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 초등 교사들의 '3인 3색 연극 수업' 들여다보기 세상을 바꾸는 교육
남상오,오현아.이동석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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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국어과에 온책읽기와 더불어 연극교육이 도입되었다. 중등은 정식교과로 도입되었고 초등에서는 5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와 2학기에 연극단원이 들어섰다. 물론 이전에도 연극이 교육과정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중요도를 갖고 본격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연극이란 예술이 갖고 있는 교육적 효과가 입증된 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작 교육실행자이자 연구가인 교사에게 연극은 매우 부담스런 도구다. 교사자신이 연극교육은 물론 연기지도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3명의 초등선생님들이 자신들의 한 학기 연기경험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연극을 하기 위해선 우선 극본이 필요한데 이 극본을 마련하는 방법에 따라 연극교육도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학생들이 온책읽기로 읽는 온작품을 극본으로 바꾸는 갈래 바꾸기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평소에 겪은 일을 극본으로 바꾸는 것으로 창작하기이다. 세 번째는 창작한 극본을 중심으로 이 것을 다소 각색하는 각색하기이다. 

 이렇게 극본이 정해지면 다음은 형식을 정해야하는데 무대에서 극본을 읽는 낭독극, 대사를 사전에 녹음하고 연기만 하는 더빙극, 대사를 모두 암기하고 무선 마이크를 갖고 공연하는 방법, 한 편을 길게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여러편을 짧게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에 정해지면 다음은 역할 나누기의 단계다. 역할은 대본을 작성하는 사람, 총감독, 조명, 음향, 의상, 배우라 나뉜다. 총감독은 리더십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맡겨도 좋지만 초등의 사례인지 총감독역할은 선생님이 맡았다. 아이들은 대본이나 조명, 음향, 의상, 배우등을 맡게 되지만 아무래도 연극을 위한 공연시설이 부족해 교실에서 실행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사실상 이 책에서 아이들이 맡는 역할은 극본과, 의상, 배우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극본은 모두가 특정 주제에 대해 극본을 만들고 이를 모두 돌려본 후에 선정하거나 모둠별로 쓰게하여 선정하는 방식이 많았다. 배우의 경우 이 책에선 가급적 모든 아이들에게 배역을 주려고 하였는데 인기 있는 역할의 경우엔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합리적이었다. 아이들이 해당 역할에 오디션을 보고 다른 아이들이 점수를 주어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극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이렇다. 우선 내용이 막장으로 많이 흐른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극본제작을 맡기면 갈등상황을 매우 좋아하고 상상의 세계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등장인물이 죽거나, 부활하고 싸우는 경우를 많이 등장시켜 내용이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의할 점은 연기를 하면서 서로간의 목소리가 매우 작아지거나 관객을 보지 않고 배우들끼리만 보는 점이다. 서로 대사를 하다보면 평소처럼 여겨져 작은 목소리와 시선처리가 안되는 것인데 연극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거이 아닌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으로 만들기 쉬운 작품 요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간이나 공간변화가 가급적 적은 것이 좋다. 시간이나 공간변화가 많으면 의상이나 배경이 변해야 하는데 이것이 학교현장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적당하면서도 역할의 비중이 고루 분산되는게 좋다. 그래야 캐스팅 과정에서 갈등이 적기 때문이다. 작품은 10분내외가 좋은데 이 정도여야 아이들이 대사 암기가 수월해 연기지도에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재미인데, 재밌어야 배우들도 집중하고 관객들의 호응도 좋아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선생님이 각각의 방식으로 한 학기 10시간 정도를 연극수업 한 실제 사례가 잘담겨져 있다. 어려운 부분도 가감없이 담았고, 구체적이기에 도움이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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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11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극 교육이라... 낯설지만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진화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

닷슈 2021-01-12 09:07   좋아요 1 | URL
교육의 방향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낡은 서열적 학력관의 공정성신화에만 얽매인 많은 사람들과 일부 선생님들의 무지로 갈길이 멉니다. 이론과 실천이 따로노는 상황이죠.

붕붕툐툐 2021-01-11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극 수업~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예용!!^^

닷슈 2021-01-12 09:08   좋아요 0 | URL
연극 수업은 정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보면 학창시절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어렵지만 정말 선생님들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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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3천을 넘었다. 2천선 초중반이던게 무려 불황의 일년간 50%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강한 불황후에도 주식시작은 반드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믿음과 불황으로 저금리와 양적완화가 더욱 오래지속될 거란 믿음이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강한 불황이 강한 상승장을 만들다닌 아이러니다. 이로인해 너도나도 빛투에 가담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연간 GDP를 넘어섰다. 이미 세계금융권은 한국의 공적재정건전성은 우수히 평가하면서도 사적재정건전성엔 적신호가 켜졌다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 본 책은 배당투자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도 미국처럼 배당성향이 강해질거라 보는데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주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간 자본시장의 장벽이 낮아지고 외국인 투자자일수록 배당을 강하게 요구하는게 보편적이라는 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기관화다.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는 주주와 경영진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지만 결국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배당압력을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배당의 장점은 뭘까? 우선 인플레이션의 헷지다. 배당은 기업의 매출액을 근거로 하기에 당연히 물가상승만큼 매출액도 커져 배당도 커진다. 그 다음은 배당금의 강한 하방경직성이다. 배당은 일반적으로 시작되면 중지되거나 줄어드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주식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배당중지를 강한 적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은 배당의 시작에 매우 신중한 편이고, 현금여력이 충분한 안정적이고 시장장악력이 큰 기업이 배당을 시작하며, 일단 시작하면 중지나 감소를 좀처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의 순환출자제도의 변화다. 과거 순환출자제도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배구조의 복잡성이 매우 높았고, 적은 자본으로도 기업을 지배하는 꼼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 제대가 사라지면서 스스로들의 지분율을 높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이득을 높이기 위해 자연 배당도 많이 하게 된다. 

