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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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항상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는데 그 중 일부 변이가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적합해 생존력이 높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 변이를 가진 개체가 일제히 증가하여 종 자체내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때론 그 결과 싹 다 그런 형질을 가진 개체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변이 과정을 다윈은 진화라고 명명했다. 영국의 런던이 산업혁명으로 대기가 뿌옇게 되자 회색 나방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어 개체수가 늘어났고, 최근 다시 공기가 맑아지자 이전의 흰나방이 다시 많아진 것은 이런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가끔 진화는 선후관계가 있는 것 같고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같기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전자는 대체 환경이 어떻게 놓일지 알수 없기에 어쩌면 로또식으로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 놓아 제발 일부만이라도 건지길 바라는 것 같다. 물론 후성유전이란 안전장치가 하나 있긴 하다.

 이건 지구에 엄청나게 진화한 다양한 생물학적 승리를 가져왔지만 사실 매우 비효율적 방법이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을 위한 외부적 신체변이 외에도 내적인 적응 장치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은 이미 신체적 변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급진적 환경변화나 다양한 환경변화에 개체가 대응하여 생존력을 높이게하는 장치라 말할 수 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고 피하지방이 두꺼워지거나 털이많아질 충분한 시간이 없으니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옷을 해입는 등의 해결책으로 생존을 도모하는게 바로 지능의 방식이다. 처음엔 생존에 적합한 몇 개의 설정된 본능만이 있었을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복잡한 형태의 후천적 결정을 하는 정신적 기제로 점차 발달했다. 당연히 지능을 고급화 하기 위해서는 큰 두뇌가 필요했고, 이로 인해 동물들의 뇌는 제법 커졌고, 적어도 인간에 도달해서는 외부적 신체진화는 큰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지능에 생존을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지능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머리난 아직 더 커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혹시 알까? 가까운 근미래에 약인공지능이나 강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가 다시 한 번 진화의 과정을 거칠지. 하여튼 책 오리진은 우리 동아프리카에 살던 작은 호미닌의 하나인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고, 어떻게 지금과 같이 높은 지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다 우리 어머니 행성 지구의 짓이고 그 지구가 딸린 태양과 우주의 놀음이다. 그 거대한 설정환경부터 살펴보자.


1. 우주적 요소

 진화는 절대적으로 환경변화에 반응하는 생물의 적응장치 인만큼 환경이 어떠하느냐는 진화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게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구가 처한 우주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는 우선 태양을 공전한다. 이심률이란게 있는데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완전한 원에서 타원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심률이 클수록 공전궤도가 타원이 되어 태양에서 멀어진다. 지금도 이심률이 큰 편인데 북반구의 여름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어져 있을 때다. 이심률의 주기는 대략 10만년이다.


 둘째, 약 4만 천년을 주기로 태양에 대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22.5도에서 24.5도 사이에서 변화한다. 현재 23.5도 인데 이 기울기가 태양 빛의 입사각을 변화시키는 만큼 각도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강도가 세진다. 24도로 갈수록 여름 겨울이 강해질 것이고 22도로 갈수록 좀 밋밋할 것이다.


 셋째, 지구 자전축이 2만 6천년을 주기로 뒤뚱거리며 팽이처럼 원을 그리며 변한다. 이를 세차운동이라 한다. 세차에 따라 계절의 시기가 변한다. 현재 자전축이 각도는 유지하도라도 팽이처럼 돌아서 반대로 된다면 여름과 겨울이 오는 시기가 바뀔 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는 태양빛의 총량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특정 지역의 태양 빛 강도 즉 계절의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 생물에게는 지대한 환경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2. 지구적 요소

