은 고교생으로 보는 게 못내 서운하기도 했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고교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것보단 그게 더 나은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말이 평준화지, 지금 평준화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외국어고와 과학고가 예전 명문고의 자리를 대신했고, 지역마다 자립형사립고를 세운다고 난리다. 아들이 민족사관고에 붙은 지인이 잔치를 벌이고, 아는 사람의 아들이 과학고를 갔다고 엄청난 축하를 받는 걸 보면-그 축하인파 속에 나도 있었다-이제 평준화는 형체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의 평준화도 현 정부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것.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안한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뜻을 높게 받든다는 현 정부는 국제중학교를 설립한다는 등 어린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 방법만 궁리하고 있다. 안그래도 불쌍하게 보이는 요즘 학생들에게 한마디.

"너희들도 다음 세대보단 훨씬 나은 거야. 걔네들은 유치원 때부터 밤10시까지 학원 다녀야 할걸? 그러니까 너네들 크면 투표 잘 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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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훈과 감동을 함께 주는 리뷰였어요!^^ㅎㅎ

무스탕 2008-12-0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큰 애가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 입장에서 요즘 교육시스템 정말 맘에 안듭니다.
정말이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보내기 싫은게 솔직한 맘이에요.
그렇다고 아이나 내 고집대로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효.. 입니다요.

꼬마요정 2008-12-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압권!!입니다^^

조선인 2008-12-0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투표를 잘 해야 해요. 끄덕끄덕.

마태우스 2008-12-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점점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낍니다...
꼬마요정님/안녕하십니까 미모는 여전하시죠?
무스탕님/앗 큰애가 벌써 고등학교? 흠, 연배가 저랑 비슷하신가봐요? 반갑습니다. 앗 나이 애기만 했다...^^
마노아님/감동과 책임감을 함께 주는 댓글이네요 고마워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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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15분의 토론 시간을 줬다. 마구 떠들기만 하던 학생들은 하나둘씩 대열을 갖추고 토론을 한다. 그때, 혼자서 책을 읽는 학생이 눈에 띈다. 그에게 다가갔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란 책이다. 이문식과 이준기가 나왔던 영화 생각이 났다.

"이게 영화로도 만들어진 플라이 대디의 원작인가요?"

그렇다고 했다.

"이 작가 모르세요? 가네시토 가즈키라는 작가인데, 책 다 재밌어요."

오쿠다 히데오는 안다고 했더니 그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 작가란다.

"이 책하고 <GO>, <레볼루션 No. 3>, <스피드>가 그의 대표작이어요."

난 휴대폰의 메모란에 그가 부르는 제목들을 받아적었다. 수업이 끝난 후 알라딘에다 주문을 했더니 다음날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봉, 나한테 책이 왔네?"

"자기 읽으라고 샀어. 안그래도 요즘 자기가 재미있는 책 없냐고 물었잖아?"


오늘, 몸이 피곤해 일찍 자려고 누웠다. 이런,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 타이레놀 2알을 먹은 후 테이블에 놓인 <플라이 대디>를 집어들었다. 몇페이지 읽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평범한 회사원의 딸이 나쁜 놈한테 습격을 당했고, 그 나쁜놈이 별반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내 잠은 이미 달아났다. 그 뒤부터 두시간 동안 난 숨이 가쁘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가네시토의 책 세권이 더 남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 허무하진 않다.