 책은 좋은 배당기업의 특징으로 경제적 해자를 갖는 기업을 꼽는다 경제적 해자로는 4가지가 있는데 무형자산과 네트워크 효과, 교체전환비용, 비용절감우위다. 무형자산은 브랜드나 라이센스이며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재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이미 형성되어 다른 이들이 구매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교체전환비용은 다른 재화 서비스로의 교체를 시도할 경우 그 교체전환비용이 너무 커서 바꾸기가 어려운 경우고, 비용절감우위는 경쟁사에 비해 가격 자체가 싼 것이다. 

 책에는 이런 경제적 해자를 가진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정책의 지속성(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배당원천이 되는 이익 잉여금과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선정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배당이 강한 기업을 선정하였는데 다들 하나같이 오래되고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반드시 산업이나 가계가 쓸수 밖에 없는 업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특징을 갖기에 경기방어적이고 현금도 많고 역사도 많고 해자가 충분해 배당이 가능한게 아닐런지 싶다. 

 책에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도 나온다. 의외로 양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는 의결권에 있다. 보통주는 주주로서 의결권을 갖는데 하지만 우선주는 주주이긴 하지만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기업 이익을 더 많이 얻는 주식으로 배당금이 더 큰 주식이다. 보통주는 우선주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래량이 많아서이며 우선주는 거래량 자체가 적기에 가격이 낮아 주식가격 대비 높은 배당금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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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고흐 에디션)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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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책들은 강하게 미술사 전반을 사상별로 짚는 책도 있고, 단순히 시대별로 가는 책도 있고, 특정작가나 주제에 집중하는 등 같은 소재로 다양한 형태로 집필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도 좀 많이 독특했는데 부담스런 미술작품은 1년 365일간 한 개씩 접한다는 형태다. 지루하지 않게 월-일요일까지 주제도 다른다. 월은 작품, 화는 미술사, 수는 화가, 목은 장르, 기법, 금은 세계사, 토는 스캔들, 일은 신화와 종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읽어도 정보가 많고, 빠르게 읽을 순 없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읽으면서 큰 소득은 목요일 덕분인데 여러 장르와 기법을 알려주어 다른 미술책들은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고 설명이 없던 부분들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리도 그 부분으로 했다. 먼저 조각이다. 유럽엔 참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이 많은데 그 원조가 이집트란 점은 몰랐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얼굴에 석고를 발라 데스마스크를 제작해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했다. 이것이 얼굴에서 목, 가슴 일부까지 내려오며 초상 조각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고대 그리스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선 영웅이나 신을 조각했으므로 실사와는 다르게 매우 이상화해서 조각을 남겼다. 남겨진 것은 대리석이지만 사실 그리스인들은 청동조각을 했다. 이를 후대에 고대 로마인들이 대리석으로 복제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각이 더 쉬워져 좀더 세밀한 묘사를 추가해 복제를 했다고 한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로마는 인물 조각을 매우 사실적으로 했고, 주름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왕정이 들어서면서부터 신격화가 되어 인물을 이상화하여 조각했다고 한다. 아, 대리석으로 복제한 청동조각들은 녹여 다른데에 써버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조각은 당연하면서도 이상하게 화려한 치장이나 갑옷아래 항상 발이 맨발인데 이것은 조각상의 주인공이 거의 신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이름 있고, 연대 있고 프레스코화나 템페라라고 쓰여있는데 뭔지를 몰랐다. 프레스코는 벽화다. 이탈리아어로 신선한이란 뜻이다.(그래서 프레스코 파스타 소스가 있구나!) 벽에 회반죽을 바른 후, 아직 마르지 않은 신선한 상태일때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이다. 마를때 벽과 물감이 같이 마르며 완성되는데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매우 오래 보존된다. 하지만 벽이 마르기전 그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크고, 수정하려면 회반죽 자체를 다시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거기에 습기가 많은 지역에선 벽이 잘 마르지 않아 제작이 어려웠다. 템페라는 계란이나 벌꿀, 끈적이는 나무 수액등을 용매로 해서 색 안료를 섞어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서양 회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법은 유화다. 유화는 르네상스 사실주의의 발달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했다. 광물질을 갈아서 테라핀 기름에 섞에 만드는 것으로 다양한 색을 내기 쉬웠고, 마르지 않아도 덧칠이 가능해서 그림의 사실적 완성도를 매우 높인 재료다. 

 판화중 석판화가 있다. 석판화는 조각칼로 파내는 식이 아니라 평평한 석판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린 뒤 찍어내는 방식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음을 착안해 만든 기법이다. 모노타이프란 기법도 있는데 역시 평판화의 일종이다. 평평한 금속이나 석판 등에 잉크나 물감을 바른 뒤 그것이 마르기 전에 종이로 찍어내는 판화 기법인데 한 두장만 찍을 수 있어 사실상 판화와 회화의 중간형식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미술은 조화의 균형감과 정적이고 우아한 채색을 자랑했고 사실주의적 표현이 유행했다. 이후 미술을 바로크로 이어지는데 당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교회는 신도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성당건축을 더 화려하고 조각은 더 역동적이고 그림은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와 기법을 사용했다. 때문에 바로크 미술은 매우 역동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력적이다. 다음에 등장한 로코코미술은 매우 화사한 파스텔 색감으로 연대사나 신화에서 나타난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신고전주의는 과거 그리스, 로마에 대한 향수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가치의 공공선을 추구하고 미술도 이런 표현을 했다. 비슷하게 등장한 낭만주의는 그 대척점으로 감정을 중요시하고 객관보다는 주관 나아가 개인의 자유로운 정서를 표현했으며 인상주의 역시 찰나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했다. 이후 표현주의가 등장하는데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미술이 추구하던 세상의 재현에서 벗아나고자 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그린 인상주의와 달리 어떤 대상을 보며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인상주의가 외부가 내눈안에 들어와 찍히는데로 그린다면 표현주의는 자신의 감정, 정서가 바깥으로 나가 대상에 찍힌 것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과 세계사적 내용, 작가의 이야기가 재밌게 담겨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림 크기가 좀 작은 것인데 설명을 좀 줄이고 그림을 더 크게 넣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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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의 도시, 난징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 1
신경란 지음 / 보고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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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오랫동안 하나였던 것 같지만 홍콩과 대만의 분리문제에서 드러내는 단일화 콤플렉스처럼 수차례 분열되었고, 열국이었고, 다른 민족에 침략 지배당한 역사가 제법 길다. 그래서 중국엔 무려 200개 도시가, 지금은 중국사에 편입된 여러 나라의 도읍지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서울, 경주, 평양처럼 주요 국가의 도읍지였던 곳은 지금의 서안, 뤄양, 북경, 남경 4개의 도시를 꼽는다. 예전부터 왜 북경은 북경이고 남경은 남경인지 궁금했는데(서안이나 뤄양의 북과 남이라 그런줄 알았다.) 주원장이 명을 세우며 남경을 응천이라 했지만 넷째 아들 영락제가 북경을 순천이라 명하면서 서로 어느 곳도 중심이 되지 못한채 북경과 남경이 되었다. 비슷한 사례로 송의 조광윤은 개봉을 수도로 하며 그곳을 중경이라 하고 싶었겠지만 뤄양과 서안이 중심이기에 개봉을 동경성이라 명했고, 일본의 에도막부도 에도인 동경을 일본 천황이 있는 교토를 무시할수 없기에 에도가 그 동쪽에 있어 동경이라 칭했다. 그래서 이곳은 오늘날도 도쿄다.

