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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15분의 토론 시간을 줬다. 마구 떠들기만 하던 학생들은 하나둘씩 대열을 갖추고 토론을 한다. 그때, 혼자서 책을 읽는 학생이 눈에 띈다. 그에게 다가갔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란 책이다. 이문식과 이준기가 나왔던 영화 생각이 났다.
"이게 영화로도 만들어진 플라이 대디의 원작인가요?"
그렇다고 했다.
"이 작가 모르세요? 가네시토 가즈키라는 작가인데, 책 다 재밌어요."
오쿠다 히데오는 안다고 했더니 그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 작가란다.
"이 책하고 <GO>, <레볼루션 No. 3>, <스피드>가 그의 대표작이어요."
난 휴대폰의 메모란에 그가 부르는 제목들을 받아적었다. 수업이 끝난 후 알라딘에다 주문을 했더니 다음날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봉, 나한테 책이 왔네?"
"자기 읽으라고 샀어. 안그래도 요즘 자기가 재미있는 책 없냐고 물었잖아?"
오늘, 몸이 피곤해 일찍 자려고 누웠다. 이런,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 타이레놀 2알을 먹은 후 테이블에 놓인 <플라이 대디>를 집어들었다. 몇페이지 읽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평범한 회사원의 딸이 나쁜 놈한테 습격을 당했고, 그 나쁜놈이 별반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내 잠은 이미 달아났다. 그 뒤부터 두시간 동안 난 숨이 가쁘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가네시토의 책 세권이 더 남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 허무하진 않다.
리뷰를 쓰려다 흠칫 놀랐다. 이 책에 리뷰가 99편이나 달려 있다. 읽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내게 이 책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다니! 그 학생이 말을 안해줬다면 이 작가를 모른 채 인생을 살아갈 뻔했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건간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찾아가 조언을 구해야 하는 법이다.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듯 재미있는 책이 왜 영화로는 망한 거지? 이문식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나와서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 행보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이 리뷰를 올리고 나면-앗 내가 100번째 리뷰어가 되는군!-난 <레볼루션 No. 3>를 집어들고 침대로 갈 것이다. 과연 오늘 잠이 들 수 있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