리뷰를 쓰려다 흠칫 놀랐다. 이 책에 리뷰가 99편이나 달려 있다. 읽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내게 이 책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다니! 그 학생이 말을 안해줬다면 이 작가를 모른 채 인생을 살아갈 뻔했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건간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찾아가 조언을 구해야 하는 법이다.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듯 재미있는 책이 왜 영화로는 망한 거지? 이문식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나와서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 행보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이 리뷰를 올리고 나면-앗 내가 100번째 리뷰어가 되는군!-난 <레볼루션 No. 3>를 집어들고 침대로 갈 것이다. 과연 오늘 잠이 들 수 있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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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발명품 2008-11-2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이에요.ㅎㅎ
좋은 작가를 만나면 흥분되죠. 지금까지 못본 책을 다 볼 생각에...
저에게 성석제 작가가 그랬고 심윤경 작가도!
날씨가 많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다락방 2008-11-2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일단, 가네시토가 아니라 가네시로에요. ㅎㅎ

그리고 마태우스님, 이 작가를 모르셨단 말예요, 정말?? 오쿠다 히데오보다 더 좋은 이 작가를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 보다는 레볼루션이 더 재미있구요, 레볼루션보다는 고우가 더 재미있어요. [Go]는 보다가 울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피드]가 제일 재미없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이 작가의 [연애소설]도 끝내줘요. 언젠가 친구에게 선물했더니 이런 글을 쓴 작가와, 이런 책을 선물해준 너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라고 했다니깐요, 정말.

리뷰 계속 올려주실거죠, 마태우스님?
:D

마노아 2008-11-2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카즈키 왕팬이에요. 저는 레벌루션 NO.3를 처음으로 만났는데 그게 제일 좋았어요. 그 다음에 순서대로 플라이 대디, 스피드로 이어지구요.(섞어서 봐도 무방해요.)
Go는 일본판 영화도 있어요. 역시 재밌구요. 단편소설 묶인 연애소설도 독특해요. 최근엔 영화처럼이 나왔는데 전 사놓고 아직 못봤어요. 재일교포3세라던데, 이전 세대에 나타나던 '한'의 정서는 극복한 것 같아요. 유머로 승화가 되었던지요. ^^

무해한모리군 2008-11-20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별족 2008-11-2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도 알라딘에서 페이퍼만 읽고 리뷰를 안 읽으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로쟈 2008-11-2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려다 흠칫 놀랐다"에서 리뷰가 끝나다니요?!..

BRINY 2008-11-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GO'밖에 읽지 않았지만, 저도 울었었지요. 이거 영화도 좋아요.

미래소년 2008-11-2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카즈키, 저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위에 언급하신 세 권의 책도 다 읽었다는...
모두 다 재미있어요, 강춥니다 강추!!
(간만에 찾아와서 뜬금없이 수다떠는 소년.. ㅎㅎ)

마립간 2008-11-2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알라딘의 스타, 마태우스님 인기가 여전하십니다.

L.SHIN 2008-11-21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전에, 며칠 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만 사서 내리 죽-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통..책을 손에 들은 적이 없군요. 헹- ㅡ.,ㅡ (긁적)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

비로그인 2008-11-21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볼루션은 남의 집 담벼락 위에 앉아 발을 까딱까딱, 하는 느낌이었어요. go도 좋았구요. 읽다보면 혼자 킬킬대며 웃게 되는 글들, 하지만 가볍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라는 건 아니어요.

진주 2008-11-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럽게 책 안 읽는 저도 마태님 아니었으면
가네시톤지, 가네시론지 하는 그 양반 모르고 살 뻔 했습니다.
도서관대출 목록에 메모해둘게요.

순오기 2008-11-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카, 저도 몰라요~ 제목을 보니 다 영화로 만들어졌나본데 영화도 안 봤어요.ㅜㅜ 마태님이 이제라도 말해줘서 저도 접수합니다~ ^^

Mephistopheles 2008-11-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가 최고라고 봅니다..^^ 그냥 내가 한국사람이기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꽤 강하게 다가와요..