 이 책은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로 지난 번 읽은 베이징의 전편이다.(저자도 같다.) 거꾸로 간 셈인데 이 책 역시 전작처럼 남경이라 불리는 난징의 역사, 문화, 인물, 전쟁, 지리적 요소가 꽉 차 있다. 중국 역사상 강남인 이 곳 난징을 최초로 수도로 삼은 자는 삼국지의 유명인사 오나라의 손권이다. 그 전에 전국시대의 오와 월도 이곳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최초로 도읍지로까지 삼은 것 손권이 최초다. 진시황은 통일 후 전국을 순시하며 금릉이라 불리던 난징을 지나며 왕기가 있다는 소문에 난징의 산맥을 끊고 물길을 내는 등의 행위를 했고 이름도 말릉이라 바꾼다. 이후 버려진 곳이던 이곳을 손권이 위와 매우 인접했음에도 과감하게 도읍으로 정하고 이름도 건업으로 바꾼다. 그럴만했던게 난징은 양자강이 도시의 서쪽과 북쪽을 막아주고 남으로만 뚫려있어 방어에 매우 유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도 많이 내리고 토양도 좋아 인구부양력도 충분했다.

 손권 이후 송, 제, 양, 진이 남경을 차례로 수도로 삼으며 이곳은 계속 발전한다. 남조왕조들이 위치상 어쩔 수 없기도 하였지만 한족문화권에서 변방인 이곳을 계속 수도로 삼은 것은 아무래도 남쪽 지역의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 질좋은 토양으로 인한 높은 농업 생산력과 동남아 등으로 이어지는 해로를 통한 교역에서 나오는 경제력과 지역 자체의 풍부한 물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나라의 통일전쟁으로 남경이 파괴되며 쇠퇴기에 이른다. 송, 제, 양, 진의 남조 시절 남경엔 고구려와 백제의 사신이 자주 왕래했다. 고구려 사신의 객관은 현인관, 백제 사신의 객관은 집아관이라 하는데 아무래도 고구려는 북조국가와 인접하니 국방상의 이유로 남조와의 협력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는 남조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와 경쟁하는 백제도 남조를 온전히 고구려에 넘기긴 좀 그랬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문화 수입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남경과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당나라 시절로도 연결된다. 신라 최치원은 어린 나이에 당에 유학과 외국인 국가고시인 빈공과에 합격한다. 이 수제는 남경으로 발령나 율수구와 고순구의 율수 현위가 된다. 최치원은 이곳에 무려 4년간 재직한 후 신라로 향하며 이후 그의 불행한 행보는 우리가 모두 아는 바이다. 

 이어 원나라때도 우리와의 인연이 이어진다. 이번엔 고려말 명장 최영이 주인공이다. 원의 사실상 마지막 황제 순제 때(기황후 남편이다.)는 승상이 톡토였다. 권력이 막강했던 톡토는 장사성이 농민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진압하고자 원 각지에서 군대를 일으키고 힘이 모자랐는지 속국에도 군대를 요청한다. 당시 고려의 친원파 채하중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혼란한 고려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충분히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음을 주장하여 고려는 없는 살림에 최영등의 장수와 수천의 군사를 머나먼 원으로 파견한다. 파병 중 북경 등지에서 군사가 크게 불어 군은 2만 3천의 대군이 되고 웬일인지 원의 진압군 80만의 선봉까지 하게 된다. 진압군은 장사성을 거의 물리치지만 기황후에 의해 톡토가 실각하고, 후임 지휘관의 무능까지 더해져 수차례 창에 찔리는 최영의 분전에도 패퇴하고 만다.

 명대에 이르러 주원장이 금릉을 남경이라 칭하고 수도로 삼는다. 그간 남경은 도성의 주축선이 양자강의 흐름에 맞추어 남서-동북방향으로 기울어져 지어졌는데 주원장은 이를 강의 흐름과 상관없이 남북방향으로 주축선을 수정한다. 거기에 남경을 요새화하는데 궁성, 황성, 도성, 외곽성의 4중구조로 성을 쌓았고, 20년 대공사에 규모도 크다보니 무려 3억 5천만개의 벽돌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유명한 자금성도 축조한다. 남경의 자금성은 사실 북경 자금성의 원조격인데 훗날 영락제가 북경으로 도읍을 옮기고 남경 자금성의 설계를 그대로 본따 북경에 자금성을 지었기 때문이다. 영락제는 아버지보다 궁을 크게 짓기 좀 그랬는지 남경 자금성보다 좀 작게 북경에 자금성을 지었다.

 남경엔 그 유명한 정화의 조선소가 있었다. 남경은 바다와 무려 300km나 떨어져있지만 양자강이 바다로 이어지기에 사실상 항구 역할을 한다. 정화는 1405년에서 1432년까지 일곱차례 인도양을 향했으며 선단의 규모도 유럽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정화는 회족으로 주원장이 운남성을 정복한 후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거세해 환관으로 삼은 아이들 중의 하나다. 본래 이름은 무함마드의 이름을 음차해 마삼보였지만 이후 영락제의 눈에 들고 정초패에서 큰 공을 세워 황제로부터 정씨성을 하사받아 정화가 되었다.

