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고흐 에디션)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책들은 강하게 미술사 전반을 사상별로 짚는 책도 있고, 단순히 시대별로 가는 책도 있고, 특정작가나 주제에 집중하는 등 같은 소재로 다양한 형태로 집필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도 좀 많이 독특했는데 부담스런 미술작품은 1년 365일간 한 개씩 접한다는 형태다. 지루하지 않게 월-일요일까지 주제도 다른다. 월은 작품, 화는 미술사, 수는 화가, 목은 장르, 기법, 금은 세계사, 토는 스캔들, 일은 신화와 종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읽어도 정보가 많고, 빠르게 읽을 순 없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읽으면서 큰 소득은 목요일 덕분인데 여러 장르와 기법을 알려주어 다른 미술책들은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고 설명이 없던 부분들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리도 그 부분으로 했다. 먼저 조각이다. 유럽엔 참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이 많은데 그 원조가 이집트란 점은 몰랐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얼굴에 석고를 발라 데스마스크를 제작해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했다. 이것이 얼굴에서 목, 가슴 일부까지 내려오며 초상 조각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고대 그리스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선 영웅이나 신을 조각했으므로 실사와는 다르게 매우 이상화해서 조각을 남겼다. 남겨진 것은 대리석이지만 사실 그리스인들은 청동조각을 했다. 이를 후대에 고대 로마인들이 대리석으로 복제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각이 더 쉬워져 좀더 세밀한 묘사를 추가해 복제를 했다고 한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로마는 인물 조각을 매우 사실적으로 했고, 주름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왕정이 들어서면서부터 신격화가 되어 인물을 이상화하여 조각했다고 한다. 아, 대리석으로 복제한 청동조각들은 녹여 다른데에 써버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조각은 당연하면서도 이상하게 화려한 치장이나 갑옷아래 항상 발이 맨발인데 이것은 조각상의 주인공이 거의 신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이름 있고, 연대 있고 프레스코화나 템페라라고 쓰여있는데 뭔지를 몰랐다. 프레스코는 벽화다. 이탈리아어로 신선한이란 뜻이다.(그래서 프레스코 파스타 소스가 있구나!) 벽에 회반죽을 바른 후, 아직 마르지 않은 신선한 상태일때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이다. 마를때 벽과 물감이 같이 마르며 완성되는데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매우 오래 보존된다. 하지만 벽이 마르기전 그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크고, 수정하려면 회반죽 자체를 다시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거기에 습기가 많은 지역에선 벽이 잘 마르지 않아 제작이 어려웠다. 템페라는 계란이나 벌꿀, 끈적이는 나무 수액등을 용매로 해서 색 안료를 섞어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서양 회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법은 유화다. 유화는 르네상스 사실주의의 발달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했다. 광물질을 갈아서 테라핀 기름에 섞에 만드는 것으로 다양한 색을 내기 쉬웠고, 마르지 않아도 덧칠이 가능해서 그림의 사실적 완성도를 매우 높인 재료다. 

 판화중 석판화가 있다. 석판화는 조각칼로 파내는 식이 아니라 평평한 석판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린 뒤 찍어내는 방식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음을 착안해 만든 기법이다. 모노타이프란 기법도 있는데 역시 평판화의 일종이다. 평평한 금속이나 석판 등에 잉크나 물감을 바른 뒤 그것이 마르기 전에 종이로 찍어내는 판화 기법인데 한 두장만 찍을 수 있어 사실상 판화와 회화의 중간형식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미술은 조화의 균형감과 정적이고 우아한 채색을 자랑했고 사실주의적 표현이 유행했다. 이후 미술을 바로크로 이어지는데 당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교회는 신도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성당건축을 더 화려하고 조각은 더 역동적이고 그림은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와 기법을 사용했다. 때문에 바로크 미술은 매우 역동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력적이다. 다음에 등장한 로코코미술은 매우 화사한 파스텔 색감으로 연대사나 신화에서 나타난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신고전주의는 과거 그리스, 로마에 대한 향수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가치의 공공선을 추구하고 미술도 이런 표현을 했다. 비슷하게 등장한 낭만주의는 그 대척점으로 감정을 중요시하고 객관보다는 주관 나아가 개인의 자유로운 정서를 표현했으며 인상주의 역시 찰나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했다. 이후 표현주의가 등장하는데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미술이 추구하던 세상의 재현에서 벗아나고자 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그린 인상주의와 달리 어떤 대상을 보며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인상주의가 외부가 내눈안에 들어와 찍히는데로 그린다면 표현주의는 자신의 감정, 정서가 바깥으로 나가 대상에 찍힌 것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과 세계사적 내용, 작가의 이야기가 재밌게 담겨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림 크기가 좀 작은 것인데 설명을 좀 줄이고 그림을 더 크게 넣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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