 태양 빛 만이 환경 요소가 아니다. 지구는 지각으로 덮혀있는 만큼 땅의 변화도 중요한 환경 변화요소가 된다. 지구는 거대한 맨틀 위를 연약한 지각이 코팅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연약한 지각은 맨틀위를 떠다니며 그 힘에 의해 자주 깨어지고 찢어지며 부딪힌다. 우린 이런 거대한 지각 조각들을 판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판은 역사상 꾸준히 움직여았고, 그로 인해 한때는 지각덩어리가 모두 뭉쳤던 판게아를 또는 지금과 같은 5대양 6대주의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판의 이동은 그 지각이 속한 지역의 기후를 바꾸기도 하고, 바닷물의 흐름마져 변형하기에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진화를 초래한다. 우리 인간의 조상 호미닌이 있던 동아프라카의 환경이 급변한 것도 이 판의 운동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니 바로 물이다. 아무리 자전축이 변화하고, 이심률이 변하고, 판이 요동쳐도 물이 없다면 해류도 생기지 않고 기후란 것도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 아니 물이 없다면 생명자체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물은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지구가 생겨났을 당시 지구는 몹시 뜨거웠으므로 지구자체의 가벼운 휘발성 물질들을 모두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도 적지만 매년 지구 바깥으로 소량의 기체가 탈출하고 있고, 역시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에서 다른 행성이나 물질들의 기체가 지구 중력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지구가 차갑게 식은 이후 지구에 충돌한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온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구 자체의 화산분출에 의해 뿜어져 나온 내부의 수증기도 소량 있었을 것이다. 하여튼 지구의 생명체가 온전히 지구의 것인지 정체성에 의문에 생기는 대목이지만 하여튼 물은 생겨났고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진화하는 환경을 구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3. 동아프리카 호미닌 진화의 시작.

 3천만년 전 북동아프리카 지하에서 뜨거운 맨틀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힘은 땅을 위로 밀어올려 무려 1km나 지각이 떠올랐는데 풍선처럼 갑자기 부풀어 오른 결과 지각 껍질이 얇아져 가운데가 갈라져 열곡이 형성되었다. 북쪽에서는 이 갈라진 열곡으로 물이 들어와 지금의 홍해와 아덴만이 형성되었고 아프리카 뿔 부분이 떨어져 나가 역시 지금의 아라비아 판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홍해와 걸프만과 만나 Y자 삼중교차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금도 벌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동아프리키 지구대는 지금도 열곡이 벌어지고 있는데 벌어진 양측면이 밀려 올라가 경사면이 생기고 그 사이 블록은 아래로 가라앉아 골짜기 바닥을 형성한다. 그 골짜기 자체도 떠오른 지형이라 해발800m의 높이에 달한다. 하여튼 골짜기 옆 산맥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 들어오는 해안 공기를 막아 응결시켜 해안에만 비를 뿌리게 하고 내륙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단순한 평지에 열대우림이던 아프리카 동쪽은 높은 산맥에 깊은 골짜기와 산악지형으로 복잡하게 변모했고 이에 따라 자연환경도 운무림에서 사바나, 사막 관목으로 매우 다양화한다. 책의 저자는 동아프리카의 이런 지형적 변화는 호미님의 신체적 진화를 그리고 잦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호미닌의 지능진화를 촉발했을 것으로 주장한다.   

 호미닌의 주요 신체적 진화중 하나인 이족 보행은 흔히, 동아프리카가 사바나로 변화하고 생겼을 것이라는게 통념이지만 저자는 이족 보행은 열대우림부터 존재했던 형질이고 사바나가 조성되면서 그 진화를 더욱 강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족 보행은 긴 풀의 사바나에서 풀너머를 볼수 있고 지구력을 높이고 이동방법을 다양하게 해 지형이 매우 다양해진 이 지역에서 다른 동물들은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족 보행은 태양빛에 노출되는 신체부위를 최소화시켰고, 남는 양손은 엄지의 방향이 바뀌어 물건을 쥐기 쉬운 형태로 변화한다. 동아프리카의 다양한 지형 변화는 연약한 호미닌이 다른 육싱동물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지형으로 대피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고, 초식동물을 사냥할때는 절벽아래로 몰거나 코너로 모는 형태로 사냥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미닌은 호모에렉투스에 이르러 몸크기와 뇌용량이 극적으로 증가했는데 골격도 머리뼈 아래 부분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구조가 되었구 투사체를 던지기에 적합한 어깨구조를 갖게 되어 사냥이 더욱 용히해졌다. 에렉투스에 이르러 지금처럼 발달이 느린 긴 유아기를 갖게 되었고, 사회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수렵채집인이자 불을 다루기 시작한 최초의 호미닌이 된다. 에렉투스의 뇌가 커지게 된 이유로 불을 이용한 화식을 꼽는 책도 있을 정도다. 호모에렉투스는 80만년 전에 사라졌지만 무려 200만년간 존속한 성공적인 호미닌이었다. 이후 호모 하이델비르겐시스가 등장했는데 이종은 25만년전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 아시아에선 데니소바인으로 진화한다. 지금의 우리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30-25만년전이고 역시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 

