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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카메론이 만든 <타이타닉>과 작년에 나왔던 <가문의 영광 4-가문의 수난>을 비교하면 카메론이 화낼 거다. 제작비로 보나 시나리오의 완성도로 보나 이 두 영화는 비교가 안될 테지만, 약간의 불만은 물가지수를 고려할 때 두 영화의 티켓값이 비슷하다는 사실. 벤츠와 마티즈가 모두 차라는 이유로 같은 값을 받는 식인데, 비슷한 논리가 책에도 적용된다. 정성들여 썼고 독자에게 많은 즐거움을 안겨준 책이나 괜히 샀다고 후회하는 책이나 가격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난해한 제목을 가진 책이 12,000원이나 하는 걸 알고나면 혀를 찰 수밖에. 이게 과연 공평한 것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어제 친구 부친상 때문에 서울에 가면서 로쟈님이 쓴 <책을 읽을 자유>(이하 자유)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자유>는 로쟈님이 쓴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이 내게 좀 어려웠다면, 두 번째 책은 한겨레나 경향 등 대중매체에 쓴 글이 많아서인지 내 눈높이에 맞았다. 첫 번째 책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 역시 여러 책과 관련된 로쟈님의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 독서일기로 이 정도면 가히 최고가 아닐까 싶다. 어려운 책의 핵심을 우리 현실과 연관시켜 가르쳐주니, 무슨 엑기스를 먹는 기분이랄까. 신기한 점은 내가 이전에 이 책을 이미 읽었었다는 것. 가끔씩 플러스펜으로 줄을 쳐놓지 않았다면 이전에 읽었는지도 모를만큼 내용이 새롭다. 역시 남이 떠먹여주는 엑기스만 먹으면 머리에 오래 남아있지 못하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며, 이런 책은 옆에 끼고앉아 두고두고 읽는 게 정답인 듯하다.
제임스 카메론과는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지만, <자유>의 저자와는 알라딘 서재를 통해 친분을 쌓아 왔다는 게 새삼 뿌듯하다. 하지만 이런 친분은 종종 악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 출판계 사람과 수다를 떨다가 로쟈님 얘기가 나오면 난 이런 말로 스스로를 과시하려 든다. “아, 로쟈님! 그분 한창 서재활동할 때 제 밑에 있었죠.” 물론 상대편은 내 말을 못들은 체 하고, 그래서 다음 얘기까지 하게 된다. “정말이라니깐요! 방문자 수나 댓글 수나 제가 훨씬 많았어요.” 실제로 그랬던 적은 거의 없을 테지만, 이런 말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나 스스로 이 말을 믿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아무한테나 잘해주면 안되는 것 같다. 그 친분을, 나처럼, 자기 과시용으로 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