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선진화포럼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대답은 12.4%에 불과했다. 61.9%는 평준화를 기본으로 하되 부분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며 25.2%는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10월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대로라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준화를 유지하되 보완책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신기한 건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무려 25%나 된다는 사실이다. 평준화가 해체되어 경기고가 부활한다면, 그 학교에 자신의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60만 수험생을 기준으로 할 때 0.1%에 불과하다. 열 개의 고등학교를 추가한다 해도, 세칭 명문고에 갈 수 있는 자녀의 수는 1%,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를 해체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을 우린 많이 만난다. 뭐, 꼭 자기 애가 명문고를 가야 평준화 해체에 반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설문조사를 볼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행정수도를 옮기는 문제에 서울과 전혀 무관한 영남지방에서 반대가 더 많다든지, 극소수만 내는 종부세를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조사결과는 참 의문을 품게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정의감이 강해서 이러는 걸까? 아니면 우수한 인재 한명이 10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잭 웰치의 말을 신봉해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유쾌하기 그지없는 소설 <레볼루션 No.3>를 읽는 내내 평준화 생각을 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3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인근 여고에서 열리는 축제에 초청을 받지 못한다. 주인공들이 주축이 된 모임 '좀비스'가 온갖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가며 축제에 가는 건, 그게 아무리 유쾌한 결말이 될지언정 못내 씁쓸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땐,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간에 다 평범한 고교생에 불과했다. 그 당시 공부를 좀 하는 편이었던 난, 사람들이 날 다른 애들과 똑같은 고교생으로 보는 게 못내 서운하기도 했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고교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것보단 그게 더 나은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말이 평준화지, 지금 평준화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외국어고와 과학고가 예전 명문고의 자리를 대신했고, 지역마다 자립형사립고를 세운다고 난리다. 아들이 민족사관고에 붙은 지인이 잔치를 벌이고, 아는 사람의 아들이 과학고를 갔다고 엄청난 축하를 받는 걸 보면-그 축하인파 속에 나도 있었다-이제 평준화는 형체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의 평준화도 현 정부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것.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안한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뜻을 높게 받든다는 현 정부는 국제중학교를 설립한다는 등 어린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 방법만 궁리하고 있다. 안그래도 불쌍하게 보이는 요즘 학생들에게 한마디.

"너희들도 다음 세대보단 훨씬 나은 거야. 걔네들은 유치원 때부터 밤10시까지 학원 다녀야 할걸? 그러니까 너네들 크면 투표 잘 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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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훈과 감동을 함께 주는 리뷰였어요!^^ㅎㅎ

무스탕 2008-12-0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큰 애가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 입장에서 요즘 교육시스템 정말 맘에 안듭니다.
정말이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보내기 싫은게 솔직한 맘이에요.
그렇다고 아이나 내 고집대로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효.. 입니다요.

꼬마요정 2008-12-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압권!!입니다^^

조선인 2008-12-0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투표를 잘 해야 해요. 끄덕끄덕.

마태우스 2008-12-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점점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낍니다...
꼬마요정님/안녕하십니까 미모는 여전하시죠?
무스탕님/앗 큰애가 벌써 고등학교? 흠, 연배가 저랑 비슷하신가봐요? 반갑습니다. 앗 나이 애기만 했다...^^
마노아님/감동과 책임감을 함께 주는 댓글이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