 동아프리카의 지형적 변화는 자연히 기후의 변화도 가져왔고, 지형보다 훨씬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기후는 호미닌의 지능 진화를 촉발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300만년전부터 골짜기 바닥에 여겨 저기 큰 분지가 생성되었다. 비가 많이 오면 이 곳은 커다란 호수를 형성하여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고, 가물면 말라버렸다. 이 호수는 호미닌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호수의 바닥이 양산맥의 가운데에 있어 바닥 기온이 높아 증발이 활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약간의 요동치는 기후의 변화에 호수 환경은 급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심률에 의해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일정치않고 세차운동에 의해 북반구에 햇빛이 더 강하게 들어올때 남반구인 동아프리카 지구대엔 더 많은 비가 왔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가물었다. 이 주기적 변동이 이 지역의 식물과 먹이에 큰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며 여기에 대한 지능적 대응이 호미닌의 지능발달을 촉발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더 큰 뇌와 더 높은 지능으로 말이다.

 실제로 최근의 극심한 기후변동 세 시기는 270-250만년전, 190-170만년전, 110만-90만년전이다. 이 세 시기는 새로운 호미닌이 출현하거나 기존 호미닌이 멸종한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특히, 190-170만년전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했다. 호미닌 15종 중 12종이 이 변동시기에 출현했다. 즉, 기후 변화는 호미닌의 뇌의 변화, 즉 지능의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4. 빙기와 농업의 시작

지구 온난화때문에 다소 아이러니하겠지만 지금은 빙기이며 살짝 따뜻한 간빙기의 시기다. 현재의 빙기가 시작된 것은 우선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하며 그 광물이 빗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바라로 가고 바다생물이 껍질등의 형태로 그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저장해 전체적인 온실가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극 대륙이 고립되고 호주와 남미가 북으로 이동해 남극대륙 주변에는 해자처럼 냉기를 가두는 남극해류가 형성되었다. 남극에 거대한 냉장고가 형성된 이유다. 마지막은 북미와 남미의 충돌로 태평양과 대서양이 차단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따뜻한 적도해류가 방향을 틀어 북미로 향하게 되었다. 이는 인근의 기온을 따뜻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강설량을 증가시켜 빙하를 더욱 생성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요소로 인해 지구는 빙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빙기는 변덕이 심했다. 지구의 이심률과 북반구가 자전축 기울기가 심해지는 세차가 겹쳐 갑작스레 따뜻해졌다. 반대로 머어지고 자전축 기울기가 약해지는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해 빙기는 요동쳤다. 거기에 2만에서 1만 5천년전에는 북미에서 빙하가 후퇴하며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내륙에 남아 흑해 크기의 아가시즈호를 형성한다. 세월이 흘러 계속 물이 흘러들어 아가시즈호는 대규모 홍수를 일으키며 바다로 물을 토해냈는데 이 거대한 민물의 합류로 열염순환이 중단되어 갑작스레 지구에 냉각기가 찾아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빙하기에 기후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변덕이 심했다. 때문에 인류는 충분한 기술과 지능, 농업에 대한 가능성에도 좀처럼 농업일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 1만1천년에서 5천년 사이에서 간빙기로 접어들며 기후가 안정화되자 사람들은 농경을 시작했다. 결국 지구의 역사로 보면 매우 짧지만 사람의 역사로보면 매우 긴 간빙기기간의 기후 안정성이 농업의 시작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문명의 발달로 이어진다.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 농경이 발달한 초기 지역들의 위치다. 초기 농업을 기반으로 고대문명이 발달한 곳은 하나같이 판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는 판의 경계에는 충돌로 인해 높은 산맥이 생기고 그 반작용으로 그 무게에 짓눌린 침강하는 저지대 분지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저지대 분지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퇴적물이 쌓이게 되므로 농업에 매우 유리한 토양이 생성된다. 때문에 초기문명중 이집트와 중국문명을 제외한 나머지 문명이 신기조산대에 위치한다. 이는 사막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저지대 사막과 살기 힘든 높은 산고원 사이에 판의 충돌이 층상단층을 형성해 여기에서 지하수가 솟아 농업 및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층산단층과 신기조산대는 언제든 생업을 뒤엎을 화산 및 지진활동이 일어난다. 오늘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5.초본식물과 동물의 가축화