 이후 남경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들어서는 것은 청나라 말 아편전쟁으로 인한 난징조약 때다.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해 19세기 말 3차례 조약을 강요받는데 1차는 홍콩섬 2차는 구룡반도의 영국으로의 영구 할양 3차는 신계를 99년간 임대하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은 이름 그대로 천하의 중심국가로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머진 모두 동등한 대상이 아닌 속국이자 조공국이었다. 영토도 크고 천하의 중심은 중국은 물산도 풍부하여 교역의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못했다. 그런 중국에게 다른 나라와의 대등한 조약이나 무역은 전혀 없는 개념이었다. 특히, 지금과 다르게 당시 홍콩은 쓸모없는 무인도에 가까웠고, 개항이 요구된 상해 역시 요충지이긴 하나 황무지였다. 영국의 관세문제도 청 자체게 무역으로 인한 조세수입이 거의 의미가 없어 조약의 주요조건으로서 무의미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 절실하게 느끼게 되며 중국에서는 천하의 중심국가에서 만국공법의 세계 일부로 강제 편입된 이 사건을 중국의 근현대사의 시작으로 파악하다. 우리에게 강화도 조약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후 남경엔 태평천국군이 들어선다. 이들은 이곳을 수도로 삼는데 수많은 전란과 혼란으로 청대에 백만에 달하던 남경의 인구는 이시기 15만까지 축소된다. 청은 태평천국군을 북경의 팔기군으로 제압하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수가 적은 만주족은 항상 수가 많은 한족 중심의 지방군을 반란의 위험으로 인해 그 사용을 기피하였는데 어쩔수 없이 태평천국군의 진압을 위해 이 지방군에까지 의존하는 상황에 이른다. 증국번 주도의 호남성 상군은 20여년간의 사투끝에 태평천국군을 진압하게 되고 이는 결국 청의 병권이 한족 중심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낳고 만다. 태평천국군은 무려 1-3만이 해외로 도피하는데 그 지역이 칠레다. 이들은 초석탄광 계약자로 노예처럼 일하다 이후 초석전쟁에서 칠레군으로 참여해 승전한다. 그래서 현재 칠레 북부 이키케 지역엔 이들의 후예가 무려 10만이나 있다.

 청이 망하고 남경은 중화민국의 수도가 된다. 손문과의 약속과 달리 북양군 출신의 원세개가 황제에 오르며 긴 투쟁이 시작되고, 이후 손문의 후계자인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군과 만주국의 세운 일제의 침략군, 그리고 마오쩌둥의 공산군이 뒤섞이며 중국은 혼란의 20세기 초반을 보내게 된다. 망국 이후 임시정부를 세운 김구와 김원봉이 주로 활약한 곳이 바로 남경이다. 장개석은 황포군관학교의 교장으로 있었고 그 시절 졸업생을 우대했는데 김원봉이 바로 그 학교 졸업생이었다. 또한 김구 역시 윤봉길의 상해 훙커우 공원 의거로 장개석에 인정받고 크게 지원받는다. 김원봉은 조선혁명간부 훈련반을 개교했는데 재밌게도 시인으로 알려진 이육사가 이 학교 제 1기 졸업생이었다.

 1937년 일제는 남경을 침략하고 함락시킨다. 이는 천인공노할 난징대학살로 이어지는데 희생자는 적어도 3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군은 끝까지 싸우도 적절한 퇴각시기를 놓치는데 이로 인해 질서정연한 후퇴에 실패해 상당수의 패잔병이 도시 전역으로 숨어들게 된다. 일본군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을 시작한다. 상해, 약탈, 강간이 무자비하게 이뤄졌다. 이때 난징판 쉰들러 리스트가 있었는데 바로 욘 라베다. 나치당원인 그는 일제의 남경침략후 자국민 보호를 위한 각국의 소개명령에도 20여명과 남아 남경안전구역 국제위원회를 설립한다. 민간기구였음에도 이 기구는 힘이 있어 약 4만제곱 킬로미터의 면적에 25개 수용소를 만들고 약 30만을 보호한다. 라베는 이후 일본의 압력으로 독일에 귀국해 존 메기가 목숨걸고 촬영한 남경대학살 필름을 독일 각지에서 상영하고 라베일기도 출간한다. 하지만 일본과 독일이 함께 전쟁하던 시기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져가다 중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장에 의해 재조명된다. 일제는 난징대학살 외에도 1644부대라는 남경판 731부대를 만들어 무려 1천명의 중국인을 생체실험으로 희생시킨다.

 이처럼 난징은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로 자리매김하면서도 현대사의 아픔을 갖는 중국의 도시지만 문화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도시다. 본래 강남은 쌀이 주식이고, 민물고기를 주로 먹었는데 북조의 인사들이 남조로 내려오고 교류가 이뤄지면서 오리고기와 잡곡을 이용한 요리도 시작되었다. 강남의 경제력을 바탕에 남조의 귀족문화가 합쳐져 여러 요리법과 조리도구가 경쟁적으로 발전하여 요리문화가 발전하였다. 여기에 해안으로부터 들어오는 요리에 원나라 때 회족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의 입맛이 합쳐지며 매우 다양한 요리문화를 갖게 되었다. 남경은 특히 딤섬이 유명한대 본래 딤섬은 배고플 때 요기하는 떡이나 부침개 정도를 의미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딤섬은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간단한 요리로 변화하고 이게 영국에도 영향을 미쳐 차에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 과자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책엔 여기서 정리한 내용 이외에도 남경의 거의 모든 것이라할 만큼 자세한 내용은 잔뜩 실려있다. 난징을 한 번 가고픈 마음이 드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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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grr 2021-01-05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좋은 날이 와서 선생님의 난징 방문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2021-01-05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1-05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 하나를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닷슈님 덕분에 좋은 책 하나를 또 얻어갑니다. ^^

닷슈 2021-01-05 08:59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이렇게 도시 하나를 두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도시아카이브 시리즈1권입니다. 2권 나가사키, 3권 베이징 이렇게 나왔더군요. 저는 난징과 베이징을 읽었습니다. 작가분이 중국에서 오래 공부하셔서 그런지 중국의 도시에 대해서 정말 아는게 많으십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그 도시의 모든 것이 재밌고 밀도있게 담겨 있습니다.
 