마태우스 2008-11-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안그래도 지금 고우 읽고 있어요 근데 이거 읽으면 이제 한권밖에 안남는 건데... 아쉬워서 어쩌나요
순오기님/그니까 남들이 우릴 따돌린 거군요 이제부터 열심히 보시구, 우리 서로 정보교환 많이 합시다
진주님/어맛 이게 누구십니까. 정말 반갑습니당. 그간 안녕하셨구요? 미모는 여전하신지요?
주드님/그나저나 주드님은 정말 안읽으신 책이 없으시네요. 많은 정보 부탁드리어요
L SHIN님/저두요 요즘 책 거의 못읽고 살았어요. 일상이 힘드니까 출퇴근 시간에 잠만 자게 되는 듯...흑흑
마립간님/앗 안녕하세요 요즘 저 한물간지 오래입니다 무플글도 여러개인데...인기책을 언급해서 댓글이 좀 많은 듯..
미래소년님/안녕하셨어요. 님은 진작에 읽으셨군요. 흠흠.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리옵니다
브리니님/흠, 안울면 제가 감수성이 무딘 거겠군요 눈물 많은 저니까 울 것 같은데요^^
로쟈님/해헤 제가 원래 논리가 없잖아요 감성에만 호소^^
별족님/제 약점을 바로 찌르시다니...으윽!!
휘모리님/ㅇ아앗 그러셨군요.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노아님/일본소설 중에도 참 재밌는 게 많지요?

마태우스 2008-11-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이어서... 마노아님/재미도 있으면서 은근히 유머도 있고 감동까지.... 대단한 작가예요
다락방님/그러믄요.... 근데 스피드가 잼없다구요. 그거 하나 남았는데ㅠㅠ 앗 연애소설 아직 안샀는데 다행^^
발명품님/안녕하셨어요 다행히 제가 추위를 안타고 더위를 타서, 지금 날씨가 딱이어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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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이후 쏟아져 나오다시피 한 오쿠다 히데오가 지겨워져 버렸다. 그래서 "난 오쿠다 히데오가 멀미나서 멀리할 거예요"라고 했더니 순오기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래도 '남쪽으로 튀어'까지는 괜찮았죠?"


한달쯤 전 미녀 선생님 댁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그 선생님이 책을 좋아하는 분인지라 책장 앞에서 구경을 좀 했다. 근데 책꽂이에 <남쪽으로 튀어>가 있는 거다. 순오기님 말씀이 생각나 그 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이러신다. "읽고 싶은 거 있으면 가져가세요." 미모에 친절하기까지, 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 책을 가방에 넣었다.


<제2의 성> 때문에 지친 내 머리를 식히려는 목적으로 어느날 문득 그 책을 집어들었고, 자기 직전에만 본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 난 번번이 잠을 설쳤다. 학원폭력이 주가 되는 1권을 읽을 땐 내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날 괴롭히는 질 나쁜 애들, 정말 그네들은 대책이 없다. 선생님한테 말해봤자 별 소용이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말하는 것도 도움이 안된다. '일진회'니 뭐니 하는 말이 나도는 걸 보면 지금도 학교폭력은 존재하고 있을텐데, 안그래도 고단한 중고교 시절이 그로 인해 더 힘들다. 주인공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1권 말미에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남쪽에 있는 섬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갑자기 허무해졌다.

"이게 뭐야!"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였다. 조금 지나니 그 섬에서의 삶에 푹 빠져서 학원폭력 일은 잊어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1권에서 내내 그럴 듯한 소리만 할 뿐 일은 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국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세금 같은 건 거부한다. 심지어 애들에게 학교를 뭐하러 매일 가냐고 한다. 참 형편없는 아버지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2권을 다 읽고 나니 그 아버지, 정말 멋지다. 국가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걸 당연하게 알아왔던 내게 <남쪽으로 튀어>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문화적 자본을 놓치기 싫어 힘든 서울에서의 삶만 고집하던 내게 남쪽에 섬이 없는지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제2의 성>을 결국 완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중간중간에 읽은 이 책이 내 머리를 맑게 해줬기 때문이다. 오쿠다 히데오님,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 지난번에는 제가 좀 오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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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7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 아녜요. 남쪽으로 튀어는 정말 굉장하지만 그 이후의 책들은 또 좀 심드렁해요. ㅎㅎ

마노아 2008-11-17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중그네로 환호하고 남쪽으로 튀어로 열광하다가 그 다음엔 좀 실망해서 요새 잠깐 멀리하고 있어요. 나중에 애정이 회복되면 다시 만나려구요^^ㅎㅎㅎ

비로그인 2008-11-17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주식 상승-하강 곡선을 그리듯 어느 작가에 대한 나의 선호도도 널뛰듯 오락가락한 때가 있었어요. 오쿠다 히데오는,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안도의 한숨.