농경은 야생식물과 동물의 순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농경은 식물중 오로지 속씨 식물인 초본식물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풀이 나무보다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풀은 식물종중 지극히 최근에 등장한 것이다. 초본식물은 약 5500만년전 생겨났다. 신생대 지구가 건조해지고 냉각됨에 따라 초본식물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는데 2-1천만년전 초본식물이 생태계 곳곳에 퍼진 걸로 추정된다. 초본식물은 속씨식물로 난세포를 겉으로 노출하지 않고 원래 동그랗게 잎을 말린 것이었던 씨방으로 난세포를 보호하고 여기서 난세포가 씨로 발달한다. 씨방은 씨의 확산을 돕기 위해 이후 과육질로 발달하게 되고 인류는 초본 식물의 영양가 높은 씨를 노렸다. 농경할만큼 크고 영양분이 많은 씨를 가진 초본식물은 동남아시아와 지중해지역에 32종 동아시아 6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종, 북미4종 중미4종 남미와 호주 각 2종으로 유라시아 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당연히 농경은 유라시아에서 압도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식물보다도 오히려 더 제한적이다. 약 5550만년전 세계 평균 기온이 갑자기 상승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는데 이시기 우제류, 기제류, 영장류등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가축을 위해서는 해당 동물이 영양분이 높은 식품을 제공하고 성격이 유순하며 사람에 대해 선천적 두려움이 적고, 사육장이라는 좁은 곳에서도 잘 번식하며, 무리지어 사는 선천적 습관이 필요하다. 이 조건은 매우 까다롭기에 실제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은 유라시아 통틀어 단 13종뿐이다. 북미와 사하라 이남, 호주는 가축화에 실패했고 이로인한 문명의 뒤쳐짐은 훗날 해당지역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축의 사육은 부산물 혁명을 갖고 왔는데 애초 먹기 위해 기르던 가축이 뜻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르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축을 키우고 고기를 먹는대신 그 젖을 먹게 되자 얻는 총 열량이 4배나 증가하였다. 또한 양털 같은 털을 이용하게 되었고, 동물의 힘을 운송이나 경인, 농경, 전쟁에 사용하였고 이는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먹지 못하는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젖으로 바꿔주는 동물은 인류의 생존력을 더욱 높여주었다. 

 재미난 것은 가축화에 실패한 북미지역이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말과 낙타의 본래고장이 바로 북미이기 때문이다. 말과 낙타는 북미에서 진화했고 빙하기에 베링육교를 통해 유라시아로 진출한다. 하지만 정작 북미지역에서는 전멸했다. 말이 전쟁과 스텝지역에서의 교역과 문명의 전파에 한 역할, 그리고 낙타가 건조지역에서 교역을 이은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는 역사의 큰 아이러니다.


6. 지구의 재미난 지역들

판의 운동에 의한 다양한 세계 지형의 형성은 그 지역에 사는 인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일종의 지리적 환원론이라고나 할까. 