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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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항상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는데 그 중 일부 변이가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적합해 생존력이 높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 변이를 가진 개체가 일제히 증가하여 종 자체내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때론 그 결과 싹 다 그런 형질을 가진 개체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변이 과정을 다윈은 진화라고 명명했다. 영국의 런던이 산업혁명으로 대기가 뿌옇게 되자 회색 나방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어 개체수가 늘어났고, 최근 다시 공기가 맑아지자 이전의 흰나방이 다시 많아진 것은 이런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가끔 진화는 선후관계가 있는 것 같고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같기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전자는 대체 환경이 어떻게 놓일지 알수 없기에 어쩌면 로또식으로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 놓아 제발 일부만이라도 건지길 바라는 것 같다. 물론 후성유전이란 안전장치가 하나 있긴 하다.

 이건 지구에 엄청나게 진화한 다양한 생물학적 승리를 가져왔지만 사실 매우 비효율적 방법이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을 위한 외부적 신체변이 외에도 내적인 적응 장치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은 이미 신체적 변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급진적 환경변화나 다양한 환경변화에 개체가 대응하여 생존력을 높이게하는 장치라 말할 수 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고 피하지방이 두꺼워지거나 털이많아질 충분한 시간이 없으니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옷을 해입는 등의 해결책으로 생존을 도모하는게 바로 지능의 방식이다. 처음엔 생존에 적합한 몇 개의 설정된 본능만이 있었을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복잡한 형태의 후천적 결정을 하는 정신적 기제로 점차 발달했다. 당연히 지능을 고급화 하기 위해서는 큰 두뇌가 필요했고, 이로 인해 동물들의 뇌는 제법 커졌고, 적어도 인간에 도달해서는 외부적 신체진화는 큰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지능에 생존을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지능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머리난 아직 더 커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혹시 알까? 가까운 근미래에 약인공지능이나 강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가 다시 한 번 진화의 과정을 거칠지. 하여튼 책 오리진은 우리 동아프리카에 살던 작은 호미닌의 하나인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고, 어떻게 지금과 같이 높은 지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다 우리 어머니 행성 지구의 짓이고 그 지구가 딸린 태양과 우주의 놀음이다. 그 거대한 설정환경부터 살펴보자.


1. 우주적 요소

 진화는 절대적으로 환경변화에 반응하는 생물의 적응장치 인만큼 환경이 어떠하느냐는 진화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게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구가 처한 우주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는 우선 태양을 공전한다. 이심률이란게 있는데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완전한 원에서 타원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심률이 클수록 공전궤도가 타원이 되어 태양에서 멀어진다. 지금도 이심률이 큰 편인데 북반구의 여름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어져 있을 때다. 이심률의 주기는 대략 10만년이다.


 둘째, 약 4만 천년을 주기로 태양에 대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22.5도에서 24.5도 사이에서 변화한다. 현재 23.5도 인데 이 기울기가 태양 빛의 입사각을 변화시키는 만큼 각도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강도가 세진다. 24도로 갈수록 여름 겨울이 강해질 것이고 22도로 갈수록 좀 밋밋할 것이다.


 셋째, 지구 자전축이 2만 6천년을 주기로 뒤뚱거리며 팽이처럼 원을 그리며 변한다. 이를 세차운동이라 한다. 세차에 따라 계절의 시기가 변한다. 현재 자전축이 각도는 유지하도라도 팽이처럼 돌아서 반대로 된다면 여름과 겨울이 오는 시기가 바뀔 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는 태양빛의 총량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특정 지역의 태양 빛 강도 즉 계절의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 생물에게는 지대한 환경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2. 지구적 요소

 태양 빛 만이 환경 요소가 아니다. 지구는 지각으로 덮혀있는 만큼 땅의 변화도 중요한 환경 변화요소가 된다. 지구는 거대한 맨틀 위를 연약한 지각이 코팅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연약한 지각은 맨틀위를 떠다니며 그 힘에 의해 자주 깨어지고 찢어지며 부딪힌다. 우린 이런 거대한 지각 조각들을 판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판은 역사상 꾸준히 움직여았고, 그로 인해 한때는 지각덩어리가 모두 뭉쳤던 판게아를 또는 지금과 같은 5대양 6대주의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판의 이동은 그 지각이 속한 지역의 기후를 바꾸기도 하고, 바닷물의 흐름마져 변형하기에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진화를 초래한다. 우리 인간의 조상 호미닌이 있던 동아프라카의 환경이 급변한 것도 이 판의 운동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니 바로 물이다. 아무리 자전축이 변화하고, 이심률이 변하고, 판이 요동쳐도 물이 없다면 해류도 생기지 않고 기후란 것도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 아니 물이 없다면 생명자체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물은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지구가 생겨났을 당시 지구는 몹시 뜨거웠으므로 지구자체의 가벼운 휘발성 물질들을 모두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도 적지만 매년 지구 바깥으로 소량의 기체가 탈출하고 있고, 역시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에서 다른 행성이나 물질들의 기체가 지구 중력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지구가 차갑게 식은 이후 지구에 충돌한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온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구 자체의 화산분출에 의해 뿜어져 나온 내부의 수증기도 소량 있었을 것이다. 하여튼 지구의 생명체가 온전히 지구의 것인지 정체성에 의문에 생기는 대목이지만 하여튼 물은 생겨났고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진화하는 환경을 구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3. 동아프리카 호미닌 진화의 시작.

