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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평점 :
일반인과 작가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니다.
하루에 100권 이상의 신간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책을 내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또한 책을 냈다고 해서 누구나 작가라고 불리는 건 아니다.
작가라는 호칭은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은 책을 낸 후에야 따라오는 법이니까.
하지만 일반인이 책을 열심히 읽고 평소 글쓰기를 즐겨한다면,
그는 책만 내지 않았을 뿐 작가에 가까운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다.
내가 아는 그녀도 책을 내기 전엔 ‘작가에 가까운 일반인’이었다.
그녀의 홈페이지와 알라딘 서재엔 주옥같은 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으니,
책만 낸다면 곧바로 작가 반열에 올라서는 거였다.
“굳이 해외영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담은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 간다>는 독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긴 했지만,
자기 개발서에 가까운 책이어서 그런지 그녀를 작가라고 부르는 이는 별로 없었다.
아쉬운 점은 그녀 서재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외면한 채 해외영업의 노하우에만 주목한 기획이었다.
그녀의 두 번째 책 <밑줄 긋는 여자>는 이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녀 특유의 장점을 듬뿍 살린 책이었고,
당연하게도 이 책은 독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성수선의 <밑줄긋는여자>는 오랜만에 그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고, 말라가던 나의 감성의 샘을 다시한번 자극해줬으며...”
회사를 다니면서 책까지 쓰느라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었겠지만,
책의 판매량은 충분히(까지는 모르겠다만) 그녀의 노력을 보상해 준 것 같다.
그리고 2012년 11월,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가 나왔다.
위로에 능하다는 그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이 책은 두 번째 책을 훨씬 뛰어넘는,
당분간 그녀의 대표작으로 군림할 만한 자격을 갖춘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애인이 있든, 결혼을 했든,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든....”(5쪽)
“여우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라고 말했지만, 지나친 책임감도 병이다.”(67쪽)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도 혈액의 90퍼센트가 물이듯이, 인생의 90퍼센트는 별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들로 채워진다. 그러니까 사람이 살 수 있는 거다.”(87쪽)
난 거의 모든 문장들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겼다.
많은 위로서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이 책만큼 마음에 와닿는 책이 또 있을까 싶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2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원래 준비된 작가였던 성수선은 이 책을 계기로 완전히 작가 반열에 올랐고,
그녀는 앞으로 ‘능력있는 해외영업 차장’보다는 ‘심금을 울리는 작가’로 훨씬 더 많이 기억될 것 같다.
늘 궁금했다.
뭐 하나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가 과연 결혼을 할까?
결혼을 한다면 지금같은 삶을 조금은 희생해야 하니, 어쩌면 하고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혼자>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언젠가는, 안자일렌(등반을 할 때 두명이 함께 끈으로 묶이는 것)을 할 것이다....그때 용기를 내서 말할 것이다. 저랑 안자일렌하실래요?”(165쪽)
그녀가 결혼하면 이런 멋있는 책을 못쓰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이런 기대도 된다.
그녀가 결혼을 하면 결혼생활에 대한 더 멋있는 책을 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성수선 작가님,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늘 응원합니다. 힘들더라도 네 번째 책 빨리 좀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