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는 그냥 닥치고 봐야 한다,고 믿었기에 아내에게 부탁해 예매를 했고,
토요일 아침 9시 조조로 보러 갔다.
5천원만 내고 본 게 미안할만큼 영화는 재미있었고, 장면장면에 정성이 가득하단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비긴스의 내용을 상당부분 까먹었던 게 영화의 독해에 지장을 주긴 했어도
영화에 담긴 메시지들은 무지하게 감동적이었다.
이런 영화를 "액션이 별로였다"며 1점을 주는 분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 다양하구나,는 걸 느꼈다.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배트맨이 다른 건
기존 것은 배트맨에 맞서 싸우는 악당들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반면
놀란의 배트맨은 자기보다 버거운 상대와 싸워야 한다는 것.
혹자들은 히스 레져가 분한 다크나이트의 조커만큼 악인의 카리스마가 없다고 하지만,
뭐 베인 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악당 아닌가?
과거에 배트맨 포에버에 나온 조커를 떠올린다면, 이런 영화는 정말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이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돈 많은 기업가 미녀(마리옹 꼬띠아르)랑 캣우먼으로 나온 앤 해서웨이 사이에서 갈등을 잠깐 한다.
사실 배트맨이 한 게 아니라 사실 내가 한 거였지만,
내 선택은 당연히 기업가 미녀인데,
그게 기업가 미녀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앤 해서웨이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미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꼭 "그럼 기업가 미녀는 네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르겠지만,
아니 내가 앤 해서웨이보다 더 예쁜 아내랑 살고 있는데 기업가 미녀 정도를 감당 못할까?
쓰다보니 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데,
다음 말을 해주겠다.
여성학 시간에 맨날 틀어주는 영화가 있는데
독일을 배경으로 한 그 영화엔 아주 뚱뚱한, 미장원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느 뚱뚱한 남자가 그 여자한테 집적대니까 그 여자가 이런다.
"나도 날씬하고 멋있는 남자 좋아해요."
그 말은 내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것과 동시에, 내가 그동안 어울리지도 않게 미녀만을 추구했던 것도 합리화시켜 줬다.
암튼 내 선택은 기업가미녀며, 그건 결코 돈 때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