 3천만년 전 북동아프리카 지하에서 뜨거운 맨틀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힘은 땅을 위로 밀어올려 무려 1km나 지각이 떠올랐는데 풍선처럼 갑자기 부풀어 오른 결과 지각 껍질이 얇아져 가운데가 갈라져 열곡이 형성되었다. 북쪽에서는 이 갈라진 열곡으로 물이 들어와 지금의 홍해와 아덴만이 형성되었고 아프리카 뿔 부분이 떨어져 나가 역시 지금의 아라비아 판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홍해와 걸프만과 만나 Y자 삼중교차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금도 벌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동아프리키 지구대는 지금도 열곡이 벌어지고 있는데 벌어진 양측면이 밀려 올라가 경사면이 생기고 그 사이 블록은 아래로 가라앉아 골짜기 바닥을 형성한다. 그 골짜기 자체도 떠오른 지형이라 해발800m의 높이에 달한다. 하여튼 골짜기 옆 산맥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 들어오는 해안 공기를 막아 응결시켜 해안에만 비를 뿌리게 하고 내륙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단순한 평지에 열대우림이던 아프리카 동쪽은 높은 산맥에 깊은 골짜기와 산악지형으로 복잡하게 변모했고 이에 따라 자연환경도 운무림에서 사바나, 사막 관목으로 매우 다양화한다. 책의 저자는 동아프리카의 이런 지형적 변화는 호미님의 신체적 진화를 그리고 잦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호미닌의 지능진화를 촉발했을 것으로 주장한다.   

 호미닌의 주요 신체적 진화중 하나인 이족 보행은 흔히, 동아프리카가 사바나로 변화하고 생겼을 것이라는게 통념이지만 저자는 이족 보행은 열대우림부터 존재했던 형질이고 사바나가 조성되면서 그 진화를 더욱 강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족 보행은 긴 풀의 사바나에서 풀너머를 볼수 있고 지구력을 높이고 이동방법을 다양하게 해 지형이 매우 다양해진 이 지역에서 다른 동물들은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족 보행은 태양빛에 노출되는 신체부위를 최소화시켰고, 남는 양손은 엄지의 방향이 바뀌어 물건을 쥐기 쉬운 형태로 변화한다. 동아프리카의 다양한 지형 변화는 연약한 호미닌이 다른 육싱동물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지형으로 대피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고, 초식동물을 사냥할때는 절벽아래로 몰거나 코너로 모는 형태로 사냥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미닌은 호모에렉투스에 이르러 몸크기와 뇌용량이 극적으로 증가했는데 골격도 머리뼈 아래 부분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구조가 되었구 투사체를 던지기에 적합한 어깨구조를 갖게 되어 사냥이 더욱 용히해졌다. 에렉투스에 이르러 지금처럼 발달이 느린 긴 유아기를 갖게 되었고, 사회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수렵채집인이자 불을 다루기 시작한 최초의 호미닌이 된다. 에렉투스의 뇌가 커지게 된 이유로 불을 이용한 화식을 꼽는 책도 있을 정도다. 호모에렉투스는 80만년 전에 사라졌지만 무려 200만년간 존속한 성공적인 호미닌이었다. 이후 호모 하이델비르겐시스가 등장했는데 이종은 25만년전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 아시아에선 데니소바인으로 진화한다. 지금의 우리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30-25만년전이고 역시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 

 동아프리카의 지형적 변화는 자연히 기후의 변화도 가져왔고, 지형보다 훨씬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기후는 호미닌의 지능 진화를 촉발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300만년전부터 골짜기 바닥에 여겨 저기 큰 분지가 생성되었다. 비가 많이 오면 이 곳은 커다란 호수를 형성하여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고, 가물면 말라버렸다. 이 호수는 호미닌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호수의 바닥이 양산맥의 가운데에 있어 바닥 기온이 높아 증발이 활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약간의 요동치는 기후의 변화에 호수 환경은 급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심률에 의해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일정치않고 세차운동에 의해 북반구에 햇빛이 더 강하게 들어올때 남반구인 동아프리카 지구대엔 더 많은 비가 왔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가물었다. 이 주기적 변동이 이 지역의 식물과 먹이에 큰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며 여기에 대한 지능적 대응이 호미닌의 지능발달을 촉발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더 큰 뇌와 더 높은 지능으로 말이다.

 실제로 최근의 극심한 기후변동 세 시기는 270-250만년전, 190-170만년전, 110만-90만년전이다. 이 세 시기는 새로운 호미닌이 출현하거나 기존 호미닌이 멸종한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특히, 190-170만년전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했다. 호미닌 15종 중 12종이 이 변동시기에 출현했다. 즉, 기후 변화는 호미닌의 뇌의 변화, 즉 지능의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4. 빙기와 농업의 시작

지구 온난화때문에 다소 아이러니하겠지만 지금은 빙기이며 살짝 따뜻한 간빙기의 시기다. 현재의 빙기가 시작된 것은 우선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하며 그 광물이 빗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바라로 가고 바다생물이 껍질등의 형태로 그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저장해 전체적인 온실가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극 대륙이 고립되고 호주와 남미가 북으로 이동해 남극대륙 주변에는 해자처럼 냉기를 가두는 남극해류가 형성되었다. 남극에 거대한 냉장고가 형성된 이유다. 마지막은 북미와 남미의 충돌로 태평양과 대서양이 차단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따뜻한 적도해류가 방향을 틀어 북미로 향하게 되었다. 이는 인근의 기온을 따뜻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강설량을 증가시켜 빙하를 더욱 생성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요소로 인해 지구는 빙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빙기는 변덕이 심했다. 지구의 이심률과 북반구가 자전축 기울기가 심해지는 세차가 겹쳐 갑작스레 따뜻해졌다. 반대로 머어지고 자전축 기울기가 약해지는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해 빙기는 요동쳤다. 거기에 2만에서 1만 5천년전에는 북미에서 빙하가 후퇴하며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내륙에 남아 흑해 크기의 아가시즈호를 형성한다. 세월이 흘러 계속 물이 흘러들어 아가시즈호는 대규모 홍수를 일으키며 바다로 물을 토해냈는데 이 거대한 민물의 합류로 열염순환이 중단되어 갑작스레 지구에 냉각기가 찾아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빙하기에 기후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변덕이 심했다. 때문에 인류는 충분한 기술과 지능, 농업에 대한 가능성에도 좀처럼 농업일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 1만1천년에서 5천년 사이에서 간빙기로 접어들며 기후가 안정화되자 사람들은 농경을 시작했다. 결국 지구의 역사로 보면 매우 짧지만 사람의 역사로보면 매우 긴 간빙기기간의 기후 안정성이 농업의 시작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문명의 발달로 이어진다.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 농경이 발달한 초기 지역들의 위치다. 초기 농업을 기반으로 고대문명이 발달한 곳은 하나같이 판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는 판의 경계에는 충돌로 인해 높은 산맥이 생기고 그 반작용으로 그 무게에 짓눌린 침강하는 저지대 분지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저지대 분지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퇴적물이 쌓이게 되므로 농업에 매우 유리한 토양이 생성된다. 때문에 초기문명중 이집트와 중국문명을 제외한 나머지 문명이 신기조산대에 위치한다. 이는 사막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저지대 사막과 살기 힘든 높은 산고원 사이에 판의 충돌이 층상단층을 형성해 여기에서 지하수가 솟아 농업 및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층산단층과 신기조산대는 언제든 생업을 뒤엎을 화산 및 지진활동이 일어난다. 오늘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5.초본식물과 동물의 가축화

