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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공중그네> 이후 쏟아져 나오다시피 한 오쿠다 히데오가 지겨워져 버렸다. 그래서 "난 오쿠다 히데오가 멀미나서 멀리할 거예요"라고 했더니 순오기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래도 '남쪽으로 튀어'까지는 괜찮았죠?"
한달쯤 전 미녀 선생님 댁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그 선생님이 책을 좋아하는 분인지라 책장 앞에서 구경을 좀 했다. 근데 책꽂이에 <남쪽으로 튀어>가 있는 거다. 순오기님 말씀이 생각나 그 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이러신다. "읽고 싶은 거 있으면 가져가세요." 미모에 친절하기까지, 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 책을 가방에 넣었다.
<제2의 성> 때문에 지친 내 머리를 식히려는 목적으로 어느날 문득 그 책을 집어들었고, 자기 직전에만 본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 난 번번이 잠을 설쳤다. 학원폭력이 주가 되는 1권을 읽을 땐 내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날 괴롭히는 질 나쁜 애들, 정말 그네들은 대책이 없다. 선생님한테 말해봤자 별 소용이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말하는 것도 도움이 안된다. '일진회'니 뭐니 하는 말이 나도는 걸 보면 지금도 학교폭력은 존재하고 있을텐데, 안그래도 고단한 중고교 시절이 그로 인해 더 힘들다. 주인공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1권 말미에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남쪽에 있는 섬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갑자기 허무해졌다.
"이게 뭐야!"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였다. 조금 지나니 그 섬에서의 삶에 푹 빠져서 학원폭력 일은 잊어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1권에서 내내 그럴 듯한 소리만 할 뿐 일은 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국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세금 같은 건 거부한다. 심지어 애들에게 학교를 뭐하러 매일 가냐고 한다. 참 형편없는 아버지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2권을 다 읽고 나니 그 아버지, 정말 멋지다. 국가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걸 당연하게 알아왔던 내게 <남쪽으로 튀어>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문화적 자본을 놓치기 싫어 힘든 서울에서의 삶만 고집하던 내게 남쪽에 섬이 없는지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제2의 성>을 결국 완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중간중간에 읽은 이 책이 내 머리를 맑게 해줬기 때문이다. 오쿠다 히데오님,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 지난번에는 제가 좀 오해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