 우선 티베트다. 중국은 국공내전후 빠르게 이 지역을 점령했다. 얼핏 넓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 땅의 가치는 매우 높다. 우선 군사적 가치다. 지역이 높다보니 이 지역을 점령하면 인도나 중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상대국에 관찰당하기 싫어하는 중국으로선 점령해야만 하는 지역이다. 다음은 급수탑으로서의 역할이다. 티베트는 양극을 제외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얼음이 많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 출원하는 강만 10개에 달하고 중국의 황하와 양쯔강도 여기서 발원한다. 매우 중요할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빌런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티베트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식수를 방사능에 오염시키려 한것도 이런 점을 파악해서였다.

 네덜란드도 재밌다. 네덜란드는 빙하기 시대체 퇴적한 도거랜드에 위치한다. 이 도거랜드는 날이 따뜻해지며 침수되었는데 도거랜드와 연결한 네덜란드 지역은 그래서 저지대가 많다. 네덜란드는 저지대 개척을 위해 풍차를 많이 건설하였고, 많은 비용이 드는 이 사업을 위해 전체 비용을 작은 비용으로 쪼개 위험을 분산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이것은 훗날 항해시대에 적용되었다. 그들은 선물거래도 시작하였고, 중앙은행도 최초로 설립했는데 이는 산업혁명시대 필요한 금융제도의 근간이 된다. 

 지중해는 판의 활동이 매우 잦은 곳이다. 아프리카 판이 북으로 이동하며 유라시아 판밑으로 섭입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북쪽은 산이 많고 해안성이 복잡하고 선이 많아졌다. 반면 남은 해안선이 매우 단순해졌다. 이 지형적 차이는 큰 결과를 불러왔는데 북쪽은 자연히 섬이 많고 산이 많아 기착과 관찰이 편해 항해에 매우 유리했다. 때문에 교역이 많아졌고, 해상활동에 매우 유리했다. 반면 남은 이 모든 것이 없어 항해에 불리하고 교역도 적었다. 거기에 남쪽의 배후지는 사하라 사막으로 이렇다할 경제적 토대로 부족했다. 지중해 북쪽에 그리스 로마라는 거대한 문명이 발달하고 남쪽은 그 피지배리로 전락한 것도 이런 결과와 무관치 않다. 어쩌면 카르타고가 로마에 패해하게 된 것은 지형적 환경차이 때문은 아닐런지.

 지중해에서도 그리스 지역은 매우 특별하다. 해안선에 작은 수로와 만이 많고 산이 많다. 언급한 것처름 이는 해상교역엔 매우 유리하지만 도시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충적평야도 적어 농경에도 불리해 늘 식량부족에 고민하고 교역에 힘써야 했다. 그리스 나라들은 이런 분리로 큰 제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반면 민주주의가 생겨났다. 그리고 식량 확보를 위해 농토가 좋은 흑해연안과 이탈리아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한다. 훗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농토가 상대적으로 넓은 내륙국가 스파르타가 승리한 것은 해외에 식량을 의존하는 아테네의 선단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지협을 막은 결과였다. 

 미국 동남부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지역이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띠가 있으니 이 띠는 무려 8600-6600백만년전 형성된 지역이다. 이 시기는 백악기로 당시 이 지역들은 침수지역이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의 퇴적물이 오래 바다로 들어서 이 지역에 쌓였고 그결과 이 지역은 농경에 매우 적합한 토양을 갖게 되었다. 훗날 미국이 생기고 이 지역은 목화재배지역이 된다. 노동집약적 성격의 목화는 많은 흑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남북전쟁과 흑인 해방 이후에도 이 지역의 인구구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즉, 이 지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지형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에도 있다. 영국엔 산업혁명때 큰 역할을 한 석탄이 풍부하다. 지금은 석탄광이 모두 폐광되었고 이 지역의 노동자들은 좌파를 지지하게 되었다. 때문에 영국의 석탄층 퇴적 지역은 영국 노동당 지지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7. 석탄과 석유다.