농경은 야생식물과 동물의 순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농경은 식물중 오로지 속씨 식물인 초본식물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풀이 나무보다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풀은 식물종중 지극히 최근에 등장한 것이다. 초본식물은 약 5500만년전 생겨났다. 신생대 지구가 건조해지고 냉각됨에 따라 초본식물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는데 2-1천만년전 초본식물이 생태계 곳곳에 퍼진 걸로 추정된다. 초본식물은 속씨식물로 난세포를 겉으로 노출하지 않고 원래 동그랗게 잎을 말린 것이었던 씨방으로 난세포를 보호하고 여기서 난세포가 씨로 발달한다. 씨방은 씨의 확산을 돕기 위해 이후 과육질로 발달하게 되고 인류는 초본 식물의 영양가 높은 씨를 노렸다. 농경할만큼 크고 영양분이 많은 씨를 가진 초본식물은 동남아시아와 지중해지역에 32종 동아시아 6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종, 북미4종 중미4종 남미와 호주 각 2종으로 유라시아 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당연히 농경은 유라시아에서 압도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식물보다도 오히려 더 제한적이다. 약 5550만년전 세계 평균 기온이 갑자기 상승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는데 이시기 우제류, 기제류, 영장류등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가축을 위해서는 해당 동물이 영양분이 높은 식품을 제공하고 성격이 유순하며 사람에 대해 선천적 두려움이 적고, 사육장이라는 좁은 곳에서도 잘 번식하며, 무리지어 사는 선천적 습관이 필요하다. 이 조건은 매우 까다롭기에 실제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은 유라시아 통틀어 단 13종뿐이다. 북미와 사하라 이남, 호주는 가축화에 실패했고 이로인한 문명의 뒤쳐짐은 훗날 해당지역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축의 사육은 부산물 혁명을 갖고 왔는데 애초 먹기 위해 기르던 가축이 뜻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르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축을 키우고 고기를 먹는대신 그 젖을 먹게 되자 얻는 총 열량이 4배나 증가하였다. 또한 양털 같은 털을 이용하게 되었고, 동물의 힘을 운송이나 경인, 농경, 전쟁에 사용하였고 이는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먹지 못하는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젖으로 바꿔주는 동물은 인류의 생존력을 더욱 높여주었다. 

 재미난 것은 가축화에 실패한 북미지역이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말과 낙타의 본래고장이 바로 북미이기 때문이다. 말과 낙타는 북미에서 진화했고 빙하기에 베링육교를 통해 유라시아로 진출한다. 하지만 정작 북미지역에서는 전멸했다. 말이 전쟁과 스텝지역에서의 교역과 문명의 전파에 한 역할, 그리고 낙타가 건조지역에서 교역을 이은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는 역사의 큰 아이러니다.


6. 지구의 재미난 지역들

판의 운동에 의한 다양한 세계 지형의 형성은 그 지역에 사는 인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일종의 지리적 환원론이라고나 할까. 

 우선 티베트다. 중국은 국공내전후 빠르게 이 지역을 점령했다. 얼핏 넓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 땅의 가치는 매우 높다. 우선 군사적 가치다. 지역이 높다보니 이 지역을 점령하면 인도나 중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상대국에 관찰당하기 싫어하는 중국으로선 점령해야만 하는 지역이다. 다음은 급수탑으로서의 역할이다. 티베트는 양극을 제외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얼음이 많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 출원하는 강만 10개에 달하고 중국의 황하와 양쯔강도 여기서 발원한다. 매우 중요할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빌런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티베트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식수를 방사능에 오염시키려 한것도 이런 점을 파악해서였다.

 네덜란드도 재밌다. 네덜란드는 빙하기 시대체 퇴적한 도거랜드에 위치한다. 이 도거랜드는 날이 따뜻해지며 침수되었는데 도거랜드와 연결한 네덜란드 지역은 그래서 저지대가 많다. 네덜란드는 저지대 개척을 위해 풍차를 많이 건설하였고, 많은 비용이 드는 이 사업을 위해 전체 비용을 작은 비용으로 쪼개 위험을 분산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이것은 훗날 항해시대에 적용되었다. 그들은 선물거래도 시작하였고, 중앙은행도 최초로 설립했는데 이는 산업혁명시대 필요한 금융제도의 근간이 된다. 

 지중해는 판의 활동이 매우 잦은 곳이다. 아프리카 판이 북으로 이동하며 유라시아 판밑으로 섭입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북쪽은 산이 많고 해안성이 복잡하고 선이 많아졌다. 반면 남은 해안선이 매우 단순해졌다. 이 지형적 차이는 큰 결과를 불러왔는데 북쪽은 자연히 섬이 많고 산이 많아 기착과 관찰이 편해 항해에 매우 유리했다. 때문에 교역이 많아졌고, 해상활동에 매우 유리했다. 반면 남은 이 모든 것이 없어 항해에 불리하고 교역도 적었다. 거기에 남쪽의 배후지는 사하라 사막으로 이렇다할 경제적 토대로 부족했다. 지중해 북쪽에 그리스 로마라는 거대한 문명이 발달하고 남쪽은 그 피지배리로 전락한 것도 이런 결과와 무관치 않다. 어쩌면 카르타고가 로마에 패해하게 된 것은 지형적 환경차이 때문은 아닐런지.