가시장미 2008-11-1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오쿠다 히데오랑 형이랑 친구같네요. ^^ 어쩜 이렇게 능청스러운 리뷰를 쓰시는거예요~! 인더풀 이후로는 안 읽어봤는데.. 기회되면 보고싶네요. 근데 두권이라니 좀 ㅋㅋ

형~! 날씨 추운데 따뜻하게 입으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다락방 2008-11-1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요 마태우스님. 저는 이것까지는 괜찮았다가 [걸]부터 딱, 심드렁해지더라니깐요.

순오기 2008-11-1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가 나와서 깜딱~ 놀랐잖아요.ㅎㅎㅎ
우리 애들도 모두 남쪽으로 튀어! 까지만 좋았다고~~ㅎㅎㅎ
요즘 다들 국민을 그만두고 싶지 않으신가요? 아~ 이런 동감과 교감이라니!!^^

무스탕 2008-11-1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공중그네 읽고 그 다음엔 여론에 밀려 오쿠다를 멀리하고 있는데 요기까진 괜찮다 이거죠?
팔랑귀랑 갈대맘이 또 요동을 치고 있어요. ㅎㅎ

연두부 2008-11-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명은 '파이파티로마'ㅎㅎㅎ

하늘바람 2008-11-1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름 재미나게 읽었어요 앗 아직 스무살을 안읽었네요 집에 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마태우스 2008-11-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늘바람님/앗 스무살도 재미있나봐요? 흠, 글쿤요. 감사합니다
연두부님/앗 연두부님이닷. 그간 안녕하셨어요? 이 책은 저만 빼곤 다들 읽으셨더군요 리뷰가 150개가 넘던데...
무스탕님/근데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네 맞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읽으시구요^^
순오기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구 요즘 시기랑 책이 맞아떨어지는 면도 있군요^^
다락방님/제가 오해한 게 아니라니,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많은 정보교환을...호홋.
가시장미님/앗 신혼은 즐겁나요? 어제 학교서 잤는데 얇게 입고 와서 망했다는...
주드님/그러게 말입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한숨(2)
마노아님/글쿤요. 근데 애정은 어떻게 회복되는가요? 전 노통과 결별했는데 새 작품을 읽지 않으니 오해를 풀 기회도 없던데...
바람돌이님/흠, 글쿤요 최근작 위주로 보면 어떨까요. 과거 작품은 지금만큼 세련되지 못했을테니..... 그것도 좀 아닌 것 같구나. 하여간...서로 정보교환을 많이 하자구요^^

홍수맘 2008-11-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공중그네>, <면장선거>, <걸> 등등을 읽다가 이젠 좀 심드렁 해질려는 찰나인데 갑자기 손이 또 근질근질 해지고 말았어요.
책임져용~. ㅎㅎㅎ

마태우스 2008-11-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안녕하셨어요 사업은 잘 되시나용?? 이 책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사옵니다. 저만 믿어 보세요!

뻐꾸기 2008-11-2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제2의 성 - 상 - 세계의문학 17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조홍식 옮김 / 을유문화사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아직도 읽고 있어?"

아는 사람이 내게 한 말이다. 석달째 <제2의 성>을 들고 다녔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그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다 읽고 나면 무지하게 기쁠 것 같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내 머리에 남은 게 별로 없어서일 수도 있고, 고된 책읽기에 지쳐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난 상, 하 각 500여페이지에 이르는 페미니즘의 고전을 다 읽었고, 언젠가 토론이 벌어질 때 "너 제2의 성 읽었어? 그러니까 네가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다.