책에 정리할게 더 많지만 여기까지다. 오늘날 문명을 탄생시킨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으로 살펴본다. 인류의 역사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그 생산성을 광합성에 의존했다. 즉, 문명의 생산성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땅에서 식물이 생산한 식량과 연료(나무)를 생산하는 속도에 제약되었다. 때문에 석탄과 석유를 본격하는 산업혁명 이전 세계의 인구와 생산성의 거의 늘지 않았다.

 이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을 18세기 무렵 찾아내었는데 바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물론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리다. 석탄과 석유도 결국 과거 태양에너지에 의존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과거 지구가 저장해놓은 태양에너지를 지금쓰는 셈이다.) 석탄 이전 인류는 연료를 나무에 의존했고 이는 저림작업에 달렸다. 저림작업은 나무의 줄기를 베어내고 다시 그 줄기가 새로 자라나는 겉씨식물의 특성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제약이 많은 방법이었다. 석탄의 사용과 더불어 증기기관도 같이 발명되었다. 증기기관으로 석탄을 더 많이 채굴할 수 있었고 석탄의 사용으로 더 좋은 철을 생산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 철, 석탄의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증기기관은 처음으로 인류를 인간과 동물의 근육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렇다면 이 석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3억 6천만년에서 3억년전의 시기를 석탄기라 한다. 당시에 균류가 없어 나무가 썩지 않아 석탄이 되었다는 설이있지만 당시 균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규모로 나무가 지하에 매장되어 이탄이 된 이유는 당시 판게아 때문이다. 판게아는 거대한 대귝으로 해류를 막아 열순환을 막았다. 거기에 당시 숲이 무성해져 이산화 탄소가 줄어들었고 지구는 냉각화되게 된다. 냉각기의 특성상 지구는 작은 변화에 기온이 요동쳤고, 해수면이 자주 변하해 많은 숲이 일거에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결과 대규모의 이탄층이 형성되어 지금의 석탄층이 된 것이다. 

 다음은 석유다. 1876년 독일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며 석유소비가 크게 늘게 되었다. 석유는 석탄보다 장점이 많았는데 추출 및 정제에 드는 에너지가 매우 적었고, 그에 비해 얻는 에너지는 매우 컸다. 또한 석탄에 비해 운송 및 수송이 쉬웠다. 거기에 석유는 연료 이외에도 유기화학 분야의 원료가 되고, 의약품, 플라스틱, 살충제, 무엇보다 비료의 원료가 된다. 석유는 석탄기 이후 2억년이 지나 형성되었다. 석유는 해양플랑크톤에서 생성되었는데 플랑크톤은 죽으면 광물과 섞여 해저라 가라앉게 된다. 지금은 해수순환이 원활하여 해저에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해저에 쌓인 플랑크톤의 사체는 썩지 못하고 진흙과 섞여 계속 쌓여 검은 색으 셰일층을 형성했다. 이 암시이 지구 내부로 깊이 내려가면 열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죽은 해양생물의 복잡한 유기화합물이 석유의 구성성분인 긴 사슬의 탄화수소 화합물 분자로 변화한다. 당시 백악기는 따뜻한 기후와 해저 확장으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300미터나 높았고 광범위한 지각활동에로 해저 퇴적물이 많아 플랑크톤이 대규모로 서식했다. 거기에 해저 열염순환을 판게아가 막고 따뜻한 기후로 바다 용존 산소량도 부족해져 해저에서의 사체분해가 없었다. 그래서 대량의 석유가 생겨날 수 있었떤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현대 문명을 만든 석탄이나 석유 모두 지구 환경에 의해 우연적으로 생겨난 것이고 지금 환경에서는 도무지 생겨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의 진화와 문명의 발달도 엄청난 지구적 환경변화와 지질학적 변화에 의존한 셈이다. 


이 책은 제목만큼 인간사의 다양한 기원을 매우 과학적이고 지질학적이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준다. 교역의 발달에 관한 부분도 제법 많이 다루었는데 이 역시 지금의 지구 대기와 해류순환에 철저히 의존한다. 읽은 것이 만큼 배울 것이 무척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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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년 새해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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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福마뉘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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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12-31 12:52   좋아요 1 | URL
스캇님도. 복많이 받으십시오