 지중해에서도 그리스 지역은 매우 특별하다. 해안선에 작은 수로와 만이 많고 산이 많다. 언급한 것처름 이는 해상교역엔 매우 유리하지만 도시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충적평야도 적어 농경에도 불리해 늘 식량부족에 고민하고 교역에 힘써야 했다. 그리스 나라들은 이런 분리로 큰 제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반면 민주주의가 생겨났다. 그리고 식량 확보를 위해 농토가 좋은 흑해연안과 이탈리아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한다. 훗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농토가 상대적으로 넓은 내륙국가 스파르타가 승리한 것은 해외에 식량을 의존하는 아테네의 선단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지협을 막은 결과였다. 

 미국 동남부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지역이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띠가 있으니 이 띠는 무려 8600-6600백만년전 형성된 지역이다. 이 시기는 백악기로 당시 이 지역들은 침수지역이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의 퇴적물이 오래 바다로 들어서 이 지역에 쌓였고 그결과 이 지역은 농경에 매우 적합한 토양을 갖게 되었다. 훗날 미국이 생기고 이 지역은 목화재배지역이 된다. 노동집약적 성격의 목화는 많은 흑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남북전쟁과 흑인 해방 이후에도 이 지역의 인구구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즉, 이 지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지형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에도 있다. 영국엔 산업혁명때 큰 역할을 한 석탄이 풍부하다. 지금은 석탄광이 모두 폐광되었고 이 지역의 노동자들은 좌파를 지지하게 되었다. 때문에 영국의 석탄층 퇴적 지역은 영국 노동당 지지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7. 석탄과 석유다.

책에 정리할게 더 많지만 여기까지다. 오늘날 문명을 탄생시킨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으로 살펴본다. 인류의 역사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그 생산성을 광합성에 의존했다. 즉, 문명의 생산성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땅에서 식물이 생산한 식량과 연료(나무)를 생산하는 속도에 제약되었다. 때문에 석탄과 석유를 본격하는 산업혁명 이전 세계의 인구와 생산성의 거의 늘지 않았다.

 이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을 18세기 무렵 찾아내었는데 바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물론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리다. 석탄과 석유도 결국 과거 태양에너지에 의존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과거 지구가 저장해놓은 태양에너지를 지금쓰는 셈이다.) 석탄 이전 인류는 연료를 나무에 의존했고 이는 저림작업에 달렸다. 저림작업은 나무의 줄기를 베어내고 다시 그 줄기가 새로 자라나는 겉씨식물의 특성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제약이 많은 방법이었다. 석탄의 사용과 더불어 증기기관도 같이 발명되었다. 증기기관으로 석탄을 더 많이 채굴할 수 있었고 석탄의 사용으로 더 좋은 철을 생산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 철, 석탄의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증기기관은 처음으로 인류를 인간과 동물의 근육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렇다면 이 석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3억 6천만년에서 3억년전의 시기를 석탄기라 한다. 당시에 균류가 없어 나무가 썩지 않아 석탄이 되었다는 설이있지만 당시 균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규모로 나무가 지하에 매장되어 이탄이 된 이유는 당시 판게아 때문이다. 판게아는 거대한 대귝으로 해류를 막아 열순환을 막았다. 거기에 당시 숲이 무성해져 이산화 탄소가 줄어들었고 지구는 냉각화되게 된다. 냉각기의 특성상 지구는 작은 변화에 기온이 요동쳤고, 해수면이 자주 변하해 많은 숲이 일거에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결과 대규모의 이탄층이 형성되어 지금의 석탄층이 된 것이다. 

 다음은 석유다. 1876년 독일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며 석유소비가 크게 늘게 되었다. 석유는 석탄보다 장점이 많았는데 추출 및 정제에 드는 에너지가 매우 적었고, 그에 비해 얻는 에너지는 매우 컸다. 또한 석탄에 비해 운송 및 수송이 쉬웠다. 거기에 석유는 연료 이외에도 유기화학 분야의 원료가 되고, 의약품, 플라스틱, 살충제, 무엇보다 비료의 원료가 된다. 석유는 석탄기 이후 2억년이 지나 형성되었다. 석유는 해양플랑크톤에서 생성되었는데 플랑크톤은 죽으면 광물과 섞여 해저라 가라앉게 된다. 지금은 해수순환이 원활하여 해저에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해저에 쌓인 플랑크톤의 사체는 썩지 못하고 진흙과 섞여 계속 쌓여 검은 색으 셰일층을 형성했다. 이 암시이 지구 내부로 깊이 내려가면 열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죽은 해양생물의 복잡한 유기화합물이 석유의 구성성분인 긴 사슬의 탄화수소 화합물 분자로 변화한다. 당시 백악기는 따뜻한 기후와 해저 확장으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300미터나 높았고 광범위한 지각활동에로 해저 퇴적물이 많아 플랑크톤이 대규모로 서식했다. 거기에 해저 열염순환을 판게아가 막고 따뜻한 기후로 바다 용존 산소량도 부족해져 해저에서의 사체분해가 없었다. 그래서 대량의 석유가 생겨날 수 있었떤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현대 문명을 만든 석탄이나 석유 모두 지구 환경에 의해 우연적으로 생겨난 것이고 지금 환경에서는 도무지 생겨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의 진화와 문명의 발달도 엄청난 지구적 환경변화와 지질학적 변화에 의존한 셈이다. 


이 책은 제목만큼 인간사의 다양한 기원을 매우 과학적이고 지질학적이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준다. 교역의 발달에 관한 부분도 제법 많이 다루었는데 이 역시 지금의 지구 대기와 해류순환에 철저히 의존한다. 읽은 것이 만큼 배울 것이 무척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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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년 새해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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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福마뉘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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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12-31 12:52   좋아요 1 | URL
스캇님도. 복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