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우울해진다.” <기생령>의 시네21 리뷰는 이렇게 시작된다. “<기생령>을 보고 발전없는 충무로 공포영화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단다.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전혀 없고, 각본은 너무 허술하다고 개탄하는 기자의 리뷰는 이렇게 끝이 난다.

“기대감을 품고 충무로 공포영화를 보는 날이 올까? <기생령>을 보니 답이 없다.”


답이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얼마 전 나도 그걸 뼈저리게 느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술을 한잔 걸치고 온 어느 날, 그냥 자기가 억울해 ‘쿡’에서 영화를 골랐는데 최신영화에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 올라와 있었던 것. 술김에 3,500원을 그냥 결제했는데, 그 순간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안돼! 그거 네이버 평점 5점대야!”


영화가 시작된 지 십여분만에 난 잠이 들고 말았는데-너무 지루해서-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주말, 처음부터 영화를 다시 봤다. 난 털 달린 동물을 좋아하니, 고양이들만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지만 그게 괜히 5점대가 아니었다.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데 별 맥락도 없고, 있다해도 궁금하지가 않았다. 특히나 관객은 안무서운데 영화 속 인물들만 무서워하는, 한국 공포영화의 특징이 그대로 재현돼, 주연을 맡은 박민영 혼자 계속 비명을 지르다 자빠지고, 난 “쟤가 도대체 왜 저러나” 헛웃음을 웃는 일이 되풀이됐다. 차라리 우리가 기르는 페키니즈 강아지 두 마리를 하루 종일 촬영한 후 편집해 놓으면 그보다 훨씬 더 재미있겠다 싶다.


 

공포영화에서 고양이가 가끔 등장하는 건, 고양이가 가진 신비한 힘도 이유겠지만 에드가 알렌 포우 등 많은 작가들이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했기 때문일 거다. <고양이: 두 개의 눈>은 그런 고정관념에 기대어 날로 먹어보자는, 1박2일로 따지자면 엄태웅 같은 영화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고양이가 아니라 관객의 돈을 날로 먹으려는 이런 영화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다. 만들고 나서 자기네들도 한번은 볼텐데 어떻게 개봉할 생각을 다 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은 주연배우 박민영과 그의 가족들, 기타 비중있게 나온 배우들과 감독의 일가친척 등등일 테고, 고양이 보호 단체에서도 한번쯤 볼 필요가 있겠다. 시나리오가 후진 영화엔 고양이를 등장시키지 못하게 해 달라는 취지에서. 네이버 40자평을 보다보니 pigshow09란 분이 이런 말을 써놓았다.

“정말 재미있게 봣어요.”

그에게 한 마디. 박민영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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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괜찮을 것 같았는데 별로군요.
근데 술김에 결재하시고 부인님 소리 지르셨다니 그게 더 리얼공포스럽지 않으셨나요?
괜히 웃음이 나서...ㅎㅎㅎ
다 마태님 그리 쓰신 탓이어요.ㅠ

그래서 전 박민영이나 이민호 같은 젊은 배우들 빨리 나이들어
관록이 좀 붙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나리오 보는 안목도 키우고.
나름 가능성있는 배우란 생각은 드는데 너무 어려서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요.

2011-09-0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