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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야구 경제학 - 경제학이 발가벗긴 야구의 비밀
J. C. 브래드버리 지음, 정우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80년대부터 난 메이저리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TV 중계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포츠신문 한 귀퉁이에 실리는 미국야구 관련기사를 외우고 또 외우며 배고픔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래 미국야구에 대한 갈증은 훨씬 줄었지만,
난 여전히 외로웠다.
메이저리그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지인이 주위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러다보니 혼자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로저 클레멘스는 보스톤 소속으로 24승을 거두며 사이영상을 탔고 어쩌고...” 하는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며 길을 걸어다녔는데,
그때 날 본 사람은 “쯧쯧, 젊은 놈이 안됐네”라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난 뒤엔 더 이상 혼자 말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더 많이 아는지를 겨루며 댓글전쟁을 벌이는 건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외로운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난 내가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를 가장 많이 아는 줄 알았지만,
그 사람들 중엔 나랑 차원이 틀린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꽤 있었다.
지금 난 네이버의 해외야구 사이트에 가끔씩 댓글을 달고,
보스톤의 승패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갈리는 ‘보스톤 빠’가 됐다.
진작부터 인터넷이 되었다면 내 젊은 시절이 훨씬 더 재미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최훈의 <MLB 카툰>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한 적이 있지만,
브래드버리가 쓰고 정우영 아나운서가 번역한 <괴짜 야구 경제학>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야구에 관한 여러 가지 통념들, 그러니까 감독의 항의가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영향을 주는지, 투수코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을 분석한 책인데
야구팬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에 대한 얘기는 무지 흥미로웠는데,
문제는 이 책이 메이저리그를 토대로 했는지라 미국서 뛰는 모든 선수를 알아야 내용이 와 닿는다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극도로 한정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해외야구 기사의 조회수나 댓글 수로 보건데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독자는 대략 3 만명 이내,
하지만 일반인 중 책 읽는 이의 비율이 극히 낮듯이,
메이저리그 팬들 중에도 책벌레는 별로 없다.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는 책의 재미에 훨씬 못미치는 1,425,
메이저리그에 관한 책이 가물에 콩나듯 나오는 이유일테고,
책 맨 뒤에 있는 ‘옮긴 이의 말’이 진한 여운을 주는 이유이리라.
“인기 스포츠이긴 하지만 야구 관련서적은 여전히 안 팔리는 현실에서,,,
책의 출간을 결정해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어느 분이 40자평에서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는데, 난 잘 모르겠다.
다만 이상한 곳이 두세 군데 있긴 하다.
예컨대 54쪽 7번째 줄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어쨌든 황금률은 “당신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245쪽 3번째 줄, “흑인 리그의 스카우트들은 아주 경쟁이 약했던 백인들만 마이너리그 스카우트의 자리를 대신했다.”<--주어가 두 개다.
이런 건 2쇄를 찍을 때 고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