하여간 이 책은 강적이었다. 46페이지를 하루에 읽은 게 기록일 정도로 진도가 더디게 나갔다. 읽는 데 보름이 걸린 <장미의 이름>은 이 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지막 장인 '결론'에 도달했을 때 이제야 끝나는구나 싶었지만, 무려 23쪽에 걸친 결론을 읽는 데만도 이틀이 걸렸다. 예과 강의 때 학생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제 석달 있으면 본과에 가죠? 본과 가서 공부를 잘하려면 예과 때 놀던 버릇을 버리고 인내심을 길러야 합니다. 본과 공부는 누가 더 오래 책상에 앉아 있는지의 싸움이니까요.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제2의 성>을 읽는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는다면 여러분은 인내심을 최대한도로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럼 나도 인내심이 길러졌을까?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입에 궤양이 생겼는데, 그전만큼 아프지 않고 넘어간 걸 보면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연구도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주옥같으면서도 난해한 말로 점철된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 식대로 대충 써보면 이렇다. 보부아르가 보는 세상은 남자가 지배하고, 여자는 노예상태에 있다. 여자가 해방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지만, 세상은 여자가 뭔가를 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를 언제까지나 사슬에 매어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속임수를 열심히 고집하고 있다." 그러니 진정한 자유의 도래를 위해서는 남녀가 "우애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보부아르의 결론이다. 책이 나온 지 60년이 지난 지금, 보부아르가 2008년의 세상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조금은 나아졌다고 좋아할까? 아니면 '내가 바라던 게 이게 아니었다'고 탄식할까. 11월 13일자 AM7을 보니 이런 기사가 실렸다. 세계경제포럼 성격차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남녀평등은 130국 중 108위"란다. 그 옆의 기사를 보니 성균관 기획실장이란 자가 "조성민 친권 주장 일리 있다"라는 말을 했단다. 정말이지 우리나라야말로 보부아르의 재림이 필요한 듯하다. 보부아르, 환생할 거면 부디 우리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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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1-1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 한국 사정을 들으면 관 안에서 돌아눕지 않을까요! 전 보부아르의 필력보다도 마태우스님의 리뷰가 더 좋습니다. 남들 다 좋다는 책을 난 지루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리뷰를 써주시다니요! 전 요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데, 저도 꼭 한 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첫번째 추천은 참고로 접니다. 흐흐

다락방 2008-11-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인내심이 바닥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 건 고려해봐야겠어요. 그렇게 힘들게 읽으시고서는 이토록 간단하게 정리해주셨다니, 저 역시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읽는게 즐겁기만 합니다. 흣.

순오기 2008-11-1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세번째 추천은 접니다.
마태님 글을 기다렸어요. 이 양반이 요새 바쁜가~ 꿈도 꾸었다니까요.^^
자칭 문학소녀를 꿈꿀때 보기 봤는데 뭔소린지 몰랐던 책, 그냥 나 이 책 봤다~ 라는 한마디가 하고 싶어서 보는 책이었더랬죠. 사르트르와 더불어~ ㅜㅜ

마태우스 2008-11-17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맛 순오기님, 제 글을 기다리셨다니 감사합니다. 님도 그러셨군요! "이 책 봤다"고 한마디 하고 싶어서...호홋.
다락방님/어맛 늘 제 허접한 리뷰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님밖에 없다니깐요!!
주드님/어맛 주드님도 계시군요! 첫번째로 댓글 달아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다니! 글구 재밌다는 말씀까지 해주시니 일석삼조네요^^ 근데 이 책에 도전하시는 건 말리고 싶어요. 시작을 했다 하면 두달간 서재활동을 못하니깐요!
 
