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다.
"야, 너 <나는 살인범이다> 봤냐? 그거 꼭 봐라. 엄청 재밌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좋은 영화를 놓칠 뻔했다.
무서운 영화는 싫다고 버티던 아내 역시 재밌다고 극찬을 했으니 말이다.

김남주와 함께 찍은 드라마에선 별로라고 여겼던 박시후는 이 영화에서 자기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소위 웰 메이드 영화의 범주에 속할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거기 나온 여성들의 역할이었다.
책을 통해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자백한 박시후의 기자회견장.
다른 남기자들은 "왜 이제와서 죄책감이냐?"며 비난조의 질문을 던지는데,
한 여기자가 손을 들고 말한다.
"피부가 좋으신데, 따로 관리받으시나요?"
다른 기자들의 핀잔이 이어진다.
"여성지 기자는 질문 받지 말아야 한다니까."
그 자리에서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할 기자가, 그들 말대로 여성지 기자라 해도,
정말 있을까?
박시후와 그를 쫓던 형사(정재영)가 출연한 토론회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형사 편에 선 패널이 "책을 팔아먹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니냐?"는,
당연히 했음직한 질문을 한 반면
박시후 측 패널로 나온 여성 변호사는
박시후가 처음 자기를 찾아와 고백하던 장면을 얘기하며
"제가 좀 감정이 북받쳐서"라며 눈물을 훔친다.
그런 자리에서 그런 한심한 말을 할 패널이 박 모 이사장을 제외하면 정말 있을까?
물론 정재영도 자기 감정을 못이기고 해서는 안될 행동들을 하는데,
그 행동들은 그의 이력으로 보건대 충분히 납득 가능한 반면
위에서 언급한 두 여성들은 "여자는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린다"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박시후의 팬클럽인 여고생 빠순이들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난 이 영화를 마초영화로 분류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