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 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
안병길 지음 / 동녘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자유민주 수호연합’이라든가 ‘자유 총연맹’을 생각하면 자유와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비자유, 비민주적 행위들을 보면 더 그렇다. 자유와 민주가 한국에선 정말 고생이 많다.
그리하여 점점 자유와 민주가 재미없어 보이고 있었는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란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만 봤을 때 민중이 권력자와 대결하는 법에 대한 설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조금은 식상한 주제다. 멀리로는 노동자여 대동단결하여 혁명을 완수하자는 방법도 있었고, 가까이에는 정당 활동을 활성화하여 말 안되는 무리들을 때려잡자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약자라면, 여자이면서 가난하고 미래도 불투명하며 한창 늙어가느라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약자 중의 약자인 내가 있지 않은가? 나는 최근 들어 강자에 대항하여 이길 생각을 잘 못해봤다. 스파르타쿠스가 결국 로마제국을 이기지 못했고 동학 농민군이 조선 왕조를 뒤집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는 일이 힘들다는 핑계로, 귀찮은 일은 될 수 있는 대로 미루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잘못 걸려 감옥에 가는 게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창 재수가 없으면 촛불 들었다가도 재판받고 감옥에 갈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런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이 책이 내 아픈 데를 꼭 찔러 주었다. 저항하라! 참여하라! 이 두 마디는 이 책의 핵심이자 이미 깊이 시들 대로 시든 내 고질병의 처방이다. 저항하고 참여하되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고 전략적으로 안정적인 액셀로드-안병길 식의 ‘맞대응 전략’을 쓰라고 가르친다. 더불어 아주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들어있다. ‘맞대응 전략’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저항하고 참여하는 방법이자 안전한 방법임으로 감옥은커녕 재미있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무엇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자유’와 ‘민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선한 정의로 내 머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험 문제를 받는다면 한 자도 제대로 써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그런 시험지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국정 교과서는 아예 개념이 없었고 선생님들도 스리슬쩍 넘어갔기 때문이다.(사실 그 분들도 잘 몰랐을 거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자유’와 ‘민주’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충분한 답안을 얻었다. 개인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삶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세력에 용감하게 저항하는 것이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외운다. 정치학자가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이기는 방법에 대해 쉽고 자세하며 재미나게 일러주는 것을 첨 봤다. 그런 세상을 열어주신 안병길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여러 사람들에게 ‘자유’와 ‘민주’, ‘자유민주주의’의 교과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제대로 공부해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되겠는가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병길 2010-03-15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자 안병길입니다. 좋은 서평에 감사드립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 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
안병길 지음 / 동녘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자유와 민주,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교과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