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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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1세기를...'로 시작하는 한겨레 특강 시리즈의 팬이다. 직접 가서 듣진 못하지만, 책이 나오면 꼬박꼬박 사보는 편이다. 강사진이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고, 거기 걸맞게 강의도 재미있으니까. 근데 <배신>을 주제로 한 이번 책은 평소보다 더 흥미로웠다. 3회 연속 사회를 본 오지혜의 풍부한 교양과 언변에 매번 놀라게 되고, 정태인의 강의는 FTA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섭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다른 강사들도 다 배신에 대해 각자의 전공을 살린 좋은 얘기들을 해줬지만, 특히 감탄한 건 정혜신의 강의였다.


"우리가 흔히 '배신당했다'고 말하는 경험 중에는 사실 유사배신이 많아요."

유사배신이 뭘까? 정혜신에 의하면 "내 욕망이나 기대를 상대에게 투사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라고 한다. 공부 잘하는 아들이 판검사가 될 것으로 믿었는데 막상 연극영화과를 지원하자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고 말하는 엄마가 그 한 예다. "배신은 상호합의한 약속을 깼을 때 발생하는 것"일진대, 이 경우에 상호합의가 있기나 했을까? 배신을 당한 사람은 많은데 정작 배신을 한 사람이 드문 이유는, 다들 이런 유사배신을 '배신'의 범주에 넣고 '뒤통수를 맞았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란다. 배신당한 사람이 더 많은 또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교통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과 5대 5의 쌍방과실인 경우 사람은 보통 상대에게 7의 과실이 있고, 내게는 3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느낀단다. 객관적으로 8대 2로 내가 확실하게 과실이 있는 사고를 냈을 때에는 5대 5 정도의 쌍방과실로 상황을 인식하게 마련이다. 왜 그럴까? "내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은 현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란다. 나의 배신은 합당한 이유가 있는 거니 배신이 아니고, 상대는 동기가 어떻든 배신이라는 거다. 이걸 읽고 나니 배신에 대한 모든 것을 다 깨달은 기분이다.


또 하나 느낀 점. 강의에 참가한 청중들의 질문 수준이 참 높다는 거다. 예컨대 이런 질문.

"유사배신임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에 고통당하고 있다면 이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찰력의 문제가 아닐까요?"

난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질문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꼭 질문을 해야 하냐고 하겠지만, 학회에 가서 하루 종일 질문을 한 개도 안하고 있으면 좀 없어 보인다. 내 지도교수도 나한테 "질문 좀 해!"라고 하는데, 정말 질문을 할 게 없다. 내가 모르는 내용이면 몰라서 못하고, 아는 거면 아는 거니까 질문할 게 없다. 근데 남들은 어쩜 그렇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해대는지, 부러워 죽겠다. 오죽하면 발표자에게 미리 찾아가 "질문거리 좀 주세요"라는 말까지 했을까? 여기 실린 청중들의 질문을 보고 나니 이 사람들은 어쩜 저리도 적절한 질문을 하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다음 한겨레 특강 제목은 '좋은 질문하는 방법'이면 정말 좋겠다. 나도 학회 때나 회의 때, 질문 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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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11-0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질문할 게 없을 만큼 다 아시는건가요?
이주의 마이리뷰 후보에 오르셨던데, 되시면 한턱 쏘세요.

그나저나 김현수는 어쩐대요.

2008-11-09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11-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어머머 제 답변이 넘 늦었죠? 죄송해요. 저도 늘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공연 같은 거 보구 그래요. 홀몸이 아니니 영화 한편 보는 것도 참 어렵더이다. 참 이번주에 저 웃음의 대학이란 연극 봅니다. 황정민 나오는 연극이랍니다. 글구 연재는 저얼대 안할 겁니다. 왜냐면... 그 기간 동안 심적으로 넘 힘들었거든요!! 죄송.
파비님/추천 하나만 있음 후보가 되는거라, 당첨은 힘들것 같군요^^ 그리 잘 쓴 리뷰도 아니니깐요. 글구 김현수는 내년에도 계속 잘하겠죠 이런 시련에 굴복할 선수가 아니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